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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녀 야설) 여자의 본능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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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게 되었다. 

동현이 소개해준 사람들이 다시 소개해주는 형태로 매월 일정량의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번 회사의 직원 전체에 대한 보험 계약으로 인해 그녀는 적잖은 수당을 받고 있었다.

지점직원들은 그녀를 무척 부러워했고 그녀의 능력을 아주 높게 평가해 주었다.

그녀는 이제 남편의 빛도 어느 정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그녀는 남편을 다시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남편은 도망 다니며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 언제나 남편의 짤막한 전화는 자신은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도대체 그녀가 어떻게 해서 먹고사는지 잘 있는지 몸은 건강한지 단 한마디도 묻지 않고는 끊어 버린다.

이 남자는 도대체 남편이란 작자가 자기 부인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자기만 잘 있다고 하며 끊어 버리는 게 능사였다.


비록 그런 남자지만 그래도 세현에게는 남편이었다.

이제는 그런 남편이라도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일이 힘들어 집에 들어서자마자 피곤함에 지쳐서 쓰러져 자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조금의 여유가 생기고 그러면서 혼자 있게 되는 저녁 시간이 길어지게 되자 지금까지 없던 외로움과 쓸쓸한 감정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지만 남편은 전화 한 통 없었다. 아마 또 한 1~2주일은 기다려야 전화 연락이 올 것이다.


그녀는 이번에는 집으로 돌아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빚도 갚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작정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하자고 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매일 밤 혼자 있는 저녁 시간은 그녀의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욕정이 조금씩 조금씩 그녀를 괴롭히는 시간이 되어 간다.

지금까지는 이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아니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자주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졌다.


남편이 도망 다니기 시작한 3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녀는 남자와 관계를 갖지를 않았다.

그동안 바쁘고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육체는 욕정을 발휘할 틈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 여유가 생긴 후 부터는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던 욕정의 불씨가 점점 타오르고 있었다.

예전에는 지나가던 연인이나 부부가 그저 단란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지나쳤는데

요즈음에는 길가에서 그런 부부나 연인을 마주치면 그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남자에게 먼저 향했으며, 마음속으로

"저 남자는 잠자리에서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남편이 아니 남자가 필요했다. 그녀 혼자 지새우기에는 밤이 너무 길었다.

혹시라도 남편이 갑자기 돌아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그녀는 평소에는 남사스럽다고 쳐다보기도 싫어하던 야한 속옷들을 사서 준비해놓았다.

그러나 남편은 평상시 전화하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

이런 현상은 지난 몇 달 동안 계속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은 1~2일 정도 늦었는데 이번에는 벌써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점점 그녀는 원인 모를 불안감으로 괴로워했다. 외로움과 불안감이 겹치는 그녀의 밤은 참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정말 더 이상 이대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남편을 찾아서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고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1개월이 지나버린 어느 날 그녀는 등기 우편물을 하나 받게 되었다. 무슨 가정법원인가 하는 곳에서 보내진 우편물이었다.

내용물을 보는 순간 그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이 치솟아 올랐다.

다시 보고 또 보아도 분명 그것은 남편이 보내온 것이었다.

아니. 그동안 몇 년을 기다리며 그녀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남편을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돌아온 게 겨우 이런 서류란 말인가?


그녀는 회사에 휴가원을 내고 며칠 동안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도대체 자신이 뭘 잘못했길래 이런 상황이 되었단 말인가?

처음 남편이 도망 다니기 시작할 때 차라리 같이 도망 다녔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이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남편에 대한 배신감은 그녀에게서 삶에 의욕을 빼앗아 가버렸다.

지금까지 그녀가 무엇으로 버텨 왔던가? 조금만 노력하면 다시 행복한 가정을 꾸밀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모든 것들을 버텨 왔는데.


퇴근 시간이 되자 모두 무슨 약속이 있는지 아니면 집에 있는 마누라가 빨리 들어오란다고 했는지 썰물처럼 직원들이 빠져나간 사무실에 동현은 혼자 앉아 있었다.

집에 일찍 들어가 봐야 딱히 할 것도 없고 또 요즘은 이상하게 집에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사무실에서 인터넷이나 검색하고 뭐 그러면서 늦게 퇴근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때였다. 그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누구지 인 시간에 전화할 사람이 없는데..."


핸드폰을 집어 들고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그는 약간 놀라며 긴 숨을 내쉬고 핸드폰을 귀에 가까이 댄다.

바로 세현이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를 만난지 벌써 2달이 넘게 흘러간 것 같았다.

