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스와핑야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 3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다음날, 그래도 불안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아내를 잡아끌듯이 하여 드디어 아파트 입구쯤에서 그 부부와 만난 것입니다.


"어! 김 사장, 항상 이 시간이시군."

"아! 박 소장, 좋은 아침이야. 사모님도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아차. 제 집사람은 처음이시죠. 인사드려. 1002호 사시는 박 소장과 그 사모님"

"아. 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뵙습니다."


하며 아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호호. 매일 김 사장님만 나오셔서 그렇잖아도 뵙고 싶었는데 반가워요."


글래머가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악수를 청하고 아내도 미소 지으며 그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제가 짠 각본대로 착착 일이 진행되어 감에 전 글레머의 팬티라도 머리에 뒤집어쓴 듯한 성취감을 맛보았습니다만.....

아.... 세상일이란 정말 하찮은 인간으로선 짐작조차 못 할 시련을 언제나 준비해 두고 있나 봅니다.


새벽마다 우리(두 쌍의 부부)는 아예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먼저 나온 부부가 집으로 부르러 오거나 하는 친숙감을 가진 것까진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애초 바람막이에 불과했던 제 아내가 그들 부부하고 너무 친해진 겁니다. 

오히려 내가 바람막이가 되어 허수아비처럼 뭐가 그리 재미난 지 까르르 와하하 웃는 그들 세 명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판국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제 계획이 또다시 무참하게 틀어져 버린 것이지요.


그 뒤틀림의 첫 번째 이유는 글래머와 마누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친해짐에 있었습니다. 

외향적인 글래머와 여성적이고 내향적인 마누라와는 어울리기 힘들 것이라는 제 예상을 짓밟으며 그녀들은 십년지기처럼 친해져 버린 겁니다. 

처음 본 사람이면 두 사람, 레즈비언 관계로 의심하기 딱 좋을 만큼 찰떡궁합으로. 


나돌아 다니지 않고 사람 사귀기를 꺼리던 마누라가 남자처럼 껄껄거리며 웃는 글래머에게 저보다도 더 빠져 버려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제가 기분 나빠 할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여기가 타향이라 친구도 없고 쓸쓸히 지내온 걸 제가 아는 터라 내심 그런 아내의 모습도 보기 좋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글래머 따먹기란 애당초 포기해야 할 것 같더군요. 


생각해보세요. 누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남편에게 주겠습니까. 

간혹 그런 일도 있다고들 하지만, 제가 바로 옆에서 보기엔 아무래도 그건 틀려버린 일 같았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두 번째는 정말 의외였습니다. 

아내와 글래머 친한 거야 워낙 다른 두 사람이니까 요철모양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채워줄 수도 있겠구나 하며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만,

박 소장, 이 자식이 제 아내를 보더니 마치 글래머를 처음 본 날 저 같은 행색을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앞서도 말했지만 제 아내도 가만히 보면 전형적인 동양미인으로서 어디에 내어 놓아도 절대 빠지지 않는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서른셋이나 먹었으면서도 아직 세상 물정에 어두워 조금이라도 야한 소릴 제가 하기라도 하면 

귀염성 있는 동그란 얼굴을 발갛게 얼굴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하기야 그것도 한 6년 살다 보니 때로는 이거 바보 아냐?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만.....


박 소장이 제 아내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글래머하고 셋이서 다닐 때는 저하고만 이야기하며 살갑게 굴더니만 제 아내를 보고 나선 그쪽으로 찰싹 달라붙어선 글래머하고 셋이서 난리가 난 겁니다. 

그 전엔 글래머가 외톨이더니 이젠 제가.....글래머보다 제가 느끼는 소외감이 더 클 겁니다. 

전엔 셋 중의 하나, 2:1이었지만 이젠 네 명 중의 하나...3:1이니....


아무튼 이젠 글래머 따먹기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한 가지 더 덧붙여 제 아내 지키기까지 확대되어 버렸습니다. 

무슨 축구경기 같군요. 내 골대는 지키면서 남의 골대엔 기어이 골을 넣어야 하는......


넷이서는 이제 새벽 산행뿐만이 아니라 점심도 가끔 먹고 어쩌다가는 저녁에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도 하는,

그리고는 노래방도 두어 번 가는, 그런 매우 친숙한 사이로 발전해 버렸습니다. 여전히 전 왕따였지만요.


좋습니다. 박 소장이 제 아내와 친한 건 좋다 이겁니다. 그럼 의당 글래머는 저하고 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글래머는 왜 또 글래머대로 제 쪽으로는 눈길 한번 안 주고 제 아내와만 웃고 떠드느냐 이겁니다. 제 아내가 무슨 양성(兩性)주의자란 말입니까. 

전 목석 같은 ,아니 목석 그 자체인 아내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습니다만, 이거 웃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기야 전 아내를 잘 압니다. 아내는 아무리 박 소장하고 친해진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를 할 만큼의 여자는 못 된다는 걸. 

그러니 저 박 소장의 노력이야말로 그야말로 헛수고인 셈인데...


자. 이쯤에서 이야길 정리해보죠.


1. 전 글래머와 하고 싶고 글래머 남편인 박 소장은 제 아내와 하고 싶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2. 그러나 두 여자 모두 그런 남자들에겐 무관심해 보인다. 아니, 보일 뿐만 아니라 정말 그렇다.

