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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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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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다.


적어도 그의 현 상태는 누가 봐도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한 손에 든 대검은 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받쳐야 할 정도로 힘에 부치고,

적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입힐 자양분이 되는 분노도 더 이상 끓어오르지 않았다.

체력 손실도 심각하고 더군다나 이곳 아이오니아의 기후는 발로란 북부나 프렐요드와는 달리 변화가 심해서 후덥지근하고 짜증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망할 고철 덩어리 로봇(그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다)에 타고 있는 녀석은 싸움이 시작된 지 한참이 흘렀는데도

도무지 지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기계와 인간의 차이는 지구력에서 좁힐 수가 없다.


‘럼블이라 했던가? 조그만 녀석이 솜씨도 좋군. 빌어먹을!’


“네 녀석은 이제 여기서 끝이다, 트린다미어! 먼 타지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는 말 정도는 남겨주고 싶군.”


그의 생각이 끝나자마자 들려온 럼블의 목소리. 야만전사 왕 트린다미어는 그런 그의 말에 욱하는 기질이 발동되어 으르렁대었다.


“난쟁이 따위가 기계에 의존하는 주제에 잘난 척 씨부렁거리기는.”

“감히 누구한테 난쟁이라고 그러는 거냐!”


럼블은 평소 공격 때 건들지도 않았던 레버를 붙잡아 과감하게 끌어당겼다.

그가 타고 있는 기계의 뒤편에서 처음 보는 거대한 미사일들이 다발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려졌다.

그리고 트린다미어는 밴들시티의 기계 악동이 발명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폭격을 조심하라는 애쉬의 당부를 되새겨야 했다.

중력의 힘을 거스르지 못해 공중에서 떨어지는 이퀄라이저 미사일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감당하지 못할 무시무시한 위력을 담고 있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몸속 깊은 곳에서 남겨진 최후의 분노를 발산하였다.


“불사의 분노!”


떨어진 이퀄라이저 미사일들이 잡초들을 순식간에 증발시키고 대지를 집어삼키며 불살라 올랐다.

동시에 가공할만한 신체적 고양을 끌어낸 트린다미어는 온몸이 불에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은 채 달려 나갔다.

그 믿지 못할 광경에 럼블마저도 경외감이 일어나 잠시 동안, 트린다미어의 질주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었음에도 몸이 얼어붙어 버렸다.

그러다가 그는 문득 정신을 차리곤 레버를 고쳐잡았다.


“큭… 놓칠 줄 알고…!”


문득 럼블은 조종석 옆 칸을 턱하고 붙잡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웬 늑대인간이 특유의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럼블은 갑작스러운 동료의 제지에 짜증을 냈다.


“뭐야, 워윅. 언제 온 거야? 하여튼 간에 저 녀석은 내가 잡을 거야. 아무리 너라도 내 성과를 가로챌 권한은 없어!”


워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야수의 본능 가득한 그답지 않은 침착성에 럼블은 멀어져가는 트린다미어를 쫓을 생각도 못 한 채

의아한 표정으로 워윅을 응시했다. 워윅은 붉은 눈으로 흘끗 트린다미어가 도주한 방향을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 숲은 그녀의 영역이다. 굳이 네가 쫓지 않아도 동료가 처리해줄 것이니 소환사들에게 성과를 보이는 것은 변함이 없을 터.”


럼블은 같은 팀원의 성과와 자신의 독자적인 성과의 차이점을 서술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하필이면 ‘그녀’라니, 젠장할…. 럼블은 땅꼬마 같은 외형에 어울리지 않게 옆으로 침을 뱉으며 투덜거렸다.

워윅 또한 그의 불량한 태도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잠잠히 들어줌으로써, 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개탄하는 데 동조했다.


“소환사의 협곡이나 수정의 상처를 놔두고 왜 이곳 먼 아이오니아 지역을 리그의 대상으로 했는지 모르겠군.

