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불륜야설) 친구의 아내 - 상편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윤수는 나와 죽마고우다. 요즘 윤수가 아내 문제로 고민하는 것을 알았다.

아내가 요즘 남자를 만나는 것 같다는 윤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친구로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 몰라 함께 술을 마시고 위로했을 뿐이었다.


초등학교는 달랐지만, 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고, 대학도 비록 과만 달랐지, 같은 대학을 다녔다.

우리는 친형제 이상으로 가족이 모두 알고 지내는 사이다.

윤수의 아내는 내가 봐도 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우아함이 배어난다.

30대 초반의 완숙미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한결 돋보이게 했다.


윤수는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중매로 결혼했다.

윤수의 아내는 위로 딸 둘을 낳고 셋째에 아들을 낳은 지 이제 겨우 여섯 달이 지난 처지인데 외간 남자를 만난다니 처음에는 나도 믿어지지 않았다.

여자가 애를 낳고 키우자면 많이 힘들 텐데 그 와중에 다른 남자를 만나서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친구 사이기 때문에 나는 자주 윤수의 집에 놀러도 가고 그러지만 윤수의 아내에게서 부정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 윤수의 아내가 불륜에 빠졌다고 고민하는 친구를 나로서는 위로하는 방법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친구는 아내의 불륜을 느낌으로 알고 있으나 딱히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외출이 잦아지고, 밖에 나가서 전화하거나, 어린 아기를 낮 동안 아가방에 맡겨놓은 채 외출하는 일까지 있었다.

윤수하고의 성관계를 피하는 경우도 있고, 외출에서 들어오면 정신없이 잠을 자는 것 등이 틀림없이 외간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윤수의 입장에서 무작정 아내를 의심하고 닦달할 처지도 못 되었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고, 셋째로 아들을 낳아준 아내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속앓이를 하며 고민하는 윤수가 가장 친한 친구인 나에게 자신의 속내를 말하며 도움을 청할 때 나도 마음이 아팠다.


윤수는 나에게 아내의 뒷조사를 부탁했다.

자신이 직접 아내를 미행해서 뒷조사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시간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미행하는 것을 눈치채게 할 수는 없어서 나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나는 다단계판매회사의 영업직이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이 자유스러운 처지여서 윤수가 바라는 일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처지였다.

나는 윤수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친구의 아내를 미행하고 뒷조사하는 일을 떠맡았다.

우선 나는 윤수가 출근한 후부터 아파트 앞 동에 차를 세워놓고 윤수 아내의 동정을 살폈다.

2일째 되는 날 나는 윤수의 아내가 오전 10시경에 외출하는 것을 보고 미행을 시작했다.

윤수의 아내는 바쁘게 큰길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나는 그녀가 탄 택시를 놓치지 않고 뒤따랐다.

그러나 나는 곧 윤수가 아내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 싸였다.

그녀가 택시에서 내려 찾아 들어간 곳은 다른 곳이 아닌 윤수의 친동생 윤철이가 하는 샷시 공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샷시 공장은 윤수의 친동생인 윤철이가 작년에 새로 시작한 곳이어서 나도 몇 차례 간 적이 있었다.


윤철이는 28살로 아직 미혼이지만 일찍부터 철물회사에서 잔뼈가 굵어진 나머지 은행원인 형 윤수의 보증으로 대출받아 가게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샤시 가게는 건물 틈새의 빈터에 자리하여 컨테이너를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윤수의 아내는 그곳에서 시동생인 윤철이를 만나고 나와서 다시 곧장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했다.

윤수의 아파트단지에서 택시 기본요금 거리에 있는 시동생의 가게를 잠시 잠깐 찾아가서 만나는 것을 의심한다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다.

더구나 그녀는 시동생을 작업장에서 잠시 이야기하고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의심할 구석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혹시 다른 남자를 몰래 숨겨두고 만나는지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일만으로 그녀의 모든 의혹을 풀기는 아직 이르다.

