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스와핑야설) 친구 부부와 떠난 여행 --(상편)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우리부부와 친구부부가 스와핑을 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지도 모른다.

아니면, 오랜 세월 가슴에 품어왔던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던가.


나와 친구는 많은 점에서 닮았는데,

키와 체격이 비슷하고 초/중/고/대학을 같이 다녔다는 점 외에도,

같은 해, 같은 달, 그것도 같은 나이의 여자와 결혼했다는 것도 닮았다.


그뿐만 아니라 결혼한 아내와는 6개월 전에 소개팅에서 처음 만났다는 것까지도 같았고,

여자를 버젓이 만나고 있으면서 서로에게 속였다는 것까지도 같았다.

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아내와 친구 아내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사였다.


그런 닮은꼴로 인해서 친구 부부와 우리 부부는 아주 가깝게 지냈다.

부부 동반으로 술도 마시고 여행도 하고 그러면서 말이다.

물론 약간의 사심도 있었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다만, 내 경우를 말하자면 친구 아내는 솔직히 내 이상형이었다.

세련된 도시 미인인 그녀는 얼핏 탤런트 송윤아를 닮은 듯도 했다.

어쨌건 난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첫사랑 이후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었다.

아내에게서도 느끼지 못한 것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가 못난이라는 것은 아니다.

내 아내는 남자가 집까지 따라올 정도로 상당한 미인이었다.

단지 내 아내보다는 친구 아내가 내 이상형에 가까웠을 뿐이다.

단지 그뿐.

물론, 이는 외모만 보았을 때만 그렇다는 것이지 성격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성격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아내 쪽이 내가 꿈꾸던 여성상에 훨씬 더 가까웠으니까.


작년 여름이었다.

정기 휴가를 아이들과 부모님을 위해 다 소진한 우리는 매년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기고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갔다.

여행지는 강원도로 정했는데, 그곳엔 매형의 콘도가 있어서 숙박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이 4년째 가는 것이라 여행 기분은 김빠진 맥주처럼 심드렁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까?

해안가에서 사진도 찍고, 물장난도 치고, 맛난 음식도 사서 먹고 그랬는 데에도 시간이 엄청나게 남았다.


"나이트 갈까?""좋지. 가자! 레츠 고~"


횟집에서 술에 알딸딸하게 취한 친구와 나는 해가 하늘에 떠 있건 말건 별 신경을 쓰지 않고 호기롭게 나이트로 향했다.

하지만,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여자들에게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나이트를 쉽게 찾지도 못하자,


나이트 가는 건 너무 이르지 않아요?"


하며 우리를 제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친구 녀석은 자기 아내를 돌아보며,


"그런가? 그럼 어디 호프집이라도 갈까?"


하고 타협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들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호프집 갈 거면, 맥주 사서 콘도에서 마시는 건 어때요?"

"그거 좋겠다. 우리 그렇게 해요."


친구 아내의 제의에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결국, 우리는 그녀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술을 사서 콘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친구 녀석은 콘도로 들어가는 동안 계속 투덜댔다.

녀석의 투덜거림을 요약하면, `여행까지 와서 방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싫다.`였다.

물론 나도 그리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콘도에서의 술자리는 예상외로 즐거웠다.

여자들이 전에 없이 애교와 아양을 떠는 통에 나와 친구는 나이트라든가, 노래방이라던가 하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


"서방님. 아~~"


아내가 삼류 술집 작부처럼 그렇게 말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만약 당시 내가 술과 분위기에 취하지 않았다면 아내의 그런 말과 행동에 닭살부터 돋았을지도 몰랐다.


"이거 술맛 제대로 나는데. 하하하~~~"


방에서 술을 마신다고 입이 툭 튀어나왔던 친구 녀석도 기분이 좋았는지 연신 껄껄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마다 녀석의 아내는 녀석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는데 그 모습이 묘하게 나를 자극했다.

내 아내도 그렇지만 친구 아내도 애교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주부인 내 아내와 달리 그녀는 직장을 다녔는데, 늘 세련된 옷차림으로 사리에 맞는 행동과 말만 할 뿐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 녀석은 가끔 자기 아내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했었다.


`네 마누라가 최고인 줄 알아 인마. 자신보다 잘난 여자를 데리고 사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 줄 아냐?`


즉 녀석은 자기 아내에 대하여 은근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그날 녀석의 아내가 녀석에게 자신을 낮추고서 삼류 술집 작부처럼 그렇게 굴었으니 녀석이 기분이 좋을 만도 했었다.

그리고 나에겐 그런 색다른 그녀의 모습이 묘한 자극으로 다가왔고, 말이다.

어쨌건 콘도에서의 술자리는 여자들의 주도로 인해 매우 기분 좋게 이끌어져 갔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입담과 애교만으로 술자리를 이끌어 갈 수는 없었으므로, 자연스레 우리는 게임을 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한 게임은 369게임이었다.

벌칙은 통상 술자리가 그렇듯이 술을 마시기였고, 흑기사와 흑장미의 신청이 가능했다.

즉 전혀 특별한 것이 없는 게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 게임에서 비롯되었다.