빌어먹을! 소환사들 그 오만한 것들의 속내를 짐작할 수가 없단 말이야. 무엇보다 저 숲은 그녀의 권한 내에 있는 만큼 어찌나 강한 마력을 뿜어대는지…

우리가 외부인이 된 듯한 기분은 둘째 치자고. 같은 팀이 됐는데도 그녀의 말이 암묵적인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된 지 오래잖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게다가 워낙 자신에게 익숙한 지역이다 보니 슬슬… 그녀의 본색이 나오지?”


조용히 듣고 있던 워윅이 침울하게 한마디 거들자 럼블도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곤 트린다미어가 도주한 방향을 보고는 그에게 뜬금없는 동정심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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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분노 후유증은 익숙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에 몸에 스며든 분노 조절을 통해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트린다미어는 여전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이 숲은 머리로는 아이오니아의 울창한 남부 숲이라고 인지하고 있었으나 몸 구석구석으로 들어차는 공포심은 떨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어두컴컴한 풀숲을 헤치고 녹턴이나 마오카이가 등장할 것만 같았다.

물론 녹턴과 마오카이가 이번 경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분위기가 참으로 그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럼블에게 추격될 일은 없을 것 같군. 하지만 이렇게 으슥한 숲이라니…

도대체 이곳은 리그로 쓰일 만한 가치가 있긴 하나? 손질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은… 엇!’


트린다미어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밤인지 낮인지조차도 구분이 잘 안 갈, 이 울창한 숲 한쪽 편에서 뭔가 움직임이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의 움직임 같기도 했고 하얀 무언가가 설핏 눈에 띈 것 같기도 했다. 트린다미어는 그게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그 덤불 쪽으로 걸어갔다.

문득 그는 자신의 대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곤 오래 지체하지 않고 그 덤불을 단숨에 갈라버렸다. 너무 많은 틈을 주는 것도 곤란하다.

그래서 저지른 일이지만 트린다미어는 차라리 지체되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확인해볼 걸 하는 후회감이 일었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분명히 말하자면 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자신의 적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전혀 그렇게 볼 수 없었다.


검고 기다란 머리칼을 늘어뜨린 여자가 덤불 너머 공터의 바위 위에 앉아있었다. 트린다미어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던, 그리고 사진과 정보에 의하면 두 여우 귀를 가지고 아홉 개의 푹신한 꼬리를 지닌 매혹적인 여자,

‘아리’라는 것을. 따라서 처음 보긴 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여자기도 했고, 자기 적이니만큼 바로 대검을 내리꽂아야 할 것이었다.

하의를 완전히 걷어 올리고 다리를 벌린 채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고 있는 자세가 아니었다면.


분명 공터 한쪽 덤불을 갈라버린 소리가 들렸을 터인데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는 다리와 상체를 살포시 떨면서

보지 속에 손가락을 넣었다 뺐다 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검지와 중지가 어둠 속에도 뽀얀 빛을 발할 정도로 통통한 허벅지 사이에 자리한 균열, 즉 보지 속에 들락날락하면서 질펀하게 젖어 있다.

조금씩 새어 나오던 보지 물이 그녀의 가느다란, 하지만 짙은 신음 소리가 고조되면서 퓻하고 뿜어져 나온다.


“아… 아아…… 흣……!”


아리는 벌렸던 다리를 안쪽으로 움츠리며 동시에 상체로 앞쪽으로 오므렸다. 쏟아져나온 보지 물이 질질거리며

그녀가 걸터앉은 바위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한 듯 상체를 펴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아아아아…… 아흐윽……!”


한쪽 다리를 쭉 펴고 다른 쪽 다리는 무릎을 굽힌 자세로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은 보지에서 왈칵거리며 대량의 보지 물들이 분출되었다.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 떨려왔다. 이쪽, 이쪽을 좀 더 누르면. 그렇게… 아리는 떠오르는 쾌감을 주체할 수 없어서 마음껏 달뜬 신음을 흘렸다.

그 때문에 바위 앞쪽 공터 여기저기로 보지 물을 뿌리고 있는 아리를 바라보고 있는 트린다미어는 그야말로 멍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 자위에 몰두하던 아리는 가느다랗게 뜬 눈동자를 돌려 트린다미어를 바라보았다. 

