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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선배를 사랑하던 그녀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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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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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따라다니는 철수형은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절도 있는 언행과 매너로 많은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멋진 남자였다.

복학 후 벌떼 같이 달려드는 동아리 여자 후배들을 물리친 체 아련한 스무 살 적 옛사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순정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철수형의 마음일 뿐 여자들은 철수형을 가만히 두질 않았다.


그럼에도 철수형이 없었다면 90년대 중반 이미 그 인기를 잃은 사회과학 독서토론회에 수많은 여성이 몰리고. 그 여자들을 쫓아 들어온

나 같은 남자들도 없었을 터이기에 나를 비롯한 남자 동기들은 철수형을 질투하기보단 고마운 선배로 생각하고 있었고,

가끔이지만 형이 마련한 딱딱한 강의도 기쁘게 들을 수 있었고 그 후 마련되는 걸쭉한 뒤풀이에 대학 생활의 절반인 동아리 생활에 젖어 들 수 있었다.

그런데 가끔이지만, 형이 마련한 뒤풀이에는 철수형이 예전에 몸담았던 다른 동아리 여자 선배가 가끔 동석하기도 했는데

아마 복학생이긴 했지만 집에다 손을 벌려야 하는 형의 물주이자 후원자였던 것 같다.


나랑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나는 미영이 누나를 난 그냥 철수형의 여자 선배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결혼을 약속한 애인이 있음에도 철수형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물론 철수형이야 스무 살 적 그녀를 아직 가슴에 담고 있기에 그 마음을 받아들이질 않았고 자연스레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는 선배들에 의해 회자하고

우리 같은 1학년 후배들의 귀에도 들어오게 되었고 우리 사이의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미영이누나와의 아찔한 관계가 시작된 건 철수형이 집안의 권유를 마다하지 못하고 유학을 가기 전 한 달 동안을

우리 동아리 후배들과 매일 술을 마시면서 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 나랑 형은 무척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가난한 자취생이었던 나는 형을 따라다니면서 매일 술과 안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었고 곧 이 땅을 떠날 형은 매일 같이 술 친구가 되어주는 나를

동아리 차기 회장으로 키울 요량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선배들을 소개해주고 커리큘럼을 짜오게 해서

매일매일 점검하는 일로 마지막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미영이 누나와도 친해졌고 미영이 누나도 곧 떠나갈 철수형에 대한 사랑을 조금씩 내게 나누어주는 듯한 인상을 느낄 수가 있었다.

가끔 술을 마시다 지치면 미영이 누나 방에 가서 잠을 자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미영이 누나는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잤고

철수형과 나는 미영의 누나의 넉넉한 침대에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철수형이 출국하기 이틀 전 서울집으로 가기 전날이다.

3일 동안 철수형의 뒤풀이를 밤낮으로 했는데 그날의 마지막 뒤풀이는 자정을 넘겨 자연스레 미영이 누나 방으로 이어졌다.

철수형, 나, 그리고 미영이 누나는 미영이 누나 방에서 한잔을 더 하기로 하고 술을 사 들고 미영이 누나 방으로 갔다.

미영이 누나 방에도 어느 정도는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날은 더 맘 편하게 술을 마시다 지쳐 먼저 침대 위로 올라가 뻗어버렸고

아련하게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소리를 뒤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잠들어 있었을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낮은 신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하지만 몸을 뒤척이거나 숨소리조차 크게 내쉴 수 없는 뭔가 끈적하게 달아오른 분위기는 나를 숨죽이게 했다.

미영이 누나의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아~! 조금만 더. 조금만" 


철수형도 숨소리를 참을 수가 없는지 헛기침을 자꾸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영이 누나의 아래에 붙어서 떨어질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애무는 몇십 분이나 계속되었고 난 커질 대로 커져 버린 녀석을 잡고 잠든 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하자~!, 넣어줘! 넣어줘 제발!! "


미영이 누나의 애원이 한창이나 이어진 후에야 철수형은 삽입을 하는 것 같았다.

미영이 누나의 업그레이드된 신음소리, 1미터 옆에 누워 잠자는 날 의식해서 참으면서도 참을 수 없어서 나는 그 신음소리는 날 더 미치게 했다.

참아지지 않는 신음소리,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더 격해지더니 10분이 다 되어 갈 무렵 누나가 "어흥~~!어어어!!"하면서 일이 다 끝난듯했다.

형이 바로 눕는 소리가 나고 담배 연기가 방에 피어났다.

부스럭부스럭 소리는 아마 누나가 뒷정리를 하는 모양이다.


담배를 다 피웠는지 형이 방에 붙어있는 부엌 겸 욕실 문을 열고 나가고 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도 난 흥분을 주체할 수 없고 나도 몰래 헛기침을 하였다. 그제야 누나가 날 의식하게 되었는지 내게로 와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누나의 움직임에 놀라 나도 몰래 이불을 감싸며 돌아누웠다.


"결에 그러는 줄 알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콩 닦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쓴다.

어떻게 잠이 들었을까? 날이 다 밝아올 즈음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는데.

철수형이 들어와 누나랑 내가 안 자고 있었으면 어떡하냐고 몇 마디 나누다 피곤한지 잠이 들고서도 난 한참 동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둘이 원래 저런 관계였을까? 아니었다면 오늘은 어쩌다 둘이 그렇게 되었을까?

