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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천사와 개새끼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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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팔...또 뒤졌네... "


어차피 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하는 짓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RPG 게임에서 캐릭터가 죽는다는 건 욕 나오는 일임은 분명했다.

게임을 하는 순간에도 인생이란 참 묘해서...

안전지대에서 편안하게 있는 시간에는 볼일도 안 생기다가 꼭 한꺼번에 몰릴 때는 숨겨둔 채팅창에 누군가 들어왔다고 띵 똥 거리기 일쑤였다.


24살 나이에 번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도 없이 빈둥거리며 컴이나 끼고 살긴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에 미쳐서 게임 폐인 모드는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게임의 캐릭터가 자신의 분신이니 어쩌니 하지만..뭐 분신이라고까지 여겨지진 않았고....

그저 채팅창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상큼한 걸이 입장할 때까지 시간 보내기에 불과했다.

어쨌거나....별로 흥미가 안가는 어설픈걸. 덕분에 내 캐릭은 또 불쌍하게 채팅창 뒤에서 공격 한번 못해보고 으윽 소리만 지르다 죽어버렸다.ㅋ


부활지에서 리스를 하고 보니 사냥터까지 뛰어가는 것도 귀찮다..

그저 마을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꾼들 물건이나 구경하고 있다가 담배 한 대를 꺼내어 무는데 


"띵똥 ~ "


잽싸게 채팅창으로 전환하니 새로운 걸이 입장해 있다.


금비님의 말 : 안녕하세요

갱뱅남님의 말 : 안녕하세요 ~

금비님의 말 : 저기...그런데...전 방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갱뱅남님의 말 : 훔...무슨 말인지 모르는데 뭘 좋아한다고 들어왔어요?

금비님의 말 : 뭔지 모르니까요?^^ 혹시 제가 좋아하는 건데 이름을 모를 수도 있잖아요^^


훔...뭔지 모르면 나가라고 싸가지 없게 대답했는데 이외의 반응이다


금비님의 말 : 그런데 갱뱅이 뭐에요?

갱뱅남님의 말 : 훔...한번도 못 들어 봤어요?

금비님의 말 : 네...

갱뱅남님의 말 : 때씹 하는 거에요 뭐...돌림빵이라고도 하고...

금비님의 말 : 때씹? 돌림빵? 그건 뭐에요?


아이씨....장난하나...이거 알 거 다 아는 년이 장난하러 들왔나 보네. 몇 살이야? 24살? 24살이나 처먹은 년이 돌림빵이 뭔지도 모르나?



갱뱅남님의 말 : 어이 언니...24년 살면서 돌림빵이 뭔지도 몰라?

금비님의 말 : 네....제가 세상 물정에 좀 어두워서....죄송해요.


죄송은 또 뭔 말이야....아..그냥 나가지 어설픈 게 와서 시간 죽이기네...이 쌔끼 남자 쌔끼 아냐 ?


갱뱅남님의 말 : 야. 너 남자지?

금비님의 말 : 네? 아니요....여자에요...제목에 갱뱅 좋아하는 여자만 들어오라구....

갱뱅남님의 말 : 여자면 전번 불러 봐. 목소리 확인하고 대화하자.


이만하면 포기하고 나가겠지...썅...변태같은 쌔끼....나도 변태지만 남자 쌔끼가 여자인 척하는 쌔끼들은 더 싫어.


금비님의 말 : 전번....전화번호요?

갱뱅남님의 말 : 여자 맞으면 불러보라구....남자면 걍 나가구.


대답이 없다...그럼 그렇지 변태쌔끼 같으니...그런데 왜 안 나가는 거야...꼭 친히 강제퇴장을 시켜줘야 하나...

마우스를 움직여 강퇴를 시키려는 순간.


금비님의 말 : 010-9274-3867


이거 뭐하자는 시츄에이션이지?

혹시 이상한 번호가 아닌가? 다시 봐도 멀쩡한 핸드폰 번호다.

자신 있게 전번 던지는 걸 보니 일단 여자는 맞나 본데...급하게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눌러본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뭐야...컬러링도 안 쓰네 ...이거 별종이네.


