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보여주기야설) 피관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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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이는 늦다. 이제는 아주 당연한 듯이 전화도 한 통 없다.

나도 뭐. 사실 기다리는 건 아니다.

여자 향수 냄새 풀풀 풍겨가며 집에 오는 남편이 뭐 그리 반갑겠냔 말이다.

이젠 아침이 다 된 시간에야 들어오곤 하는 남편이 더 익숙하다.


남편은 꼭 월식하는 사람 같다. 식당에 한 달씩 예약해 놓고 아침을 먹어대는 사람 말이다.

남편이 하숙생 같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월식보다는 낫지 않겠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억지로 눌러버린다.

이러다 소화불량에나 걸려버리는 건 아닐는지.. 씁쓸...


그래도 애들에게 아빠 자리는 필요한 거니까 싸우고 자시고 힘 뺄 거 없이 그냥 놔두련다.

나도 이혼녀 감투 쓰기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고.

서른다섯의 이혼녀라.. 누가 뭘 잘못했든 간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날 성격장애 자로 보겠지.

한국이란 나라가. 그러니까. 참고 살지 못하는 여자가 못된 여자니까.


벽시계가 하루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정이 되기 전에 샤워를 해야겠다.

이상도 하지. 12 시만 되면 화장실에 귀신이 죽치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으니..


행여 그 시간에 머리라도 씻고 있으면

마치 내 등 뒤에서 귀신이 벌건 눈 내리깔고 뒤통수로 다가올 것만 같다.

세수라도 할라치면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소름이 좍 끼친다.

으으..


나이가 몇 갠데 아직도 이런 걸 무서워하냐고들 하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건데 나더러 어쩌라구..

11시 20분, 갈아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간다.


간편하게 팬티 위에 얇은 슬리브리스 하나를 걸치고 거실로 나온다.

한밤의 샤워는 항상 개운해서 좋다.


앞 동에는 이제 블라인드가 쳐져 있다.

오늘은 안 쳐지길래 어디 갔거나 벌써 자는가 했는데, 내가 씻는 사이 들어와 있나 보다.


얼마 전부터 앞 동에서 누군가가 날 훔쳐본다는 걸 알았다.

분리수거 하면서 사람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대학생 남자들만 셋이서 사는 집이란다.

둘은 집에 갔는지 안 보이는 걸 보면, 그놈이 누군지 알 것 같다.


오늘은 기분도 시원찮은데 그 학생을 좀 골려줘야겠다.

사실, 욕실로 향하면서 아무도 없는 듯한 그 집 창을 보며 좀 서운한 맘이 들었다.

오늘은 특별히 옷도 제법 야한 걸로 준비하고, 야시꼬리한 비디오도 하나 구해다 놓았는데,

모든 게 말짱 꽝이 되어버리나 싶으니. 웬 한숨이 나오는지..


우선 저쪽 창에서 보기 쉬운 자세를 잡고 천천히 로션을 바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보일 듯 말 듯 자극을 줄 수 있도록 고려해 가면서 각도를 잡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가슴에 바를 때는 일부러 주물럭거리면서 시간을 끌었다.

제대로 보고 있으려나.. ㅎㅎ.

누군가 훔쳐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한 것이 기분이 그만이다.


로션을 발랐으니 비디오를 틀고, 역시 보이기 쉬운 자세로 소파에 눕는다.

처음부터 이상한 짓을 하면 아무래도 사실감이 덜할 테니 시계를 보면서 때를 기다린다.

긴장이 돼서 그런지 몸을 자꾸 뒤척이게 된다.

30분 가까이 흐르자 비디오에선 때맞춰 섹스신의 전초전이 흐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키스.. 서서히 진해지는 애무..

나도 그 장면을 보며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이내 야릇한 기분이 온몸을 타고 흐르고, 숨이 불규칙하게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누군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흥분되는 것 같다.


비디오 화면의 흐름에 맞추어 나도 손으로 내 몸을 주물러 가며 느낌에 취해 본다.

안방에서 혼자 하는 애무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격하지 않게 주무르고 있는데도 내 아랫부분은 벌써 스멀스멀 무언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다.


아아...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쾌감이 고조된다.

아.. 아... 물이 나와버릴 것만 같다.

그러다가.. 화면에 남자가 여자의 아랫부분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안방에서 혼자 자위할 때는 불을 꺼놓고 하므로 내 그곳을 일부러 들여다본 적이 없다.

내껀 어떤 모양이려나..

윗몸을 일으켜 팬티를 들치고 속을 들여다본다.

꼬불꼬불한 까만 털들이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윤기가 흐른다.

손가락으로 털을 위로 잡아끌고 꽃잎 옆의 살을 살짝 벌려본다.

위에서 바라보아서 그런지 잘 보이지를 않는다.

이따가 안방에 가서 화장 거울로 다시 한번 자세히 봐야겠다.


털을 잡아당기는 느낌 때문인지 내 그곳이 다시 자극받는 듯하다.

나는 오른손을 팬티 속에 넣고 꽃잎 위를 문질러 본다.


아아..


그가 더 자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다리를 조금 더 벌린다.

손놀림을 더 격렬하게 하니 몸의 신경들이 모조리 한 곳으로 향한다.

그 남학생의 시선이 내 온몸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다. 숨이 가빠오고 금세 헐떡이게 된다.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어 대니 정말 섹스를 하는 듯한 착각이 든다. 기분 최고다.


느낌이 강한 곳만 골라 쉬지 않고 비벼댔더니 점점 오줌마려운 느낌이 강해진다.

드디어 때가 오고 있다. 여기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아아... 하아... 아... 아...... 

허읍.. 


드디어, 드디어.. 아아... 내 가랑이 사이에 멀건 물이 흘러내린다.

뜨듯한 것이 흐르는 그 느낌이란.


하아..


만족감이 치밀어 오른다.

저 학생이랑 대낮에 마주치면 어떤 느낌이려나.. ㅎㅎ...


한참을 그 자세 그대로 앉아있으니,, 쾌감의 여운이 서서히 사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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