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거미 여인의 정사 - 12장. 제 3의 살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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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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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30대의 젊은 여자와 14,5세 가량된 앳된 소녀가 무지막지한 사내들에게 윤간을 당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모두 일곱장이었다.

그것을 한 장한장 들여다보던 정한수 수사과장과 이민섭 강력계장의 입에서 신음 같은 같은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이 사진은 어디서 났나?"

"침대 위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하체만 찍혀 있고 여자들은 얼굴까지 뚜렷하게 나와 있습니다.

누군가 여자들을 강간하면서 위협용으로 찍은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말입니다."


"신종 수법인가?"

"이 사진은 젊은 여자와 이 방에 투숙했던 여자가 동일인이랍니다."


"누가 그래?"

"호텔 종업원들입니다. 목격자 수사는 이미 끝났습니다."


"이 여자가 복수를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민섭 계장이 어두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피살자가 여자들을 윤간한 범인이란 말인가?"

"거의 확실하지 않습니까? 죽어도 싼 놈이죠."


정한수 수사과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으로 미루어 본다면 피살자는 가정 파괴점이 분명했고 여자의 무서운 복수심이 빚어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는데요!"


그때 형사 한사람이 복도에서 들어오며 말했다.


"잠시 통제하라고 해."


이민섭 계장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어떻게 할 셈인가?"

"일단 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해 줄 생각입니다."


"여자가 복수하고 잇다는 것까지?"

"그건 당분간 유보해 두겠습니다."


"그럼 또 살인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나?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공개해서 제2, 제3의 살인사건을 방지해야지..."


여자의 복수극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할수 없는 일이었다.

정한수 수사과장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사건 서울에도 알리는 게 좋겠습니다."


땅딸만한 체구의 형사가 다시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서울엔 왜?"


이민섭 계장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서울에도 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두 건이나 일어났습니다."

"언제?"


"크리스마스 이틀전에 서울 거여동에서 강철구라는 사내가 이러한 모습으로 살해되었고, 사흘전에 장충동 3류 호텔에서 김인필이라는 사내가 805호실에서 떨어져 죽었는데도 거기도 이런 사진이 있었습니다. 신문에 꽤 크게 났습니다."

"그래, 나도 기억이 나는군..."


정한수 과장이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벌써 세 번째 살인이라는 말인가?"


이민섭 계장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감식반원들도 일제히 땅딸막한 체구의 형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예. 이 사건은 강동 경찰서의 최천식 형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 그렇다면 빨리 연락해."


"예."

"어차피 공조수사를 해야 하니까 우리 쪽에서도 수사는 계속해야지요."


이민섭 계장의 말이었다.


그 무렵 서울의 최천식 형사는 김민희를 연행하여 조사하고 있었다.

김민희는 홍보옥과 헤어진 후 봉제공장에 다시 취직했다가 봉제공장만을 누비고 다닌 이형사에 의해 연행되었던 것이다.


"오빠의 일은 정말 안됐어. 그렇다고 그렇게 감쪽같이 사라지면 되겠어?"


그는 김민희를 조용한 다방으로 데리고 가 신문했다.

그것은 차라리 신문이라기보다는 협조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김민희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범인은 이미 홍보옥으로 드러나 있었고, 전 수사 요원이 동원되어 홍보옥을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쩔수 없었어요."


김민희가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시원한 대답이었다.


"오빠의 시체를 부검해 달라고 한 이유가 뭐야?"

"오빠를 누가 죽였나 알기 위해서였어요."


"왜 오빠가 교통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지?"

"누구에게 들었어요."


"그게 누군데?"


김민희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대답하기 난처한 듯한 표정이었다.


"오빠를 살해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나?"

"네,"


"그래서 찾았어?"

"네."


"누구였지?"

"강철구라는 자였어요."


"강철구? 그는 이미 죽었잖아.?"

"네. 죽었어요."


"범인은 홍보옥이지?"


마치 어떻게 알고 있는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김인필이라는 사내가 장충동에 있는 호텔에서 살해되었어.

거기서 홍보옥의 지문이 나왔지, 사진 몇장하고 ...

홍보옥이 라는 여자는 가정파괴범들에게 딸과 함께 윤간을 당해 그걸 복수하고 있는거야."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다구?"


최천식형사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김민희도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김양도 가담했나?"

"강철구를 찾는 데까지는요."


"살해는?"

"안 했어요. 강철구가 죽은 뒤에야 강철국가 범인이라는 걸 알았어요."


"어떻게?"

"강철구가 자백을 했대요."


"누구에게?"

"홍보옥씨요. 홍보옥씨가 강철구를 죽이기 전 고문을 하여 자백을 받은 거애요."


"홍보옥은 어떻게 알았지?"

"오빠의 일기장 때문에 찾아가 만났어요.

오빠는 살해되기 얼마전까지 룸살롱 불야성과 예성개발이라는 부동산 회사를 조사하고 있었어요."


"그건 왜지?"

"예성개발 때문일거애요. 예성개발은 거여동 일대의 군사보호지역의 땅을 대거 매입하고 있었어요."


"난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예성개발이 땅을 매입하는 것하고 오빠 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뭔가 상관이 있어서 조사하고 있었을 거 아냐?"


"저도 모르겠어요. 홍보옥씨도 모르구요."


"홍보옥과 그 여자의 딸을 윤간한 놈들은 누구야?"

"몰라요."


그것은 홍보옥의 다음 범행 대상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이었다.


"정말 몰라?"

"네,"


"홍보옥은 알고 있는거 같은데...?"

"저와 같이 있을때는 몰랐어요. 아마 강철구에게서 알아냈을거예요."


"홍보옥은 어디 있지?"

"몰라요."


"홍보옥이 또 복수할 거라고 보나?"

"하겠죠. 홍보옥씨는 자신과 딸을 윤간한 범인들이 여자 하나에 셋 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직도 둘은 남은 셈예요."


"복수가 당연하다는 말투군..."

"홍보옥과는 왜 헤어졌어?"


"홍보옥씨가 자신의 아파트로 강철구를 유인해 죽였어요.

그리고 저에게 오빠를 살해한 범인이라면서 가방과 톱 같은 것을 사오라는 거예요.

강철구의 시체를 토막내어 한강 상류에 갖다 버려야 한다면서요.

전 차마 그런짓을 할 수 없었어요. 그건 너무 끔찍한 짓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헤어졌단 말이야?"


"사람을 토막낼수는 없었어요."

"그런데 홍보옥이 김양을 순순히 보내준게 이상하잖아요? 홍보옥이 강철구를 죽인 걸 아는 건 김양뿐인데 말이야.

김양이 경찰에 신고 하면 홍보옥이 체포될 것은 뻔한 일이잖아?"


"홍보옥씨는 나를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강철구의 시체를 토막내겠 다고 한거예요.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잖아요?"


옳은 말이었다.

최천식 형사는 김민희의 말에 침통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김민희의 말대로하면 홍보옥은 상당히 냉철한 여자였다.

김민희가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가 살인 한 것을 목격한 김민희를 순순히 돌려 보냈다는 것은 홍보옥의 대담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부분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런 정도의 여자라면 꼬리를 드러냈다고 해도 체포하는 것이 쉽지는 않으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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