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밍키넷 야설) 한(恨)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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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아. 종영아."


비스듬히 집 뒷산 아버지의 묘 위에 비스듬히 기대고 누워 흘러가는 한강 물을 바라보는 종영이는 자신을 찾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얼른 일어나 할머니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할머니. 나. 여기."

"어이구. 내 새끼 여기 있었구나. 학교를 마쳤으면 곧장 집으로 올 일이지, 여기서는 뭐 한담? 죽은 아버지하고 무슨 이야기 한 거야?"


할머니는 종영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계셨다.


"할머니. 아버지에게 나 1등 한 거 또 이야기했다."


이제 고3인 종영이는 할머니에게 성적표를 내놓았다.

성적표를 받아서 든 할머니는 까막눈이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좋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할아버지 기다리신다. 어서 가자. 할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시겠구나. 우리 5대 독자 이놈. 허허허."

"할아버지 몸은 어떠세요?"


폐암 말기인 할아버지는 겨우 몸을 일으키며 종영이에게 손짓하고. 종영이는 쪼르르 할아버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임자. 이놈이 글쎄 또 1등을 했다지 뭐요. 우리 새끼 대단하죠?"

"그럼. 누구 새끼인데."


그 말을 하시고 할아버지는 그만 심한 기침을 하다 각혈을 쏟아내시고는 다시 누워버리시고 말았다.

종영이의 눈에는 걱정의 눈빛이 가득하고. 그런 종영이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 듯이 할아버지는 힘든 손을 들어 올려 걱정하지 말고 나가보라는 손짓을 하고 계셨다.


한여름이 시작되는 그해. 1986년 여름. 종영은 잊지 못 할 일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날 밤. 자다 오줌이 마려워 마당으로 나왔는데 할아버지 방에서 들여오는 소리. 듣지 말았어야 했을 그 이야기들.


"영감. 인제 그만 종영이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갑시다."

"그려. 아비·어미 없이 저렇게 훌륭하게 자란 것만으로도 고맙지."

"그년이, 그 독한 집안이 내 새끼 죽였을 때는 죽어서라도 그 원한을 갚으리라 다짐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립시다. 영감."


우연히 지나다 들은 종영은 더욱 궁금해져 귀를 가져가 대었다.


"장정식"


그. 원수 같은 집안. 그 원수 같은 집안. 할아버지는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말을 이어갔다.


"종영이 어미가 그 정인 그룹과 결혼했다고 하더니만, 그놈의 집안은 망하지도 않고 더욱 번창하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종영의 머리는 피가 거꾸로 도는듯한 느낌을 받았고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방을 열고 들어갔다.


"헉. 종영아. 네가."

"할머니. 방금 할아버지가 한 말 뭐야? 우리 엄마 죽었다며? 그런데 뭐야? 죽어서 화장해 한강 물에 뿌렸다며?"


종영은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듯이 할머니를 몰아붙였고, 두 노인네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다는 듯이 손자에게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종영의 출생 비밀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아버지는 공부를 매우 잘하는 수재였다고 했다.

인물도 동리에서는 알아주는 미남이었고 무엇보다도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호방한 성격 탓에 어릴 적부터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아버지의 옛 사진을 보더라도 지금 하신 할머니의 말을 맞는 듯했다.

그리고 종영이는 그런 아버지를 빼닮았다고 하면 딱 맞다. 182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중학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던 터라 몸매는 굉장히 다부졌고.

무엇보다도 인물은 제 아버지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는 동리 어른들의 말을 자주 들었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빼닮은 종영이는 밤새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피눈물을 토해내고 있었다.


"네 아버지가 서울대학 법대에 다녔었다. 그 당시 네 아버지는 인물에다 학교까지 워낙 출중했기에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 

한데 돈을 좀 벌겠다고 서울의 잘사는 집안에 가정교사로 들어갔는데. 그만 그 아이랑 눈이 맞아 네 아비가 그 그 아이를 임신시켰다. 

그래서 태어난 애가 바로 너다."


할머니는 말을 잠시 끊으셨다가, 종영이의 눈치를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네 어미 이름은 장수정. 그리고 네 외할아버지 이름은 장정식. 지금 국회의원을 하는 그 양반이다.

네 어미는 그 원수의 맏딸이었는데, 그만 네 아비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너를 가지고서는 네 아비랑 도망을 가버렸는데."


할머니는 더 이상 이야기하기가 어려운지 가만히 천정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여윈 할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한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도망을 다니던 중 너를 낳았고, 너를 낳고, 얼마지 않아 네 아비는 그놈들이 보낸 깡패들에게 붙들려 반병신이 되도록 얻어맞고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그때 네 아비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런 네 아비가 너를 찾겠다고 그 집 앞을 서성이다 다시 그놈들에게 붙들려 다시 죽을 정도로 맞고 돌아왔고.