"여보세요 "

"여보세요? 금비님? "

"네...갱뱅남님이세요? "

"아...네...여자분 맞으시네....죄송해요 전 남자가 들어와서 장난 치는 줄 알았어요. "

"아...여자 맞아요... "


헐...뭐야 이건...멀쩡하게 예쁜 목소리잖아...


"저기……. 확인 되셨으면 끊어도 돼요? "

"음...손가락도 피곤한데 그냥 전화로 얘기하죠...혹시 옆에 누구 있어요? "

"아뇨...이시간엔 집에 저 혼자만 있어서요... 괜찮아요. 저도 타자가 빠른 편이 아니라 힘들긴 한데... 후훗... 그럼 전화로 이야기해요 "

"오케이...그 런데... 아까 채팅으로 한 말들 다 정말이에요? "

"무슨 말이요? "

"갱뱅이 뭔지도 모르고... 돌림빵이 뭔지도 모른다면서요? "

"네...다 첨 듣는 말들인데... "

"음...어디 외국 살다 왔어요? "

"음...아뇨...그건 아니구... "

"혹시 섹스는 해 봤죠? "

"섹...스요? "

"네 "

"아...아뇨... "


와 이년 진짜 순딩인가보다...섹스란 말 하니 당황해서 더듬거리네.


"그럼 숫처녀에요? "

"네? .. 네.... 그런데...왜 그런걸... "

"아...갱뱅 설명해 주려구요 "

"그게...섹스하는 거에요? "

"네. 그냥 평범한 섹스는 아니고요. "

"평범한 섹스? 그럼 무슨? "

"여자 한 명에요.... 남자 여럿이서 하는거에요. "

"네? 여럿이 섹스를 한다고요? 여자 한 명이랑요? "

"네... 관심 있어요? "

"아....아뇨....죄송해요. 제가 뭔지 몰라서 실수 했나 봐요. "

"아....하긴 섹스도 안 해봤는데 갱뱅에 관심 있을 리가 없죠. 하하 "

"죄송해요....이만 끊을게요 "

"네 그래요. 바이바이 "


거참 웃기는 년이네... 저년 말 다 사실이면 이건 뭐 안드로메다에서 살다 온 여자야?

아님 생긴 게 폭탄이라 남자를 사귀어 본적이 없는 건가? 목소리는 예쁘던데.

이것이 금비와의 첫 만남이었다.


쩝... 젠장. 젠장이라는 말로 표현이 되는 걸까? 상황이 너무 어이없으면 욕도 안 나온다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2시간 전.... 간드러진 목소리로 "주인님 ~ "이라고 부르던 그녀...

오랜만에 채팅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노예 되고 싶은 녀] 라는 방제에 불쑥 들어와

채팅 10분 만에 바로 전번 따고 간드러진 색스러운 목소리의 여성과 통화.

그 어려 보이는 목소리가 30대 중반이라곤 믿어지지도 않았거니와

자기보다 10살은 어린 내게 "주인님~"이라며 아양을 떠는 그녀에게 삘이 꽂혔다.


그래... 그래서 이 머나먼 사당까지 1시간씩이나 걸려 힘들게 왔다

젠장.... 도대체 내 앞에 앉아 있는 이 하마가 정말 아까 나랑 통화한 색스럽고 깜찍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거지?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여자 생긴 거... 거의... 정말 거의....안 본다.

섭기질 다분하고 음란하기만 하면 못 생겨도 좋다.

아니. 이제까진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바꿔야겠다. [웬만큼은 못생겨도 좋다]로...

그 웬만큼에도 해당 안 되는 이런 오크도 인간 세상에서 당당히 걸어 다닌다는 걸 배웠으니까.


"후....아줌마 ... 내가 좋게 충고하는데...채팅만 해라...아니...폰섹까지만 해라...절대 남자들 만나지마.... "


멍한 표정의 오크녀를 뒤로 하고 미련없이 일어섰다.

그래...뭐 세상 남자들 대부분이 그래도 기본적인 매너들은 있으니 앞에서 대놓고 이딴 소리 들어보는 건 처음이겠지.

