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2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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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게요."


"그래.잘자."

 


이내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그녀의 미소. 이제 자신의 여자. 자신의 미소가 되어 있는 그 상황이지만 왠지 승민은 너무나 아쉽다.

그녀가 탄 엘레베이터 문이 닫힐때까지 승민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비로소 몸을 돌렸다.




'으아아아아아!'


 

기분이 좋고 행복해서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채윤과의 여행이라니...생각만해도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다. 

한참이나 미친놈처럼 볼까지 실룩거리며 웃고 있던 승민은 갑자기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둘만의 여행?'



마음속 깊은곳에서 곰실곰실 올라오는 야한생각.그는 고개까지 저어가며 자신을 타일렀다.


 

'뭐...좋아하는 사이라면 그럴수 있지만...채윤이는 그런거 생각안하고 한 말일텐데 김치국부터 마시지 말자..'


 

자신을 타이른 승민은 신이나서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빨리 내일모레가 왔음 좋겠다!'


 


-


"다녀왔습니다."


 


채윤은 인사를 하고는 살짝 놀라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오늘도 창가쪽에서 뭔가를 생각하듯 서있는 자신의 아버지. 그는 딸의 인사를 살짝 받아주고는 몸을 돌렸다.



"잠깐만 이야기좀 하자."


"네?"



항상 말이 없고 과묵하던 아버지였기에, 채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쇼파에 몸을 기댔고, 채윤은 들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



"무슨 일이세요?"


"그동안 대화가 없었기도 했고."


 

채윤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아버지에게 할 말이 있었다. 물론 승민에 관한 것이었다.



"말씀하세요."


 

채윤은 덤덤하게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강인해 보이는 얼굴. 

비록 세월의 영향으로 주름살은 조금 있었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냉철한 눈이었다.



"남자아이가 하나 생긴 거 같길래."


 

아버지의 말에 채윤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동안 부녀지간에 대화가 없었던지라 아버지의 물음에 맞는다고 대답을 하기가 조금은 쑥스럽다. 



"그리고 그 남자친구를 한번 만나봤다."

 

"들었어요. 학교에 오셨다면서요."


 

의외로 덤덤하게 말하는 채윤을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던 그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사내자식이 입이 싸게 그걸 또 쪼르르 이른 모양이군."


"그런거 아니에요. 대화하다가 어쩌다 그 말이 나왔을 뿐이에요."


"아무튼. 어쨌건 간에 하나 더 묻자. 너 그 녀석 때문에 유학 포기한 거냐?"


"아뇨...아니에요. 다만 제 꿈이 항공엔지니어여서...미국에 가지 않아도 노력하면 충분히 될 수 있는 것이어서..그래서 결정했을 뿐이에요."


"그럼 왜 그 전엔 나한테 말하지 않았지? 항공엔지니어가 꿈이니까...가고 싶지 않다고."


"그건..."


 


채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버지 앞에서 승민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그런 결정을 해버린 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아버지는 한참을 머뭇거리는 채윤을 보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이...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는 이렇게 변해버린 딸을 보자 우승민이라는 그 학생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릴적 부터 말도 많이 없고 여태껏 자라면서 남자에게 관심 한번 주지 않던 아이가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그 녀석이 궁금해지는군.'


 

문득 승민이라는 그 아이에 대해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그였다.


 

"뭐...아무래도 좋아.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 미래를 보고 선택한 거라면 나중에 성공한 결과를 아빠에게 보여달라는 거야."



채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말은 간단했다. 실제로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됨으로써 증명하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늘 그런 식으로 경쟁심이나 성취욕구를 자극하는 교육을 해왔었다.



"그리고 덧붙여서....난 그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아."

 


"아빠."


"하지만 두고는 봐야겠지. 난 내 직감만 믿는 사람도 아니고 내 딸이 연애를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꽉 막힌 사람도 아니니까."



채윤은 아빠 앞이라 긴장했던 얼굴을 살짝 풀고 웃었다. 

딸아이의 웃는 모습을 볼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았던 아버지는 이제 제법 의연해진 딸의 모습에 물론 놀라는 눈치였다.


 

"꼭....아빠 맘에 드실거에요. 그리고...증명해 보일게요."



-


"으으윽!"

 


집에 오자마자 싱크대를 본 승민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일단 설거지부터 해야겠다..."


사실 집에 오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자신의 집 싱크대 위에 무지막지하게 쌓여있는 빈 그릇들을 보고는 승민은 조용히 고무장갑을 꼈다.


 


"엄청 많네...엄마가 보면 며칠은 두들겨 맞을 텐데..."

 




 


덜컥!



"으응?"


 

승민은 반사적으로 현관문을 들여다 보았지만 누가 문을 잡아당기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우편함?'



분명 현관문 밖에 달려있는 우편함이 덜컥거리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집배원이 다닐리도 없는데...?'

 


승민은 고무장갑을 낀 채로 우편함을 열었다. 엽서만한 작은 우편물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누가 급한 일이라도 있나?'



그는 우편함을 뒤적여 눈에 보이는 작은 종이를 꺼내들었다.


 

'엥?'

 


승민은 우편물을 끄집어 내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게 잘려진 종이 위에 신문이나 잡지의 글자들을 오려 붙인 문구가 있었다.





-그녀의 옆에있는 댓가를 곧 치르게 될 것이다.-


 


'이게 뭐야..?.'



자필로 쓴것이 아닌 잡지나 신문지를 오려 만든 일종의 경고장이다.


 


'뭐야...신종 스팸이나 피싱인가?'



승민은 별생각 없이 종이를 휴지통에 넣어 버리고는 다시금 물을 틀었다.


 


'얼른 하고 채윤이에게 전화해야지! 그리고 여행 계획도 짜고!'


 

내일모레 있을 그녀와의 여행이 잔뜩 기대되는 그였다. 승민의 콧노래 소리가 조용한 원룸안에 울려퍼졌다.


 


'진짜...짱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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