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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분륜야설) 사랑하는 여인들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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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미의 거친 숨소리가 나를 일어나게 했다.


"헉헉. 무슨 일 있어? 허헉. 오늘은 뭐가 다른데…?"


난 그녀에게서 떨어져서 식탁 의자 위에 앉아 버렸다.

나 역시 온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몰라. 당신이 오늘은 엄청나게 보고 싶던데."

"설마. 아마 딴 여자 때문에 흥분이 되어서겠지."


노련한 여자다.

남자들의 생각을 다 읽고 다니는 여자 같다.


"근데. 아까 내 뒤로 뭐 넣은 거야?"

"아. 느낌이 더 좋아? 아무 생각 안 하고 한 건데…?"

"몰라. 처음이야  이제 하지 마."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가운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같이 샤워할래?"


화장실 앞에서 가운만 든 채 나를 보며 물어보는 그녀.

멀리서 봐도 정말 눈부신 몸매다.


"먼저 들어가. 담배 하나 피우고 들어 갈게."


화장실의 샤워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에 담배를 집어 들고 한대 불을 붙인다.

하얀 담배 연기가 집안에 퍼지면서 내 머릿속이 정리가 되어 간다.


은영이와 근수 놈이 놀아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은영이 문제는 나도 뭐라고 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 나이에 그 성격에 나 하나만 바라보고 살라는 것도 이상하다.

다만 나도 조금씩 마음을 잡아가고 있었고 나에게 보여지는 은영이 역시 나를 생각해주는 여자였는데….

근수 놈 회사 사정을 확인한 후에 난 일을 진행 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은영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선미의 지시를 안 따른다는 것도 문제가 되는 일이다.

선미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다.

나도 그녀가 좋아서 만나는 것이지만 이렇게 같이 만나기만 할 것은 아니었다.


전화기가 울린다.


"오빠."


은영이의 목소리다.


"어. 왜?"

"어디 있어?"

"일하는 중이야."

"집에 빨리 와라. 나도 집에 가는 중이니까."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 오늘은 너의 집에 못 갈 것 같다. 일이 너무 많아. 그리고 며칠 지방에 좀 내려가야 할 것 같아."

"아잉. 그런 게 어디 있어."


징징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제는 애교가 아닌 가식으로 들린다.


"나 지금 누구 만나는 중이니 나중에 통화하자."


전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나도 모르게 또 담배를 집어 들고 불을 붙인다.


"그만 좀 피워. 너무 많이 피는 거 아냐?"


타월만 두르고 어느덧 내 앞에 서 있는 그녀.


"선미야 나 뭐 좀 묻자."

"뭐?"


자신도 담배 하나를 집어서 불을 붙이며 답한다.


"너 나 좋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답한다.


"싫으면 내가 이렇게 계속 볼 거 같아?"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감은 잡았을 것이다.


"무슨 일 있어?"

"아니다."


그녀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나는 담배를 끄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선미가 묻는다.


"자고 갈 거지?"

"아니…."


샤워기의 찬물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선미의 집에서 나와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밤거리를 헤맨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에 취해서 여기저기 운전을 하다 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이다.

거리의 사람들마저 안 보이는 시간이 되어간다.

내일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니 선미가 나 좀 보자는 메모가 보인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미가 아침부터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진수 씨. 강북 김 씨한테 뭐 부탁한 거 있어?"


화가 난 듯 하다.


"부탁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때 이야기한 회사 문제 처리를 2~3일 연기 해달라고 했어."

"그런 거 나를 통해야 한다는 거 몰라?"


어제 그녀의 집에서 일찍 나와서 화가 난 거 같다.


"미안. 내가 좀 다른 생각 때문에."

"무슨 생각?"

"그 회사 우리가 넘겨 받는 건 어떨까 해서."

"회사를?"

"응 너도 돈놀이 하는 거 평생 할 것도 아니고 들은 걸로는 그 회사도 잘 돌아간다는데 기회가 되면

그런 작은 회사 인수해서 직접 키워서 파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아닌가 해서."


그녀는 더 이상 묻는 것을 그만두는 것 같았다.

사무실을 나와서 근 수놈 회사로 향했다.

전화기를 돌리니 근수 놈이 받는다.


"나 30분이면 너 회사 도착이다. 자리 비우지 말고 있어."

"무슨 일인데 선배?"


자꾸 무슨 일인지를 묻는 녀석의 전화를 끊어 버리고 강북으로 향한다.

드디어 일을 저지를 때가 온 거 같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놈 사무실로 올라가니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 녀석이 보인다.

무작정 그놈이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날려버렸다.

뒤로 넘어진 놈은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본다.


"뭐야 이거?"

"뭐야…? 이젠 나도 우습게 보이지?"


발길질이 시작되었다. 아무 생각도 없었고 아무 느낌도 없었다.

