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네토야설) 아내 만들기 2부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아내의 결정

 

 

이야기는 일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다니는 조그만 회사가 위태위태했던 당시. 그나마 잘리지 않고 다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기고

젖은 낙엽처럼 눈치만 볼 수밖엔 도리가 없었다.

특별한 재주도 없고 지방 대학 나와서 학벌도 변변치 않은 나로서는 새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였던 것이었다.

주위의 동료들이 회사로부터 음으로 양으로 사표 중용을 받고, 월급 지급이 들 쑥 날 쑥이었지만 누구도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결혼 이후 먹고 사는 문제로 곤란을 겪어보긴 처음이었다.

양쪽 집안이 넉넉지 못했지만, 우리 부부는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하면서 멋진 우리 집을 장만하자는 일념으로 살아왔다.

 

아내가 은경이를 낳고부터 전업주부로 지내면서도 내가 버는 돈을 쪼개고 또 쪼개서 알뜰한 살림을 꾸렸고

부지런히 저축한 결과 작년에 우리 가족에겐 조금 크다 싶은 새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다.

입주할 때 욕심을 내어 조금 큰 평수를 고집했던 바람에 은행 빚과 약간의 사채가 있었지만,

충분히 갚아나갈 줄 알았는데 최근 내가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내 월급만 바라보고 살던 우리 집안에도 경제적인 곤란이 닥친 것이다.


"그거 몇 푼 한다고 애 피아노 학원까지 끊어?"

"좀 나아지면 다시 하지 뭐.

  

아내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면서도 내가 쓰는 용돈과 조금 까탈을 부리는 내 반찬은 전과 같이 준비하였다.

아내는 더 이상 자신을 꾸미는데 돈을 쓰지 않았다.

집안에서도 평범한 홈웨어나 헐렁한 월남치마 같은 것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지냈으며

나는 그런 초라한 차림의 아내가 싫었다. 그리고 그녀를 원망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거실 불도 켜지 않고 어두운 주방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신문지를 펼치고 쪽파를 다듬는 아내를 보고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회사에서 지친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화사한 모습으로 남자 기분을 좋게 해서 용기를 돋아 주어야 할 것 아니냐며

옷장 문을 열고 그동안 내가 사들여 수북이 걸린 아내의 야한 옷가지들을 닥치는 대로 꺼내서

마구 방바닥에 집어 던지며 이거 안 입을 거면 다 태워 버리라고 개지랄을 떨었다.


회사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상사들 비위만 맞추던 나 역시 심한 스트레스로 피곤했으며

바로 얼마 전 까기만 해도 우아한 미모로 나를 즐겁게 해주던 아내가 초라하게 변한 모습에 자격지심까지 겹쳐서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

울면서 말리는 아내를 뿌리치고 한참을 미친개처럼 날뛰다가 침대에 벌렁 누워버렸다.


잠시동안 집안에 침묵이 흘렀고 눈물을 훔치며 아내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내 다리를 한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자기야. 미안해. 앞으론 안 그럴 게. 자기 원하는 대로 할게... 이럴 때 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고. 자기야 힘들지?"


아내는 계속 내 다리를 쓰다듬었고 한동안 다시 침묵이 흘렀다.

눈을 떠보자 방안은 온통 아내의 옷가지와 화장품이 어질러져 있었고 내 곁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앉아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길게 웨이브진 머리를 틀어 올려서인지 유난히 목선이 길어 보였다.

삼십 대 중반 주부임에도 불구하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풍만한 가슴으로 가는 허리가 더욱 가냘프게 느껴졌다.

순간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아내의 맘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프게 한 좀전의 내 행동이 후회되었다.

나는 가만히 내 발을 주무르던 아내의 팔을 잡았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힘없이 내 품으로 쓰러졌다.

아내의 몸에선 향긋한 살냄새가 풍겨왔고 얼굴을 내 품에 묻은 아내는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내는 부업을 해 보겠다고 몇 달 전부터 지역 광고지는 물론, 인터넷까지 뒤져가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지만

마땅히 아내가 일할만한 곳은 없었다.

겨우 알아낸 것이 식당에서 서빙하는 일이었는데

생전 힘든 일이라곤 해 보지 않던 아내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간 지 채 보름도 안 돼서 드러누워 약값이 더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로 아내의 전화가 왔다.


