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29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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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은 자신도 모르게 채윤의 눈치를 보았다. 그와 동시에 하은도 몸을 돌려 채윤을 바라보았다.



"저...때문이에요."

 


하은은 깜짝 놀라 채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거 같은 예감에 승민은 두눈을 질끈 감았다.

순둥이인 하은이 채윤같이 똑 부러지는 아이에게 상대가 될리 만무했다. 왠지 하은이 큰 상처를 받을거 같은 느낌에 승민은 두 여인의 대치 상태를 도무지 볼 자신이 서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를 구하려다가 승민오빠가 이렇게 됐어요. 언니한테 면목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승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감았던 눈을 크게 뜨고는 채윤과 하은쪽을 바라보았다. 하은역시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니..나는 그런게..."


"죄송해요. 평소답지 않게 곤히 잠들어버려서...불이 난줄도 몰랐어요. 승민오빠는 저 구해주려고 온거고..제 탓이에요. 죄송해요."

 


채윤의 말을 듣던 하은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왠지 모르게 승민은 하은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은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로 얼마나 가슴이 쓰려올까.



"괜찮아...괜찮아 채윤아."

 


채윤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어제밤부터 줄곧 승민의 옆을 지킨 채윤은 조용히 외투를 챙겨 들었다.

 


"언니가 왔으니...전..가볼게요."


"채..채윤..."

 


승민은 그녀를 부르지 못했다. 병실을 나가는 채윤을 바라보는 하은의 눈빛이 너무나 슬펐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이 닫히며 희미하게 보였던 채윤의 눈빛. 승민은 그저 고개를 숙일도리밖에 없었다.

 


'그래..어차피.. 어차피...지워야 하잖아.'

 


채윤은 병원복도를 뛰어가며 그동안 참아냈던 눈물을 개워내고 또 개워내었다. 어차피 자신은 외국으로 가야 할 몸이었고, 승민은 한국에 남을 것이다.

어제밤 사랑을 고백했던 것 역시 그저 한줌의 추억으로 남겨둬야만 한다. 그리고....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착한 선배 오하은과 행복하기를 바래야 한다.

 


'오늘까지만 울거야...정말 오늘까지만..'

 


채윤은 엘레베이터 1층 버튼을 누르고는 그만 소매에 얼굴을 묻고 말았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제서야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가슴속에 있는 승민의 존재를 인정했지만, 그와는 연인으로써 시작할 수 없는 기점에 와버린 거 같았다. 그녀는 흐느끼고 또 흐느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속을 흔들었던 그 사람을 이제 잊어야 했기에.

 


"채윤이를...구하러 들어갔니?"

 


하은의 질문에 승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은은 애써 웃으려는 표정을 지었지만 너무나 슬퍼보인다.

 


"어쩔수 없었어. 119는 오지 않았고...채윤이가 불구덩이에 혼자 있어서..."


"그럼..그러다 너가 죽으면? 나는? 난...생각안했니?"


"하은아..난.."

 


승민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참고 있던 그녀가 울음을 터트렸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끝내 또 미안하다는 말을 해버렸다. 착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미안해 라는 한마디라는 것에 승민은 자기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후배니까...구한거라고 생각할거야."

 


울먹이는 그녀의 말에 승민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승민의 품에 안겨왔다.

 


"나도 이렇게 질투하는 내가 싫어. 정말 싫은데...그게 맘대로 안돼."


"내 잘못이야...모두 다 내 잘못..."



승민은 조용히 중얼거렸고, 그의 품에 안긴 하은의 흐느낌은 더욱 커져갔다.

 


"후배니까..넌 채윤이를 구한거라고 믿을거야. 그리고...이번이 마지막으로 용서해 주는거야..이 바보야..."

 


-


며칠이 지났다. 승민이 입원한 곳은 형준의 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던 병원이었던 지라, 그는 가벼운 중상에도 불구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요양생활(?)을 마칠수 있었다.

대학가에서의 화재로, 몇몇은 징계를 피할수 없게 되어 버렸지만, 이내 연구실 건물의 재건축의 노력이 계속되었다.



"휴우..."

 


이제 승민의 몸에도 약간 입었던 화상을 제외하고는 상처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회복되었고, 승민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없네...'

 


오늘도 그녀가 없다. 승민은 실망하고 있는 자신을 다그쳤지만, 사람의 마음은 자기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그런 몹쓸 것이었다.

그는 불타버린 연구실을 대신하고 있는 임시 가건물인 컨테이너 안을 쓰윽 둘러보았지만, 오늘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채윤이 찾는거냐?"

 


동기의 말에 승민은 뜨끔해서는 자리에 앉았다.

 


"아냐.그런거.."


"아니긴 뭘 아냐 임마. 채윤이 여기 안온지 꽤 됐다. 도서관에서 살다 시피 했었어."


"아,,,그래..."



승민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형준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역시 필요한 날만 학교를 나오고, 집에 틀여 박혀 공부만 하고 있다고 했다.

며칠 깔짝 거리다가 말겠지 했는데, 그는 벌써부터 왠만한 회화를 비롯한 필수영어도 어느정도 마쳐 놓았다고 했다.



 


'그래...유학간다고 했지...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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