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3섬야설) 인도에서 만난 남자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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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주위를 향해 손을 흔들며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타지에 가면 무턱대고 용감해지는 사람이 있다. 꼭 그게 내 꼴이네.

우리 이쁜이가 남자는 어느 장소에서나 기가 죽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상기된 얼굴을 당당히 쳐들고 입국 절차를 마치고 얼마간의 돈을 환전해서 카터를 몰고 나가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저긴가?


** 여행사


내가 신청한 여행사의 피켓을 들고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가 다가가는 나를 보고 반가이 묻는다.


"혹시 서인호 씨입니까?"

"네"


그 남자는 나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마지막 분이 도착하셨으니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여러분의 배낭여행 가이드를 맡게 된 김 성운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편하게 K라고 부릅니다.

피곤하실 텐데 오래 말하는 건 좋지 않을 듯하고 먼저 숙소에 도착해서 방 배정을 하고 난 다음 이후의 일정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외의 정중한 말투와 배려는 나를 놀라게 했다.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의 여행 중에 내가 느낀 바로 대부분 가이드는 여행을 수월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

첫 만남에서 강한 임펙트를 주려고 질질 끄는 경우가 많았고 말도 중언부언. 비즈니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어두워서 그의 얼굴이나 형체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빠하르간지. 16people. 1. 6"


그가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니버스를 잡고 흥정을 시작했다.


"아마 환전을 아직 하지 않으신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지불하고 여러분에게 나중에 받도록 하겠습니다. 1인당 50루피 입니다."


좁은 버스를 타고 시내를 달리다 보게 된 세 발 자동차. 그리고 벽에 수백 장씩 도배된 포스터는 이국적인 흥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 앞에 앉은 배드민턴 라켓을 든 웬 인도인이 뭐라고 말을 걸어왔지만, 도저히 발음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대화를 포기했다.


"Sorry. I don"t understand your pronounce."


그렇게 대화를 포기하고 있는데 케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버스 운전사와 뭔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는데 케이의 목소리가 아주 저음으로 가다 가끔 아주 고압적으로 변했다.


"Ok, ok i"m sorry"


케이가 우리를 보고 쾌활한 목소리로 설명해준다.

버스 운전사가 다른 노선으로 가려고 해서 잠깐 다퉜다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버스에서 내리자 어두컴컴한 골목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여기는 뉴델리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지 입니다. 앞으로 이틀간 여기서 묵게 됩니다.

그리고 인도 남자들은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며 성적인 충족감을 느낍니다.

만약 인도인들이 팔이나 다리를 만지면 단호하게 No라고 하시고 화를 내셔야 합니다.

인도인들은 아주 비위생적이기 때문에 병이 옮을 수도 있습니다."


지리적인 설명과 짧은 주의를 시키고 나서 앞장서서 숙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HOTEL ****


"말만 호텔이지 실제로 우리나라 모텔 수준인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방은 더블 600루피. 트리플 650루피입니다.

굳이 에어컨이 없는 방을 쓰시겠다면 좀 더 싼 가격으로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체력관리를 위해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는 방을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 기온이 40도를 넘거든요."


숙소에 들어와서 밝은 곳에서 케이를 보자 감탄이 나왔다.

짧은 머리에 시원한 이마, 짙은 눈썹, 오뚝한 코, 고집스러운 입술, 깊은 눈매는

180이 넘을 정도의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탄력적인 체구와 갈색으로 그을린 그의 살은 그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한 스물여덟. 혹은 아홉 많이 봐서 삼십. 녀석 참 시원하게 생겼다.


"문제는 방 배정입니다. 더블과 트리플은 개인당 가격 차이가 꽤 납니다.

물론 돌아가면서 방 배정을 해야겠지만 우선은 개개인이 원하는 데로 최선을 다해 방 배정을 해 드리겠습니다."


공항에서 친해진 사람들끼리 두세 명씩 둘러 소곤대고 있었다. 방 배정과 상관없이 케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들 정하셨습니까?"


십여 분이 지나자


"아뇨. 아직"

"다들 피곤하신데 그럼 제가 임의로 정해 드리겠습니다. 부부로 오신 분들은 두 분이 더블을 쓰실 거죠? 네. 그다음 삼십 대 형님들은 트리플 쓰세요."


나도 모르게 삼십 대 트리오에 꼽혀 버렸다. 물론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같은 방을 쓰는 건 이의 없다.


"군대 가기 직전 휴학생 세 명 트리플 쓰고. 삼십 직전 반항기인 처녀들 트리플, 한 명이 남네요. 누구죠?"


구석에서 혼자 있던 아가씨가 손을 든다. 낯이 익은 것 같은데.


"뭐 저랑 더블 쓰죠. 이의 있습니까?"


헉 저 가이드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과년한 처자한테. 누구든 싫다고 하지.


"뭐 괜찮아요."


의외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란 건 나만이 아닌 듯했다.

케이에 의해 삼십 대 트리오로 규정되어 한곳에 뭉쳐 있던 우리는 일제히 그녀를 의문스럽게 쳐다보았다.

싫으면 이 아저씨들이 구해 주겠노라고. 근데 왜? 그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 별로. 엠티 가도 혼숙하잖아요."


그것과는 다른 것 같은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공대를 나온 나로서는 엠티란 선배들에 의한 극기 훈련과 다름없었다. 뭐 요즘은 개방적이니까.

케이를 보니 그는 별 흑심 없다는 듯 선량한 눈빛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고 있다. 우리만 과민반응인가? 쩝 세대 차이 난다. 별일 있겠어?


"그럼, 여기 여권 들고 와서 체크인하세요. 삼십 분 후에 제가 방별로 찾아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가씨와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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