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성인야설) 스물여덟과 서른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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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을 정의할 수 있는 자 누구란 말인가. 스물여덟 그놈과 서른여덟의 나는 반말을 하는 사이다. 존댓말? 누나 호칭? 우린 그딴 거 없다.

물론 우리는 그에 걸맞은 정신세계의 세련된 퇴폐를 겸했다. 그놈과 그룹섹스 파티에 가보고 싶었으나 그러다 박게 될까 봐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나는 말만 야하고 구멍은 쉽게 열리지를 않는다.

구멍은 입부터. 입부터 나는 삽입을 거부한다. "영혼이 맞닿기 전에는"이라는 개소리에 그도 끄덕였다.

 

"어디서 만날까?"

 

내가 물었다. 나는 뭐 좀 야시꾸리한 Bar를 상상했었다. 그런데 그놈이 잡은 약속 장소는 치킨집이란다. 이 시키... 역시 어리다. 문득 질이 꿈틀거렸다.

 

'어라? 이렇게 순진하게 나오니 도전 의식에 구멍이 벌어질 듯도 한걸...?'

 

일단 만나러 나갔다. 그렇게 배를 채웠고 그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숨겨진 관능이 있다. 깊은 관능. 그것이 나를 이끈다. 

이 지겨운 서울 한복판에서 쳇바퀴 돌듯 사는 나에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는. 또한 그렇게 살며 다양한 인종과 섹스 해 본 그놈의 아우라는 

깊이 숨겨져 있는 관능의 향을 풍기고 있었다.

 

맥주를 기울이다 눈을 맞출 때 살짝 상상한다.

 

'그는 흑인과도 해봤을까?, '유럽 여자들의 신음은 어떨까?, 미국 여자들이 침대에서 동양 남자와 어떻게 뒤엉킬까...?'

 

상상하며 살짝 젖었는지도 모른다. 실은 젖기보다는 요즘은 회음부가 굳어지며 나온다. 뻐근하게.

그러나 그런데도 손끝만 까닥하고 치킨집을 나왔다.

맥주는 야릇한 음료수다. 맥주는 소변을 불러온다. 소변은 나에게 또 다른 구멍이 있음을 자각시킨다. 야한 술이다.

남자와 같이 마실 때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그 퇴폐성. 팬티를 내리고 구멍에서 쏟아지는 액체를 쳐다본다.


이 액체와 향.. 시오후키를 할 때와 비슷하다. 찌릿하고 물컹하게 빠져나오느냐, 가늘게 쉬이 하며 빠져나오느냐가 다를 뿐.

옷을 올리고 화장실을 나왔다. 이제 차로 데려다줘야지.


차에 탄 그는 운전하는 나를 응시한다. 나는 운전이 좋다.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짜릿함, 일각의 순간을 포착해서 끼어드는 쌔끈함.

예술의 전당 앞길.

그 모호하게 굴곡진, 딱히 경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쿨렁거리는 그 도로를 달릴 때 그 묵직한 굴곡의 쿨렁거림은

비교적 고급으로 설계한 운전석 의자에서 한 번 더 승화되어 야릇한 눌림으로 나의 회음부를 압박한다.

나를 둔하게 쳐 대는 나의 운전석 쿠션.


'한번은 여기서 사정한 적이 있었지'


회상은 잠시 접어 두게 된다.

왜냐면 어느덧 나의 팔의 살결, 28살과 비견해도 부족하지 않은 엄마가 유일하게 남겨 주신 생리적 유산인 비단 같은 살결을 그의 손이 느끼고 있다.


 

"너 운전 멋있게 한다."

 

그가 말한다.

 

"너에겐 소녀와 마녀가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야. 넌 마치 고등학생 같은 청초함과 창녀 같은 마성을 같이 가졌지..."

 

"그래?"

 

"어제 잔 여자보다 부드러워."

 

"그래?"

 

"너의 미소가 좋아. 너는 나를 완전히 무장 해제시켜."

 

"그래?"

 

조금씩 위로 올라온다. 신호가 멈췄다. 나의 숨도 잠시 멈췄다. 목선... 나의 성감대 1호. 그의 손이 점령했다. 다시 파란불이다.

 

"제대로 가고 있나? 내비게이션 좀 봐줘."

 

나는 묻는다. 나의 목선은 완전히 지배당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은 건 아마 경험 때문이다. '이 정도로 떨기엔 뭐, 우습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 많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예외 없이 목선을 더듬는 그의 손가락 끝에 나의 신경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손이 손이라 해도 다 같은 손이 아니다. 내가 늘 헛소리로 씨부렁거렸던 영혼. 그의 손길에서 나는 영혼을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른 채 3개월을 기다렸다가 한국에 온 그이다.


'아... 나의 약한 목선...'

 

입술이 다가왔지만 벌리지는 않았다. 목선 몇 번 자극된다고 벌어질 만큼 쉬운 입은 아니다. 

아무리 영혼을 담아 내 입술을 연다 해도 나의 영혼이 입술을 벌릴 만큼은 아직 아니거든. 

거친 숨결이 나를 흔들었지만 나는 냉정하다. 냉정함은 나의 습성이고 그것을 뚫어야 한다. 


누구든, 그렇지 못하면 나를 가질 수 없으리라... 

누군가 말했나. 아주 많이 한 여자? 풉 글쎄... 발정? 오히려 반대지. 

