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야설

청춘예찬 35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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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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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모습을 뒤로 하고 건물을 나가자마자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어디어디...한번 어떻게 되나 가보자고.'


 

-


승민은 기분이 좋았다. 여자친구와 극장이라...평범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그는 너무나 행복하다.

스크린에서는 첫 눈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맞는 애틋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물론 영화의 순번상 그것은 아마 거의 끝 부분이 긴 했지만, 승민은 영화내용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불빛사이로 보이는 채윤의 얼굴. 그리고 그녀 주변에서 감도는 그녀만의 향기. 긴 속눈썹 밑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이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의 팔은 승민의 팔에 감겨있었다. 그녀의 버릇인듯,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는 것이 귀여워서 참을수 없었다.


채윤은 깜짝 놀라 승민쪽을 바라보았다. 잠자코 영화를 보던 그가 팔을 뻗어 자신의 볼을 감쌌기 때문이었다.

놀랄틈도 없이 자신의 볼이 승민의 어깨에 닿았다. 그가 자신의 어깨쪽으로 끌어당겨 기대게 했기 때문이었다.

채윤도 싫지 않았다. 오히려 승민의 팔짱을 낀 손에 더욱 힘을 주어 파고 들었다. 그녀의 샴푸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만약 둘만의 공간이었으면 승민은 아마 참지못하고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맞췄을것이 틀림없었다.



'아이씨...영화 되게 짧다.'



승민은 너무나 아쉬웠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주인공이 분위기 있는 프렌치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엔딩크래딧이 올라가며 극장이 환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구석에 앉아있던 탓일까. 왜인지는 모르지만 채윤은 그대로 승민에게 기댄채로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통로를 지나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품이 너무나 좋은듯 그대로 있었다.



"오빠."


"응?"


"뮤지컬 볼때 기억나나요?"


"아...당연하지."



물론 기억이 났다. 그것은 공대의 여신이 공대의 궁상에게 데이트를 신청한 역사적인 날이다.

동화적으로 비유하자면, 백설공주님이 6번째 난장이한테 같이 숲을 걷자고 제의한 거나 다름없는 파격 그 자체인 것이다.



"그땐 왜 이렇게 하고 보지 못했을까요?"


"그...그게..."



승민은 쑥쓰러웠다. 분명히 그때 당시에도 둘은 서로에게 호감이상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다만 어느 한쪽도 섯불리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때는 왜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그녀의 말이 새삼 귀여웠다.



"이제 어디로 갈건가요?"



영화관을 나오고 나서는 둘의 거리가 더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배고프니?"


"아뇨.아직은..."


"나도 그래."



사실 승민이 하고 싶은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극장안에서 참았던것. 바로 그것. 여신의 축복 말이다.



"그럼 어디로 가요?"


"뽀뽀하러."



에스컬레이터에서 조용히 속삭이는 승민을 채윤은 살짝 눈을 흘기며 바라보았지만, 슬슬 능글능글해 지고 있는 그는 다른곳을 응시하며 딴청을 피워대었다.



"그래서 그 뽀뽀하는 장소가 어딘데요?"


"그건 비밀."



채윤은 짐짓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승민은 생글생글 웃기만했다.

어제 그녀와의 데이트에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는 인터넷으로 오늘 데이트를 하기로 한 이 번화가에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알아본 것이었다. 

헤이즐럿을 좋아하는 채윤의 취향을 아는 승민은 헤이즐럿이 맛있는 카페를 검색하다가 기가 막힌 곳을 알아낸 것이었다.




-칸막이가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


 

그것이야 말로 진정 커플을 위한 곳이나 다름없었다.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고 꼭 붙어 있을수 있었다.

물론 엉큼한 의미로 해석될수 있는 부분이지만, 승민은 조금 달랐다.

채윤을 바라보며 침을 질질 분사하는 다른이들의 시선에서부터 피할수 있다는 점이 그에겐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이런곳도 있군요."



채윤은 커피숍안의 분위기를 보며 어색해 했다.

약간은 어두침침하기 까지한 분위기.자리마다 커튼 혹은 칸막이로 가려져 있었다. 마치 이 안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엄격하게 보호한다는 무언의 메세지를 담고 있는것 같았다.



"이런데는 또 어떻게 알았어요?"



채윤이 조용히 속삭이며 묻자 승민은 무안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인터넷으로 찾아봤어."


"단지 뽀뽀하겠다는 열망으로요?"


"으윽.."



채윤은 장난스럽게 웃어보였고,점원에 의해 그들은 밀폐된(?)자리로 안내되었다.



"헤이즐럿이랑 카페라떼 주세요."



점원은 정말 안어울리는 커플이라는 표정을 팍팍 풍기며 사라졌다.



"이제 곧 오빠도 바빠지겠네요. 그쵸?"


"응. 이제 곧 본격적인 출근이니까...하하하."


"저도 방학중에 공부 열심히 할거에요."


"넌 안해도 일등일 텐데..."


"학교 공부 말구요."


"그러면?"


"음...비밀이에요 그건."


 

채윤이 새침한 표정을 짓자 승민은 피식하고 웃어버린다. 분명 그녀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 같은것을 공부할 것이 틀림없었다. 별거 아닌데도 비밀이라고 말해버리는 그녀가 귀엽다.



'근데 왜 얼굴은 빨개지지?'



왠지 채윤이 부끄러워하는것 같은 느낌이 들자 승민은 약간 의아해졌다.



"오빠는...그냥 회사만 다닐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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