그래도 다른 많은 남자 위해서 싸가지 없는 내가 희생해야지 어쩌겠나.


씨팔...퇴근시간이라 길 막히겠네....전철을 타야 하나....


빰빠밤 빰빠밤 쿵짝쿵짝 ~


뭐야....누구 번호지? 모르는 번혼데?


"여보세요? "

"여보세요..."

"누구 신가요? 참고로 전 돈 한 푼 없는 백수니 보험이나 기타 등등 팔아먹을 생각이라면 빨리 끊고 딴 데 알아보세요 ~ "

"풋 ... 까르르르"


뭐냐...이 걸.... 목소리 참신한 데? 누구지?


"저기.....갱뱅남님....맞으시죠? "

"응? 누군데 제 닉을 알고 계시나요? 누군지 몰라도 폰번 바뀌었다고 신고하는 거면 관등 성명부터 대라 쓸데없는 장난 치지 말고 "

"아...저기....저....금비...라고 하는데요 "


금비? 금비가 누구야?  아... 씨팔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어떤 년이 장난질이야.


"장난치지 말랬지 누구야 "

"자...장난 아닌데요...저..금비라고...하는데....한 한 달 전에 채팅에서... "


내가 금비라는 년을 만나서 논 적이 있었나?? 훔...뭔 기억도 안 나는 년이 -_-;;


"금비... 기억 안 나는데...우리 만난 적 있나요? 뭐 하고 놀았었죠? "

"아뇨...만난건 아니고요.... 제가 돌림빵이 뭔지 몰라서 통화하다 끊었던... "


돌림빵?? 아...기억난다... 그 24살인가 먹었던 띨띨이...


"아...기억나네요... 24살 숫처녀? 맞나요? "

"아...네...맞아요 "

"웬일이에요? 한 달 만에 딱지 떼고 갱뱅까지 관심 생기셨나? "

"아...아뇨...그런건 아니구...저기...궁금한게 생겨서요... "

"궁금? 뭐가요? "

"저기요... 폰파가 뭐에요? "

"폰파? 갑자기 전화해서 뜬금없이 뭔 질문이래요? "

"아...그게요...채팅을 하다가...좀 친하여진 사람이 있는데...폰파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요 "

"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봐요 폰파가 뭐냐구... "

"그게...또 보통사람들이 다 아는 말인데 나만 모르는 거면 창피하니까... "

"뭐 대충 짐작은 가지만 보통사람들 다 아는 말은 아닌 거 같네요....아마도 폰섹파를 줄여서 폰파...뭐 그렇게 부른 건가 본데 "

"폰섹파? 그건 뭔데요? "

"쩝...이봐요...내가 당신 개인교사도 아니고....왜 나한테 전화해서 귀찮게 구는 겁니까? "

"아니..그냥...전...이런쪽을...잘 아시는 거 같아서... "

"폰섹스 파트너....정확한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고... 더 궁금한 거 없죠? "

"아...폰섹스...하자는거였구나... "

"느닷없이 전화해서 황당하게 묻지 말고 인터넷검색부터 좀 하고 삽시다 나 전철 타야 되니 끊어요 "

"네...다음에 궁금한거 있으면 또... "

"아...거참..궁금한게 있으면... "

"아..네 알았어요 인터넷검색부터 하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전화해도 되죠?  헤헤 "


어이없네....뭐 이런 년이 다 있지?  사람을 가지고 놀자는 건지... 덜떨어진 것인지...

내 어머니는....글쎄...나도 모른다.

뭐 비련의 주인공들 마냥 찾고 싶어도 못 만나는 어머니는 아니다. 다만 찾기 싫을 뿐....


어쩌면 삼류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흔하디흔한 이야기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돈 많은 집에 세들어 살던 아가씨가 주인 아저씨랑 "응응응"을 하다 보니 애가 생겼고

자식욕심 많은 남자 때문에 애만 낳아주고 남자가 주는 돈으로 유학을 떠났다고 한다.