"자기야. 우리 집 빈방 있잖아. 그거 세놓으면 안 될까?"

"응? 글쎄. 갑자기 왜. 누가 들어올 사람이라도 있어?"

"아파트라 좀 그렇지만. 잠만 잘 거라는데. 요즘같이 어려울 때 월세 받으면 도움도 될 것 같고 해서..."

"알았어.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해? 아니면 집에 가서 자세히 예기하자."

 

그날 저녁 식사 후 식탁에서 차를 나누면서 아내는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집 근처 신축 공사장에 한시적으로 일하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인데

여기가 신도시 아파트 단지라 근처에 잠잘 곳 구하기가 어렵다며

삼 개월만 지낼 건데 우리 집 빈방을 세놓으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순간 아내의 제안을 들으면서 나는 번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집안에 다른 남자가 들어와 산다면.

물론 잠만 잔다고는 하지만 말이 그렇지 한 아파트 안에서 매일 얼굴 보며 지내게 될 텐데...

아내같이 조신하고 소심한 성격에 이런 생각을 안 했을 린 없고, 더구나 아내는 그 나이에 보기 드문 미인인데.

 

평소 아내의 멋진 자태를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나는

틈만 나면 아내를 야하게 꾸며서는 모임에 데려가거나 외출을 즐기곤 했었다.

필요 이상 과다한 노출 복장 하기를 권했고, 정색하는 아내에게 아슬아슬하고 야한 옷가지를 사다 주며 입고 외출하기를 강요했다.


순진하고 착한 아내는 내키지는 않지만, 나의 요구와 말을 듣지 않으면 화까지 내는 남편의 닦달에 못 이겨서

그런 술집 작부 같은 옷차림을 하고 대문을 나서면서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당황하곤 하였다.

그때마다 나는 좀 대담하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 보라고 다그쳤고

길을 가다가도 야한 복장의 여성들만 보면 일부러 아내가 샘이 나도록 멍한 표정까지 짓고 바라보면서

당신이 저렇게 멋지게 하고 다니면 원이 없겠다고 빈정대곤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청순한 마스크에 육감적인 몸매를 가졌으며

자신도 모르게 행동 하나하나가 은근히 남자의 성욕을 자극하는 그런 타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처녀 때의 솜털같이 가볍고 미끈한 몸매는 아니지만,

더욱 부푼 가슴과 엉덩이 때문에 조금만 타이트한 옷을 입으면

굴곡이 큰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뭇 남성들의 시선 받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서 그런 아내를 둔 내가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우쭐해지는 나는

더욱 아내를 선정적이고 야한 여자로 만들려고 애썼다.

팔불출처럼, 아니 한술 더 떠서 변태스럽게 아내의 매력을 다른 남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환장한 나로서는

그런 아내의 제안에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야 큰 문제 없지만, 당신 정말 괜찮겠어?"


나는 속 마음을 숨기고 오히려 아내를 생각해 주는 듯 가식을 떨었다.


"어때. 뭐 잠만 자는 사람들인데 현관 방 주면 되지 뭐... 우리 집은 화장실도 둘이잖아. 우린 안방에 것 쓰면 되고..."


아내는 혹시나 내가 안 된다고 할까 봐서 약간은 상기된 어조로 주저리주저리 날 설득했고

그런 아내의 말을 들으면서도 내 머릿속엔 앞으로 펼쳐질 흥분된 현실을

어떻게 이용 해야 하나 하는 엉큼한 계략을 꾸미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아내의 눈길을 피하며 겉으로나마 아내를 위하는 척, 위선자의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잠시 후 나는 마치 큰 결정이라도 한 듯 담배 한 모금을 길게 내뱉으며 따뜻한 눈길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기도하듯 깍지를 끼고 있는 아내의 두 손을 포근히 감싸 쥐면서 말을 꺼냈다.


"당신만 괜찮다면 내 걱정은 마. 그런 어려운 결정을 한 당신이 난 대견해."


아내의 활짝 웃는 얼굴엔 남자를 집안에 들인다는 걱정 보다도 우선 가게에 보탬이 되는 일이 생겼다는 안도감의 행복이 역력했다.


이렇게 해서 결혼 이후 나 말고 다른 남자라곤 곁에도 가지 않던,

그토록 몸가짐을 조심했던 아내가 스스로 그것도 집안까지 남자들을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전체 1,80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