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직장야설) 아내, 앞집 여자 그리고... 10부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그날 밤, 온 가족이 기분 좋게 외식을 했다. 이틀 동안의 연속된 관계로 연주의 기분은 무척 들떠있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부부에게 있어 성생활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랑 행위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어쨌든 아내의 기분이 좋은걸 보니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외식에서 돌아온 후, 아이들이 잠든 늦은 시간 연주와 난 단둘이 영화를 보며 와인을 마셨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연주가 콧소리로 속살거렸다. 

발그레해진 연주의 모습을 보니 또 성욕이 일었다. 그런 분위기라면 아무리 연이틀 자극을 받았다 해도 내가 덮치면 그대로 받아줄 것 같았다. 


“한 번 더 할까?”

“또? 날 미치게 만들 작정인거지?”

“그래. 널 미쳐버리게 만들고 싶어.”

“치.. 그렇게 기다릴땐 안해주더니..”

“그렇게 기다렸어?”

“그럼..”


연주가 금새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흘겨보았다. 


“또 그럴거야?”

“응? 뭘?”

“또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거냐구.”

“아..아니. 이렇게 예쁜 마누라를 또 어떻게 기다리게 하겠어. 다시는 안 그럴게.”

“또 그러기만 해봐라. 딴 남자한테 가버릴거니까.”

“아.. 그러면 안되지. 이렇게 예쁜 마누라를 다른 놈한테 뺏길 수 있나. 앞으로는 아주아주 잘할게요. 용서해주세요, 마님~”

“치,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볼 거야.”

“아,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연주에게 안기면서 옆구리를 잡으니 연주가 간지럽다며 나를 뿌리치려 몸부림 쳤다. 하지만 난 멈추지 않고 연주에게 간지럼을 태웠다. 


“하하하하..안돼..안돼.. 제발... 애들 깨.. 그만해.. 그만..그만..”

“오늘 나랑 자준다고 약속하면 그만 할게.”

“하하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어서 그만둬.. 나 숨 못쉬어.. 흐흐흐흐흐.”


연주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웃어재끼다가 내가 그만두고서야 웃음을 거두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배 아파서 혼났잖아. 하마터면 숨 넘어갈뻔했어. 씨..”

“약속 안 지키면 알지?”

“걱정 붙들어 매셔. 치..”


연주는 와인 잔을 들고는 1/3쯤 남아있던 와인을 한 번에 들이켰다. 난 발그레해진 연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다음 달에 있을 과동문회가 떠올랐다. 


“아 참, 당신 다음달 모임에 나갈거야?”

“동문회?”

“응.”

“가야하지 않을까? 올 들어 한번도 못나간거 같은데.”

“그렇긴 해.”

“왜? 당신 그날 바빠?”

“아니, 괜찮을거 같은데?”

“그럼 같이 나가자.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도 나온데?”

“응? 누구?”

“최 선배 말이야.”

“그 사람을 왜 나한테 물어?”

“어? 그..그냥. 모르나?”

“모르지 그럼. 연락하고 지내는 것도 아닌데..”

“그런가?”

“당신 이상해.”

“뭐..뭐가?”

“꼭... 내가 그 사람하고 연락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묻잖아.”

“아닌데.. 난 그냥 무심코 물어본 것뿐이야.”

“...”


연주는 뭔가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빈 와인 잔을 바라보다가 와인병을 잡아들고 거기에 술을 따랐다. 내가 손을 잡아 말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왜 그래? 별것도 아닌걸 가지고.”

“뭐가 별게 아냐? 그런 질문을 한다는 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거잖아.”

“그게 아니라니까? 오히려 당신이 더 이상한데?”

“내가 뭘?”

“그냥 넘기면 될 일을 왜 예민하게 받아들여?”

“내가 예민해? 당신이 이상한거지?”

“뭐? 뭐가 이상하다는거야? 지금 이게 화낼 일이야? 당신이 이러니까 더 이상해지잖아.”

“이상하긴 뭐가. 의심하는 당신이 이상한거지.”

“어라?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무슨 의심을 했다고 그래?”

“됐어. 당신하고 말하기 싫어.”


연주는 따라놓은 와인을 숨도 안 쉬고 마셔버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 가버렸다.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니 당황스러우면서도 화가 났다. 

그냥 무심코 물어본 것 뿐인데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연주가 그렇게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최 선배는 학창시절, 나와 만나기 이전에 연주와 사귀었던 남자였다. 

