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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책소설) 프리섹스 3부 -- 아쉬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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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그녀가 앉아 있는 벤치 끝에 한쪽 발을 올려 놓으며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눈 앞이 깜깜해지면서 머릿속은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아... 아저씨들 왜 이래요...]


잔뜩 겁을 먹은 미리는 이제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이쁜 아가씨 울면 쓰나... 우리가 잘해 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기만 해...]


한 사내가 미리의 팔을 움켜잡으려 하는 순간 미리가 냅다 사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리고는 내달렸다.

그렇게 달려야만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채 두 걸음도 놓지 못하고 다른 사내에게 뒷덜미를 잡아채이고 말았다.

곧이어 우악스런 사내의 손이 그녀의 뺨을 인정사정 없이 휘갈겼다.


[이 십할년... 죽고 싶어 환장했어... 저 한번만 더 까불면 가만 안두겠어... 알았어...]


어느새... 그녀의 왼쪽 뺨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 위로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저씨...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네...]


그러나 미리의 울부짖음은 까만 하늘에 부딪혀 산산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미리는 음산하고 살벌한 어느 건물 창고로 끌려갔다. 패쇠된지 오래된 듯 그곳은 거의 페허나 다름없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라면 봉지며 다 낡아빠진 냄비 등으로 보아 그곳은 그들의 아지트인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무서워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미리는 숨죽여 말했다.


[그래 살려주지 얌전히 우리 말만 잘 들으면 아무 일 없이 끝날 수 있어... 그런데 아까처럼 어줍잖게 반항을 한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주먹을 들어 손바닥을 치는 것이었다. 그 행동은 험상궂은 사내의 얼굴과 맞물려 더없이 불량해 보였다.


[자 이제 살살 시작해 볼까... ?]


한 사내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며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빨리 끝내야 돼 너만 재미 다보고 난 허탕치는 꼴 생기지않게 알았지... ?]

[알았어... 임마 그새끼 중요한 순간에 말도 많네...]


미리 앞에 다가온 사내의 바지는 벌써 반쯤 내려가 있었다.

곧이어 사내의 억센 손이 미리의 블라우스를 잡아채자 단추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제발 살려주세요...]


미리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채 싹싹 빌고 있었다.


[조용히 못해...]


손간 사내의 발길이 그녀의 가슴에 닿았다. 미리는 `헉`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넘어져 있는 미리에게 사내가 올라왔다. 미리는 그를 밀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사내는 마치 묵직한 바위돌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열심히 몸을 눌러댔다.


[아... 아... 악... !]


미리는 살점이 찢기는 보지의 아픔을 느끼며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제정신을 차렸을 땐 아무도 없더군요... 찢겨진 옷하며 갈기갈기 망가진 몸 그땐 정말 죽고 싶었어요... 

그 후부터 전 바깥출입을 할 수가 없었어요...]


[...]


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미리가 더 없이 불쌍하고 측은하게 느껴졌지만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자신이 더욱 싫었다.


[그 후부터 수치심을 잊기 위해 그런 남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죠... 

남자들과 그렇게 관계를 가질 땐 그들을 점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리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다.

그녀의 말과는 달리 그건 복수가 아니라 자신을 학대하는 자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진은 가슴이 아려왔다.

마치 그때 그 사내들이 자신인양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런 남자들과는 다르다는 생가이 들었어요...]

[...]


진이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쓰다듬듯 가만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는 것뿐이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진은 흘러내린 눈물을 입술로 정성껏 핥아주었다.


[실망하셨죠... 미안해요...]

[그렇지 않아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있기 마련이니까...]

[고마워요...]


그녀는 그렇게 가냘픈 여자였다. 진이 그녀의 몸을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자 뜨거운 입김과 함께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그의 가슴으로 흘러드는 것 같았다.

파도가 발끝까지 밀려왔다가 물러났다. 그들은 그렇게 한없이 앉아 깊어 가는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고 있었다.


******


진과 밀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9층, 8층... 점점 밑으로 내려오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는 진과 미리의 눈은 한층한층 내려오는 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진의 팔에 엉겨붙어 있는 미리의 손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웬지 모를 초조함이 진득하게 배어 있다.