3. 고로, 남자들은 자기가 찍은 여자하고 하는 상상이나 하면서 딸딸이나 칠 일이다.


복잡한 듯 해골 뻑쩍 하더니 정리하니 의외로 간단하군요. 그렇다고 제가 삼단논법 결론처럼 딸딸이나 칠 결심을 한 건 절대 아닙니다. 

전 건강회복기념으로 글래머를 꼭 먹고야 말겠단 마음을 굳힌 지 오래랍니다. 그러나 글래머는 전혀 제게는 마음도 없어 보입니다. 

그녀도 제 아내처럼 정숙한 여자였던 것입니다. 

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만나게 해놓고는 주지도 않을 게 뭐람.


한편, 박 소장도 아내에게 그런 결연함을 엿보았음이 틀림없습니다. 

만날수록 안타까움 같은 것이 제 눈에도 확연히 보여 왔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제가 고르고 고른 여잔데. 게다가 목석....


곰곰히 생각한 결론은 박 소장하고 까놓고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스키모들은 귀한 손님이 오시면 자신의 아내를 그 손님과 동침케 하여 자신의 접대가 극진함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전 날고기를 먹지는 않습니다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고, 또 박 소장의 도움 없이는 글래머를 따먹기란 전혀 불가능한 이 작금의 냉엄한 현실에서 

그와 연합전선을 펴는 것만이 유일무이한 해결책임을 전 뼈저리게 느껴야 했습니다. 일종의 빅딜이랄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데 과연 박 소장의 반응이 어떨는지는 저도 미지수였습니다. 

박 소장이 제 아내에게 빠져 있는 건 너무도 확연한 일이지만, 제 것 내게 주는 대신 내 것 주마,는 제 제의에 호락호락 응하리라고는 생각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혼자 애태우면서 그림의 떡에 군침만 삼킬 수는 없었습니다. 

까짓거 슬쩍 운을 띄웠을 때 박 소장이 펄쩍 뛰면 '에이 농담이야. 이 친구, 농담한 거 갖고 너무 놀라네 어쩌구 하면서 두리뭉실 넘어가면 될 테니까요.


결심이 굳어진 나는 퇴근 무렵 박 소장이 한다는 그 건축사무소를 찾아 여의도로 갔습니다. 

그냥 조그맣다더니만 3층짜리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제법 규모 큰 회사였습니다. 


미리 전화를 하고 갔기에 박 소장은 몇 건인가의 약속을 뒤로 미루고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깨를 나란히 하고선 근처 일식집에 들어가선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끊었던 술도 한잔했습니다. 맨정신에 그런 이야길 꺼낼 용기가 안 났으니까요. 


오랜만에 들어간 알코올이 서서히 몸을 휘감았습니다.

두 사람은 정치 이야길 하고 경제이야길 하고 사회이야길 했습니다. (무슨 일간신문 읽는 기분이더군요) 

일본말로 하면 혼네는 숨긴 채 다떼마에만 늘어놓는.....탐색전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알콜이 흐르는 몸은 벌써 취기가 완연했습니다. 

박 소장도 술이 약한데다가 제가 권하는 대로 연거푸 들이켠 술이 만만치 않아서였는지 눈이 풀려 가더군요. 

슬슬 때가 된 모양입니다. 전 외곽부터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당신 마누라 왜 그리 예쁜 거야. 눈이 부셔서 못 보겠어."

"하하. 이친구 , 사돈 남 말 하네. 자네야말로 비결 좀 일러주게. 마누라 예뻐지는 비결말이야"

"자네 마누라 밤에도 죽여 줄 것 같아. 어떤가?"

"죽여주지. 암..죽여주고말고. 그러는 자넨 어때?"

"나?"


이럴때 사실대로 '말도 말게. 목석도 그런 목석이 없어' 하고 말한다면 정말 바보겠죠?


"흐흐흐. 내 마누라도 끝내준다네...하하하"

"과연....그럴것같아"


박 소장은 부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더군요. 전 그 표정을 보고 나서는 확신을 했습니다.


"자네...혹시....내 마누라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박 소장은 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혹시라도 제게 무슨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살피는 표정이더군요.


"무슨...그런 말은 꺼내지도 말게"

"에이. 그럼 내가 미안해지잖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당치도 않은 말 하지 마라"

"후후...그랬었나. 내가 잘못 봤군. 난 자네 마누라한테 관심이 있는데 자넨 없다니 말야. 미안할 수밖에 없지."


박 소장은 가만히 절 바라보며 눈빛 날카롭게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전 제 카드를 보여 주었습니다.


"혹시 자네가 관심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아내와 자게 해 줄 수도 있는데 말야..."


역시 예상대로 흠칫 놀라선 펄쩍 뛰더군요.


"옛끼! 이 사람,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말아"

"하하. 이 친구 놀라긴. 농담일세. 자. 술이나 마시자고 하하"


전 둘러대고 그날 술자린 그걸로 파장이었습니다만, 전 똑똑히 보았습니다. 박 소장의 얼굴에 어리는 번민의 기색을........

그리고 정확히 이틀 후 박 소장에게서 만나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