내일 아침 둘의 얼굴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 새벽녘에야 잠이 든 것 같았다.


"야~! 일어나 임마! 형 나간다. 밥 먹고 서울 가야 해! 가자! 빨리 일어나서 씻어"


얼마나 그렇게 깨웠는지 모르지만, 철수형이 한참을 깨운 끝에 난 겨우 잠에서 깨어났다.

내가 부엌 겸 욕실에서 씻고 나오기 바쁘게 형은 날 끌고 터미널 근처 해장국 집으로 날 끌고 나갔다.

미영이 누나에겐 인사도 하지 않고 말이다.


밥을 먹는 내내 자기가 없어도 동아리 잘 키우고 어려운 일 있으면 미영이 누나한테 부탁하란 말을 하고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버렸다.

참 편지 한 통 주면서 동아리 방에 붙여놓으란다.

난 내방으로 돌아와 손으로 어제 미영이 누나와 형이 하던 일을 대신하고는 다시 못다 잔 잠을 잤다.

자다 깨어 텔레비전 보고 텔레비전 보다 지치면 다시자고, 삐삐가 여러 통 왔지만 무시해버린다.

자다 깨다 하면서 지난 3일간 모자란 잠을 다 자고 일어나니 시간이 하루가 지났다.


철수형이 우리나라를 떠난 날 저녁이다. 또 삐삐가 울린다. 라면 끓여 먹고 귀찮아서 무시하고 다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이번엔 음성이다.

젠장! 대충 씻고 집 앞 공중전화에 가서 조금 전에 온 전화번호를 눌렀다. 음성을 확인하면 돈이 두 번 든다. ㅋ


"저기 2345 호출하신 분요"


전화 건너편에 내가 방금 한 말이 예쁜 여대생 목소리로 다시 울려 퍼지고 좀 전에 나간 것 같다고 한다.

다시 수화기를 들어 음성을 확인한다.

"메시지가 5개 있습니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나야! 미영이야~@ "


띠 3번을 눌러 지나간다. 최근에 온건 미영이 누나고 그전엔 주절주절 철수형의 음성이 네 개나 있다.

왜 그랬는지 미영이 누나 목소리는 그냥 지나쳐버리고 철 수형 걸 먼저 들었다.

철수형한테 전화 못한걸 미안해하며 다시 첫 번째 메시지, 그러니까 왠지 모를 설렘으로 미영이 누나의 메시지를 듣는다.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나야 미영이야!, 왜 전화 안 하니?, 그리고 언제 간 거야! 깨우지 그랬어?

철수는 잘 갔다던데. 너 뭐하냐? 난 그냥 우울해서 술 한 잔 하다가 삐삐쳤는데 너 전화 안 하네...

나 집에 가서 술 한잔 더 할 건데 술 고프면 우리 집으로 와라, 메시지라도 남겨!"


형이 떠나서 외로운 걸까? 혹시 어젯밤 내가 깨어있던걸 아는 걸까? 아니면 왜 날 부르지? 유혹인가?

미영이 누난 원래 그렇고 그런 여잔가? 그래도 그렇지 이게 유혹이라면 난 어찌해야 하나? 철수형이랑 누난 어제 둘이 살을 섞었는데.

생각이 꼬리를 물자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고 난 소주 두 병을 사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가 술이나 마시다가

잠이나 자다가 내일 아침 일찍 동아리에 가서 철수형 편지나 붙여놔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아무리 술고래라지만 혼자 마시는 소주 두 병은 쉽게 바닥이 나질 않았고 한참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고 있는데


"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보니 미영이 누나다. 얼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가 없다.


"들어가도 되니?"

"네!"


난 널브러진 옷가지와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누나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준다.


"좁다, 그리고 좀 치우고 살아라."

"크크 , 네 그런데 어떻게 오셨어요?"

"그냥 철수도 없고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그런데 얌마 너 왜 혼자 술 먹을 거면서 안 오냐?. 음성 안 들었어?"

"아, 음성 남기셨어요?" 


모른 채 했다.


철수형 얘기하면서 두어 순배 술잔이 오가는 새 술병이 바닥을 드러낸다.


"술 더 먹을까?, 난 한 잔 더 해야겠는데."


가슴이 진정되질 않고 어젯밤 참지 못해 흘러나오는 누나의 신음소리가 머릿속을 휘휘 저어놓는다.


"그러지요, 그럼, 하하, 이제 그만 술독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애써 태연히 말을 받아 호응해준다.

미영이누나 손에 이끌려 엊그제 잠들었던 누나 방으로 다시 왔다.

좁고 냄새도 나고, 안주도 만들 수 없다며 미영이 누난 내방보다 조금 좋은 누나 방으로 날 데려온 것이다. 정말 그래서일까?

누나가 술을 내온다, 양주다, 간단하게 오징어 땅콩에 우유와 이온 음료를 곁들였다.

뭐, 사실 간단한 건 아니다. 싸구려 나폴레옹이나 캡틴큐 말고는 양주를 먹어보지 못했던 스무 살의 나였기에 조금은 과분한 술상이었다.

혼자 마신 술에다 처음 마셔본 스카치위스키가 두 병이 바닥나고 있는 동안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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