[걸어 올라갈까... ?]

[그래요...]


계단은 한적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이 푹신푹신하게 진의 발길을 받아들였다.

계단을 이용하는 투숙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진의 객실은 5층이었지만 그리 긴 거리는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그랬다.

4층쯤 올라갔을까 진의 손이 짖궂게 미리의 탐스럽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툭 건드렸다.


[어머...]


붉게 수줍음이 돋아나던 그녀가 주위를 살펴보고는 밉지 않게 눈을 흘긴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 표정에는 그를 갈망하는 듯한 미소가 어렸다.

진의 하체 어디쯤이 부풀어 올랐다. 와락 그녀를 껴안자 입에서 `훅` 하는 신음소리가 흩어져 나왔다.

그는 참지 못하고 미리의 귓불을 자근자근 씹어댄다. 감칠맛이 도는 그녀의 귓불을 타고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그의 손은 미리의 엉덩이를 자기의 하체쪽으로 밀고 있었다.

그가 하체에 힘을 주어 그녀의 아랫배로 밀자 신음소리가 연약하게 쏟아졌다.

진은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가슴을 향해 뜨겁게 전진했다.

어느새 그녀는 벽에 기댄 채 참을 수 없는 몸짓을 구사하고 있었다.

조명 아래에 선 두 남녀는 붉게 물든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서로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연분홍으로 변하여 한껏 도취된 호흡을 짝막하게 내쉬었다.


[언제든지... 원해요... 날아갈 것만 같아요... 날 기절시킬 수 있는 건 아... 하...]


그녀의 손이 진의 머리카락을 꼬옥 움켜잡고 가슴으로 밀착시켜 왔다. 싱싱한 내음이 그의 코로 느껴졌다.

그녀의 유방에는 송글송글 맺혀진 땀과 진의 타액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서로의 육체에 모든 것이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래쪽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만... 방으로 갈까... ?]


진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그녀가 서둘러 옷매무새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진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객실로 뛰었다. 여전히 둘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객실 앞에 이르렀을 때 남녀의 입에선 가쁜 숨소리가 흩어져 나왔다.

객실로 들어서며 진이 어색하게 미리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따라 웃었다. 그녀의 귓불은 여전히 달아올라 있었다.


[우리 맥주 마실까... ?]

[먼저 샤워 좀 하구요...]


진을 등지고 선 미리는 스커트와 배꼽티를 벗어 던졌다. 실루엣 같은 그녀의 알몸이 밝은 조명 아래에 그대로 드러났다.

봉긋한 유방과 가느다란 허리 탄력이 넘치는 듯한 탐스러운 엉덩이 그리고 미끈하게 뻗은 다리... 

그녀의 몸에는 군살이 하나도 없었다. 시원하게 빠진 그녀의 몸에서 진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욕실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은 진의 가슴을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은 채 그는 넋이 나간 상태였고 그녀의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그를 더욱 설레이게 만들었다.

부드러운 곡선과 풍만하고 탄력 넘쳐 보이는 엉덩이 그것만으로도 그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욕실로 들어간 그녀는 문을 그대로 열어 놓으 채 샤워기를 틀었다. 그리곤 진을 의식하지 않은 채 시원한 물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싱싱한 여체가 더 산뜻하고 촉촉하게 보였다.

진은 냉장고에서 맥주룰 꺼내 길게 한 모금 마셨다. 맥주가 입안을 적시고 목을 톡톡 쏘며 목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맥주를 단번에 마셔 버린 진은 정신이 맑아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욕실 안을 보았을 때 미리는 몸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하얗게 비누칠을 한 여체는 진의 멈 구석구석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여체를 안고 싶은 욕망뿐이었다. 다급하게 옷을 벗어 던진 그는 곧 욕실로 향했다.

그녀는 몸에 묻은 비누 거품을 닦고 있었다. 그가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 그녀가 진의 품에 안겨왔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이 두 사람을 상큼하게 적셨다.