그냥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놈에게서 뺐어야 했다.


"아이구 사람 살려…. 아아…. 누가 경찰 좀 불러라. 아이고.."


바닥에서 구르며 나에게 발길질을 당하던 그 녀석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비서실에서 일하던 아가씨부터 이 사람 저 사람 들어와서 나를 뜯어말리기 시작한다.

난 구태여 이런 놈들에게 말림을 당하기 싫어서 그놈이 앉아 있던 의자로 가서 앉아 버렸다.

숨을 헐떡이며 담배를 하나 뽑아 들고 불을 붙이며 말한다.


"근수야. 은영이가 잘 해주냐?"


얼굴이 벌게져서 바닥에 앉아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던 그 녀석의 얼굴이 잠시 흔들린다.


"무슨 소리야 이 씨발아."

"근수야. 은영이 보지가 좋지?"


사무실에 웅성웅성 모인 사람들이 우리 둘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본다.

근수 놈은 드디어 느낌이 왔는지 더 이상 나를 안 쳐다보고 있다.


"근수야. 강북 김 ㅁㅁ사장 잘 알지?"


담배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근수 놈 얼굴이 변한다.


"무슨 소리 하는거야. 빨리 나가 이 씨발아."


악인지 나를 기죽이자는 심사였는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내 전화기를 들고서는 장 씨에게 전화를 돌린다.


"여보세요. 장형 그 엊그제 부탁한 ㅇㅇ회사 문제요. 시작하셔도 됩니다.

담보 문제는 제가 부탁드린 데로 제 쪽으로 처분 부탁드리고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장 씨의 목소리가 근수 놈에게 들린 모양이다.

갑자기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아니. 선배 잠깐만…."

"장형 부탁해요. 최대 빨리 좀 요. 김선미 사장님도 급하다고 해서요."


일부러 선미의 이름을 대 버렸다.

장 씨와는 미리 연락하고 온 터라 그쪽도 진행만 시키면 된다며 전화를 끊는다.

근수 놈은 사무실에 밀려 들어온 사람들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어느덧 사무실에는 나와 근수 놈 둘뿐이다.


"다시 묻자. 은영이가 좋나?"

"선배 아까 전화 누구한테 한 거야?"


그 녀석이 내 앞에 서서 이를 물고 묻는다.


"너 한테 돈 빌려준 사람."


그 녀석은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얼굴이다.

난 그놈이 직접 사인하고 도장 찍은 서류 복사본 몇 장을 주머니에서 빼서 책상 위에 던져버렸다.

흩어진 종이를 본 순간 그놈은 알아차렸다.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고는 빌기 시작한다.


"선배. 내가 잘못했다. 은영이 건드리는 게 아니었는데…. 선배…. 이건 좀 봐줘라…. 내가 선배 평생 책임진다."


나도 모르게 다시 올라간 구둣발에 그놈이 뒤로 쓰러진다.


"나를 평생 책임져? 이 씨발놈아?"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놈은 다시 빌기 시작한다.


"선배. 이거 망하면 난 진짜 병신 된다. 나 마누라도 있고 부모님도 모셔야 하는데 좀 봐주라."

"다시 묻자. 은영이 보지가 그리 좋나?"

"아니 선배. 이러지 말고 말로 하자고 말로. 이건 아니지 선배."


난 전화기를 들고 은영이에게 전화를 건다.

근수 놈은 내가 정 씨에게 전화하는 줄 알고 조용히 내 얼굴만 쳐다본다.


"오빠~"


은영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근수 놈이 전화기를 뺏으려고 해 구둣발로 얼굴을 걷어차 버렸다.


"어디 있어 오빠~"

"은영아. 하나만 묻자."

"뭔데?"

"근수 놈이 대답을 안 하는데 너한테 하나만 묻자."

"......."

"너는 근수 놈 자지가 좋니?"


전화기가 조용하다.


"분명히 저놈 거 빨고 박으면서 좋다고 했을 텐데…. 그리 좋니?"

"........오빠…."

"좋은가 보네. 알았다."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근수 놈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12시간이다. 오늘 저녁 10시까지 돈 안 들고 오면 넌 오늘 자정부터 거지 된다."

"아이고 선배 그게 말이 됩니까. 어디서 돈을 그렇게 구해요 아이고 선배."

"10시다. 안되면 네 부모도 팔고 마누라도 팔아라. "


이 미친놈을 죽이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란 생각에 그놈 사무실에서 나왔다.

주차장에 들어가는 데 전화기가 울린다.


"오빠. 미안해…. 응?"

"연놈이 아주 지랄하는구나. 끊어."


전화기를 꺼버렸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나오는데 근수 놈이 뛰어나오면서 나를 부르는 게 보인다.

이제는 늦은 일이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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