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2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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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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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아요...난 그런거 정말..."

 


눈물이 나올 뻔한 것을 참는 그녀의 말이 뚝 하고 멎었다. 승민이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감싸쥐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 해서 미안해. 너 좋아하는 마음 그거 하나뿐인데...너무 좋아해서 자신이 없었나 봐. 정말 미안해."


 

채윤의 표정은 점점 누그러진다. 그러는가 싶더니 얄밉다는 듯 눈을 흘겼다.



"금방 사과할거면서..."


"널 내가 어떻게 이기겠냐..."


 

이런 그의 중얼거림에 채윤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그녀가 웃자 승민은 어색하게 웃는 얼굴 개그를 연출했고 그녀는 금새 또 얼굴을 가리고 웃는다.



"다음에 아버지를 뵙게 되면 더 자신있게 이야기 하고 교제 허락받을게."


"좋아요.나도 아빠와 이야기해 볼 거에요"


"어서 먹자. 10년만에 먹는 추억의 음식인데. 늦게 먹는 사람이 쏘기."


"그런게 어딨어요? 오빠가 사주기로 해놓고"


 

채윤은 자신이 그런 말을 하든 말든 미친듯이 떡볶이를 흡입(?)하는 승민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조그마한 분식집 안에서 둘은 계속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그까짓 거...이겨내 보일게. 딴사람도 아니고 너와의 약속이니까.'




-


'나를...배신했어...여신이 나를 배신했어...'

 

컴컴한 암실. 동철은 미친듯이 손을 떨며 이제 막 필름에서 인화된 한 여인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그가 숱하게 찍어 왔던 채윤의 사진이었다.

사진과 학생인 그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직접 현상하는 것이 취미였다. 

다만, 채윤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의 카메라는 그녀의 얼굴만 담는 용도로 전락해버렸지만.


동철은 방금 현상을 마친 채윤의 사진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아...아름답다..'

 

그가 스스로 만던 작은 사진 인화실을 나가자 밝은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그의 방이 드러났다. 벽에는 온통 한 여자의 사진, 채윤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는 방금 인화한 그녀의 사진을 벽에 붙이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않아 분노와 증오가 가득찬 형상으로 변해버린다.



'어째서...어째서야...'


동철은 느낄수 있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부터 늘 차갑고 도도한 표정이었던 자신의 여신이 어느샌가부터 환하게 웃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의 기억으로는 그 아름다운 미소가 생긴지는 시간이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여신의 미소는 내 것인데...어째서..어째서.."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문득 그는 뭔가가 생각난 듯 다이어리를 뒤적거렸다.

 


'맞아! 그 자식이야...채윤이의 옆에 있던 바로 그 자식!'


 

한참을 뒤적대던 동철은 자신의 일기 중에서(따지면 채윤을 관찰한 일기지만) 여신의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일기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아내고야 말겠어...이 자식을 만나고 나서부터...여신이 웃기 시작했다...이 개자식...'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 채윤. 아마 그 좋아하는 사람이란 그때 그 일기를 썼던 그 날짜에 채윤의 옆에 있는 사람일 거라고 동철은 생각했다. 

동철은 다시 현상실로 달려 들어가서 서랍장을 열자 필름들이 날짜 별로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다이어리안의 그 날짜에 사용한 필름을 꺼내 들었다. 


 


'이 자식이구나....으으으...'


 

한참 후 그때의 사진을 다시 복원한 동철은 사진에 보이는 한 남자의 얼굴을 보며 질투심에 치를 떨고 있었다. 


 


'나는...여신에게 다가가기도 힘든데...이 자식은...'

 


이미 그녀를 향한 잘못 된 사랑으로 가득 찬 동철. 그는 반쯤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하고서 컴퓨터를 뒤적거렸다. 

자신의 여신인 그녀가 다른 과의 학생과 나란히 있을리는 없다고 생각은 동철은 같은 과의 학교 홈페이지를 해킹해 볼 생각이었다.

 


'개자식...누군지 알아내고야 말겠어...'


 



-


'여전히 짧다...하루가 너무 짧다.'


 

승민은 자기도 모르게 혼자서 속으로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오늘도 역시 서로 각자의 볼일을 보느라 두 사람의 데이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해서겠지만 그녀를 바래다 주는 이 길이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옆에서 밝게 웃어주는 채윤을 집에 보내면 또다시 보고 싶고 설레이는 밤이 이어지겠지...라는 생각을 하니 승민은 너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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