너는 그때 거기 있지를 않고 이미 보육원에 넘어간 상태였었다. 네 아버지는 그 맞은 자리 때문에 얼마 견디지를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다."


할머니의 눈물은 말라 더 이상 흐르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아버지가 맞아 죽다니. 그것도 외할아버지. 종영은 너무도 큰 충격에 감당하지 못하고 그저 부르르 몸만 떨어대고 있었다.


"네 할아버지가 너를 찾고자 그 당시 운영하던 가게를 내어주고 겨우 너를 찾아 다시 데리고 온 것이다.

그 원수는 네 할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가져가고서야 네가 있는 보육원에서 너를 데려다주더구나.

너를 처음 보는 순간, 네가 내 새끼라는걸.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네 아비를 그렇게 빼다 박을순. 없었다."


할머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종영의 볼을 감싸 쥐셨다.

흘러내리는 눈물. 그 눈물은 피눈물이었다.


"네 어미는 네 아비 죽고 1년도 안 돼 바로 지금의 정인 그룹에 시집을 가더구나. 어린 너를 한번 찾아보지도 않고서.

예전에 한번 네 외할머니라는 사람이 딱 한 번 찾아왔었다. 너를 보려고. 그리고 용서를 빌더구나. 그러나 그게 용서가 될 일이니?

네가 크면서 하도 엄마를 찾기에 딱 한 번만 다녀가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네 어미는 매정하게 널 외면하고 자기에게는 너 같은 자식이 없다며,

두 번 다시 그러면 고소하겠다더구나. 그래서 너에게 네 어미가 죽었다고."


그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종영은 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종영아. 종영아."


부르는 할머니의 음성을 뒤로하고 종영은 자신도 모르게 달려온 곳이 지아비가 묻힌 곳임을 알고서는 아버지의 묘비를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댔다.

터질듯한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이제 20살의 한창의 나이. 할아버지의 실수로 종영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한 살 늦게 학교에 다녔다. 주민등록번호도 한 살 어리게 호적에 올려져 있고.

그런 종영의 가슴은 미어지고 있었다.



"하. 김 씨. 살살. 아. 천천히. 누가 쳐들어오는 사람 없어. 어머나. 아..흐흑......."


종영은 아버지의 산소에 누워 그렇게 가슴속의 한을 삭이고 있었는데. 그리고 아버지의 비문을 잡고 이 한을 풀어 내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들려오는 낯선 소리. 아직 여자의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종영이지만 그 소리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아..학....좀 더...어...허헉...."


순간 종영은 낮은 포복 자세로 묘의 뒤편에 일어나는 일을 보기 위해 기어가고 있었다.

종영의 나이 스물. 아직 한 번도 여자의 경험이 없었지만. 아직 포경수술도 하지를 않았지만, 여자에게 한창 관심을 가질 나이었고.

또 할머니 몰래 자위를 많이 하는 터라 무덤 뒤에서 흘러나오는 그 이상한 소리는 종영이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헉..그래..어서...장한 씨..아...하....."


가만. 장한이라면 우리 동네 청년회 회장인데.....그럼?


고개를 살며시 들어 소리가 나는 곳을 주시했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자가 아래에 누워있고 남자가 위에 올라타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고.

남자의 허연 엉덩이와 여자의 허연 허벅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허리를 움직이며 아래위로 몸을 흔들어 대는 것까지도 보이고 있었다.


"밑에 깔린 여자가 누굴까?"


종영은 그 여자의 신원을 확인하려 애를 썼지만, 어두운 밤이고 그리고 여자가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남녀의 교성 소리가 밤하늘을 조심스레 울리고 있었고 남자보다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몇 배는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종영은 발기된 자지를 살며시 잡고서 계속 그네들을 주시하다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자지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자신이 해도 작지는 않다고 생각되는 자지를 부여잡고서.

그렇게 흔들어 대자 얼마지 않아 종영의 자지에서는 허연 좆물이 허공을 향해 발사되고 있었다.


"벌써 끝났어? 난 아직인데. 아..아앙...."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종영은 얼른 자세를 낮추고는 그쪽을 다시 돌아보았다.


"어? 저 아줌마는 기철댁?"


옷을 입고 정리를 하느라고 몸을 움직이는 그녀를 본 종영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월남치마 같은 꽃무늬 긴치마를 이리저리 둘러보고서는 재잘거리며 함께 내려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종영은 불륜의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남녀의 성행위를 직접 목격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를 못했다.

그 사람들이 내려감을 확인하고서는 종영은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그 장소를 서성거리고, 그 자리에 뭔가 하나 떨어져 있는 물건을 주울 수가 있었다.

여자의 머리핀. 약간 비싸 보이는 루비가 가득 박힌 머리핀이었다.


촌 동네. 농사를 짓고 살던 조용한 이 동네는 어제부터인가 개발의 바람이 불어 지금 우리 마을은 그야말로 투기의 온상이요. 온갖 서울 사람들이 허구한 날 들어오던 중이었고. 장한이라는 청년회장이 우리 마을에서는 그 중심에 서 있었다.

