장편야설

창녀를 위한 소나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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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진희의 섹스 파트너 Ⅱ


전희 과정도 없이 남편은 딕을 밀어 넣고 피스톤 운동으로 돌입하고 있었다.

진희는 찌르는 듯한 아픔에 얼굴을 찡그렸다.

애액이 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앞뒤로 움직이는 딕 때문에 그녀의 푸쉬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좋지? 좋아?"


살찐 얼굴에 흠뻑 젖은 땀이 주르륵 흘러내려 진희의 목 언저리에 떨어졌다.

진희는 버럭 소리 지르고 싶은 것을 숨기며 천천히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남편은 진희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양손 가득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힘을 주던 순간, 하복부에 경련을 일으키듯 꿈틀대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끝났군.`


그녀는 시큰둥하게 천장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마치 배설물을 받는 양변기나 자위할 때 쓰는 손과 다를 바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긴 손보다는 내 푸쉬가 더 효율적이겠지.


축 늘어진 몸으로 벌렁 드러눕는 남편을 옆으로 밀어놓고 나서 그녀는 작은 방으로 달려갔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그녀의 육체는 좀 더 강렬한 자극을 아쉬워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채워주지도 못하면서 남편은 그런 식으로 그녀의 욕망을 불러 깨워놓곤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혀끝으로 입술을 촉촉이 적시며 불도 켜지 않은 채 가슴을 어루만졌다.

전형적인 한국 체형에 비해 그녀는 매우 육감적으로 풍만한 가슴과 잘 발달한 엉덩이를 갖고 있었다.


군살이 없는 날씬한 배와 허리 곡선을 따라 그녀의 손이 조금씩 밑으로 내려갔다.

한쪽 손으로는 붉은 젖꼭지를 비틀고 나머지 손이 딕을 대신해서 그녀의 푸쉬를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남편이 흘려놓은 정액 때문에 매끄러운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중지와 검지를 모아 조심스럽게 푸쉬 안으로 밀어 넣었다.


짜릿한 쾌감이 전해오자 몸의 세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녀는 짧은 신음소리를 내며 공을 들여 위아래로 손을 움직였다.

민감한 부분이 자극을 받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다리를 오므리고 싶을 만큼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자극 받은 푸쉬가 부풀어 올랐다.

수축하고 있다는 기분이 전해졌다.


그녀는 간헐적인 신음을 입 밖으로 흘리고 있었다.

꿈을 꾸듯 상상 속에서의 애인을 불러내었다.


멋진 가슴 근육과 꽉 조여진 허리, 튀어나온 듯한 엉덩이를 지닌 큰 키와 강렬한 눈빛의 남자. 그 남자의 딕이 푸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진희는 황홀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은 푸쉬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확인하고 그녀는 허탈감에 빠졌다.


`정말 최악이야.`


그녀는 샤워를 끝내고 서랍에 놓인 팔찌를 거머쥐었다.

이대로는 아파트에서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싶을 만큼 비참한 기분에 우울해질 뿐이었다.

물론 몇 시간 전에 벌였던 주영의 자살극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남편은 코까지 골아대며 잠에 빠져 있었다.

진희는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고 열쇠를 핸드백 안에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1시 30분.


호텔 나이트클럽에라도 가서 미친 듯이 춤추고 싶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편은 아침 7시경에 그녀가 깨워주기 전까지는 옆집에 불이 나도 깨어나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처 없이 밤거리를 헤매었다.


가로등 불빛이 처량하게 사람들을 비추고 있었다.

알코올에 흠뻑 취한 사람들이 비틀대며 그녀의 옆을 스쳤다.


너무 서둘렀던 결혼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얼마든지 즐길 만큼 즐기고 나서 결혼해도 늦지 않았지만 대신 그만큼의 가치가 떨어졌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물주를 남편으로 맞으려면 최고로 높은 몸값일 때가 적정 수준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못내 아쉬움이 남아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 동기들을 보면 혼자서도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잘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진 것이라곤 한 푼도 없이 매달 생활비를 요구하는 그녀의 무능력한 친정 부모에게는 죽었다 깨어나도 보조해 줄 수 없는 영역이었다.


만일 그녀의 친정이 보통 수준으로나마 살 수 있는 정도의 생활 여건이었다면 야무진 그녀의 성격으로 얼마든지 보란 듯이 살아볼 자신도 있었지만,

현실은 전혀 반대로 흘러갔었다.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 봐. 혹시 바람난 여염집 규수가 아니었을까. 힘 좋은 하인하고 눈이 맞아 도망치다가 잡혀 죽었는지도 몰라.`


그녀는 자조적인 웃음을 짓고 왼팔에서 빛을 내는 은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이 팔찌가 그녀의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였다.

지푸라기라도 잡아 볼 요량으로 그녀는 일부러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당연히 팔찌는 하얀 그녀의 피부 위에서 유난히 돋보였다.


택시를 잡아타고 방배동 카페 골목으로 내달렸다.

그녀는 예전에 혼자 곧잘 가던 주점으로 들어갔다.


마음씨 좋게 생긴 주인아저씨가 활짝 웃으며 반겼다.

불법 영업이긴 하지만 일식 주점으로 꾸며놓아 깨끗하게 정돈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이년 정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것처럼 주인아저씨는 전에 나누었던 인사말을 그대로 건네었고, 그녀도 똑같이 답을 해주었다.


그녀의 자리로 가서 앉아 주문을 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레몬 소주와 해물탕을 시켜놓고 그녀는 주인아저씨가 보고 있던 신문을 펼쳤다.


은팔찌를 보고 다가올 사람들이 이런 주점에 올리는 만무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희망을 걸어보고 싶었다.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다른 술집을 전전하던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누굴 기다리고 계시는가요?"


낮은 바리톤의 목소리에 그녀의 귀가 솔깃해졌다.


진희는 눈을 들어 재빨리 앞에 앉는 남자를 훔쳐보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남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훤칠한 용모를 갖고 있었다.

반소매 티 밖으로 드러나는 근육질의 군살 없는 몸매도 매우 훌륭해 보였다.


그녀의 눈에 남자의 목에 두른 금빛 목걸이가 들어왔다.

은팔찌와 마찬가지로 뱀의 비늘무늬가 현란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실버군요. 시즌이 어제부터 시작되었다죠?"

"그런가 봐요."


금빛 목걸이에 시선을 두면서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혹시나 남자가 그녀를 얕잡아 볼까 봐 많은 말은 삼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녀의 잔에 술을 채워주는 남자를 호기심 있게 천천히 살펴보았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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