학교에서 워낙 유명한 CC였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나는 남몰래 연주를 흠모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워낙 사이좋은 커플이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에 연주와 사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접고 있었다. 

최 선배는 우리보다 세 살이 많았고, 학번도 빨랐지만 개인사정으로 휴학을 했던 탓에 우리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 때문에 나와도 가깝다면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난 늘 그에게 까칠하게 대했다. 나에겐 최 선배가 연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가질 수가 없었다. 


대학 3학년이 되었을 때, 둘 사이가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급기야 최 선배는 군 입대를 했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가 입대한 후 연주가 두 어 번 면회를 갔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정확한 얘기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내게 기회가 오게 되었고, 난 연주의 마음을 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었다. 

그리고 결국 연주가 내 마음을 알게 되어 우리 둘은 연인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후로 우리 세 사람은 동문회나 동기들의 결혼식 같은 장소에서만 가끔씩 보곤 했었다. 그때마다 연주와 최 선배는 어색한 낯빛으로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이젠 세월이 많이 지난 터라 어색함이 예전보다는 많이 적어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어색함을 완전히 떨칠 수는 없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그 어색함이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연주의 과민 반응으로 인해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까지 반응할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자꾸만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주가 최 선배와 사귀는 동안 둘이 모텔에 드나든다는 소문도 있었고, 연주가 혼자 사는 최 선배의 집에서 거의 살다시피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결혼한 이상 그냥 과거지사라 치부해버리고 살아왔는데 연주의 예민한 반응이 나로 하여금 의심을 갖게 만든 것이었다. 


‘둘이 어는 선까지 갔던걸까?’

‘키스? 섹스?’

‘혹시 애까지?’

‘요즘도 만나는건 아닐까?’

‘둘이 나 몰래 만나서 엔조이?’

‘아냐.. 아닐거야.’

‘아니.. 나고 그러고 다니니까.. 연주라고 아니라는 법은 없잖아.’

‘아냐.. 연주가 그렇게까지 무모한 여자는 아니야. 설마..’

‘아냐..아냐..’


혼자 거실에 앉아 있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깊은 새벽이 와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와인 한 병과 새로 꺼낸 양주 반병을 비우고서야 술기운으로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에도 우리의 냉한 분위기는 이어졌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예상보다 오래 이어졌다. 

몇 날 몇 일 동안 우린 말도 섞지 않았고, 잠도 따로 잘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일로 싸운거라면 내가 먼저 풀어줄 수도 있을 일이었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의심이 자꾸만 안 좋은 생각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우리 부부 사이에 큰 위기가 닥쳐온 것이었다. 


질투는 의심과 분노를 낳는 아주 사악한 감정이었다. 사소한 대화가 그렇게 힘겨움을 가져다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었다.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난 지치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을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슬퍼하고 힘겨워 하는 것 또한 이기적인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난 이미 두 여자, 아니 그 이전까지 치자면 여러 여자들로부터 욕구를 채웠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에겐 늘 관대하려는 것이 사람인 것이었다. 

아내 연주와 최 선배가 알몸으로 뒤엉키는 상상을 할 때마다 진저리가 쳐졌다. 정말 미칠 것 같은 질투와 분노가 심장을 쑤셔댔다. 

그러면서도 난 그럴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다. 너무나 혼란스러워 미숙과도 더 이상 관계를 맺지 않았다. 

미숙은 그런 날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술 한잔 사주실래요?”

“다음에..”

“요즘 너무 힘들어 보이세요.”

“괜찮아질 거야.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퇴근이나 해.”


미숙은 사무실에 혼자 남은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말없이 돌아섰다.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를 붙잡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차라리 그녀에게 기대 하소연 하고 나면 가슴이 후련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털어 놓기에는 내 자존심이 너무 강한 모양이었다.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졌을 때, 약간은 서운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끝까지 남아 나를 위로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잡아버릴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녀는 가고 없었다.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붙잡아 볼까도 생각 보았지만 그 역시도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 놈의 알량한 자존심...


남자 직원들의 책상 서랍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남겨진 담배갑을 찾아내고는 담배 한 개비와 라이터를 들고 소회의실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참고 참았었는데 마침내 다시 집어든 것이었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대부분의 연기를 뿜어내고 아주 조금만 들이켰다. 

하지만 목구멍이 콱 막히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그리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한참 쿨럭거리며 몸을 들썩이는데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안 사줄 거에요?”