정열적인 입맞춤이 이어졌다. 그녀의 입을 벌리고 혀를 들이밀자 그녀가 입술을 모아 힘을 준다.

진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성과 감성을 둘러쌓고 있던 두꺼운 웃들이 어느새 한꺼풀 벗겨져 내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낮설지 않았다. 그 어떤 부끄러움도 그를 움츠려들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홀가분해짐을 느낀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렸을 때의 느낌이 이럴까... 

이번에는 진이 더욱 적극적이 된다. 진득한 그녀의 침이 그의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당신이 필요해요... 으음... 아...]


그녀의 온몸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였다. 진의 몸도 욕정으로 불타올랐다.


[미리...]

[전 누구일까요... 아하...]


그녀는 간절하게 진을 원했다. 흥분이 집중된 그녀의 혀끝을 살짝 깨물었다.

남자의 혀가 간들간들 그녀의 입안을 휘저어대자 여자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몸을 비비꼬았다.

그가 입술과 혀에 힘을 주자 여자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하... 아...]


그녀는 참지 못하고 진을 힘껏 보듬어 안았다. 그리고는 곧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보지로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

진은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그래요... 거기... 아학...]


그녀가 진의 손을 잡고 같이 움직였다. 그러자 그녀의 몸은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나 미칠 것만 같아... 하악... 아...]


여자의 얼굴에는 엄청난 기쁨이 서려 있었다.

진의 손가락이 그녀의 끈끈한 보지속으로 들어가 미끌거렸다. 진은 자신의 몸이 그 미끌거림으로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기절할 것만 같아... 아... 으응... 아하악...]


그녀는 다리를 모은 채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 섞인 신음소리를 토해냈다.

여전히 진의 손가락은 그녀의 보지속에 있었다.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여린 보지속이 팽팽히 긴장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녀는 혼미해진 상태였으며 근육이 점점 단단해졌다. 진의 계속적인 애무에 여자의 몸은 유연하게 비꼬였다.


[아... 아... 아... 학... 아...]


미리의 양손은 자신의 허리와 아랫배를 매만졌다. 그녀의 아랫배는 불규칙하게 울렁거렸다.

그녀의 몸은 급속도로 긴장되어 있었으며 스스로 자신을 확인할수록 몸에 파르르 떠는 듯한 힘을 주었다.

진의 손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자 그녀는 급기야 우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뱉는가 싶더니 몸을 바르르 떨었다.

첫 번째 오르가즘의 전율이었다.

그리곤 다음 순간 잔뜩 긴장되었던 몸이 스르르 풀렸다. 진이 그녀를 힘껏 껴안자 깊은 숨을 내쉬었다.


[사... 랑해요...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하아...]


이제 그녀의 차례였다. 그녀는 서슴없이 그의 귓불을 빨다가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그녀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진은 하늘로 하늘로 점차 떠오르는 것 같았다. 어느새 진의 몸은 용광로로 변하고 있었다.


[허억... 미리...]


진은 미리의 움직임을 받아들이며 포만감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자신을 내보일수록 쾌감의 느낌을 더 크게 만족시킬 수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그의 무릎에 간지럽게 닿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있는 상태였고 진의 손은 그녀의 등과 가슴을 매만지고 있었다.

샤워기에선 여전히 물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여자의 욕정은 끝이 없어 보였다. 팽창될 대로 팽창된 그의 자지는 그녀의 혀에 사로잡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 그만... 미리...]


진이 일어선 건 그 다음이었다. 그는 그대로 미리를 덮쳐 타일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몸은 여전히 뜨거웠고 동공은 팽창되면서 진의 성난 자지를 그득하게 받아 들였다.


[아학... 더 깊이... 더... 학...]


빨려들어가듯 진의 온 신경이 그녀에게 쏠렸고 그녀는 손톱을 세운 채 그의 등을 긁었다.

순간 그는 그녀의 보지가 그의 자지를 문어발 같이 빨아들이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그것에 온몸이 뒤엉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발버둥쳐 봤자 허사라고 생각되었다.


[더... 깊이... 학... 악...]


그녀의 신음소리는 간절하다 못해 애원조로 변하였다.