지난번 회사 건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그녀의 모습이 그가 최근에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동현의 회사에서 그 회사의 납품을 받는 하도급 업체였다.

동현이 하청 업체의 선정 권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또 그 회사 사장이 유난히 뇌물을 내고 어떻게 해보려는 의도가 많은 사람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동현은 하지 말아야 할 전화를 하청 업체 사장에게 했고 그 뒤로 한두 번 그 회사에 사정을 눈감아 준 적이 있다.

갑자기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여보세요 "

"...."

"여보세요.... 세현씨?...."

"...."

"세현 씨 맞죠? 무슨 일 있으세요?"

"... 저 동현 씨! 술 한잔 사주세요."

"세현 씨. 무슨 일이에요? 알았어요. 만나서 얘기해요"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까지 그가 들은 것 중에서 가장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지난번 사장에게서 몸을 강요 받았을 때의 목소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동현인 하던 일을 그대로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인 술집에 도착한다. 그녀는 한쪽 구석에 앉아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맞은편 의자에 앉을 때까지 그녀는 동현을 알아보지 못했다.

몇 분이 지난 후에야 겨우 그를 알아본 그녀는


"왔어요?"


한마디만 하고는 혼자 술을 마셨다.


"세현 씨. 무슨 일이에요?"

"..."

"자꾸 그렇게 술만 마시면 어떻게 해요 애기를 해봐요..."


"..."

"세현 씨. 제발 얘기 좀 해봐요."

"얘기요? 무슨 얘기요?"


동현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무조건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왔다.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타고는 그저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택시가 달리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탁 트인 바닷가에 도착하니 그녀의 답답한 마음과 울분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제야 자신의 심정을 동현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동현 씨. 저 이혼했어요!"

"..."


갑자기 이혼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동현은 마치 그게 자신 때문인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왜요? 믿지 못하겠어요?"

"아. 아니 갑자기 왜?"

"남편. 아니 이젠 남편도 아니죠. 그 남자가 말이예요..."


그녀는 남편과 이혼한 사유를 동현에게 설명한다.

남편이 도망을 다니다가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 여자가 돈이 아주 많은 과부라는 것과 함께 둘이 서로 좋아하게 되었고

남편은 자신의 빛을 갚아주고 또 새로 사업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그 여자와 결혼한다고 이혼해달라고 했다는 것들을 말해주었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글쎄 말이예요..."

"뭐.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이미 위로를 해주셨는데요? 이렇게 탁 트인 바닷가에 나오니까 답답한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에요"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제가 뭐라고 해야 할지... 잘"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다. 잘됐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녀의 남편을 나쁜 사람이라고 욕할 수도 없는 그런 처지다.

그저 그녀의 옆에서 말을 들어 주며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느덧 어두워졌다. 지금쯤 시내는 주말을 즐기려는 연인들과 가족들로 들썩일 것이다.

그런데 그 도시의 한쪽에서는 이렇게 우울한 기분의 남녀가 앉아 있는 것이다.


"그만 일어나죠"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아..네"

"배고프지 않으세요?"


동현은 점심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하

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배고프다고 말하기는 곤란해서 참고 있었는데 조금 전부터 배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고 아마 그녀가 들었나 보다.


"아... 조금"

"미안해요. 저 때문에 점심도 못 드신 것 같은데..."

"아 괞챦습니다."

"어디 가서 저녁이나 먹을까요?"


동현은 근처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가까운 데에는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멀리 온 탓이다.


"아무래도 시내로 나가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야 할 것 같죠?"


두 사람은 시내까지 택시를 불러서 타고 나왔다.


지금 그녀의 기분으로는 사람들이 많이 북적대는 장소보다는 조용한 장소가 나을 것 같아 동현은 그런 장소를 찾아보지만

주말이라 대부분의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그들은 모두 웃고 있었다.


"동현 씨. 그냥 우리 집에 갈래요?"

"네에?"

"오늘은 조용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런 장소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 집에 들어가기도 싫고...."

"그래도..."

"왜요 싫어요? 내가 유부녀라서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주위 사람들이..."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 난 자유로운 몸이에요.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

"뭐.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남자를 집에 끌어들이냐고 할까 봐요?"

"..."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집은 사람들 눈에 안 띄게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는 근처의 마트에 들어가서는 반찬거리를 사고는 바로 택시를 타고 자기 집으로 향했다.


동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짐이나 들어 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얘기도 하며 물건을 고르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어색한 상태로 그녀가 앞에 서서 물건을 고르고

동현은 그 뒤에 서서 그녀가 건네주는 물건을 쇼핑카트에 담고 계산대까지 밀어주고 다시 계산이 끝난 물건을 들고 그녀 뒤를 따라 택시에 타는 게 전부였다.