깜짝 놀란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팔짱을 낀 채로 문가에 기대서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군가 기댈 사람이 생겼다는 생각이 나를 그렇게 만든 모양이었다. 그만큼 난 너무 지쳐있었다. 

그녀가 또각거리는 구둣소리를 내며 다가오더니 내게서 담배를 빼앗았다. 그리고는 앞에 놓인 종이컵에 비벼 끄며 말했다.


“어렵게 끊어놓구선 또 피우게요? 바보짓 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요.”

“...”

“어서요. 저한테까지 자존심 챙길 거에요?

“...”

“어서 가자니까요?”


미숙이 보채듯 나를 이끌었다. 못이긴 채 하며 일어나 그녀와 함께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의자에 걸려있던 내 양복 자켓을 들고 내 뒤를 따랐다.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내게 팔짱을 껴왔다. 그녀는 매력적인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내게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저 다시 오니까 좋죠?”

“...”

“안좋아요? 다시 갈까요?”

“...”

“에이.. 우리 과장님답지 않게 왜 이러실까? 정말 말 안 할 거에요? 저 가요?”

“뭐하러 왔어? 그냥 가서 쉬지..”

“치.. 좋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시네. 정말 가 버릴까보다.”


그녀에게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녀가 매력적이기는 했지만, 사적인 일로 나를 위로해줄 만큼 정이 있는 여자라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그런데 꼭 내 애인처럼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그녀로부터 너무나 큰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어디로 갈까?”

“아무데나요.”

“아무데나?”

“네. 분위기 좋은데요. 아주 멀리도 좋구요.”

“멀리?”

“응. 멀리.. 내일 주말이잖아요. 아주 멀리 가서 바람이나 쐬고 와요.”


그녀의 제안이 솔깃했다. 그런 기분으로 집에 들어가서 힘들어 하느니 차라리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가도 괜찮겠어?”

“그럼요. 저야 어차피 집에 가도 혼잔데요. 과장님만 괜찮으시면 됩니다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미숙을 잠시 남겨두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자동차 열쇠를 빼왔다. 

업무상 필요할 때마다 사용하는 법인 차 열쇠였다.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차에 몸을 싣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어디로 갈까?”

“이럴 때 보통 바다에 가지 않아요?”

“바다? 좋지.”


차를 고속도로로 몰면서 여행사에 있는 친구에게 호텔 예약을 부탁했다. 달리는 내내 미숙은 온갖 얘기들을 꺼내놓으며 나를 정신없이 만들어 놓았다. 

아니, 내가 고민하던 문제들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그녀와 결혼을 하더라도 행복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가는 내내 비어있는 내 손을 잡아 주고 있었다. 

그녀의 체온이 심장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


자정이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녀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로부터 퍼져나오는 향수 향기가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힘껏 끌어 안았다. 우리는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서있었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어때요? 나랑 있으니까 좋죠?”

“그래. 고마워.”

“고맙긴요.”


나를 올려보는 그녀의 눈빛에선 사랑이 느껴졌다. 정말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색 립스틱이 칠해진 도톰한 입술위로 입술을 포개었다. 그녀는 내게 모든 걸 맡긴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었다. 

가볍게 더듬던 입술에 힘이 들어갔다. 입술의 접촉만으로도 엄청난 성욕이 느껴졌다. 혀를 내밀어 입술 사이로 파고들자 그녀의 입술이 힘없이 열렸다. 

그리고 그녀의 뜨거운 혀가 내 혀를 맞이했다. 뒤엉킨 혀는 뱀이 또아리를 틀듯이 서로를 자극했다. 강렬한 힘과 황홀한 자극이 교차했다. 


뜨거운 키스가 이어지는 동안 내 손은 그녀의 등 뒤에서 원피스 지퍼를 찾아냈다. 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기찻길처럼 타고 내려가는 지퍼의 진동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지퍼를 끝까지 내리니 자연스럽게 원피스 뒤쪽이 열렸다. 

그 틈사이로 손을 넣자 뽀송뽀송한 살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등 뒤에 가로지르는 브래지어 끈이 또 한 번 설렘을 전해주었다. 

여자의 옷을 벗기는 일은 언제나 멋진 느낌이었다. 남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작업이었다. 


“아직요.”


그녀가 갑자기 입술을 떼며 나를 막았다. 의아한 눈빛으로 내려 보니 그녀가 눈웃음으로 나를 자극해왔다. 


