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3섬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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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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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는 것은 늘 지루하다.

대한항공이나 JAL을 탔더라면 늘씬한 미모의 스튜어디스를 구경하는 낙이라도 있었을 터인데

어이없이 AIR INDIA의 스튜어디스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니 올 씨라는 배신감만 든다.

미스월드 콘테스트 같은데 보면 인도 대표 겁나게 이쁘지 않은가?

근데 왜 여기는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들을 가져다 놓았냐고?

게다가 이런 INDIAN 들은 전혀 공중도덕이란 관념이 없는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널찍이 몇 개의 시트를 차지하고서는 누워 자는가 하며.

기내를 운동장으로 착각하고 뛰어다니는 녀석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소음들,


"아마 이게 다른 노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힌두식 공중도덕인가 보지 뭐"


포기하고 눈을 감는다. 눈을 감자마자 나른함이 AIR INDIA 마크가 찍혀 있는 모포 속으로 퍼져나간다.


" 끙. 일곱 번은 좀 무리였지? 십 대도 아니고. 그런데 막상 이쁜이랑 한 달이나 떨어져 있으려니 마음이 좀 쓰려와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나저나 우리 이쁜이 밥은 챙겨 먹었나 모르겠네?"


귀가 아파서 눈을 떴다.


"홍콩이군."


이 비행기는 홍콩을 거쳐서 델리로 마지막으로 뭄바이로 운행한다.

홍콩이 목적이지 사람들이 내리고 나자 공항 보안 직원들이 이런저런 장비들을 가지고 기내를 검사하고 가방에 스티커를 붙이고 분주하다.

잠이 어느 정도 깨자 나는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봤다.

어느새 휑하게 느껴지는 기내에는 몇몇 인도인과 한국인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이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홍콩에서 몇몇 사람이 탑승하고 비행기는 내 고막을 괴롭히며 비행을 시작했다.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자리하고 앉아 있다. 창밖을 내다보다 기내로 눈을 돌린 나와 눈이 마주친다.


"Hi ! Nice meet you"


빌어먹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중학교 때 수없이 반복하던 문장이 튀어나왔다.

이 인도인이 뭐라고 한다. 뭐 대충 자기도 반갑다는 뜻 아니겠어?

대학도 나왔을뿐더러 나름대로 대기업에 근무하였다지만 언제 외국인이랑 이야기해 봤겠어? 그것도 이상한 발음의 외국인과.


"Are you chiness?"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그가 갑자기 질문한다.

내가 외국에 나왔을 때 가장 듣기 싫어하는 질문을 한다.

아마 다음은 일본인이냐 아니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겠지?

바로 한국인이냐고 물어보는 외국인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으니까.


"No, I"m Korean."


서글픈 질문들을 피하고자 재빨리 말을 끊어 대답한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이번엔 내가 무언가 질문을 해야 할 분위기다. 머리를 끄적이며 기내를 둘러보다 능청스럽게 질문한다.


"Do you like drinking?"

"Oh, I love it. ba bra bra..."


첫 문장의 반응으로선 좋아한다는 뜻일 것이다. 뭐 인생사 눈치로 때려 맞추는 것 아니겠어.

내가 손가락으로 그 인도인 등 뒤를 가리키니 어느새 스튜어디스가 이동식 받침대를 밀고 다가오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뭘 마실 거냐고 물어본다.


" I want to dirnk two cup of wisky with coke"


단호하게 스튜어디스를 보고 대답한다. 비행기를 타면 주로 위스키를 마신다. 두세 잔 먹고 자면 딱 좋기 때문이다. 

맥주는 소변이 마려워서 숙면에 방해되거든.

이 인도 녀석은 그런 날 보더니 씽긋 웃고는 위스키 두 잔, 물 한잔 ,스프라이트 한 잔을 주문한다.

참 잡다하게 시키는 놈일세.


델리 공항에 도착하고 느낀 첫 느낌은 영화에서나 보던 삭막하고 황량한 풍경의 공항이라는 것이었다.

군데군데 늘어선 총을 메고 있는 군인들과 고압적인 자세의 관리들.

그리고 지저분한. 잠을 자다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눈을 떠 부랴부랴 짐을 챙겨서 사람들의 뒤 꽁무니를 쫓아서 입국 절차를 밟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나를 보며 킥킥거린다.


으잉?



아!

그제야 비행기 안에서의 추태가 기억났다. 내 옆자리에 앉은 인도인과 같이 위스키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취기가 급격히 올라서 해롱해롱한 상태로 되지도 않는 영어로 그와 떠들고 신이 난 그와 난 계속 위스키를 시켜서 마시다가

"We are the World"에 버금가는 망언 "We are the Asian, we are friend" 등등을 소리높여 외치다가

누군가와 강렬한 박치기. 그리고 달콤한 키스? 이게 뭐다는 말이냐? 박치기와 키스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한걸?

당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구 붙잡고 기억 맞추기를 할 수도 없고.


이궁. 왠지 이번 여행이 유쾌할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의 비아냥 섞인 웃음 사이에서 위축된 난 우리 이쁜이가 보고 싶어진다. 몇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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