그녀의 집은 동현의 집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다. 아마 그래서 동현의 집 근처의 보험회사 지점에 다니는 것 같았다.

정말로 그녀의 집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아파트라는 게 이웃집에 누가 오든 상관하지 않는 형태이고 또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

집안은 그래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동현의 자기가 얼마나 지저분하게 하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집안이 무척 깔끔하네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왜요? 동현 씨 집은 안 그래요?"

"남자들이 다 그렇지만, 전 특히 지저분해요. 청소는 거의 월중행사로 하고요..."

"다들 그렇죠. 뭐. 저기 소파에 앉아서 잠깐 기다리세요. 금방 저녁 준비할게요"


그녀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방에 들어가 있는 동안 동현은 방안에서의 그녀의 행동들을 상상하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TV를 켠다.

뭐 특별히 볼 프로도 없었지만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행동이다.

조금은 오래 걸린다 할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간편한 원피스 차림의 그녀가 방에서 나와서는 바로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그녀의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보여 주는 몸에 달라붙는 소재의 옷감인 듯 했다.

비교적 짧은 스커트 길이와 그 밑에 조금 전과는 다른 무늬의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요리하는 그녀의 모습을 살짝살짝 훔쳐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TV를 보고 있었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고 물건을 집는 순간 스커트가 몸에 짝 달 붙으면서 그녀의 엉덩이의 윤곽을 다 보여 주었다.

으레 있어야 할 팬티 선이 보이지 않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설마 노팬티?"


그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요즘은 팬티 선이 보이지 않는 속옷도 많이 나왔다고 하니까 아마 그런 걸 입어나 보다 하고 혼자 야릇한 상상을 해본다.

2~30분의 시간이 지난 후 그를 부르는 소리에 식탁에 앉은 동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제껏 보지 못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종류의 요리를 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 한편으로는 놀랐고

또 차려진 음식들의 모습이 너무 먹음직스럽고 또 아름다워서 놀랐다.

가운데에는 3개의 촛대와 그 위에 촛불까지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포도주까지


"아니? 언제 이렇게..."

"미안해요. 너무 급히 서둘다 보니 차린 게 별로 없어요"

"아니. 무슨 말씀을. 너무 놀라운데요? 그리고 이거 먹어도 되는 거예요?"

"예?"

"먹기에는 너무 아름다워서요."

"지나친 칭찬은 삼가세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불을 모두 끈다.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지금 이 여자가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편과 이혼했다며 혼자 술을 퍼마시던 그 여자라는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남편에 대한 생각, 이혼했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럼 지금 이 분위기는 뭐로 설명해야 할까 동현은 혼란스러웠다.


"설마 그녀가 날 유혹하기 위해?"


그렇다고 그녀에게 직접 당신이 날 유혹하기 위해 이러는 거예요 하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저 그녀가 하는 데로 기분을 맞춰 주고 분위기에 취해 주는 수밖에....


"그런데 만일 그녀가 유혹한다면 어떻게 하지? "


평소에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녀가 유부녀라는 생각으로 단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녀는 이혼녀이다. 남편이 없는 것이다.


"아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술 따른 지가 언제인데."


그녀는 어느새 그의 앞에 있는 잔에 포도주를 따라 놓고는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게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촛불에 붉게 불든 그녀의 볼과 어느새 화장을 고쳤는지 앵두 같은 입술은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는 그녀에게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얼른 술잔을 비우고 그는 수저를 들고는


"자 그럼 어디 한번 먹어 볼까요? 어느 것 부터 먹을까?"


제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부터 먹기 시작한 그는 순식간에 그릇을 다 비워 버렸다.

어서 빨리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빨리 먹은 것이다. 그러나


"식사 준비는 제가 했으니 설거지는 해주셔야죠?"


그녀의 갑작스러운 반격이었다. 그는 어서 빨리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설거지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그러죠 뭐..."


그는 그녀가 식사를 다 끝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해도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그녀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

그녀의 식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그는 그녀가 건네준 앞치마를 두르고 그릇들을 싱크대에 하나씩 옮겨 놓는다.


"저는 그럼 샤워 좀 할게요."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욕실에 들어가 버렸다.


"이제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그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잠시 후 벌어질 상황들에 대한 짐작은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걸 피해 달아날 수 가 없었다.




작가의 변:


조금 빨리 끝내려 합니다... 그동안 너무 오래 끈 것 같아서요. 이젠 미루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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