아이는 호색한 기질 다분한 아버지 덕분에 세 살까지는 첫째 계모. 8살까지는 둘째 계모. 20살까지는 셋째 계모랑 살았고.

넷째 계모랑도 군에 가기 전까지 한 일 년 살기는 했지만 불과 8살 위였던 여자.

게다가 얼굴 본 지 일주일 만에 따 먹은 여자한테 계모라고 하기는 좀 뭐하니 그냥 그런 여자였다고만 하자.

내 이야기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다시 안 나올 등장인물이니.

뭐, 셋째 계모와도 16살부터 살을 섞긴 했지만 그래도 그전에 8년은 엄마로 대했으니 거기까지만 계모라고 해두고.

중요한 건 엄마가 몇 명이었느냐 하는 거보단 지금은 땅속에 누운 호색한 아버지의 피를 나도 물려받았다는 것이니까.


아버진 자수성가 한 사람은 아니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이천에서 방귀 꽤 뀐다는 유지집안이었고 .

아버진 있는 재산 탕진하며 평생을 살아간 사람이지만 워낙 물려받은 재산이 많다 보니 다 못 쓰고 죽었을 뿐이다.

좆같은 사실은 화필 죽어도 군에서 좆뺑아 차는 중에 죽어버렸고. 잠깐 임시휴가 동안 장례 치르고 다시 복귀했다가 제대해보니

얼마 안 남은 재산마저 나와는 배다른 형제들이 다 나누어 가지고. 

나와 내 밑의 두 동생에게는 겨우 아파트 한 채씩밖에 안 돌아왔다는 거다.


위의 세 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누나 둘한테는 참 섭섭한 마음도 많다.

내가 16살에 셋째 계모한테 동정 때인 뒤로 자기들한테 얼마나 체력 낭비해가며 노력봉사를 많이 해주었는데.

하기야 자기들도 뭐 5명이 아웅다웅 싸워가며 나눠 가지는 판에 군대 간 동생 몫까지 챙길 여유야 있었겠느냐마는.

30평짜리 아파트를 월세 놓아 보증금으로 조그만 원룸에 전세방 얻어놓고.

다달이 나오는 월세로 생활비 해가며 아직은 그저 그런 백수로 무위도식하는 게 내 일상이었다.

물론. 놀면서 걸들이나 후리고 다니는 변태생활에 돈이 항상 모자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번씩 색정의 여운인지 네 번째 계모가 던져주는 수표로 모자란 건 채워가며 사는 형편이다.

물론 수표 한 장 받을 때마다 밤새도록 쌍코피 터지게 색골 같은 년을 위해 노력봉사 해야 한다는 게 힘들긴 하지만.

그나마 밑의 두 동생이 아직은 어리고, 게다가 둘 다 비리비리한 체격에 공부만 아는 순둥이들이란 게 다행이랄까.


중요한 건 그거다. 난 이미 근친이니 때씹이니 온갖 야설에 등장하는 변태행위들이 일상이 되어버린 검은 종이였고

한 번씩 걸려오는 금비의 전화가 귀찮으면서도 내 타락한 검은 종이에 한 줄씩이나마 화이트를 그어준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렇다고 내가 금비에게 심적인 사랑. 뭐 이런 유치 한걸 느낀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처음엔 귀찮을 뿐이었고. 그러다 정말 안드로메다에서 떨어진 듯한 그 순진함에 조금씩 호기심은 느끼는 중이었고.

요즈음은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이 싸가지 없는 호색한 기질에 그녀를 끌어내어 더럽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뿐.


사실 이제껏 두 명의 엄마와 두명의 누나를 포함해 수많은 여자를 갖가지 방법으로 가지고 놀아보았지만, 공통점은 다 하나였다.

날 만나기 이전에 이미 걸레가 되어 있는 년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뭐 세상 착하게 살자는 신조는 하나도 없었지만. 단지 길들이기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순진 걸은 건드려본 역사가 없었다.

SM을 한다거나 갱뱅을 한다거나. 그런 행위 자체들은 재미있는 시간 죽이기가 되었지만 

그걸 하겠다고 여자한테 공을 들인다는 건 너무나 귀찮은 일이에.


