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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야설) 여자의 본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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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 그녀를 처음 본건 어느 날 우연히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나서였다.

그는 평상시와 똑같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놔 봤다. 그러다가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날은 그녀의 뒷모습을 먼저 보게 되었다.

주름이 진 짧은 검정 미니스커트에 검정 타이츠 스타킹을 신은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 어딘가로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동현이 탄 버스가 출발하고 그녀와의 사이가 점점 가까이 왔을 때 그녀는 어떤 건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비록 멀리서 본 것이지만 그가 본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리 작지 않은 키에 날씬한 몸매는 보통의 여자들이 입었을 때는 그렇게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주름진 짧은 미니스커트가 무척 어울려 보였다. 치마 밑으로 드러난 다리 또한 길게 쭉 뻗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 그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그가 너무 늦게 출발하든지 아니면 너무 일찍 출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는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는 집에 가까운 정거장에서 버스를 탔기 때문에 그녀가 버스에서 내리기 전이었다.

평상시대로 라면 그는 앞쪽 자리에 앉았는데 그날따라 앞쪽에 빈자리가 없어서 뒤에 있는 좌석에 앉기 위해 버스 안을 걸어가는데

눈앞에서 막 일어나서 내릴 준비를 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일부러 조금 불편한 자리였지만 그녀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를 훔쳐보았다.

그날은 미니스커트 차림이 아니었다.

두꺼운 겨울용 롱스커트 차림이었지만 그 모습도 무척 세련돼 보였다. 그리고 약간 외이브를 준 긴 머리가 잘 어울리는 니트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날은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보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녀는 몸매에 어울리게 아주 미인형이었다.

그녀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도 그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좀 더 보기 위해 그녀가 지나간 뒤에도 고개를 뒤로 돌려 그녀의 모습을 멀리서나마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내 그녀는 지난번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녀가 들어간 건물이 4층에 보험회사 지점이 있다는 것을 며칠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짐작으로 그녀는 보험판매원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그녀는 유부녀일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대부분 그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30대 초반부터 4~50대의 아줌마들이었다.

때로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40대의 아줌마들도 보였다.

동현은 유부녀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실망하게 되었다. 이미 임자가 있는 여자를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보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일부러 그 여자가 출근하는 시간에 자신도 버스를 탔다.

그것도 항상 한 정거장 전에 그렇게 얼마 동안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동현에게 뜻밖의 기회가 왔다.


그날은 전날 밤샘 작업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 내내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침대에서 뒹굴던 동현은 동네에 있는 친구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 놀러 갔다.

평소에는 출근하느라 별로 만나지 못했던 친구라 오랜만에 저녁이나 먹자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친구 가게에서 밀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미모의 여자를 보는 순간 그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바로 그녀였다.

보험 홍보 겸 인사차 방문했다며 친구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홍보물을 놔두고 금세 나갔지만, 그녀가 있는 동안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마치 그동안 몰래 그녀를 훔쳐보던 것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나가고 나서 친구에게 모르는 척 "보험 하는 아가씨니?" 하고 물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뭘"

"조금 전에 나간 그 여자 꼭 아가씨 같지"

"뭐 그럼 아가씨 아니니?"

"응 결혼한 지 5년인가 된다고 하던데."

"정말 하기야 요즘은 누가 아가씨고 누가 유부녀인지 도무지 짐작을 못하겠더라고."


그리고 친구에게서 그녀가 영업하는 곳이 친구 놈 가게 근처라는 얘기도 들었고 매주 한두 번은 꼭 방문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 시간에 동현은 회사에 출근해 있는 시간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몇 번을 친구 비디오 가게에 놀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친구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든 정보를 얻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가 결혼하지 꼭 5년이라는 것은 처음에 들었던 얘기고 새로운 사실은 현재 남편과 같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편이 사업을 하다 망해서 도망 다니고 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녀가 보험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친구 가게 주위의 사내놈들은 행여나 한번 어떻게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모두 보험 하나씩은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친구 놈도 그중에 한 명이다.


동현은 뭔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취급하는 보험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주력했다.

사실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친구 놈 가게에 그녀가 놓고 간 보험 안내문과 책자들만 모두 수거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현이 그녀를 어떻게 해볼 생각은 아니었다.

우선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너무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잠깐이라도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취급하는 보험에 대한 정보를 다 얻은 그는 그날부터 보험 판매원이 되다시피 하였다.

