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4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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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는 골치가 아픈듯 머리를 싸매는 시늉을 해보인다. 

사실 안와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가 넣어둔 쪽지 역시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럴려고 했지만, 형준이 한 말때문에 윤지는 이곳에 온것이나 다름없었다.




-기다리겠습니다. 한시간만. 뭐..다신 이곳에 안올지 모르기때문에 이런 적성에 안맞는 유치한 도박을 하는 거지만요. 기회라는건 원래 두번 안오거든요. 그럼 이만.-




기회라...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곱씹으며 형준이 기다리는 바로 와버린 것이다.


 

"글쎄요. 여기까지 오신이상 서계시는건 제가 좀 그렇잖습니까?초대한 사람은 전데 말이죠."


 

서글서글 하게 웃는 형준의 표정에 윤지는 그만 어이없게 피식 웃어버렸다.



"모든 여자분에게 다 이렇게 하나봐요?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글쎄요. 앞서 나가시는군요. 전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윤지는 형준의 말에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았다.

 


"공주병 환자로 오인받는건 딱 질색이지만, 솔직히 여자를 따로 불러낸 남자의 목적이 궁금하기도 하군요."


"그럼 전 역으로, 그런 실없어 보이는 목적에 나오신 이유가 궁금한데요?"


"그게 궁금해서 온거죠."


"글쎄요.그 말이라면 다 한거 같은데요. 기회는 두번 안오니까. 한번에 잡아야죠."


"이봐요. 박교수님 자제분이라 되게 점잖으실줄 알았는데...실망이군요."


 

윤지는 사뭇 진지하게 말을 했지만 형준은 별거 아니라는듯 넘겨버린다.

 


"그게 고정관념 아닐까요?점잖게 살아서 얻는게 뭐가 있겠습니까.게다가 원하는 것이 있을때 점잖은 사람은 거의 없지요."



 


"원하는것?"


 

윤지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었다. 남자와 연애한 경험이 없는 여자는 더더욱 아니다.

형준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쯤은 대충 넘겨짚어도 척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유부녀라면 주저할만도 한데, 그는 그런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쎄요. 저는 이 건물에 올일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아니. 없다고 봐야죠. 근데 그냥 가기엔 좀 아쉽더군요."


"똑똑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결혼한 사람에게는 그러면 안된다는 기본적 윤리는 안배운신 듯하네요. 더 나아가면 범죄와 같아요."


"글쎄요. 아직 범죄의 범주안엔 들지 않았으니까요. 범죄의 범주안에 들지 안들지는 두고봐야죠."


"대단한 자신감이시군요. 형준씨는."


"용기있는자가 미인을 얻죠. 뭐...예외로 돈이 많아서 얻기도 하지만."

 


윤지는 어이없음에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그는 대놓고 자신의 남편을 단지 돈이 많아서 미인을 얻은 사람이라고 은근슬쩍 비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는 틀린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 사정 때문에 결혼을 선택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빙빙 돌려 말하는건 싫어하니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어떻게 하실래요? 범죄의 범주안에 들지 안들지. 시험해보시겠어요?"



윤지는 할말이 막혀서 딱 거절도 못하고는 형준만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무슨말을 하는거죠?"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만약 이해를 못하셨다면 미국 대학교육 실태를 통탄할 일이겠군요."


 


윤지는 자기도 모르게 앞에 있는 칵테일을 비웠다.이상하게도 그를 내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면서.



"몇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말씀하시죠."


 

형준은 정적끝에 그녀가 입을 열자 손짓까지 해가며 받아주었다.


 

"첫번째로. 전 남편이 있어요. 그걸 뻔히 알고 그런식으로 말하는 형준씨 제안. 솔직히 불쾌하군요."


"잘 알겠습니다. 다음은요?"

 

"그리고 두번째. 형준씨는 금방 여자를 사로잡을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듯 하군요."


"말씀드렸다시피 자신감이라는 고운 단어로 대체 가능합니다."

 


윤지는 계속해서 '댓글달듯이'말을 붙이는 형준을 보며 또 한번 어이없이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말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저희회사 인턴 연구원으로 들어오세요."


"어라? 마지막은 좀 뜬금없는데요?"


 

형준의 말에 윤지는 이내 도도한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지금 시험을 준비하러 미국에 온거 아닌가요?"


"네.뭐 그렇죠."


"제 남편은 미국최고 제약회사의 후계자입니다. 형준씨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여기선 그냥 학생도 아닌 '학생 준비생'정도 겠지요."



형준은 피식 웃어보였다. 애초에 그녀의 남편과 형준은 대결구도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뼈있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그 형준씨 자신감. 인턴으로 있으면서 보여보세요. 저도...형준씨 자신감이 망상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궁금하니까요."



형준은 희미하게 미소를 띄웠다. 간만에 재밌는 여자가 아닐수 없었다.

대놓고 유혹하는것도 아니고, 능력있으면 꼬셔보라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승부욕을 조금씩 자극하는 듯한 그녀의 발언에 형준은 간만에 불타올랐다.



"실례지만, 그렇게 큰 회사가 윤지씨가 오케이 한다고 저같은 외국인 듣보잡도 채용해줄까요?"


"비서실장을 무시하는 발언인거 같은데요. 그정도 힘은 있습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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