“오늘은 쉬러 온 거니까 천천히 해요.”

“그래..”

“저기 앉아서 조금만 쉬고 계세요.”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와 티 테이블에 앉는 나는 한 잔을 깊이 들이켰다. 

저녁을 먹지 않은 탓에 속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대형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 속으로 초점이 흐려졌다. 아내 연주가 떠올랐다. 

그리고 최 선배의 얼굴도 떠올랐다. 또 오래전의 기억들이 살아났다. 

아내 연주와 최 선배가 학교 내에서 다정하게 지내던 모습들, 술자리에서 서로에게 스킨십을 하던 순간들.. 내가 보았던 장면들이 모두 떠올랐다. 

또 가슴이 답답해졌다. 질투와 분노가 동시에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괜찮은 거에요?”


미숙이 내 어깨를 주무르며 뒤쪽에서 속삭였다. 그녀의 손길이 뭉쳤던 목 근육을 풀어주자 나른함이 온 몸으로 번져나갔다. 

손길만으로 내게 황홀함을 주는 여자였다. 그 손길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힘들때 그런 여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제 일어나요. 준비 다 됐어요?”

“응? 준비?”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니 그녀는 어느새 하얀색 샤워 가운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올려 망으로 단정하게 묶어놓은 상태였다. 

그녀는 나를 일으켜 세운 뒤 네게로 바짝 붙어섰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 보면서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또 다시 설렘이 밀려왔다. 

그녀의 손길은 노련하게 내 옷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간간히 매혹적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지막 남은 팬티를 벗겨내자 잔뜩 성이 난 살덩이가 튕겨 오르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머금으며 검지 손가락으로 내 물건을 툭 하고 건드렸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잔뜩 성이 나버렸네.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곧 같이 놀아줄게.”


잔뜩 발기된 내 물건을 향해 얘기를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안 그래도 터질듯 한 아랫도리가 터질듯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알몸이 된 나를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대형 원형으로 된 월풀 욕조에는 물이 한가득 담겨 있었고, 거품이 일고 있었다. 

그녀가 준비한다던 것이 그것이었던 모양이었다. 


“잠깐 기다려요. 간단하게 샤워부터 하구요.”


그녀는 나를 욕실 한가운데에 멈춰 세워 놓고는 내 앞에서 가운 허리끈을 풀었다. 끈이 풀리고 앞섬이 펼쳐지는 순간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우유 빛 속살이 드러났다. 

탐스러운 젖무덤과 아랫배 밑으로 자리 잡은 검은 수풀이 내 시선을 자극했다. 그 관능적인 몸 앞에서 나는 더 이상 근심 가득한 남자가 아니었다. 

한 여자의 육체를 마음껏 유린하고픈 늑대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난 무척 힘겨워했던 모습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었기 때문에 경박스럽게 그녀의 육체를 탐하는 것은 자칫 가벼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몸이 된 그녀가 샤워기를 들어내게 물을 뿌려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도 물을 적셨다. 그녀의 손길이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하자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녀는 두 손에 비누를 묻혀 내 몸 구석구석을 더듬었다. 황홀함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불알 밑으로 파고 들 때 다리를 벌려주었다. 

비누가 묻은 손이 그 예민한 곳을 마사지하듯 만져주니 미칠 듯 한 흥분이 밀려들었다. 


“어때요? 기분 좀 좋아졌어요?”

“그럼.”

“나도 씻겨줄거죠?”

“당연하지. 이리 와봐.”


이번에는 내가 두 손에 비누를 묻혀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그녀는 수줍어하지 않고 내게 몸을 맡겼다. 내 손은 탱탱한 젖무덤에서 한참이나 머물렀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여전히 비누가 묻은 손으로 내 아랫도리를 어루만져주었다. 덕분에 흥분이 가득한 채로 그녀의 몸을 더듬을 수 있었다. 

내 손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자 그녀는 욕조 위로 다리 하나를 올리며 만지기 좋게 벌려주었다. 역시나 그녀의 도발적인 몸짓은 나를 만족스럽게 해주었다. 


비누 거품으로 미끄러워진 그녀의 음부는 황홀한 느낌 그대로였다. 

내 손길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음순의 살덩이를 만지는 동안 그녀의 구멍 속에서도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점점 물기가 많아지는 것으로 젖어드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이 발그레해진 그녀가 내게 몸을 기대며 입술을 내밀었다. 

