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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키넷 야설) 자전거 - 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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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내. 어린애인데. 아니지. 25살이 무슨 어린애야? 알 것 다 알 텐데..... 그래도...’


내 마음속의 악마와 천사가 한참 동안 전쟁을 치렀고, 난 그 전쟁의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술기운과 피로감에 잠이 들어버렸다.

다디단 잠을 자고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물소리에 살포시 잠에서 깨었다.


“응? 무슨? 아! 나 혼자 잔 게 아니지. 수지가 씻나 보네?”


혹시 욕실에서 나올 때 눈이 마주치거나 노출이 심하게 나오면 무안해할까 봐 난 그냥 잠든 척했다.

잠시 후 물소리가 멈추고서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욕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서 수지가 침대로 다가온다.

그리고 내 얼굴을 확인하는 것 같더니 이내 자신의 침대로 향한다.


내가 누운 방향이 수지의 침대 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실눈을 뜨고서 봤다.

수지는 대형 타올로 몸을 감고서 나왔다. 자신의 침대 쪽으로 가더니 이불을 걷어내고서 침대 시트를 확인하듯이 손으로 문지르면서 나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리고 침대에 돌아앉아 몸에 두른 타올을 풀고서 알몸인 채로 자기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팬티와 겉옷들을 꺼내서 입기 시작했다.

수지가 옷을 모두 입은 것을 확인하고서 난 가만히 눈을 뜨면서 말했다.


“잘 잤어?

“어머. 깼어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본다.


“왜? 난 아무것도 안 봤어! 너 벗은 몸이나 옷 입는 거 절대로 안 봤어! 히히히”

“아휴 늑대! 어제 한 말이 맞네요! 세상 남자들은 모두 나쁜 놈이라는 것!”

“배 안 고프냐?”


내가 이불을 걷고서 침대에서 내려서는데 “엄마야!”라고 하면서 수지가 얼른 고개를 돌린다.


“왜? 어? 미안!”


난 얼른 이불로 내 몸을 가렸다. 사실 난 혼자서 사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잠잘 때는 거의 옷을 입지 않는다. 물론 노숙할 때나 단체로 잘 때는 다르지만.

어젯밤에 술기운에 아무 생각 없이 난 옷을 모두 벗고 잔 것이었다.


“됐어! 가렸어! 얼굴 돌려도 돼!”

“일부러 그런 거죠? 변태!”


수지가 째려본다.


“일부러? 일부러라면! 내가 말한 것처럼 어젯밤에 내 본능이 이성을 지배했어야 하는데? 혹시 흔적 같은 거 모르겠디?”


난 농담을 하면서 욕실로 향했다.


“훗! 아침에 확인했는데. 오빠! 믿어도 될 거 같아요! 배고프니까 얼른 나와요!”


난 간단하게 샤워하고서 욕실을 나왔다. 물론 수건으로 가리고서.


“어디? 목적지는 정해두고 가는 거야?”


해장 겸 아침으로 조갯국과 밥을 먹으면서 물었다.


“아뇨? 목적지가 있으면 3주 동안 여기까지만 왔겠어요?”

“하긴. 그런데 혼자서 계속 여행할 거야?”

“여행은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하고 싶은데..... 어제 일을 당하고 나니 무섭기도 하고, 그렇다고 지금 돌아가기는 싫고. 오빠는 어디로 가요?”

“글쎄? 나도 딱히 정해놓고 나온 길이 아니라서. 왜?”

“아니. 계속 여행할 거면 같이 가자고요!”

“날 믿을 수 있겠어?”

“어제 그런 놈보다는 낫겠죠. 뭐!”

“야! 어떻게 그런 놈하고 나를 비교를 하니? 기분 나쁘게.”

“그렇긴 하죠? 나를 구해주기도 하고, 또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히히!”

“내가 너 건드리지 않은 것은 어떻게 알아? 내가 다 하고서 뒤처리했을 수도 있잖아?”

“참 내! 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 여자가 처음 그거 하면 흔적이 남잖아요?”


수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든다.


“너. 나 몰래 해장술 마셨지?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

“어이구! 진짜.”


우리의 대화는 간단하게 끝났다.


“동해로 갈까? 서해로 갈까?”


큰 나무 그늘에 서서 우린 일정에 대해서 논의했다.