우선 회사 동료 중에 보험에 들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설득에 성공할 때까지 갖은 아양과 뇌물(?)을 먹였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을 투자하고 나서 회사에서 10명의 보험 가입자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친구 놈에게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xx 보험 앤젤대리점 김세현이라고 합니다."

"친구 xx 소개로 전화를 드렸는데요."

"아 네 그러세요.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무척이나 상냥한 목소리였다. 그가 처음 듣는 그녀의 목소리였다.

가슴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그녀가 눈치채지 않게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 보험을 들려고 하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파악한 보험에 대한 여러 가지 조건들을 먼저 확인하였다.

그녀는 약간 놀라는 것 같았다. 자신이 설명하기도 전에 벌써 가입할 보험상품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는 고객은 처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약소시간에 맞춰 직원들의 자필 서명이 된 보험 계약서를 들고 챙겨 들고 약속 장소인 회사 근처 커피숍에 나갔다.

그녀는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이었다.

뭔가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외우는 보습이 동형이 가입할 보험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현이 자신이 가입할 보험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가입할 보험에 대해서도 이미 훤히 꿰고 있었다.


"저.. 김 세현씨?"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서는 동현을 보자 벌떡 일어나며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의례적으로 고개를 숙여 동현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xx 보험 앤젤대리점 김세현이라고 합니다."

"아예.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최동현이라고 합니다."


조금은 어색한 인사말을 주고받은 후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커피를 주문한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의 시간이 흘러갔다.

아마 이 여자는 보험 판매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았다.

일반적인 보험 판매원이라면 쉴 시간도 주지 않고 보험 설명을 하게 마련인데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저. xx 상품에 가입하신다고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겨우 말문을 연 그녀는 그에게 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저. 실은 제가 그 상품에 대해서는 이미 다 알아봤거든요. 그래서 그리고."

"아니 벌써요?"


조금은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예. 싫은 제가 친구 놈의 가게에 놀러 갔다가 세현 씨가 놓고 간 서류를. 참 그냥 세현 씨라고 불러도 되나요?"

"예. 편하실 대로 부르세요."

"예. 그러니까 세현 씨가 놓고 간 보험 안내 책자를 가져다 다 검토해 봤거든요. 그래서 가입하려고 합니다."

"아. 그래요. 그럼"


그러면서 그녀는 보험 가입 절차에 대해 하나씩 얘기했다.

동현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친구를 통해 보험 가입 계약서를 가져다 직원들의 자필 서명을 이미 받아 놓은 상태였지만

여자의 설명을 막는다는 게 조금 그래서 그냥 듣고 있었다.

한참 동안 보험 가입 절차에 대해 설명을 마친 그녀가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기 위해 잠깐 멈추는 순간.


"저. 사실은 이미 가입 계약서에 서명 해뒀거든요."


하며 서류 봉투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는 놀라는 표정과 함께 지금까지 자기가 한 설명이 헛된 것이었다는 생각으로 약간은 기분이 상한 표정이었다.


"실은 설명을 중단시킬 수 없어서 그냥 듣고 있었습니다. 실례가 되었다면 용서하십시오."



세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처음 이 남자에게 전화를 받았을 때도 자기 구역이 아닌 전혀 다른 구역이라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명도 하기 전에 자기가 가입할 보험에 대해서 다 알고 있고, 거기다 미리 보험 계약서에 자필 서명까지 해서 가져온 나온 사람은 이제까지 처음이었다.


사실 그녀는 이곳에 나오면서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언젠가 듣기고 보험 가입을 미끼로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는 약속 장소를 누구나 이용하는 커피숍으로 잡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하고 나왔는데 지금 이 사람의 모습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더구나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이 남자가 내민 서류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두 사람도 아닌 열 사람의 서류를 내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아침에 지점장으로부터 실적이 없다고 혼나고 난 다음인데 한꺼번에 열 사람을 가입시키면 그녀는 단숨에 순위권으로 들어간다.


"아니. 이렇게나 많이요?"

"네. 제가 동료들에게 이 상품이 좋으니까 가입하라고 설득을 좀 했거든요."

"저. 정말 뭐라 고맙다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 아닙니다. 이렇게 좋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이 남자 되레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다니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대부분의 사내, 아니 지금까지 이 남자를 제외한 모든 사내는 보험 가입을 한다는 이유를 대며 그녀를 어떻게 한번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서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식대는 한사코 자신이 내겠다고 우기는 세현을 제치고 동현이 냈다.


- 추신 어느 분의 댓글에 따라 내용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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