집에 어린 아기가 있어서 그녀가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는 어려울 거라고 믿었다.

혹시 아기를 요람에 잠재워 놓고 외출한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 이상은 불가능하다.

그러면 누가 집에 와서 애를 봐주거나 아가방에 맡기는 거라면 그곳이 어딘지를 알아내야 할 것이다.


나는 머리를 짜냈다.

그리고 그날 윤수를 만나 함께 아파트로 가서 윤수의 아내가 만들어주는 저녁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따라 윤수의 아내가 왠지 애교스럽고 음란한 분위기가 느껴져 보였다.

친구의 아내이지만 혹시 불륜관계를 즐기는 남자가 있을는지 모른다는 의심을 하며 바라보는 모습은 어딘지 색기가 넘쳐 보였다.

예전에는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그런 여자로 보이던 여자가 이제 친구인 남편의 의심을 받고 있다니 내 눈에도 좀 음탕한 여자로 보였다.

은행의 대리인 윤수가 그 침착하고 신중한 성격에 아내의 불륜관계를 의심한다면 아마도 이것은 거의 100퍼센트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함께 사는 남편이 의심하는데 틀릴 까닭이 없었다.


정국해 보이는 윤수의 아내가 외간 남자를 만나 정을 통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었다. 윤 수의 아내에게 이런 불순한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저처럼 티 없이 곱고 아름다운 여자가 외간 남자를 만나서 즐긴다면 그 상대는 누구이고, 어떤 방법으로 씹을 할까? 상상만 해도 나는 오금이 저렸다.

친구의 아내에 대해 불순한 상상을 하며 그녀가 만들어준 저녁을 먹고, 나는 윤수의 집안 분위기를 샅샅이 살폈다.

은행대리인 윤수는 그런대로 안정된 가정을 누리고 살았다.

윤수의 나이가 34살에 그의 아내는 32살이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35평형이고 방이 셋에, 아이들은 큰아이가 7살 유치원에 다니고, 둘째 아이는 4살, 셋째가 이제 낳은 지 겨우 5달이 넘었다.

엊그제 백일잔치에 우리 친구들이 모였던 기억이 새로웠다.

건강이 좋은 윤수의 아내는 애를 낳고 회복이 빨라서 처녀 같은 싱싱한 아름다움에 물오른 버들가지처럼 하늘하늘했다.

애를 셋이나 낳은 아줌마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전에는 단순히 친한 친구의 부인 정도로 여겨 여자라는 생각을 못 하다가 불륜을 의심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뒷조사 부탁까지 받고 보니 내 눈에도 친구의 아내가 심상치 않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속셈을 모르는 친구의 아내는 여전히 나에게 친절하고 잘해줬다.


"백일 때 오고 첨 오셨네요? 왜 요즘 자주 안 오세요?"

"네! 이 친구가 요즘 뭐 구조조정이다 뭐다 하고 친구들 만나는 것을 피하네요!"


사실 나는 윤수가 아들을 낳기 전에는 자주 어울려 그의 집에도 갔었고, 그때마다 그의 아내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웬일인지 아들을 낳고부터 윤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그것이 윤수가 다니는 은행이 구조조정이니 뭐니 하며 어려워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알고 보니..

아마 윤수가 그의 아내와 문제가 있었고, 더구나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복잡한 사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평소에도 무뚝뚝한 윤수지만 내가 보기에도 그는 아내에게 자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마도 요즘 아내를 의심하는 윤수로서 아내에게 특별히 잘해줄 그런 기분도 아닐 것이라 짐작되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나는 애써 윤수와 그의 아내가 화해하는 분위기가 되도록 농담도 하고 웃기기를 시도했지만 윤수의 태도는 변하질 않았다.

내가 웃기는 농담을 할 때마다 윤수의 아내가 관심을 표시하고 반응을 보내올 뿐이어서 나만 무안하게 되어 버렸다.