어쩌면 그래서 난 한 번도 금비에게 만남을 요구한 적이 없었고 그래서 금비는 날 두려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오빠처럼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녀가 말 한대로라면 채팅에서 만나는 남자들 외에는 사귀는 남자도, 아는 남자도 없다는 그녀에게 만남을 요구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일 테니.

나의 귀차니즘을 그녀는 초식남의 매너로 받아들이는 듯한 눈치이다.

그러나 이제는 나도 호기심을 느꼈기에 그녀에게 만남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첫 통화 이후 처음으로 내가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전 이유였다.


"우와 웬일이에요? 갱뱅남님이 저한테 전화를 다하시고? "

"뭐 그리 감격할 필요는 없고....너 집이 어디라고 했지? "

"저요? 정릉... "

"그럼 내일 저녁 7시에 대학로로 나와 "

"네? 대학로가 어딘데요? "

"정릉 산다면서 대학로도 몰라? 너희 집에서 얼마 안 걸려 내일 7시에 전화 할 테니 대학로에 나와 있어 "

"그건...곤란해요 "


뭐라는 거지? 이외였다. 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만나자고 하면 바로 오케이 할 줄 알았는데.

순진해도 여자라는 건가? 퉁길 건 퉁기겠다? 그런데 그런 건 내 적성에 안 맞다.


"왜 곤란한데? "

"그게. 그런 이유가 있어요. 죄송해요. 그건 말씀 못 드려요."

"그래? 그럼 말고. 싫으면 앞으로 전화 같은 거 하지 마라. "


쳇... 자존심 더럽게 상하네. 그래... 니가 아직 날 안 봤으니 그런 거지 설마 만나보고서야 그런 말 하겠나.

사실 난 내 생긴 게 유일한 밑천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다.

어쩌면 아버지 집에 세들다 애만 낳아주고 떠난 여자가 외국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볼 정도로 이국적인 마스크에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두 시간씩 꼭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하기에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고

물론 아직 젊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어떤 여자든 한 번만 나와 섹스를 하고 나면 그 맛을 잊지 못하겠다고 했다.


살살 구슬려서 일단 한번 좆 맛을 보여주고 당겼어야 하는 건가?

어쨌건. 뭐 끝난 여자는 관심 없다. 그저 잠깐 호기심이 당긴 유일한 여자라 생각하고 잊어버리자고 생각했다.


금비는 참 희한한 여자였다. 적어도 내 생각엔.

만나지도 않을 거라면서 그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줄기차게 전화를 해대었다.

전화가 오자마자 "전화하지 말랬잖냐. 귀찮게 굴지 말고 끊어라. "라고 바로 끊어버려도

그 다음 날이면 마치 그런 기억 없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전화를 걸어오건 했다.


"헤헤 잘 잤어요? "

"이게 미쳤나. 지금 저녁 8시거든? "

"갱뱅남님은 이 시간에 아침이잖아요. 헤헤 "

"왜 또 전화질이냐? 전화하지 말랬지? "

"아. 잠깐만요 끊지 마요 ".

"뭔데 또?"

"저기요. 만나면 뭐 해야 하는데요? "

"뭘 해야 하느냐고? 넌 사람 만날 때마다 뭘 해야지 하고 딱 정해놓고 만나느냐? "

"그냥 전화통화만 해도 되는데 꼭 만나자고 하는 건. 만나야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거잖아요. "

"아.내가 하고 싶은 거? 몰라서 묻느냐? "

"역시 섹스에요? "

"강요는 안 해. 만나보고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마! "

"그럼...제가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거죠? "

"안 준다는 여자한테 구걸 안 한다.  밥만 먹고 들어가던지, 그거도 싫으면 커피나 한잔 마시고 들어가던지. "

"약속했어요? 제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

"아. 그렇다니까 왜 이렇게 사람 말을 못 믿어? "

"그럼...딱 한 번만. 한 번만 만나요. "

"왜 딱 한 번이냐? "

"그리구....약속해줘요. 딱 한 번만 만나고 나면 제 전화 귀찮아하지 않고 받아주겠다고... "


정말 이해 안 가는 여자다. 이게 혹시 정신병원에 앉아서 이 지랄을 떠나 싶을 정도로.

