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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핑야설)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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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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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사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나니 슬슬 새벽 산행에 꾀가 생기는 겁니다. 

불과 한 달 남짓 다닌 정도라서 그런가 , 쌀쌀해져 가는 날씨 탓인가, 아니면 원래 게으른 제 품성 탓인지 새벽에 일어나기가 정말 죽을 맛인 겁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면에서는 단호하더군요. 

이불을 휙 제치고는 절 몰아내는 모양이. 아이고!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만큼 찬바람이 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 전 갑자기 아내의 실력행사(?)도 필요 없이 부지런히 아침마다 산행에 나서게 되었답니다. 박 소장이란 사람 때문이랍니다. 

아니, 좀 더 솔직하고 정확히 말하자면 바로 그 박 소장의 아내 때문이죠.


공교롭게도 바로 제 아파트 바로 아래층에 사는 관계로 새벽마다 가끔 한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바람에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게 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여의도 어디에서 건축사무소를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금방 친해져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누게 되었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지나 내나 첫눈에 천하에 한량이란 걸 꿰뚫어 본 거죠.

다만 박 소장은 마누라가 무서워서 저처럼 마음껏 놀아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전 괜히 신이 나서 제가 놀아 본 이야길 두서없이 늘어놓으며 제 자랑을 했습니다만. 아무튼, 두 사람은 자주 함께 산에 오르게 되고, 

나이도 같고 게다가 몸집마저 거의 비슷해서 뒤에서 보면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였으니 편하게 말을 틀 정도로 의기투합해 버렸습니다. 

악동들처럼 커피 타서 파는 아줌마에게 별 뜻 없이 서로 시시덕거릴 정도까지였죠. 


그정도야 어느 산행이고 있는 일입니다만, 

어느날 박 소장이 자기 마누라라며 어떤 여자를 제게 소개해 주었을 때 전 그만 그 여자를 민망하게 만들 만큼 멍하니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170은 되어 보이는 큰 키에 타이트한 운동복에 고스란히 드러나 보이는 가슴의 융기와 쭉쭉 뻗은 다리, 게다가 입가에 마돈나처럼 찍혀져 있는 점.......

거기에서 풍겨 나오는 그 섹시함. 한마디로 글래머란 이런 여잘 일컫는 말일 것입니다.. 


물론 저도 별의별 여자를 다 먹어 보았습니다만 이렇게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농염한 육체는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남의 여자란 게 더더욱 제 주의를 끌어당기더군요. 그뿐인가요. 말씨, 몸짓 하나하나에도 애교가 뚝뚝 떨어지는 겁니다. 

물론 그 애교는 자기 서방님에게 향한 것이었지만 저로선 훔쳐보기만 해도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나중에 박 소장에게서 들은 것입니다만, 에어로빅을 한다더군요. 어느 대학에 출강하고 또 개인레슨도 몇 명 한다는 겁니다. 

과연....이라 생각하며 전 또 그녀를 훔쳐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 그 동경은 어쩌면 제 아내와는 180도 다른 그녀가 주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무튼 전 그녀에게서 눈도 떼지 못할 만큼 그녀의 매력에 취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박 소장이란 놈은 제 복을 모르고 잠시 아내와 떨어져 걷게 되자 '이젠 혼자 하는 이 산행까지 따라와서 죽을 맛'이라는 둥 푸념을 늘어놓더군요.


"아니 웬 행복한 비명이야. 저렇게 쭉쭉 빠지고 빵빵한 마누라랑 살면서"

"아이고. 이봐 김 사장.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봐봐. 그 나물에 그 밥이야."

"그나저나...자네 부인, 계속 자네 따라나온다는 거야?"

"말 말아. 오늘 나와보더니 너무 좋다고 저 난리야. 이젠 운동까지 마누라하고 같이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구먼."



박 소장에겐 저 별빛이 사그라지지 않은 검은 하늘이 노랗게 보일지 몰라도 제게는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청명한 늦가을 하늘이었습니다. 

야호!! 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요. 

매일 따라나온다면 저와 자주 마주칠 것이고 그럼 친해질 기회가 무궁무진하단 말이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면 .....흐흐흐.....


그리하여 전 매일 새벽에 아내가 재촉이나 독촉한 소리 할 틈도 없이 어김없이 박 소장 부부가 나올 때에 맞추어선 집을 나서곤 했답니다. 

실은 10분 전부터 어슬렁거리다가 박 소장 부부가 문밖으로 나서는 기척이 들리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선, 

마치 시간이 우연히 딱 마주친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하하하


그런데 제게 오산이 있었습니다. 

박 소장이야 나하고 함께 산행하는 걸 더 좋아해서 저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는 자신의 아내는 어디 있는지, 무얼 하는지 거들 떠도 안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 글래머 아내가 샐쭉해져선 삐치기에 십상이고요. 