망설임 없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깊은 키스가 이어지는 동안 그녀와 난 서로의 음부를 애무하며 흥분을 공유했다. 

우리에겐 급할 일이 없었다. 누군가 방해할 사람도 없었다. 때문에 우리의 애무는 한껏 여유로울 수 밖에 없었다. 

여유와 함께 즐기는 흥분의 만족감은 거친 흥분과는 또 다른 쾌락을 전해주고 있었다.


우리의 애무는 그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샤워기로 서로의 몸을 씻겨낸 뒤 우리는 거품일 일고 있는 욕조로 들어갔다. 

몸을 넣고 욕조벽에 몸을 기대자 그녀가 등을 보인 채로 내 품으로 들어왔다. 다리를 벌려 그녀가 앉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 준 뒤, 등 뒤에서 그녀를 안아주었다. 

내 손은 야들야들한 그녀의 젖무덤위로 올려졌다. 기분 좋은 느낌의 젖살을 가볍게 조물거리면서 나른한 흥분을 이어갔다. 

그녀는 내게 몸을 기댄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 그녀가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얘기해줄 수 있어요?”

“뭘?”

“지금 고민하는거.”

“...”

“말하기 곤란한가 보네요.”

“좀...”

“그래요. 그럼 말하지 말아요. 강요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언제든지 말해요. 내가 다 들어줄게요.”

“그래, 고마워.”


나는 그녀를 더 힘껏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그녀가 살갑게 내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말해버릴까? 그럼 좀 편해질 거 아냐. 이 여자라면 다 들어줄텐데..’

‘하지만..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난것도 아니잖아. 그냥 혼자 고민하는건데.. 괜히 옹졸한 놈이 되버리는건 아닐까?’

‘그래도 그냥 말해 버리는 게 지금보다 나을지도 몰라. 이 여자는 날 다 이해해줄거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동안 그녀는 마치 내게 결정할 시간을 주고 있는 것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가 내 마음을 다 읽고 있는 것 같은 경외감 같은 것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 특별한 여자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고민을 반복하던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날 이해할 수 있겠어?”

“지금의 성우씨요?”

“응?”


그녀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러주어서 당황했다.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있었나?’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튼 친근해진 느낌이라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말하고 싶어진거면 말해 봐요. 다 들어줄게요.”


그녀가 몸을 돌리며 벌린 내 다리 사이로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며 그 큰 눈으로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가 그렇게 우리 성우씨를 힘들게 해요? 회사? 와이프?”

“정말 날 다 이해할 수 있겠어? 이상한 놈이라고 비웃지 않을 수 있어?”

“내가 왜 성우씨를 비웃어요. 이렇게 멋진 남자를.. 걱정 말아요. 다 이해할테니..”


그녀는 내 얼굴을 감싼 채로 내게로 다가와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물고는 길게 당겼다가 놓았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서 말해 봐요. 뭐가 그렇게 우리 성우씨를 힘들게 하는지..”

“후우...”


그녀는 여전히 내 얼굴을 감싼 채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기다렸다. 한참 망설이던 끝에 겨우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아내를 의심하기 시작했어. 얘기 하자면 아주 오래전 일인데...”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아주 길게, 그리고 가끔씩 끊어져 침묵을 동반하면서 이어졌다. 

미숙은 고마울 만큼 끈기 있게, 그리고 진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여기까지야. 내가 지금 힘들어 하는 이유가..”


나는 이야기를 다 마치고 미숙의 표정을 살폈다. 혹시라도 그녀가 이런 나에게 실망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선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이리와요. 내가 안아줄게.”


미숙은 엉덩이를 세워 앉으면서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내 얼굴은 그녀의 젖무덤사이로 깊이 파묻혔다. 

그녀는 그렇게 나를 안아주고서는 내 머리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엉덩이를 붙여 앉으면서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힘들었겠네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의심이 생긴 것처럼 슬픈 일은 없죠.”

“미안.. 와이프 얘기를 해서..”

“아니에요. 그런 얘기는 하지 말아요. 내가 성우씨 유부남인거 모르고 만나는거 아니잖아요.”

“...”

“내가 보기엔 치료가 좀 필요할 것 같네요.”

“치료?”

“응. 치료.”

“병원에 가보라는 말이야?”

“아뇨. 내가 해주는 치료.”

“미숙이가?”

“응.”