곁눈으로 살짝 바라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트린다미어는 그 시선이 자신을 처음 본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아리는 전혀 놀라지도 않고 보지 속에 두 손가락을 느릿하게 들락날락하며 쾌감에 겨운 목소리를 내었다.


“당신은… 누구?”

“어… 어?”


트린다미어는 그제야 정신이 듦과 동시에 아리의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 알고 있을 텐데?

리그 오브 레전드에 참전하는 챔프들에게는 미리 상대가 누군지가 적혀진 명단을 건네받기 마련이고

따라서 자신의 적이 누군지 확실히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묻는 건 정말로 몰라서인가?

아니, 그보다… 나부터가 지금 적을 앞에 두고 대검을 완전히 힘없이 늘어뜨리고 있지만도.


“나… 난, 이 리그에서 네 적이 된 야만전사의 왕 트린다미어라 한다.”

“아, 그러세요. 흐음, 음…. 난 구미호 아리라고 해요.”


방금 격렬하게 쑤셨던 느낌이 오래가는지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답하고 여전히 손가락을 뺄 생각도,

옷을 추스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숨을 몰아쉬는 아리. 전투의 긴장감 따윈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참으로 바보 같은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고 트린다미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머리 한구석의 생각일 뿐 여전히 시선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보통 여자들은 그렇게 남자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게 수치스럽지 않나? 적어도 애쉬는 그랬는데, 그런데…….


“흐음……?”


뭔가를 눈치챈 듯 머리 위에 달린 여우 귀를 쫑긋거리며 트린다미어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녀. 트린다미어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반쯤 돌리고

내키지 않는 음성으로 딱딱하게 말했다. 이렇든 저렇든 리그는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


“검을 집어라, 아리. 이곳에서 만난 이상 너와 나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 무방비의 여자를 곧바로 공격하고 싶지는 않군.”

“난 검이 없어요. 무기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요. 그보다도 당신….”


바위 위에 앉아있던 아리는 그제야 보지에서 손가락을 쑥 빼 들어 자기 입술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그것을 쪽하고 맛보면서 내리 깐 눈으로 트린다미어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지식하고 바보 같은 소환사들의 요구에 맞는 멍청이 짓은 관두고, 그냥 우리 같이 …해볼래요?”

“뭐…?”


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해 멍한 표정으로 아리를 바라보는 트린다미어. 그러고 보니 엄청난 미모군,

이 여우 녀석…. 문득 그는 뭔가를 느꼈다. 주체할 수 없는 이상한 욕망 같은 거랄까?

그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아리는 트린다미어가 제대로 듣지 못한 말을 또박거리며 발음해주었다.


“우리 같이 홀.려.보.자.구.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트린다미어의 실수였다.

아리는 보지 속에서 입으로 이동했던 손가락을 다시금 빼 들어, 이번엔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쫙하고 펼쳐서 그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그 손에서 분홍색 하트 모양의 마력이 뿜어져 나와 트린다미어를 휘감았다.

느릿하게 다가오는 그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한 채 정통으로 맞은 트린다미어는 잠깐 동안 시야가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트린다미어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불여우 같은 녀석!”


아리는 들은 체도 안 하고는 다리를 꼬아 앉아, 그 위에 팔꿈치를 받쳐 턱을 괴었다. 그리고는 재미있다는 듯 키득거리며 그를 응시했다.

역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요망한 계집이군. 공격할 의사가 있든 없든 그냥 처단하는 게 내 편에선 여러모로 이로운 거겠다.

그렇게 생각한 트린다미어는 검을 고쳐잡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되는’ 자신을 느끼곤 당황했다. 어… 엇?


“왜 그러세요, 트린다미러님?”

“트… 트린다미어다! 똑바로 발음해! 그… 그보다 방금 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아리는 이젠 아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대면서 눈물을 짜내었다. 그래, 이렇게 방심한 틈을 타서 공격해야 하는데… 이런 제기랄, 몸이…!

트린다미어는 비척비척 아리에게 다가가다가 결국 그녀가 앉아있는 바위 앞에 무릎을 꿇듯 털썩 주저앉았다.

몸 구석구석으로 알 수 없는 마력이 스며들어와서 자신의 힘을 봉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찌 된 건지 그 봉쇄된 힘만큼 특정 부분으로 다른 힘들이 몰리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당신, 꽤 크네?”


