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1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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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내 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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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이렇게 빨리 가야겠냐."


"야야. 그런말 말아라. 미리 가두는게 좋단다. 빨리 가서 엉아의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백마들을..."


"아..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해."

 


형준이 출국하는 그날까지, 둘의 대화는 늘상 같은 형식으로 계속되었다. 똑같은 인천 공항이지만, 저번에 왔을 때 와는 달리 승민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와는 달리 지금 자신의 손에는 채윤의 부드러운 손이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준은 자신을 배웅하러 온 둘을 불편한 표정의눈으로 바라보았다.

 


"거 좀...손 좀 놓을 수 없냐?"

 


형준의 말에 채윤은 민망한지 다른 곳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승민의 손은 꼭 잡은 상태였다.

 


".....빨리 가기나 해 짜식아."

 


형준은 감회가 새롭다는듯 공항을 한번 둘러보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승민과 채윤을 바라보았다.

뭔가 언벨런스한 조합이긴 하지만, 승민이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지는 그였다.

 


"얌마. 그렇게 자꾸 보내려 하지마 임마. 서로 배웅해주겠다고 줄을 섰었는데 이 엉아가 특별히 너희들에게 자비를 배푼 거라니까."


"....눈물나게 고맙다.그냥 다녀오라는걸 니가 굳이 끌고 왔다는 생각은 안하는 모양이구나."


"짜식. 이제 엉아보면 언제 볼지 모른다니깐. 너무 그러지 마 임마. 엉아는 졸업식날도 못가."


"종종...놀러와라."

 


형준은 대답대신 피식 웃었다. 연신 미국행 비행기 탑승객들의 조속한 게이트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들려왔다.

 


"어서..들어가."


"그래. 들어간다. 둘이...잘 사귀고.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 니들이 결혼하면 한국 올게."


".....고맙다."

 


형준은 몸을 돌려 게이트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늘상 자신의 옆에 있던 친구. 

늘상 툴툴 거리고 진지함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수 없는 바람둥이에, 안어울리게도 언제나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자신의 친구.

그리고 위험할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그가 게이트로 사라지자 승민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 많이 서운하죠?"


"아냐..그런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았지만, 승민은 계속해서 형준이 사라진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승민은 채윤은 가자고 보채지 않고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게이트를 보고 있던 승민은 몇 분이 지나서야 몸을 돌렸다.

 


"이제 정말로 방학이네..그치?"


"그러게요. 시간 정말 빠르네요."


"학기중에 널 처음 본게 엊그제 같은데..."

 


채윤은 싱긋 웃었다. 처음 학교식당에서 어리버리한 표정으로 자신과 같이 밥을 먹던 승민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 우승민은 그대로 자신의 옆에 있었다.

 


"온김에 같이 데이트...라도 할래?"

 


채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형준을 배웅하고 당연히 데이트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옷도 신경써서 입고 왔기 때문이었다.


 


"왜...야..약속있어?"

 


승민이 조심스레 묻자 채윤은 살짝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약속없어요. 당연할걸 물어서 대답안했을 뿐이라구요."

 


토라진듯 걸어나가는 그녀를 보며 승민은 당황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저런 모습이 있었다니...진짜 알면 알수록 사람이란건 모르는 거구나.'

 


승민은 얼른 뛰어가며 그녀를 달래듯이 손을 꼭 잡아 끌었고, 이내 채윤도 토라진 표정을 풀고 승민의 뒤를 따랐다.

 


'그래...형준이도 자기 길을 갈거고...나도 곧 내 길을 가겠지.'

 


언제부터인가 연구원으로써의 자신의 삶은 마치 관철된 물리법칙처럼 당연시 되었다. 

반대로 똑같이 우수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형준이 졸업후 계속해서 공부를 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상은 완전 정반대였다. 자신은 사회인을 택했고, 형준은 계속해서 공부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둘다 이제 곧 자신의 목표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승민은 자신의 이상도 접고, 오직 자기를 위해 남아준 자신의 여자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너무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빠."


"응?"


"나 배고파요."


"아..그래. 맛있는거 먹자. 먹고 싶은거 있어?"

 


손을 잡아 끌며 앞장서는 승민의 모습에 그녀는 베시시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몇천 번을 봐도 질리지 않을거 같다.



 


'으으...여긴...'


 


승민은 당황했다. 차라리 자기가 먹고 싶은 곳으로 데리고 갈걸 하는 후회가 생겨왔다.

채윤이 먹고 싶은 게 있다며 데리고 온 곳은 고급레스토랑이었다. 메뉴판을 보자마자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여기...한번 와 봤어요.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족들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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