아주 많이 했다. 그래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매의 눈을 가졌으니... 입안이 말라간 건 사실이다.

 

점점? 그래 점점! 그의 열정이... 나를 감동시켜 간다. 

잔기술이 아니어서 이었을까? 언제였지? 언제 내가 조수석으로?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어느덧 그의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가 앉고 내가 그 위에. 그와 같은 자세로 앉았다. 

차 앞 유리가 보인다. 멀리서 불빛이 몇 개 지나간다. 신경이 쓰여... 김이 서린다... 다행이다... 

 

시야가 흐려진다. 그러나 김이 서려서만은 아니다.. 

잘 보이지 않아.... 차 내부도, 그 남자도, 나까지도 잘 보이지 않아... 

그의 손이 나를 끌어내리고 그의 손이 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몸이 나를 받치고 그의 몸이 나를 튕겨 낸다. 

나의 몸이 그를 원하고 나의 몸이 그를 밀어낸다. 

나의 근육이 그를 마중 나오고, 나의 근육이 그를 밀어낸다. 

나는 나의 땀으로 범벅이 되고, 그는 나의 액체로 범벅이 되었다.

 

머리가 하얘진다. 머리가 따스해진다. 

머리로 따스한 열기가 하얗게 올라온다. 

근육이 뭉쳐온다. 근육이 몸부림친다. 

근육이 나의 제어를 떠났다.

지쳐 나가떨어진 나를 그가 쓰다듬는다.

 

'하지마... 만지지마... 아직 전율이 너무 커.'

 

전율은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전기 뱀장어처럼 아직 펄떡거린다, 몸 안의 모든 세포가.

 

'만지지마. 만짐 당할 힘마저 없어.'

 

그러나 입 밖으로 소리는 나지 않는다. 소리를 내어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만지지마... 얼마나 지났을까?

 

"아파 보여."

 

"아픈 거 아니야."

 

"난 너처럼 심하게 전율하는 사람을 본 적 없어."

 

"네가 무장을 해제시키네."

 

"나도 마찬가지야."

 

입술이 다가왔다. 아직 다물고 있던 입... 그가 열망한다... 열어줘. 

그가 탐한다... 더 깊이 탐하게 해 줘. 더 깊고 더 뜨거운 혀 안 너의 목젖까지 느끼고 싶어. 

더 깊게... 제발...

더 열 생각은 없었지만 더 열까도 생각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몸을 섞는다고 모든 걸 허용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으로 모든 것을 개방하는 것도 아니다. 

난 열려 지지는 않는다. 나의 손과 다리는 온전히 나의 이성 안에 있다. 

나의 영혼이 더 이상의 삽입을 갈망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의 혀가, 나의 입안 점막이, 입천장이, 너의 밀려들어 오는 혀의 감촉을. 

그 두툼해서 크고 따스한 입술이 잠시 궁금했을 뿐이다.

 

게다가 우린 아직 서로 옷을 벗지도 않았다. 

벗지 않았다? 무슨 말? 그래 우린 아직 옷을 입은 채이다. 

우린 마음을 삽입하고 흡입했지만, 몸은 섞은 적 없다. 대신 마음의 일부의 일부를 나누어 본 거다. 

전부의 전부는 줄 수 없다, 그 누구에게도. 


나의 근육이 그의 근육을 누른 것뿐이다. 악수처럼? 그래 악수처럼! 

바람이 따스하다. 올 가을엔 좀 덜 차가울 것 같은 기분이다. 

운전대를 잡는다. 내가 좋아하는 야간 드라이빙이다.

 

"밤이 늦었다. 자, 가자... 각자의 방향으로..."


"내려."

 

"발이 떨어지지 않아."

 

"난 잘 떨어져."


"가야 할 땐 잘 가는 거야."

 

"출국이 언제지?"

 

"다음 주."

 

"그래서 그럴 거야."

 

"절실함은 사실을 왜곡시키지."

 

"너를 갖고 싶어."

  

"절실함은 감정도 왜곡시키지."

  

"그러나 난 좋았어."

  

'입술끼리의 그 접촉만으로 내 팔과 네 손의 접촉만으로... 네 몸 위에서 퉁겨진 내 몸의 기억만으로...'

 

"너의 보지속에 들어가 보고 싶어."

 

내 안의 나는 움찔한다.

 

"미치게 하고 싶어!"

 

다시 한 번 꿈틀거린다, 심장 어딘가가, 자궁 어딘가가.

 

"궁금해서 일 거야, 난 너의 성기가 궁금하지 않아. 끽해야 성기야."

 

그러나 난 오버해서 말한다. 난 약간 후회한다.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내려."

 

"연락할 거야."

 

그가 말한다. 문이 닫힌다. 나는 일시도 지체 않고 엑셀을 밟는다. 

네가 연락을 하든 하지 않든, 나에 대한 궁금증이 얼마나 크던, 나에 대한 갈망이 얼마나 크던, 갈망으로 포장된 그것이 궁금증이든 아니든 

우리 숨의 얽힘만은 뜨거웠다. 


나는 생각한다. 옷 위로 느껴졌던 너의 몸짓, 그 몸짓 안에 담긴 갈망을 맛보았으면 된 거다. 

나는 달린다. 

바람이 문득 차갑다고 느껴진다. 

착각일 것이다. 바람에 물이 하나 튕겨 뺨에 닿는다. 

눈물은 아닐 것이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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