여전히 다리를 꼬아 앉은 채 턱을 괴었던 손을 약간 뺨으로 이동하면서 그렇게 내뱉는 아리. 뭐가 크단 건지 짐작하지 못하던 트린다미어는

그제서야 아리의 시선이 자신의 하반신에 꽂혀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몰린 그 힘들의 정체도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트린다미어의 자지는 어느 새 그 힘들이 모여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하트… 성욕을 극대화시키는……!


꼬아 앉은 다리 한쪽을 까딱거리며 욕망에 빛나는 눈으로 내려다보던 아리는 혀로 살짝 입술을 핥았다.

아리가 앉아 있는 바위는 꽤 컸고, 그래서 주저앉은 트린다미어는 마치 그녀가 자신을 집어삼킬 서큐버스처럼 높은 입지의 악마처럼 보였다.

트린다미어는 덜덜 떨리는 입을 열어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알면 막아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꼼짝도 못 하게 된 트린다미어와는 달리 너무도 여유로운 아리는 그렇게 반문해보았고,

그래서 결국 그는 자신이 지게 된 현실을 자각하곤 고개를 푹 숙였다. 구미호의 속성을 모르고 단칼에 끝내지 못한 채,

그녀의 자위 모습에 넋 나간 자신을 탓할 시간도 사실은 얼마 없었다.

아리는 발등으로 야만전사 왕의 턱을 받쳐서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강제로 눈을 맞추었다.

미지의 공포심에 몸을 떠는 그에게 아리는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떨 것 없어요. 이건 당신에게도 기분 좋은 것일 테니까. 나는 당신의 정기만 흡수하면 목적이 달성된 거예요.

지저분하게 피를 흘리는 일도, 고통도 없죠. 뭐 그런데 뽑혀 나오는데 느끼는 것도 고통이라면 고통이랄까?

남자가 돼 본 적이 없어서 그건 잘 모르겠네, 후훗.”


“어… 어떻게 흡수한다는 건데?”

“싫다아…. 알면서 물어보는 건지, 아님. 정말로 모르는 척 내숭 떠는 건지.”


그리고 아리는 바위 위에서 툭하고 내려왔다. 공터는 풀이 얼마 없고 모래와 흙이 부드럽게 깔려 있는 곳이라, 

트린다미어는 주저앉아있는 자신의 주변을 사뿐사뿐 걸어 돌고 있는 그녀의 발자국만 아무 생각 없이 응시했다. 

물론 다른 생각이 들어차서 그런 것이지만. 그는 지금 이 구미호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차츰 짐작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리가 최면을 걸 듯 커다란 꼬리들을 살랑거리며 자신을 끌어안음으로써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몸 되게 멋지네요? 당신네 부족 남자들은 원래 이렇게 단단하게 몸을 키우나요?”

“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난 야만전사 왕이니까…….”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채 한 손을 그의 목에 휘감고 다른 쪽 손가락으로 가슴을 살살 훑어 내려가던 아리는 다시금 풋하고 웃고 말았다.

역시 남자는 다 똑같이 단순하단 말이야, 이렇게 내 물음에 진지하게 답변해주고.


그녀는 트린다미어의 투구를 벗겨버린 후 엷은 입술로 그의 목에 살며시 키스했다.

트린다미어의 몸이 움찔하고 떨린 것도 잠시, 그녀는 점차 깊숙하게 그의 목에 키스해갔다.

나중에는 아예 이빨로 살며시 깨물기까지 했다. 트린다미어의 입에서 낮은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읍….”

“우웅… 음…… 쭙…… 쪼옥…….”


그의 목과 어깨 부분을 조금씩 이동해가며 여기저기 이동해가던 아리는 문득 입술을 떼고는 트린다미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짜릿함을 느껴가던 트린다미어는 졸지에 그녀의 눈을 빤히 마주 보게 되었고 곧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제기랄, 구미호들은 다들 이렇게 예쁘냐고 되묻고 싶어질 정도군. 커다란 눈에 또렷한 이목구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부드러운 볼과 턱선.