모처럼 찾아온 남편의 친구를 두고 윤수의 아내가 무슨 죄라도 진 듯 조심스러워하고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윤수의 아내를 보면서 어쩌면 내가 친구로서 이런 부인을 뒷조사해주는 역할을 맡은 것이 정말 못 할 짓이다 싶었다.

전혀 윤수의 아내에게서 의심할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윤수가 요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의처증이 발동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착한 아내를 윤수가 왜 의심하고 그럴까?

나는 윤수네 집에서 나와 우리 집으로 오는 동안 내내 괴로웠다.

내일부터 당장 윤수의 부탁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윤수는 완고하게 나에게 좀 더 시간을 두고 미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윤수의 아파트 앞 주차장을 지키고 차 안에서 윤수의 아내가 외출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나의 그런 기다림은 번번이 헛일로 끝났다.

윤수의 처는 낮에 잠깐 나와서 슈퍼에 가는 일 이외에는 다른 외출을 하지 않았다.

대신 점심시간에 윤수의 동생인 윤철이가 공구 가방을 들고 왔다가 가는 것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동생이 형의 집에 들렀다가 가는 것을 의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알기로 윤철이는 약혼을 한 여자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잠복 일주일 만에 나는 윤수에게 쓸데없는 의처증을 버리라고 충고하며 이런 일에서 손을 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수는 거의 울상으로 되어 나에게 매달렸다.

아내와 불륜관계에 있는 상대가 집에까지 왔다 간 것 같다는 윤수의 얘기였다.

부부간에 같이 살면서 느끼는 직감이 틀림없다는 주장이었다.

한 달간만 미행해 주고 의심할 일이 없으면 그때 그만둬도 좋다는 윤수의 간곡한 청에 못 이겨 응하면서도,

나는 의처증에 빠진 친구를 어떻게 구해낼까 하는 생각으로 골몰했다.


나는 윤수에게 그의 아내가 결백하다는 증거를 대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윤수의 허락을 얻어 그의 아내가 없는 틈을 이용해서 거실 소파 위 스프링클러 틈새로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원격조정이 가능하게 하여 100미터 거리에서 무선으로 도청하거나 녹음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장비는 청계천 아는 친구를 통해 싼값으로 구입했다. 나의 이런 행동은 친구 아내에 대한 일종의 믿음 때문이었다.


아기를 낳아서 이제 겨우 백일을 지난 여자가 무슨 외간 남자 만날 여유가 있을까 싶었다.

애 우유 먹이랴 기저귀 갈아 끼랴 바쁜 애 엄마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여졌다.

그런데도 친구는 아내의 부정을 굳게 믿고 있으니 이것이 의처증 아니면 무엇이랴!

내 눈에는 친구가 아무 탈 없는 아내를 의심하는 일종의 의처증으로 비쳤다.


나는 도청 장치를 해놓고서도 대충 하는 시늉만 하고 말 작정이었다.

그런데 도청 장치를 하고 내가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채 차 안에서 내가 평소에 눈독 들여온

어느 유부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찰나 차 앞으로 지나가는 낯익은 남자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갈 뻔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임무가 잠복근무인 만큼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세울 위치가 아니었다.

나는 전화를 하면서 무심코 지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 윤수의 동생 윤철이었다.

형네 집에 이 아파트니 아마도 형 집에 무슨 일이 있어 오는 것이려니 하면서도

엊그제 낮에도 왔다 갔더니 그가 왜 이 시간에 다시 이곳을 찾는지 조금은 의아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그럴 리야! 하면서도 나는 전화를 서둘러 끊고 도청 장치의 주파수를 맞춰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동차의 에프엠 사이클에 맞춰놓자 윤수네 아파트 집안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자동차의 카 오디오 스피커로 생생하게 울려 나온다.

성능 하나는 끝내주는 도청 장치였다.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