“어디라도 좋아요! 전 아직 이런 여행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럼, 여기서 이 길을 따라서 이쪽으로 해서 제천하고 영월을 거쳐서 태백으로 간 다음에 삼척으로 일단 가보자!”

“좋아요! 우리의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파이팅!”


수지는 자기 손바닥을 들어서 내 손바닥에 부딪히면서 하이 파이브를 한다.


가는 길에 군데군데 들러서 간단한 물품들을 더 구매했다. 랜턴, 버너, 코펠, 비상식량으로 라면, 반사광 테잎 등 내 딴에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지도 그렇고, 나도 지난밤 편안하게 숙면을 한 덕분인지 그날 안성을 거쳐서 죽산을 지나 일죽까지 갈 수 있었다.

일죽에서 국도가 아닌 지방도로로 빠졌다. 이미 해가 기울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지금부터 처음 보이는 곳에서 자고 가자!”


수지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사인을 보낸다.

그래도 아직 경기도라서 그런지 러브호텔들은 무척이나 많이 있었다.


“저기서 잘까?”


보이는 모텔을 가리키자


“우리 민박해요!”

“민박? 지금 구하기 힘들 텐데?”

“구해보고 없으면 모텔에서 자죠. 뭐!”

“그래! 오래간만에 따뜻한 구들장에서 자보자”


근처에 보이는 동네로 들어갔다. 그런데 근처의 세 군데 마을을 돌아봤지만, 민박을 하는 곳은 없었다.

휴양지도 아니고, 더군다나 피서철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그냥 모텔로 가요!”


그때야 수지가 말을 한다. 해는 이미 떨어졌고, 가로등 불빛과 준비한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모텔 간판을 찾아갔다.


“침대 두 개 있는 방 주세요!”

“우린 침대가 모두 하나밖에 없는데요”


나이 든 아줌마가 말을 한다.


“그래요? 다른 데로 갈까?”

“이 근처는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라서 침대 두 개 놓고 장사하는 데가 없어!”


아줌마가 말을 한다.


“그래요?

“침대 넓어! 퀸사이즈라서 좋아!”


난 수지의 얼굴을 보았다.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냥 방 주세요! 따뜻한 물이랑 잘 나오죠?”


수지가 앞장을 선다.


“야! 어떻게 할 건데?”

“전 원래 침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빠가 침대에서 자고, 난 바닥에서 자면 되지! 아줌마 이불 한 채 더 주세요!”


수지가 씩씩하게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 저녁 못 먹었잖아?”

“그러게요? 이렇게 힘들게 여행하면서 밥 거르면 안 되는데.”


난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서 근처에 식당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여길 들어오는 동안 식당 같은 것을 못 본 것 같았다.

우린 할 수 없이 낮에 준비한 버너와 코펠에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우린 허기진 배를 라면으로 채우고서 번갈아서 샤워하고서 침대와 바닥에 자리를 준비하고 누워서 TV를 켰다.

수지가 켠 TV에서는 화면이 들어오기도 전에 여자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


난 수지의 얼굴을 봤고 수지는 영문을 모르는 표정으로 화면을 보다가


“어머? 뭐야? 이런 게 나와?”


수지는 이불로 얼굴을 가리고서 더듬거리면서 리모컨을 찾기 시작했다.

난 얼른 일어나서 리모컨으로 내가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유선 케이블에서는 대부분 성인영화만 나오고 있었다.

한참을 돌리다가 간신히 공중파 채널을 찾아서 따분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난 그만 잠이 들었다.


새벽인지 밤늦은 시간인지 뭔가 불빛을 의식하면서 가만히 눈을 떠보니 수지는 리모컨을 잡은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서 반사된 파란색의 빛은 수지의 상기된 얼굴에서 밝기가 변하면서 켜져 있었다.

화면을 슬쩍 봤더니 처음에 TV를 켰을 때보다 훨씬 농도가 짙은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성기만 노출하지 않을 뿐 포르노를 능가하는 장면들이었다.


“얌마! 안 자냐? 내일 또 힘들게 가야 하는데.”

“어머나!”


수지가 얼굴이 더 빨개지면서 놀란다.


“얼른 자라!”


수지는 가만히 몸을 일으키더니 슬그머니 침대로 올라와 걸터앉으면서 나에게 말을 한다.


“오빠! 남자랑 여자랑 저렇게 섹스하면 진짜 좋아?”