졸지에 떼부자가 된 인물 중의 한 명이랄까?

반면 기철이 아저씨는 재작년인가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지금은 어느 공장에 주야간을 다니는 모양이었는데.


종영이는 기철이 아저씨와 친했었다.

왜냐하면 기철이 아저씨 집에는 알 수 없는 책들이 가득했고 얼핏 들었던 이야기지만 유명 대학을 졸업했지만, 학교 다닐 때 데모를 너무 많이 해서 감방을 다녀온 뒤로 그곳에서 몸을 다쳐 지금은 이렇게 조용히 지내려고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고 전해 들었다.

종영은 기철이 아저씨네 있는 그 책들을 빌려 볼 요량으로 자주 가곤 했고 기철이 아저씨는 그런 종영이에게 잘 대해주곤 했다.


기철이 아저씨의 마누라는 학교에 다닐 때 연애해서 만났다고 했는데, 종영이가 봐도 인물은 보통인데 피부가 너무 희고 고왔고. 특히 엉덩이와 젖가슴이 컸었다.

그러다 보니 도회지 여자 같은 분위기가 항상 돌았고 마을 청년들이 껄떡이는 걸 종영이도 어느 정도는 알고는 있었었다.

그런데 그 아줌마가 지금 동네청년회장에게 몸을 주며 오히려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안기는 걸 보고서는 종영은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생긴 것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기철이 아저씨가 훨씬 더 나은 거 같은데.



종영은 아저씨가 없음을 알면서도 기철이 아저씨의 집으로 놀러 갔다.


"아저씨. 아저씨."

"응. 종영이 왔구나. 아저씨 지금 일 나가고 없는데."


부엌에서 무얼 했는지 아줌마는 그렇게 어제저녁에 입었던 그 치마를 입고 입에 웃음을 담은 채 종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치마를 보자 종영은 갑자기 자지가 발기되었고 그걸 감추려고 살며시 다리를 털었다.


"네. 저. 아저씨 서재에서 책을 좀 빌릴까 해서요."

"그래라. 이제는 쓸모도 없는 책들...어이구..버리지, 뭐하다고 가지고 있는지..."


아줌마는 그 말을 내뱉고는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뭔가 열심히 일하고. 그 엉덩이가 실룩거리며 종영이를 유혹하는듯했다.

문틈으로 바라보는 아줌마의 엉덩이와 어젯밤의 사건이 클로즈업되면서 종영이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자지가 발기하고 있었다.

체육복 바지가 표시가 날 정도로 불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마음은 벌써 이미 그녀를 벗기고 그녀의 보지에 좆대를 박고 있었으나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아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없었던 거였다.


정숙은 열심히 부엌을 청소하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눈빛을 알아차리고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보니 자주 놀러 오는 종영이가 자기 엉덩이를 바라보며 넋을 놓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저. 저 녀석이?"


약간은 화가 났지만, 그녀는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되었고 모르는 척 더욱 엉덩이를 종영이 쪽으로 돌리고 허리를 돌려가며 엉덩이를 개처럼 흔들어 주며 혼자 우스워 킬킬거리고 있었다.


"어이구. 저놈. 저놈도 사내라고 체육복이 그새 불룩해졌네."


대각선으로 비치는 거울을 통해 정숙은 종영의 반응을 살피며 홀로 웃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 한 번 줘버릴까? 저 아이 바지를 보니 물건이 제법 실할 것도 같은데."



"헉...."


순간 정숙은 종영의 행동에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종영의 손이 대담하게 자기 체육복 바지로 들어가더니 이내 자신의 물건을 주물럭거리며 만지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일어나 고개를 돌리면 저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정숙은 어떻게 저 엉큼한 놈을 골려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아줌마. 저기요..."


정숙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며 종영을 바라보았다.


"응. 왜?"

"저. 이거요. 어젯밤에 이거 산에서 흘리고 가셨죠?"


정숙은 기태가 내어놓는 물건을 보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이걸 어떻게 네가?"

"어젯밤에 아버지의 묘에서 이거 주웠어요. 아줌마..어젯밤에 다녀갔잖아요."


그 말만을 남기고 종영은 돌아섰다.


"아. 이 바보. 핀을 그냥 주다니."


종영은 자신감이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저. 종영아."


그때 아줌마가 부르는 소리에 종영은 고개를 돌려 보았고...


"너. 어제 거기에 있었니?"

"네. 아줌마. 본의 아니게."

"그래. 알았다. 너. 혹 아저씨에게?"

"아직요."


그 말을 하고 종영은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그래. 다행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종영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늘 밤. 그 장소에서 만날 수 있겠니?"


뭔가 결심을 한 듯 정숙은 종영에게 이야기를 건넸고 종영은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고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동네에서 착하고 예의 바르고 훤칠한 소년으로 통하던 종영의 첫 경험이 서서히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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