그렇게 트린다미어를 꼼짝 못 하게 만들어놓은 아리는 여우 귀를 다시금 쫑긋거리며 물었다.


“흐응, 그런데 아무리 주술이 걸렸다지만 되게 숙맥이신데. 아니면 뭔가 불안한 게 더 있으신가?”

“다… 당연하지,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나에겐 발로란의 부족들을 위한 사명이…….”

“호오… 그런 중대한 사명을 지고 리그에 참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제 자위 모습에나 넋나가있던 거에요? 호호홋.”

“그… 그리고 내겐 애쉬가…….”

“애쉬? 프렐요드의 그 애쉬 말인가요?”

“내… 내 아내…….”


그렇게 말을 잇지 못하는 트린다미어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아리는 그만 폭소했다.


“아하하하핫!”


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그의 몸에 밀착하며 키득거렸다.


“아하… 정세의 부흥을 위해 결혼했다는 그 왕과 왕비의 주인공이셨군요. 그런데 뭐 어때요? 어차피 정략결혼인데.

게다가 프렐요드라면 이곳 아이오니아에서 상당히 먼 타지인데, 리그를 위해 먼 곳을 잘도 오셨네요.”


그리곤 잠시 말을 끊고 그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느릿하다고 표현할만한 시간이었으나 그녀의 미모와 말에 정신을 놓고 있던 트린다미어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찰나처럼 느껴졌다.

부드러운 아리의 혀가 트린다미어의 혀를 이리저리 헤집었다.


혀 놀림이 어찌나 능숙했던지 트린다미어는 그녀가 방금 한 말을 곱씹어볼 생각도 못 한 채 그녀가 주도하는 대로 키스에 몰두해갈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깊숙한 키스 끄트머리에 아리는 침을 길게 늘어뜨리며 살짝 입을 떼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어요. 지금, 이 순간, 이곳은 당신과 나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니까. 본능에 충실해요.

그것이 진짜 사랑이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요.”


무슨 그런 위험한 발언을 하냐고 트린다미어가 반박할 사이는 없었다. 다시금 아리의 입술이 그의 입술을 덮쳤기 때문이었다.

고요함과 적막의 일색인 숲 한가운데의 공터에 두 남녀가 키스하는 소리만 섬세하게 울려 퍼졌다.


“우움… 쭙…… 쭈웁…… 슈릅, 츄릅….”

“으… 읍…… 쭙… 츄읍, 츄읍…….”


아리는 한 손으로 트린다미어의 귀밑을 붙잡고는 혀를 가볍고 빠르게 놀려 나갔다. 많은 침이 아리의 입과 트린다미어의 입에서 섞여갔다.

질척한 침들이 약간의 거품을 생성하며 두 남녀의 맞붙은 혀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헤매며 여행한다.

그러다가 지쳐버린 무엇처럼 입술 가장자리로 새어나와 턱을 타고 흘러 내려갔다.

트린다미어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고, 아리는 가늘게 뜬 눈으로 그를 응시하면서 그의 혀를 구석구석 탐닉하였다.

달콤한 향을 간직한 아리의 침이 트린다미어의 입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악…….”


트린다미어는 결국 참지 못하고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었다.

아리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를 꼬옥 끌어안고는 더욱더 깊숙하게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나긋나긋한 아리의 몸이 트린다미어의 몸에 밀착하면서 몽환적인 기분을 선사해주었고,

입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혀는 뇌가 타들어갈듯한 짜릿함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정신없이 아리의 혀를 빨고 있던 트린다미어는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가득 하반신을 메우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그리고 그 느낌이 무엇인지 도와주기라도 하듯 아리는 살며시 입술을 떼고는 그를 약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굉장히 딱딱해진 것 같은데?”

“뭐… 뭐가……?”

“당신 이것요, 이것.”


아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켜 보였고, 트린다미어의 시선도 따라 내려갔다.

이미 흥건하게 젖어있는 아리의 벗어버린 하반신 밑으로 자신의 자지가 옷 위로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거기를 촉촉하게 적시는 것은 아리의 애액인지 자신의 애액인지 알 수 없긴 했으나 어쨌거나.

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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