샤워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타일 바닥에 튕겨 여자와 남자의 몸에 물방울을 만들어 놓았다.


[아... 아하...]


그녀가 진을 자신의 몸에 밀착시켜 조금의 틈도 만들지 않으려는 듯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깊숙한 보지속의 자궁에 닿을 때 마다 짜릿하고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공중으로 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몽롱함과 동시에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쾌감이 지속되었다.

여자가 신음소리를 크게 내지를 때마다 진의 기분은 황홀했다.


[학... 이제 그만 응... 아 됐어요... 아아악...]


하지만 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진은 그 순간 자신을 조여오는 그녀의 보지속을 느꼈다.

남녀 사이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흥분의 절규를 이끌어낸 희망의 끝...  진은 알 수가 없었다.

진도 더 높은 쾌감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도대체 그 힘이란게 무엇이기에 자신을 달아오르게 하는가. 그때 진의 자지 끝으로 또 다른 그녀의 절정의 조임이 왔다.

순간 그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가믐을 해갈시키듯 정액을 힘차게 폭발시켰다. 진은 그 순간 최고의 쾌감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는 부등켜 안은 채 그대로 타일 바닥에 드러눕고 말았다. 샤워기에서는 쉴새 없이 물줄기가 흘러나와 바닥에 부딪혔다.

쾌감은 서서히 식어가는 중이었다. 타일 바닥이 차갑기는 했지만 달아오른 남녀의 육체를 식히기에는 적당했다.


[하아... 행복해요... 아저... 씨... 아...]

[그래...]

[후회하지 않을 거죠... ?]

[뭘... ?]

[나와의 관계...]

[후회할 거였다면 미리와 관계도 갖지 않았을걸...]

[다행이에요... 묘한 끌림이 느껴져요...]


솔직히 진도 그랬다. 몇몇의 여자와 관계를 가졌었지만 미리처럼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보이는 여자는 없었다.

능동적 몸부림과 풍부한 기교 진은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미리도 마찬가지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밤꽃 향기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진이 그녀의 얼굴을 한껏 화사하게 쳐다보았다. 만족의 희열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서글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때의 그 수치스러움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 그녀를 묶어 놓고 있기 때문이리라 진도 그녀의 깊이를 헤아리진 못했다.


[우리 맥주 마셔요...]


미리가 진의 가슴에 머리를 올린 채 그의 뜨거운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 먼저 샤워할까... ?]

[그래요...]


그 말과 함께 그녀가 진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녀의 눈빛은 만족으로 가득했으며 진 또한 저 밑바닥으로부터 미리와의 교감을 이루었다는 포만감이 느껴졌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기 앞에 섰다. 그러자 하얗게 부서진 물줄기가 그의 단단한 근육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저씨 옆에 있으면 웬지 모르게 포근하고 편안해요...]


그녀의 얼굴이 촉촉하게 젖어들고 있었다. 진은 자신의 몸에 비누칠을 하려다 잠시 멈추고 그녀를 뒤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만들어 보였다.

촉촉하게 젖어 있던 미리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살아났다. 진이 몸에 비누칠을 하고 거품을 말끔히 씻어낼 때까지 그녀는 그의 행동을 하나하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자 그녀가 타월을 건네 주었다. 뒤이어 미리도 달아올랐던 몸을 하얀 물줄기에 식혔다.

물줄기가 팽팽한 그녀의 가슴과 엉덩이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녀의 굴곡은 그만큼 아름답고 보드라운 리듬을 지니고 있었다.

샤워를 마친 미리가 타월을 몸에 두른 채 욕실에서 나왔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촉촉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진이 웃음을 보이자 그녀의 얼굴에 남모를 수줍음이 불쑥 피어올랐다.

진이 테이블에 맥주를 꺼내다 두었다. 그는 벌써 맥주를 만쯤 비우고 있었다. 그 앞에 미리가 다가와 앉았다.


[자 마셔...]


그가 컵에 맥주를 따라 그녀에게 내밀자 반쯤을 마신 후 내려 놓는다.


[상쾌해요...]

[맥주 온도가 적당해...]