그런데 그 골 나는 대상이 의당 무관심한 자기 서방님에게 향해져야 할 것이지만 

터무니없게도 절 그런 무관심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기미가 보이는 것입니다. 

제가 동행해서 자기 남편과의 새벽 오붓한 시간을 망친다......뭐 이런 심산이었나 봅니다. 

저로선 억울하기 그지없는 일이죠. 저야말로 지하고 이야기하고 싶어 주둥이가 댓 빨 인 데 오히려 그런 절 개밥에 도토리 취급하다니요. 


그래도 처음엔 제가 말이라도 붙일 양이면 간단하게나마 대꾸라도 하더니 그렇게 며칠 지나자 아예 절 무시하는 듯한 태도가 되더군요. 

그런데다가 절 더욱 당혹하게 했던 것은 그녀에게서 절 경계하는 기색이 완연하다는 거였어요. 


남자는 나이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더니, 제 얼굴에 난봉꾼, 오입쟁이란 도장이 찍혀있는 건지도. 

이러다간 제가 당초에 품었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커녕 역효과만 나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오리란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했습니다.

(사자성어 쓰니까 폼이 좀 나네요. 비록 뒷문입학이지만 그래도 대학 나온 놈 같아 보입니다.) 


전 마음속으로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답니다. 

그때 제 심정을 다시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음....노심초사(勞心焦思)....정도일까요...

(밑천 떨어져 가니 사자성어는 이만....;;)

출근해서도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만 골똘히.....(사정 모르는 회사 사람들은 드디어 사장이 뭔가 큰 결단을 준비하고 있구나...여길 만큼).....

접대하면서도 그 생각뿐, 아들놈 재롱떠는 걸 보아도 , 그즈음의 제 공안은 오로지 그것뿐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녀와 친해져서 꿀꺽해버릴 것인가 하는......


그리고 마침내 전 어떤 묘수를 생각해 내었습니다.

그날 저녁때 전 아내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날이 슬슬 추워지네....추워지니까 자꾸 꾀도 나는 것 같고...산에 가기 싫어진단 말이야"


아내로서는 뜻밖의 말인듯했습니다. 

요즘은 안 깨워도 벌떡벌떡 일어나서 잘도 다녀오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 하는 얼굴로 제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 옳거니! 하며 예상대로의 반응에 쾌재를 부르며 느릿느릿하게 서서히 본론으로 이끌어갔습니다.


"혼자 올라가면 재미도 없고 말이야....."

"거기서 사귄 분 있다면서요. 박 소장인가 하는..."

"그 녀석도 요즘은 자기 마누라가 따라나오는 바람에 나는 개밥에 도토리란 말이야"


그렇게 볼 멘 소리로 푸념을 하자 아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성하때문에…. 혼자 깨서 울기라도 하면..."


하며 망설이는 말투로 중얼거렸습니다. 성하는 제 아들 이름입니다.


"성하도 요즘은 밤엔 안 깨던데 뭐. 혹시, 가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 아냐?"

"아뇨. 아네요. 저도 같이 따라가고 싶어 했다는 거 아시면서..."


그렇잖아도 초창기엔 아내도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만 역시 아들 때문에 주저앉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하기사 운동하고는 담을 쌓은 제 아내로서는 어쩌면 핑계였을는지도 모릅니다만....


"아무튼 이제 당신이 안 따라나서면 나도 안 갈 거야"

"안돼요. 이제 겨우 다시 건강해지셨으면서...."

"싫어. 안 갈 거야. 술도 담배도 다시 다 하고..."


마누라에게 무슨 부탁을 할라치면 이런 방법이 제일 빠르고 확실하다는 것을 전 6년 동안의 생활로 파악했답니다. 

유난히 모성애가 깊은 그녀에게 아이처럼 칭얼거려 안되는 일이란 없었던 거죠.


"그럼.....따라 가볼게요. 못 따라온다고 구박하시면 안 돼요"


우여곡절 끝에 아내도 다음날부터는 함께 산에 오르자는 약속을 받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장하다.

아들에게 아빠 전화번호를 적어 베개에 붙여 주고는 혹시 깨어나서 혼자면 전화하라고 신신당부하는 아내 모습을 바라보며 

전 회심의 미소를 내심 띄웠답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 아내는 일종의 바람막이였던 것입니다. 

절 경계하는 글래머에겐 '봐라. 이 문둥이 계집아이야. 나도 이렇게 결혼해서 어엿한 마누라가 있다는 말이야'란 시위도 되고 

또 부부끼리 운동하니 남 보기에도 그럴싸하고. 게다가 집 밖이라고는 찬거리 살 때만 나가는 아내에게도 운동 되고, 

이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일거양득 아니, 일거삼득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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