어쨌거나 공들이고 싶어 공들인 건 아니지만 참 어렵게 만났는데. 오크녀면.... 젠장... 상상도 하기 싫네.


어깨위에서 찰랑거리는 단발머리.

개인적으로 단발머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단발머리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여자였다.

누구나 입고 다니는 청바지가 저렇게 예쁜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모범생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단정 그 자체인 패션으로도 섹스어필 할 수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어쩌면 눈이 반쯤 풀린 모자란 여자가 아닌지 생각했던 내 상상은

섹시한 매력이 넘쳐나지만, 너무나 도도해 보이는 차가운 아름다움에 말조차 붙이기 힘들 것 같은 그녀가 내 전화를 받으면서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이름이...뭐에요? "

"이제껏 이름 모르고 잘 살아놓고 갑자기 이름은 왜 ? "

"사람들 많은 데서 갱뱅남님...이라고 부르는 건 힘드니까요 "

"훔...석준이야. 넌? "

"알잖아요...금비 "

"야...너는 내 이름 물어놓고 난 그냥 닉으로 부르라고 ? "

"닉 아니에요. 이름이 금비에요. 진금비! "


쩝...모자란년이 맞긴 맞는군. 성인채팅창에서 채팅하면서 본명으로 닉을 쓰다니.


30분째....도무지 말이 없다.

만나면 전화에서처럼 쫑알쫑알 떠들어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내가 앞에 있다는 건 잊었다는 듯 창밖만 구경하고 있는 그녀.


가끔은...그런 여자들 있긴 하다

전화상으로는 온갖 음탕한 소리 다질러대며 천상 요부 같다가도 막상 만나면 수줍어하며 내숭 떠는 여자들도 있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여자들하고는 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런 여자들이야 남의 눈 의식해서 그런 거지 조금만 분위기 풀리고 술 한 잔 먹여 모텔 들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본색을 드러내곤 했지만,

내 눈앞의 이 여자...마치 약속한 커피 한 잔만 마시고 들어가면 끝이라는 듯 내게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젠장.... 그냥 끊어버리는 거였는데, 역시 또라이가 맞았어.


"나한테 뭐 궁금한 거 없어? "

"..... "

"너 나 왜 만난 거냐? "

"만나자면서요."

"그러니까...내가 만나자고 해서 만난 거다? "

"네 "

"짜증 난다. 가라! "

"약속 지킬 거죠? "

"무슨 약속? "

"만나자고 해서 만났고, 가라고 해서 가는 거니, 이제 제 전화 끊지 않고 잘 받아줄 거죠? "

"넌 나랑 전화통화 하는 게 재미 있냐? "

"..... "

"와....정말 이해가 안 간다. 연구대상인 건 확실한데 너 연구하겠다고 시간 죽이고 싶진 않다. "

"약속했잖아요."


아...놔...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지?


화가 났다는 듯 노려보는 눈빛. 그런데 그 도도한 눈빛을 보니 갑자기 꺾어버리고 싶다는 욕구가 밀려온다.


"싫다면? "

"............... "

"약속을 못 지키겠다면 어찌할 건데? 너 만나서 하나도 즐겁지도 않고 재미도 없었어. 

네가 예쁜 건 알겠는데, 예쁜 얼굴 보여줬으니 너 심심할 때마다 네 전화 받고 놀아 달라는 거야? "

"그럼. 어떻게 하면 즐거울 건데요? "

"뭐? "

"내가 어떻게 해주면 약속 지킬 거냐고요?"


헙! 누구한테도 말 막힌 적 없었는데 너무나 당돌한 반응에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해봐요. 원하는 게 뭔지. "

"야. 너랑 싸우겠다고 여기까지 나온 거 아냐. 내가 원하는 게 뭐라고 하면 네가 들어줄래? "

"네...약속만 꼭 지키겠다고 맹세하면. "


정말 지옥같이 기나긴 시간이다.

