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3섬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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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귀기로 했어요"


** 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가운데 민경이 대뜸 말을 한다. 옆의 정우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거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바뀐 거 아냐? 아무리 연상이지만.


역시 어젯밤에 케이 방에서 들었던 소리는 민경과 정우의 것이다.

저 숫기 없는 정우가 먼저 덮쳤을 리는 없고 민경이 정우를 덮쳤겠지? 상상하지 말자. 상상... 이 되어 버렸다.

끔찍하군.

아니 부러워 해야 하는 건가?

흠. 어제 발정 난 똥개라고 생각한 것은 일단 보류. 케이. 미안.


민경은 정우랑 더블을 쓰고 싶다고 주위의 양해를 구한다.

요즘 애들은 무척이나 자신의 표현에 당당하고 솔직하다. 쩝 부럽다. 솔직하고 당당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인가?

여전히 정우는 볼을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숫기 없는 놈.


"나중에 조용히 케이에게 말해서 방을 바꿔도 되잖아요."


정우가 불만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민경에게 이야기한다.


"흐흐흐. 우리 정우 부끄러워?"


민경이가 정우의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놀린다.


"어제오늘 온종일 아저씨 트리오 분들 안 보이시던데 뭐 하셨어요?"


정민이던가? 반항기 처자 중 한 명이 물어온다.

속이 뜨끔했다.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다.

세 명의 삼십 대 유부남. 인도에서 관광 온 일본 여성들과 그룹섹스 발각. 부끄러운 사실임이 틀림없다.


"왜? 우리 중 누구에게 관심 있어?"


형오 형이 대충 넘어가려고 말을 돌린다.


"형님들. 이틀 동안 갠지스강 변의 가트란 가트는 모두 도셨답니다. 성지 순례 온 인도 여성 알몸 구경하려고.

근데 젊은 처자들은 거기서 목욕 잘 안 합니다. 아주머니들이나 할머니들 그리고 애들이 대부분이죠.

이틀 동안 그걸 몸으로 확. 실. 히 체험하시고 오셨답니다."


주위가 뒤집힌다. 반항기 처자들 웃느라 숨이 넘어간다.

이거 위기에서 구해준 건지 아님. 사람 변태로 만든 건지 헷갈리는군.

아마 저 녀석은 두 가지의 경우를 모두 노린 것임이 틀림없다.

아직은 심중의 확신일 뿐이지만 저놈은 결코 순수하게 착한 놈이 아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온다.

인도에서 처음 보는 비다.


"그럼 내일 열두 시에 로비에서 뵙겠습니다. 기차 시간은 세 시입니다. 점심 먹고 출발하면 얼추 시간이 맞을 겁니다."


그리고는 빗속을 걸어간다.


"케이. 어디가?"


은혜가 쫓아가서 묻는다.

둘은 뭐라 이야길 하면서 빗속을 걸어간다.

나도 쫓아가려는데 형오 형이 내 어깨를 잡아 온다.


"어제 일찍 가서 뭐 했어?"


*************************************


형오 형님은 어제 있었던 일을 흥분해서 동정을 막 때고 돌아온 꺼병이 마냥 떠들어 댔다.


"야 ~ 걔들 몸이 얼마나 나긋나긋한지. 신음소리도 죽이고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 같더라고....

테크닉은 얼마나 훌륭한지. 꽉꽉 조여대는 거기에 도대체 몇 번을 쌌는지 몰라. 아 너 파트너 걔가 제일 죽이더라.

그년의 테크닉과 거기는 거의 감동 수준이더라. 가슴도 예술이고. 유두를 꼬집으니까 아주 자지러지는 거야.

너 가고 나서 이 대 삼으로 하는데 쪽수가 꿀려서 한 년 끝나면 딴 년이 덤벼들고 또 한 년 끝나면."


"쫀득쫀득하니까 역시 메이드인 저팬이더라구. 역시. 동방색정지국 답더라고.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케이에게 팁 좀 줘야겠어. 어떻게 그런 년들을 알아보고 꼬셨는지. 흐흐흐"


철재 형님이 형오 형님의 말에 맞장구를 친다.

형님들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다가 물을 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까지 케이와 정우의 방이었던 민경과 정우의 방에서는 교성이 흘러나오고 창문 밖에는 계속 비가 오고 있었다.

씨발. 젊은 게 좋은가 보네. 아직 초저녁인데. 긴 밤을 어찌 버티려고. 정우 녀석도.


창문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멀리서 케이와 은혜가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서로 빗물을 튀기며 장난을 치다 가로등에 기대어 키스를 한다.

은혜는 케이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데 정말 어제의 일은 꿈이었던가 싶다.

뭔가 굉장히 허전하고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도?

갑자기 어젯밤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 억울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물을 사러 현관을 나서니 아직도 그들은 입을 맞댄 채 서로를 음미하고 있다.

못 본 체 물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서 여전히 키스를 하고 있다.

씨발. 은혜 입술 헐겠다.

내 것도 아닌데 아까워 죽겠다.


"크흠. 험험. 동네 사람들 여기 좀 보세요.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외간 남자 품에 안겨서 뽀뽀하고 있대요."


내가 큰 소리로 외친다. 그래봤자 비가 오는 탓에 골목에 인적도 없고 내다보는 사람도 없지만.

키스를 하던 케이가 나를 보고 싱긋 웃고는 입을 떼고 먼저 숙소로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려는 은혜의 팔을 잡고 끌어당기자 은혜가 묘한 눈빛을 띤다.


"괜찮아요?"

"뭘? 뭐가?"

"나 지금 온몸에 똥물이 묻었어요."


깜짝 놀라 손을 떼자 은혜는 싱긋 웃고는 숙소로 들어간다.

좁은 골목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보니 색이 심상치 않다.

그제야 온 골목에 방치되어 있던 성변이 떠오른다.

제기랄.


"물 사러 가니?"

"네"

"그래. 같이 가자."


로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으려니 샤워를 한양 말끔한 모습의 은혜가 로비로 내려온다.

말없이 가게에 가서 물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케이랑 사귀니?"

"아뇨"


잠시 의문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던 은혜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곱지 않은 눈초리다.


"사이 좋아 보이던데. 아까 키스도 하고."

"케이는 키스를 좋아해요. 뭐 나도 싫지 않고요. 케이라면 환영이죠.

사귀는 사이 아니라도 키스할 수 있잖아요. 섹스도 하는데. 누군가처럼요"


짜증스럽게 대답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은혜에게 다급히 이야길 한다..


"하지만 어제는."

"아저씨 도대체 왜 그래요? 어제 일은. 아저씨 나 좋아해요?"

"난, 저기,,,,,,,"


은혜가 화가 난 듯 나에게 다가오며 윽박지르듯 물어오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은혜는 단호하게 선언하듯 이야길 한다.


"난 케이를 좋아해요. 아저씨. 계속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해주세요."


그러고는 앞서서 걸어간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비를 맞고 서 있다.

나는 생각한다. 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을까?

나는 우리 이쁜이를 사랑한다. 그렇다. 사랑한다.

은혜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외길이 아니죠."


케이의 싱글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말이야?"

"저는 담배사러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는 가게로 향한다.

그의 등을 보니 나 자신이 참 못났다는 생각이 든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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