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환타지야설)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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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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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11:00-


열어논 창문으로 밀고 들어 오는 초여름의 미풍은 시원하기보다는 감미로웠다.

그 미풍이, 아카시아 향기를 담고 불어온다는 게 수아의 코를 자극하며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수아는, 오전 강의를 마친 뒤 교수 연구실 창가에 선체 초여름의 미풍에 몸을 맡기고 향긋한 헤이즐렛 커피를 음미하고 있었다.

90분 동안의 강의 후에 즐겨 마시는 커피'헤이즐렛'은 역시 맛이 있었고,수아는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고 혀로 굴러가며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조잘거림이 들리는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따갑지 않은 초여름의 햇살을 피해 학생들이 나무그늘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재잘 꺼리고 있었고,

그 학생들을 감싸고 있는 형태의 아름드리나무들은 초록빛 옷을 자랑하며 수아와 마찬가지로 초여름의 미풍에 온몸을 맡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양팔을 벌린 나뭇잎의 그림자가 학생들의 머리 위로, 지면으로 흔들리며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젊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수아는 풋풋한 열기를 발산하는 학생들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수아가 한가로운 그 풍경들에 심취하고 있을 때였다.

그 정원의 숲 속에서 수아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 사내의 강렬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어~멋! ."


순간,수아는 놀라며 창가에서 커튼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커튼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자신을 올려다보던 남자를 훔쳐 봤다.


"아~ 저,학생 !!"


수아는 금세 가슴이 뛰어 왔다 .

한 학생, 아니 사내라고 표현을 해야 맞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같은 또래의 학생들보단 훨씬 나이가 들어 보였고, 어쩐지 학생이라고 '칭'하기엔 어떤, 이상스런 분위기와 무게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그 사내가 자신을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물론,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그만한 일로 가슴까지 뛴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수아로서는 심장이 콩닥 거릴만도 한 이유가 있었다.


그 학생 .아니, 사내!! 

오전 강의 시간에 '궤변'아닌,'괘변'으로 자신을 얼마나 당황케 했던가!


'해방신학'에 대한 강의 도중 갑작스러운 질문.

그 엉뚱한 질문을 해온 한 학생 때문에 수아는 적이 당황하여 강의의 리듬을 놓치고 허둥거려야만 했었다.


그 사내는 질문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손을 천천히 들고 말했었다.


'종교 속의 섹스는 의무인가 아니면 본능인가를.

'종교와 섹스?' 종교에 속한 섹스?'


수아는 뜸 금 없는 질문에 얼굴을 붉히며 등에서 식은땀이 났었다.

일순, 강의실은 기침 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고 두 개의 눈동자를 가진 삼십여 명의 동물들이 일제히 수아와 질문을 한 학생을 번갈아 보았었다.

그것도 호기심 어린 악동들의 눈초리로.

.

수아는 질문을 한 학생을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보통 학생과는 달라 보인다는 게 수아로서는 더욱 당황케 하였다.

머리는 산발이었고, 턱수염 또한 구렛나루과 함께 온 얼굴을 감싸고 있는 말 그대로 털북숭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고 굵은 안경테 속의 날카로운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었다.


'강의 신청표'를 교탁 위에서 찾아보며 수아가 말했었다.

"저. 강의를 신청한 학생인가요?"


수아가 '출석 표'까지 펴들고 질문한 학생을 다시 바라다봤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도통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과 대표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뒷장 제일 밑에 보면 있습니다!"


수아는 눈을 쫓아 출석 표 뒷장 맨 밑을 바라봤다.


[김동혁] .


수아가 그 학생의 이름을 확인한 뒤 고개를 들고 바라보며 말했다.


"출석표에 있는데 나에겐, 낯설어 보이네요?"

"   .!!?"


수아의 질문에 학생들은 물론, 당사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수아를 더욱 당황스럽게 한 것은 그 학생이 자신을 뚫어지라 쳐다본 뒤 소리 없이 책상에서 일어나 강의실을 나가 버린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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