고개라도 좀 숙여주던지. 10분은 넘는 시간 동안 서로 아무 말 없이 노려만 보고 있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지.


"가자 "

"어디를요? "

"모텔 "

"......... "


역시 이건 아니었나 보군.

입술을 지그시 깨무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여기서 이제 굿바이인거 같다.

그 인형 같은 얼굴. 마네킹 같은 몸매가 아쉽긴 하다만 그래 내가 감당 못하는 여자는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잔머리 잘 굴리는 정신과 의사라면 모를까 또라이 기질 농후한 여자는 도저히 감당 못하겠다.


"힘들겠지? 잘 생각했어.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고 굿바이 하자. 잘 가라. "

"가면.....? "

"? "

"모텔 가면 이제 전화 안 끊을 거죠? "

".... 잠깐만!  확실히 하자! 모텔 왔으니 약속 지켜요 이딴 소리 하면 곤란하니까. "

"알아요 무슨 말인지. 섹스하자는 거잖아요. 바보 아니니까 약속만 해.요 섹스하면 전화 안 끊을거죠? "

"너.... 처녀라고 안 했냐? "

"처녀 맞아요."

"그깟 전화통화 계속하겠다고 내키지도 않는 거 같구먼 나랑 첫 섹스를 하겠다고? "

"약속 지킬 것인지, 안 지킬건지만 확실히 얘기해요. "

"훔... 좋아 약속하지. "

"그리고 또 하나 약속해줘요. "

"뭘? "

"석준씨랑 섹스하고 모텔 나서면 석준씨랑 섹스한 건 잊어버릴 거에요.  절대로 전화통화 하면서 오늘 섹스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

"풋! 야 잠깐만. 너 혹시 이전에 다른 남자들과의 섹스도 그렇게 잊어버리고 나 홀로 처녀라고 우기는 거야? "

"좋을 대로 생각해요.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이런 또라이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유식한 말로 자기최면이라고 하던가?

자기는 순결한 여성이고 싶다고 최면을 걸면, 걸레라도 당당하게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자신은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그렇든 아니든, 그건 중요한 건 아니다.

사실 이젠 으시시 하기까지 한 저런 귀신같은 여자와 꼭 섹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왠지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되어 처녀든 아니든 꼭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내가 뭐 언제는 처녀라서 먹고 다녔나....


자체발광....

어떤 개그맨이 등 뒤에 은박지 날개 붙이고 자체발광이라고 우기긴 하더라만, 정말이지 인간의 몸이 이렇게 완벽할 수는 없다.

이게 사람인지 단백질 인형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깨끗한 피부.

핏줄이 안 비치는 게 신기할 정도로 투명한 피부가 그리는 여체는 인간들이 상상으로 그려내는 여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100점. 이제껏 누구에게도 부여하지 않았던 100점이라는 점수는....

그녀의 어깨에 불주사 자국이라기엔 조금 큰. 아마도 화상 흉터로 보이는 작은 흉터가 있음에도 절대 0.1점도 감점시킬 수 없는 100점이었다.

아마도 내가 아직도 발기가 안 되고 있는 건 그녀가 사람이라기엔 너무나 완벽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모텔에 들어와 말 한마디 안 하고 천천히. 그러나 나는 신경 안 쓴다는 듯 마치 혼자 목욕이라도 하기 위해 옷을 벗듯 팬티까지 발가벗어버리고는

잠을 청하듯 침대에 얌전히 누워 배 위에 두 손을 올리고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태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여러 여자를 섭렵하면서 눈으로 보기만 해도 실리콘인지 자연산 가슴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연산 가슴이.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보통 크기의 가슴이 누워 있는데도 저렇게 탱탱하게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림은 처음이다.


냉정을 찾자! 바보같이 떨기에는 내 자존심이 용서치 않는다는 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보지만,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듯한 그녀의 모습 앞에서 너무 완벽한 여체는 오히려 발기가 안된다는 걸 처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어 자신도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끝내 그녀를 접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부.....탁이.... 있어요 "

"뭔데? "

"될 수 있으면 애무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게 안 된다면 키스만이라도, 키스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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