[내 말은 우리들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거예요...]


진이 그제서야 설핏 웃었다.


[뜨거운 여자야... 미리는...]


촉촉한 머리를 감아 올려 핀을 꽂은 미리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배었다.


[아저씨도...]

[술맛 좋은데 미린 어때... ?]

[저두요...]

[다른 술로 할까 우리... ?]

[아니요... 전 맥주가 좋아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으니까 사랑을 나눈 뒤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전 맥주를 좋아해요...]

[미리의 행복을 위해서...]

[고마워요...]


잔을 부딪친 뒤 좀전의 끝없이 치달아 오르던 땀의 결정체를 해소라도 하듯 단숨에 맥주를 마셨다.

맥주는 어느새 바닥나 있었고 둘은 격렬한 몸짓 뒤의 나른함을 서로 감싸주기라도 하듯 침대에 누워 체온을 나누었다.

평화롭고 고요한 휴식이 다가왔다. 그렇게 둘은 어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들어 버렸다.


진은 그 끈적끈적한 휴식에서 깨어나자 한껏 부풀어 오른 자지를 보고 한손으로 옆에 누워 있는 미리를 찾았다.

그러나 옆에 있으리라 여겼던 미리의 자리엔 체온이 식어 버린 대형 타월이 가지런히 접혀 있을 뿐이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그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베란다로 나가 해변가를 넌지시 살펴보기도 했지만 그녀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그가 테이불 앞 소파에 앉아 담배 한 대를 꺼내 라이턱를 집어드는 순간 가지런히 접혀 있는 작은 메모지 한 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입에 문 담배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는 서둘러 메모지를 펼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필체였다.


(그동안 즐거웠어요..

일어나시는 걸 보고 가려 했지만 그러는 것보다 일찍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메모만 남깁니다.

아저씨가 깨어나면 전 어쩜 쉽게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젠 너무도 행복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요. 작은 죽음 같은 것... 

언젠가 다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남자에게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아저씨에게서 느꼈을 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순간 저는 너무 행복해요. 그럼 안녕.  미리가.)


그것이 전부였다.


(무심한 여자 같으니...)


진은 연락처라도 남겼으려니 생각하며 끝까지 읽어 내려갔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적혀 있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환상이었는지 모른다.

그는 타월에 아직도 촉촉하게 묻어나는 그녀의 체취를 가슴 깊이 들이마셔본다.

일순간 아쉬운 감정이 마음을 서늘하게 식혀놓았다. 지난 밤 그녀와의 불타오르던 열정이 꿈만 같이 느껴졌다.

그녀와의 끝이 없던 육체적 만남을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관능적 감각을 온몸에 지니고 있던 여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여자. 

그녀의 여체는 수줍고 부끄러움 가득한, 어둠이 서글프게 서려 있던 미소로 잔잔하게 그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그녀의 체취가 아직도 싱싱하고 상큼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마치 어디엔가 그녀가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았다.

다시 한 번 그녀와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욕망이 그를 끌어 당겼다.

하체에서 자지가 불룩하고 솟아올랐다.


그 순간 진은 착각에 사로잡혀 그녀의 몸을 애무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허무한 감정만이 일어날 뿐이었다.

즐김... 그녀는 그렇게 즐김으로 다가왔다가 즐김을 마치고 꿈결과도 같은 부푼 흥분을 남긴 채 떠나간 것이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의 빈 공간 아쉬움은 걷잡을 수 없이 진을 쓸쓸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섹스만 남기지 않았다. 그에게 또 다른 희망을 안겨준 것이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그는 미리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 곳곳에 배어 있는 그녀의 손길 그녀의 타액 그녀의 진득진득한 신음소리... 

닦아도 닦아도 그녀가 닿았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아... 즐기고 싶어요...)


그녀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 빙빙 돌았다.

자신의 몸 곳곳에 비누칠 하면서도 생각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했다.

샤워를 마친 후 그는 허전함을 달랠 겸 바닷가를 산책했다.

하지만 쉽게 그녀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그 희미하게 돋아나던 어둠이 얼굴이 그의 마음에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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