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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여인의 정사 - 5장. 거미 여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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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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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거미야.


풍원 건설 대표이사 배광표는 미아동 재개발지역 건설 현장 김 소장의 전화 보고를 받고 슬그머니 미소를 떠올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성공이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 소장의 보고로 미루어 주민들의 격렬한 농성이 끝난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제 토목 공사를 서둘러야 했다.

토목 공사를 서두르면 이른 봄이면 모델 하우스를 지어 아파트 분양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막대한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그는 인터폰을 눌러 비서실장에게 차를 대기시키라고 지시했다.

자신이 직접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미아동 재개발지역 아파트 신축 공사는 원래 개발 사업부 윤혁태 부장이 추진한 사업이었다.

두뇌가 명석한 사람답게 윤혁태는 주택 사업의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창출해내곤 했으나 도무지 추진력이 없었다.


재개발지역에 아파트를 신축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어 판자촌을 매입하고, 세입자들을 이주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판자촌을 포크레인으로 찍어서 헐고 불도저로 밀어서 부지를 정지하는 토목 공사를 하려 할 때 이웃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일조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가 그들이 재개발지역에 아파트 신축 공사를 반대하는 이유였다.

협상의 여지는 전혀 없었다.

재개발지역에 고층 아파트를 신축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일조권까지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 아파트 공사는 적자를 볼 것이 뻔했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아파트를 신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불도저 앞에 드러눕기까지 하면서 격렬한 농성을 벌였다.

경비원들과 기능공들을 시켜 농성하는 주민들을 끌어내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곳곳에 아파트 신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관계 기관에 진정서가 날아들었다. 잘못하면 막대한 자금만 들이고 손을 떼야 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회사까지 기우뚱거릴 우려가 있었다. 이미 현금이 그곳에 막대하게 투입되었다.


(건설은 어차피 밀어붙일 수밖에 없어!)


주민들의 배후엔 동네 깡패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는 그 깡패들만 때려 부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그때 전화벨이 길게 울렸다.

그것은 그가 거미 여인과 직접 통화를 하기 위해서 특별히 설치해 놓은 직통전화였다.


"거미예요."


수화기를 들자 끈적거리는 목소리가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왔다.


"수고했어."

"보고 받으셨어요?"

"지금 막 김 소장한테서 전화로 보고받았어."

"그럼 따로 보고드리지 않아도 되겠군요."

"어떻게 처리했어?"


그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거미가 농성하는 주민들을 어떻게 손을 썼는지 걱정이 되었다.


"아킬레스 하나 끊었어요."

"아킬레스?"


그는 침중한 목소리로 물었다. 거미의 목소리가 의외로 섬뜩하게 들렸다.


"죽이지는 않았겠지?"

"병원 앞에 데려다 놨으니까 죽지는 않을 거예요."

"나머지는?"

"경비원들과 싸움을 붙이고 그 틈에 몽둥이맛을 보여 줬어요."

"잘했어."


그는 비로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난달에 하던 일은 어떻게 됐어?"

"조만간 결판이 날 거예요."

"그쪽에서 눈치채지 않도록 잘해.

그것만 성공시켜 주면 큰 거 두 장은 줄 테니까..."

"돈이나 마련해 놓으세요. 며칠 내로 계약하게 될 테니까요."

"좋아."

"회장님."

"뭐야?"

"영계 한 번 드시겠어요?"

"무슨 소리야?"

"회장님과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 제가 서비스하는 거예요."

"정말 영계야?"

"의심도 많으세요!"

"탈 없는 아이지?"

"아무렴! 탈 있는 애를 서비스하겠어요!"

"좋아"

"우리 애들 용돈이나 좀 주세요!"

"서비스라더니 또 돈 얘기야?"

"회장님. 영계 구하기가 쉬운 줄 아세요?"

"알았어!"


그는 통쾌하게 웃고 전화를 끊었다.

거미가 제공하는 영계 생각을 하자 그는 벌써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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