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네토야설) 애인 돌리기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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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은이의 고백을 받은 다음 날. 며칠 동안은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지나갔다.

사실 나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는데, 며칠이 지나자 메신저로 경은이가 내게 먼저 물어 왔다.

자기만 고백하고 난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에 얘기하기로 하고 그날 저녁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전에도 야근할 때 둘만 저녁을 먹은 적도 있고, 점심때도 다른 직원이 없으면 둘이 함께한 적도 많았는데, 그날은 저녁 약속을 한 후부터 가슴이 두근대고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슬쩍 경은이를 보았는데, 경은이도 뭔가 들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늘 생글거리고, 이일 저일에 분주하게 참견하던 경은이가 거의 아무 말 없이 주어지는 일만을 하고 있었다.

그런 경은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더 귀엽게 느껴졌다.


회사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회사 일 외에는 정말 해야 하고 들어야 할 얘기를 못 했다.

저녁을 먹고 양수리로 차를 몰았다. 술을 한잔하고.


난 파렴치하게도 오래전부터 경은이를 좋아했었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때부터 경은이는 그동안 나를 어떻게 보아왔고, 내가 경은이에게 무엇을 했는지를 얘기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 하나하나에 경은이는 몸과 마음을 찌릿하게 울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자리에 앉아 있는 경은이에게 업무를 설명해주느라 다가가 몸을 숙일 때 내 스킨로션 향기에도 경은이는 가슴을 두근댔고, 내 넥타이가 나도 모르는 사이 경은이의 어깨를 스칠 때, 경은이는 찌릿찌릿했다고 한다.

남자 직원들의 짓궂은 농담이나 업무를 과다하게 시킬 때 난 그저 막내 여직원으로서 말려주거나 일을 덜어 주었는데, 경은이는 그걸 내가 경은이를 좋아하기 때문에 한 행동으로 오해하며 가슴 뭉클했다고 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지만.


난 정말 파렴치하게.


"이런, 경은이가 다 알고 있었구나. 난 안 나타내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치. 안 나타내긴. 너무 노골적이라 남들이 알까 봐 걱정될 때도 있었어요."


경은이는 술을 많이 마셨다. 나보고는 운전해야 하니까 조금만 마시라고 하면서.


칵테일을 시켰는데 2시간 사이에 4잔이나 마셨다. 난 한 잔 시켰는데.


사실 2시간 정도가 지나자 다 깼다. 그래도 카페에서 나와 술 깨고 가자고 하면서 강가로 차를 몰았다.

차 안에서 다시 서로를 좋아했던 마음들을 고백하면서, (물론 내 경우엔 거짓말) 마주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키스했다.

경은이는 내가 다가가자 뒤로 몸을 잔뜩 빼며 움츠렸는데, 그런 경은이에게 키스하느라고 나는 허리가 부러지는 듯했다.

그렇게 한동안 키스를 하고는 난 당연히 경은이의 가슴으로 손이 갔는데, 가슴에 손이 얹히자 경은이가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드는 듯 내 손을 있는 힘껏 잡았다.


결국 가슴은 못 만지고 그 대신 어깨와 팔, 목과 뺨. 허리, 허벅지 등. 가슴과 보지만 빼놓고 온몸을 거의 2시간여 동안 쓰다듬고 주무르고 키스하고.

21살. 막 피어나는 소녀 같은 처녀의 피부. 그렇게 날씬함에도 손가락에서도 느껴지는 말랑말랑함.

허벅지 안쪽과 허리에서 뭉클 잡혀 오는 야들야들한 살집. 화장품 냄새 안에 숨어 있는 달짝지근한 아기 것과 같은 살 내음..

천천히 스커트를 걷어 올릴 때, 어둠 속에서 환하게 떠오르던 하얗고 긴 다리, 동글동글한 허벅지.

매끄럽고 까칠한 스타킹의 감촉. 그 안의 부드러움과 탄력.

무엇보다 나를 미치게 했던 건, 내 손가락 하나하나 내 입술과 혀 놀림 하나하나에도 거의 숨이 막히는 듯 넘어가는 경은이의 신음과 거친 호흡과 떨림.


경은이는 키스는 해 봤다고 한다. 하지만 딱 키 쓰기까지만 해 봤다고 했는데, 정말, 특별한 기술을 부리지 않은 내 손길 하나하나, 내 스치는 듯한 작은 애무에도 거의 혼절할 듯이 숨넘어가는 경은이를 보면서 그 말을 믿기로 했다.

특히 귀와 목을 빨고 핥아 줄 때는 온몸을 빳빳하게 뒤틀며 내 팔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꽉 움켜잡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그땐 정말 머릿속이 텅 비면서 귀에서부터 발뒤꿈치까지 온몸이 저릿저릿하면서 허리와 엉덩이에 불이 나는 것 같았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2시간여를 차 안에서 경은이를 주물럭 대면서 경은이의 맑은 피부와 숨넘어가는 모습을 보며 즐기다가 차를 돌려 서울로 돌아왔다.


오는 차 안에서 녹초가 된 경은이는 자는 것도 아니고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였고. 그런 경은이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웠던지.

난, 신호에 걸릴 때마다 몸을 구부려 경은이의 볼과 이마와 입술에 뽀뽀를 해주고 혀로 입술이며 귀며 목을 다시 잠깐잠깐 핥아 주었다.

경은이는 그렇게 때때로 잠깐잠깐 핥아 주는데도 그때마다 거칠게 숨을 내뿜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보물이다' 


오래전 일이라 많이 잊어버렸는데, 그런 경은이를 보면서, 차 속에서 그렇게 혼자 마음속으로 외친 기억이 생생하다.


경은이의 집 앞까지 와 경은이에게 다시 키스하고 내려 주었다.

내게 환한 얼굴로 크게 손을 흔들었고, 그러고는 돌아서자마자 아이처럼 팔짝팔짝 뛰어가는 경은이를 보며 팔랑대는 치맛자락과 등 뒤에서 달랑거리는 조그만 배낭을 보며 잠잠했던 자지가 그런 경은이의 뒷모습만으로도 다시 뻣뻣해졌다.

굳이 안 먹어도. 이런 데이트만 지속되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당시에 두 명의 섹스파트너를 전전하면서, 뭔가 상큼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을 경은이에게서 듬뿍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음탕한 내 자지는 윤활유로 푹 젖어있어서 담배를 사러 차 밖으로 나오자 아랫도리가 써늘했다.


얼마 전 경은이와 그때 얘기가 나와 어땠냐고 물어보니까, 경은이도 팬티가 장난이 아니었고.

그런 애무만으로도 아마 거의 서너 번은 오르가슴 비슷한 데까지 간 것 같았다고, 그때를 그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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