반말과 존대말을 적당히 섞어서 하는 그녀의 말이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그녀와 나 사이가 가까워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이렇게 힘들어하다니.. 가여운 사람..”

“내가 너무 바보 같나?”

“아뇨. 그런건 아니지만 좀 예민한거 같네요.”

“그런가?”

“예전의 두 사람 관계는 이미 알고 결혼한 거고, 지금의 의심들은 그저 괜한 의심일 수도 있는건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한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네.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힘들어.”


미숙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몸을 움직여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 다리를 오므리게 하고는 그 위로 올라와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그리고 나를 욕조 벽에서 떨어져 앉게 하여 등 뒤로 공간을 만들고는 그 사이로 두 다리를 넣어 내 허리를 감아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그리고 내 목을 두 팔로 감아 깍지를 꼈다. 그녀의 음부가 내 아랫도리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이면서 자신의 음부를 내 아랫도리에 비벼댔다. 

아랫도리가 서서히 팽창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상황이다 보니 완전히 발기되지는 않았다. 


미숙을 앞에 두고 아내의 불륜을 걱정하는 내 모습이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기분이 나쁠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 나의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는 그녀의 존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역시 난 그녀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냥 차라리 즐겨보는 건 어때요?”

“즐기라니?”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차라리 즐겨라! 남자들 군대가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라죠?”

“그래서 나한테 뭘 즐기라는거지?”

“아내의 외도?”

“뭐?”


뒷덜미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아무리 도발적인 그녀라지만 내게 그런 얘기까지 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나에게 불쾌감을 준 것은 아니었다. 단지 도를 넘은 그녀의 솔직함에 놀랐던 것이었다. 

누구나 말하기 꺼려하는 금기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는 그녀의 솔직함이 오히려 위압적이었다. 


그녀의 그 한마디는 내 머릿속에 엄청난 파장을 만들어 놓았다. 머릿속은 온통 혼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솔직히 아내와 최 선배의 불륜의 장면을 전혀 생각 안 해 본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밤마다 그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단순한 의심으로 출발했지만, 의심이 깊어지자 온갖 상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 과정에서 난 아내 연주와 최 선배의 성관계장면을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 힘겨운 분노와 질투를 안겨다 주었다. 

그와 더불어 오래전 학창시절에 내 앞에서 수없이 펼쳐졌던 두 사람의 애정행각들이 떠오르며 나의 그 위험한 상상과 뒤섞였다. 

나는 그동안 그 있을 수 없는 일들에 괴로워했지만, 미숙은 내게 그것을 차라리 즐기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왜요? 그건 안 되나 보죠?”

“그..그만.. 조금 지나친 것 같아..”

“정말 그럴까요?”

“그..그만..”

“이미 상상한거 아니에요?”

“아.. 제발..”

“어차피 그렇게 힘든거면 차라리 즐기라니까요?”

“아... 제발..”


미숙은 악마처럼 속삭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악했지만, 섹시했다. 

그녀는 내 목덜미에 깍지를 낀 두 손으로 나를 더 바짝 끌어안으면서 아래쪽의 음부를 내 아랫도리에 비벼대고 있었다.


“지금 상상해봐요.”

“뭐.. 뭘?”

“당신 아내.. 그리고 최 선배..”

“아..안돼.. 제발 그만둬..”

“정말 싫은거에요?”


미숙은 내 귀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뜨거운 입김이 내 귀속으로 들어왔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혀가 귀 주위를 핥더니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진저리가 쳐질정도로 간지러움에 몸을 떨었다. 


“상상하고 있어요?”

“흐으으.... 제발..”

“어서 상상해봐요.. 당신 아내.. 그리고 최 선배.. 지금 우리처럼 이렇게 즐길지도 몰라요.”

“아..아.. 제발.. 그러지마..”

“이렇게 커지고 있는데도요?”


그녀의 말대로 내 아랫도리는 이미 터질듯 발기된 채로 그녀의 음부에 비벼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그렇게 분명한 증거가 있는 한 나의 부정은 거짓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 넣고 싶지 않아요?”

“하아..”

“넣고 싶죠?”“그..그래... 하아..”

“그 최선배라는 사람도 지금 당신처럼 그런 간절함으로 당신 아내에게 넣고 싶어할거에요.”

“아... 제발.. 그러지마.. 제발..”

“어서 넣어봐요.. 최 선배를 생각하면서... 응? 어서요..”

“아.. 안돼.. 제발.. 부탁이야.. 제발 그러지마...”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