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5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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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왔네."



아쉬우니 메아리처럼 따라서 독백하는 승민. 둘은 또 말없이 손만 잡고 있었다. 한명은 들어가기 싫고 한명은 보내주기 싫은 그런 상황이었다.



"내일 모레부터죠? 첫 출근."


"응. 벌써 그렇게 됐네."


"이제는 자주 못보겠죠?"


"무슨 소리야. 짬을내서 보면 되는거지."


"그래도...왠지 슬프네요."


 

승민은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핏 웃어버렸다. 사귀기 전에는 몰랐는데, 과연 그녀는 그런말 한마디 한마디가 승민에게는 애교로 느껴진다는 것을 알까?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오빠랑 본 영화도 재밌었구요."


"나두."



승민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춰주었다. 

입술에 달콤한 감촉이 들자마자 그녀를 꼭 껴안고 키스로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굼실굼실 올라왔지만, 승민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억눌렀다.



"그럼...들어갈게요."



달빛도 이쁘고, 아쉬워하는 그녀의 눈빛도 이뻤다. 승민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근데...채윤아."


"네?"



들어가려던 채윤이 갑자기 승민이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근데..넌 왜 존댓말하니?"


"그게..왜요?"


"그냥...선후배 사이같고..불편하잖아."


"전 이게 편해요."


"쳇..그래도 사귀는 사이끼리는 말 편하게 놓는 법이야."


"오빠도 그게 좋나요?"


"아니..특히 그게 좋은건 아니지만...불편해 보여서."


채윤이 갑자기 살짝 미소짓는다 싶더니, 이내 승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는 왜 그러나 하는 눈으로 품에 안긴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결혼하게 되면...그때는 말 놓을게요."



물론 반 장난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승민은 그녀가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채윤아."



뒷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안고 있던 둘은 광속으로 후다닥 하고 떨어졌다. 

승민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채윤이 미국에 가려고 할때 그녀와 함께 있던...바로 그 남자였다.



"아..안녕하세요."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그녀가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승민 역시 김실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버렸다.



"오랜만이네요. 승민군."


"아..네..안녕하세요."



승민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사실 오랜만이랄것도 없었다. 

얼마전 채윤의 납치사건도, 그는 뒤에서 승민과 채윤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물론 그들은 김실장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사장님께서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


"네? 저..저요?"


"두분다요."



그 말을 듣자마자 채윤과 승민둘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특히나 승민은 방금전 입맞춤이 들켰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벌써부터 오금이 저려왔다. 채윤의 아버지의 카리스마는 이미 질릴 정도로 느낀 뒤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오시죠."



김실장은 조용히 앞장섰고, 그 뒤를 채윤과 승민은 마치 죄인처럼 슬금슬금 뒤따랐다.

엘레베이터 안에서 셋이 있다 보니, 엄청난 어색함이 흘렀다. 

그녀가 살고있는 8층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이 승민에게 있어서는 영겁과도 같은 엄청나게 어색한 시간이었다.

 


'우...우와..'



아파트라고 해서 다 똑같다고 생각하면 분명 오산이었다. 승민은 그저 입을 쩍 벌리고는 채윤의 집 실내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승민은 자신의 부모님이 가난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지만,채윤의 집을 보니 왠지 자신이 심하게 가난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안녕하세요."



승민은 어정쩡하게 그녀의 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대충 눈빛으로 인사를 받은 그는 김실장을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그만 퇴근하고.."


"네. 쉬십시오 사장님."



김실장은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는 현관문을 빠져나갔다.



"뭐해? 둘다 들어오지 않고."



그녀의 아버지, 한사장은 고급스러운 가운을 입은채로 식탁에 앉아 있었고, 둘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다가갔다.



"채윤이 왔니?"


"아...엄마."



부엌에서 한 여인이 등장하자 승민은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대학생 딸을 둔 어머니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채윤의 얼굴을 생각하면 그닥 놀랄일도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승민은 공손히 인사를 했고, 채윤의 아버지와 정반대로, 그녀의 어머니는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받았다.



"말 많이 들었어요. 이리 앉아요."



"아..네."



승민은 앉으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말을 많이 들었다고?



'채윤이가 그런말을 할 애가 아닌데..도대체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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