“뭐? 섹스?”


잠이 달아난다.


“어떨 것 같냐?”라고 물었다.

“으응! 그게 잘 모르겠는데. 내가 이거 계속 보고 있었는데 여자들이 다들 좋아서 죽던데. 진짜로 그렇게 좋아?”

“너 진짜로 잠 안 자면 좋은지 안 좋은지 몸으로 알게 해준다? 응?”


난 수지를 침대 밑으로 내려보냈다.


“뭐? 몸으로 알게 해준다고? 안돼!”


수지는 얼른 TV를 끄면서 이불을 덮고서 자는 척한다. 난 그 모습을 보면서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간신히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찌뿌듯하다.


“야! 혹시 너 잠 안 자고 나 밟았냐? 몸이 왜 이렇게 무겁냐?”

“오빠가 날 밟은 거 아냐? 내 몸이 천근만근인데? 아유 죽겠네.”

“너도 그러냐?”


커튼을 젖히고서 밖 날씨를 봤다.


“이런? 제기랄”

“왜?”


수지가 내 등에 자기 가슴을 밀착시키면서 밖을 내다보다가


“뭐야? 비가 오네? 이러면?”

“몸 떼어라! 느껴진다.”

“응? 뭐라고? 엉? 뭐야? 짐승.”


내 등을 주먹으로 쥐어박으면서 내 몸에서 떨어진다.


“킥킥킥! 보기와는 다르게 풍만하다.”

“정말 자꾸 그럴 거야?”


수지가 토라지면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이대로 가야 하나? 아님. 오늘은 여기서 하루 더 묵어야 하나?’


“야! 어떻게 할까? 여기서 하루 더 있을까? 아님. 비옷이라도 입고서 출발할까?”


수지한테 생각해보라고 하고서 나도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서 세수하고 나오자 수지가 말을 한다.


“오빠 일단 여기서는 나가자! 낮에 있으면 사람들 보는 것도 그렇고, 돈도 더 달라고 그럴 거 아냐. 비 맞으면서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

“그러자. 어차피 어제 먹은 게 부실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면 여기서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함께 짐을 꾸려서 모텔을 나섰다. 비옷을 살 때까지는 그럭저럭 방수기능이 있는 트렉킹복이 비를 막아주었다.

그런데 비옷을 입고서 자전거를 타고서 달린다는 것은 생각과는 다르게 무척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우리는 인도가 있는 곳으로 해서 자전거를 끌고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부슬거리면서 온종일 오겠네.”

“그러게? 우리 가서 좀 쉬었다가 가요! 걷는 것도 장난이 아니네.”


수지가 피곤하다면서 쉬고 싶어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감자밭이다.

민가나 원두막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수지야! 일단 민가가 보일 때까지는 좀 걸어가 보자. 힘들어도 그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수지가 입술을 내밀어 보이면서 내 뒤를 따라온다.


“야! 찾았다.”


앞서서 걷던 내가 꺾어진 길을 돌아서면서 말을 했다. 거기엔 폐교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학교가 있었다.


수지와 나의 걸음이 빨라졌다. 학교의 정문은 ‘폐교 안내문’이 교문에 걸려있었다.

물론 교문은 이미 제구실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우린 어렵지 않게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운동장에는 잡초들이 허리높이까지 자라있었다.

건물 쪽으로 가보자 엉성하게 닫아 놓은 문은 힘없이 떨어지고 우리에게 내부를 드러냈다.


“일단 몸 좀 녹이게 불을 지펴야 할 것 같으니까 넌 자전거 세우고 비옷도 벗고 자리 좀 잡아봐! 난 땔감을 좀 찾아볼게!”


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용하지 않는 책상이나 걸상을 좀 가져다 땔감으로 사용하려고 하는데 책걸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닥재였다. 그런데 여간 튼튼한 것이 아니라서 뜯어지질 않는다.

난 교실마다 발로 바닥을 밟아보면서 뜯을 만한 것을 찾고 있는데 유리 창문을 통해서 정문으로 웬 차량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뭐야? 우리처럼 쉬었다가 가려고 하는 건가?’


마지막 교실에서 막 바닥재를 뜯어내는데 “아악!”하는 수지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뭐야?”


나무들을 내팽개치고서 내가 들어온 입구로 달려갔다. 달리는 동안에 난 조금 전 들어온 봉고차가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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