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3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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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저거 봐요. 산이 너무 이쁘네요."


"칫.그게 뭐가 이쁘냐. 두고 봐 돈벌면 훨씬 더 이쁘고 멋진데에 데려갈테니까."


 

승민의 다짐에 채윤은 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고마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고맙긴 뭘...여자친구랑 여행 가는 건...내 평생 소원이었다고."


"정말요?"

 


채윤은 놀랍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천재란 수식어를 달고 살았던 남자의 소원이 여친과 여행이라니...그녀의 관점에서는 아이러니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응...정말로..."


 

감격에 찬 그의 진심어린 눈망울을 보자, 채윤은 새삼 여행을 가자고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뿌듯해졌다.


 

"음...또...뭐하고 싶은데요?"


"뭐라구?"

 

"여자친구와 하고 싶은거...뭐가 있었나요?"


 

채윤의 질문에 승민은 또다시 곰곰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같이 하루 종일 데이트도 하고...같이 집에서 놀기도 하고...기념일에 선물도 주고받고...또..."

  


채윤은 그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빙긋 웃었다. 그가 말한 것들 하나하나...평소에 자신은 관심조차 두지 않던 먼나라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들으니 승민과 함께 그것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또 뭐요?"


 

승민은 머뭇거리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채윤이 몇번을 재촉하자, 그제서야 승민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에이...다른 하나는 말 안할래."


"왜요?"


 

뭔가 불만이 가득하다는 듯 삐진표정을 지어보이는 채윤이 귀여웠지만, 승민으로써는 그녀 앞에서 말하기엔 너무나 쑥쓰러운 것이었다.



"아..그게..별거 아닌데."


"뭔데요?"


"그...데이...있잖아. 발렌타인데이 같은..."


"아...그거요?"


 

채윤은 어찌 보면 유치하지만, 왠지 순수해 보이는 그 소망이 재밌어서 웃었지만, 승민에게 있어서는 진지한 고민이 었다.

남들다 여자친구나, 혹은 평소에 자신을 좋아해 주던 여자들이나, 또 혹은 그냥 친구들에게 쵸코렛을 받아서 갈때에, 승민은 초코렛은 커녕 각설탕 하나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여자친구가 직접 만든 쵸코렛을 마치 지나가다가 돌멩이 주은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형준을 보며 승민은 가슴속으로 얼마나 고통의 눈물을 흘렸던가.



"어려운것도 아닌데 뭘 그렇게 쑥쓰러워 해요."

 

"창피하잖아...난 받아본 적이 없거든."


"정말요?"


"응.."


"그럼...돌아오는 2월에 제가 꼭 해줄게요."


 

승민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껴안고 감동의 눈물을 질질 흘리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채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 보던 승민의 뇌리 속에 무언가가 스쳐갔다.





'그러고 보니...채윤이는 화이트데이때 사탕 엄청 받았겠다..'


 

자신이라도 고등학교때 채윤이 같은 학교였다면 아마 그는 분명 채윤에게 사탕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화이트데이때 넌 많이 받았니?"


"화이트데이요?"


"응.그 사탕주는 날 있잖아. 남자가."


"아..그거요...그냥...뭐...종종 받았어요."

 


채윤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승민은 왠지 궁금해져서는 채윤을 다그쳤다.

 


"몇 개 받아봤는데?"


"여태까지요? 글쎄요..세어보질 않아서.."


 

승민은 그녀의 말에 입을 쩍 벌렸다. 결코 잘난척하면서 말하는게 아니라, 정말 많아서 기억해 내기 곤란하다는 듯 한 진지한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그럼 한번에 젤 많이 받은게 몇개야?"


 

채윤은 다시금 또 진지하게 곰곰히 생각했다. 별거 아닌 질문에 진지하게 임하는 채윤의 모습이 승민은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한...3~40개 되는거 같네요"


"....."


"오빠?"


 


채윤은 넋이 나간듯 입을 쩍 벌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기차는 설레는 둘 을 태우고 달리고 또 달렸다.


  


-


"아이씨...귀찮아.귀찮아.귀찮아."



높은 빌딩들. 그리고 그것과 묘하게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길. 가로수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광경. 기회의 땅에서 살아가는, 푸른 눈과 오똑한 코를 가진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하지만 형준은 그런 광경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공부만 하기에도 시간이 아까워 죽겠는데, 그는 본이 아니게 심부름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거..무슨 인사를 드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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