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4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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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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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거짓말. 내가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건 사랑이 아냐. 당신은 그냥 미쳤을 뿐이야."


 

채윤의 한마디 한마디가 이미 상처를 입은 동철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꽂혀 왔다.

귀를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동철은 찢어질듯 가슴이 메어졌다.

차라리 애처롭게 살려달라고, 뭐든 하겠다고 애원했다면 그의 욕구가 어느정도 충족될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채윤은 절대 그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흡사 마음을 관통해서 투심술을 펼치는 것만 같은 그녀의 깊고 차가운 눈망울에 동철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던 그는 이제 도저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비수가 꽂혀버린 심장을 움켜쥐었다.



"어째서...어째서...."


"당신은...아니 너는....그냥 관심이 모자라서 미쳤을 뿐이야."



동철의 얼굴이 꿈틀대었다. 그와 동시에 채윤의 가방에서 우웅 하는 진동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바라보던 채윤의 얼굴이 급격하게 당황으로 물들었고, 동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승민오빠-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한 동철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더불어서 가까스로 냉정을 유지하고 있던 채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버린다.



"역시...내 생각이 맞았어...이 놈 때문이었어...처음부터 이 놈이 문제였지."


"안돼...그러지마!"


 

동철에 의해 채윤의 입가에 테잎이 붙여지는 바람에 그녀의 말은 허공으로 흩어지지 못하고 수그러 들었다.

그는반쯤 미쳐버린 얼굴로 폴더를 열었다.

승민이 달아준 토끼 인형이 대롱대롱 허공에서 흔들린다.



"여보세요..."


 


-


'어라?'



승민의 아파트 앞에 차를 대어놓고 있다가 무료함에 하품을 막 하고 있을 무렵, 갑자기 승민이 튀어나와 버리자 그의 감시역을 맡았던 김실장은 스프링처럼 시트에서 몸을 튕겨 올렸다.



'어디를 가는거지?'



승민의 손에는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그리 추운 날씨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는 장갑을 끼고, 작은 종이 조각 하나를 들고는 어디론가 내달리고 있었다.



'음...좀 심각해 보이는데...쫒아가야 하나.'



사실상 일일이 뒤를 밟을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가 맡은 임무는 스토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에 저것이 채윤을 만나기 위해 달려나가는 것이라면 그역시 체크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뭔가 그의 분위기가 이상해보였다. 어둠속이라 잘은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분노와 슬픔이 가득한, 범상치 않은 표정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채윤이에게 무슨일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일이 아닐수 없었다. 김실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는 마음을 급히 수정하며 시동을 걸었다. 

승민의 뒷모습은 아득하게 멀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서둘러 엑셀을 밟았고, 그의 차는 끼이익 하는 마찰음을 울리며 승민의 아파트 정문을 급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죽여버릴거야...채윤이 신상에 무슨일이 있으면..반드시!'



승민은 달리고 또 달렸다. 눈앞에서 험한꼴을 당한 채윤의 모습이 아른거리자,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이라도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눈앞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채윤을 확인했을때보다 더더욱, 눈이 돌아갈것만 같은 아찔한 충격을 느꼈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냉정하게..'



그는 너무나 불리했다.채윤이 어디있는지 조차 알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하고 싶으면 찾아봐....-



마지막에 전화기 넘어로 들려왔던 기분나쁘게 둔탁한 음성. 그 이후로 전화기는 끊어졌고, 다시 전화를 걸어도 이미 그가 전원을 끈 모양인지 연결되지 않았기에 위치추적을 할수도 없다. 

하지만 승민은 확신할수 있었다. 자신에게 협박장을 보냈던 사람. 그리고 여행갔던날 채윤에게 문자를 보낸 그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왜?'


 

그는 달리면서 최대한 냉정하고도 꼼꼼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채윤을 납치해서 어찌저찌 하려고 했다면, 자신에게 왜 굳이 협박장을 보냈단 말인가.

게다가 전화를 받아 납치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왜 구태여 알린단 말인가. 만약 정상적으로 완전범죄를 하고 싶다면, 그런 껀덕지따윈 남겨두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이 자식....나를 노리고 있는 거구나.'



승민은 달리면서 입을 앙다물었다. 분노에 입술에서 피가 베어나왔지만 그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애초에 채윤을 납치한 그 녀석은,채윤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채윤옆에 있는 자신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승민은 한손에 그가 보냈던 협박장을 쥔채로, 화학과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미하지만, 승민의 머릿속에 동철을 추적할 만한 묘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나야. 너 지금어디야"


-아 승민이냐? 나 지금 임시 가건물 안에 있는데...무슨일이냐?-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뭐?야..무슨일....-



승민은 전화를 끊고는 앞에보이는 임시 연구실 건물을 향해 뛰었다.


 




콰아앙!



"으악!깜짝이야!"


 

문이 부서져라 돌진해 들어오는 승민때문에 한쪽에서 보안경을 쓰고 있던 화학공학과 동기가 깜짝 놀라 뒤로 자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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