여자들은 벌주를 어느 정도 술을 마시자 흑기사를 신청했는데, 처음에는 친구 녀석과 내가 흑기사 노릇을 해준 뒤


`노래해라`

`춤을 춰라.`

`첫 키스는 언제, 누구하고였냐?`


라는 식의 가벼운 요구를 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익어가면서


`저와 블루스 한 곡….`

`제 볼에 뽀뽀.`


하는 식으로 강도가 점점 세져 갔다.

물론, 그것은 친구 녀석과 나의 경쟁심리가 주원인이었다.

하지만 여자들도 꽤 적극적으로 나왔다.

가령, 나와 블루스를 춘 친구 아내의 경우에 완전히 내게 몸을 의지하듯이 착 감겨왔었고,

내 아내의 경우는 친구 녀석의 볼에 뽀뽀할 때 녀석의 무릎에 앉아서 뽀뽀를 해주었다.


말하자면 여자들 간에도 경쟁이 붙었다.

그러다 파트너가 바뀐 것은 끝말잇기 게임을 할 때였다.

끝말잇기 게임은 원래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369게임의 벌칙만 바꾸려고 했었다.

벌칙을 바꾸지 않고 계속 그대로 두었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벌칙을 정하자는 아내의 의견에 모두 동의했고,

벌칙을 정하는 도중에 369게임을 끝말잇기 게임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와서 게임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벌칙은 총 5가지였다. 아니 원래는 4가지였다.

하지만, 파트너끼리만 벌칙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상대 팀의 이성 짝과 함께 벌칙을 받는 것도 추가를 하다 보니 5가지가 된 거였다.


5번 벌칙은 [상대 팀의 이성 파트너와 빼빼로 게임(2cm이내)]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때 상대방 배우자는 빼빼로를 입에 물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었다.

즉 술래가 알아서 빼빼로를 2cm 이내로 만들어야 하고, 만약 실패하면 상대방의 소원 하나를 그 팀이 들어주어야 했다.

그런데, 말이 2cm이지 실제로는 입술과 입술이 거의 닿아야만 가능했다.

즉, 벌칙 중에는 가장 강도가 센 벌칙이었다.

물론, 다른 벌칙 중에는 파트너와 키스 30초, 맥주를 파트너에게 입으로 전해주기와 같은 것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자기 남편이나, 아내에게 하는 것이므로 상대방 배우자와 해야 하는 빼빼로 게임 벌칙보다는 심리적인 강도가 약했다.


그 게임에서 나와 아내는 한 번도 빼빼로 벌칙에는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의 아내는 그 벌칙에만 3번이나 걸렸고,

3번 모두 실패하여 식사 준비와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큰 방까지 우리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눈대중이 그렇게 없어? 조금 더 갔어야지."


친구 녀석은 우리에게 큰 방까지 빼앗기게 되자 자기 아내를 힐난했다.

그러자 자존심이 강한 친구의 아내는 그에 발끈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당신이 해보지, 그래요."

"곧 죽어도 잘했지."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겠어요."


놀다가 싸움 난다고 친구 부부는 우리 앞에서 부부싸움을 할 기색이었다.

그러자 술에 취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 아내가 어울리지 않게 이래저래 분위기를 추스르더니 다시 게임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친구 녀석이 그 벌칙에 걸려 버렸고, 녀석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것도 자기 아내보다 훨씬 더 긴 길이로 말이다.


"당신 눈대중은 왜 그래요? 안경이라도 사드려요?"


친구 아내는 빼빼로 길이를 확인하기 무섭게 남편을 힐난했는데 이에 친구 녀석의 얼굴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시뻘겋게 변해버렸다.

즉, 뭔가 조처를 해야만 했다.

그때 내 아내가 말한 소원이 `우리 게임 파트너를 바꿔요.`였다.

이에 대하여 친구 녀석은 흔쾌히 응했고, 녀석의 아내는 아예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즉, 말없이 내 아내와 자리를 바꾼 것이다.



파트너가 바뀌자 상황이 아주 웃기게 되었다.

빼빼로 벌칙이 제일 약한 벌칙이 되었고,

파트너와 키스 30초와 맥주를 파트너에게 입으로 전해주기 같은 벌칙이 반대로 센 벌칙이 되어버렸다.


정말이지 아주 묘한 상황이 되었는데,

이는 게임파트너를 바꿀 때까지는 생각지 못한 일로 뒤늦게(게임이 한번 돌아 술래가 나왔을 때) 인지하였다.


"그럼 또 사다리 타야겠네요. 빨리 그려요."


술래가 된 자기 아내 말에 따라 친구 녀석은 사다리를 그렸는데,

사다리를 그리는 녀석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나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무도 벌칙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뭔지 모르게 다들 기대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에 휩싸여 방안에는 묘한 열기가 퍼져나갔다.


"4번이네. 4번이 뭐였지?"


사다리 타기를 끝낸 친구 아내는 모르는 척 혹은 순진한 척 그렇게 혼잣말인 듯 말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내 아내가 대답했다.


"알지 않니? 키스 30초란 거."


아내는 친구 아내에게 반말을 했다..

지금까지 늘 `혜원 엄마`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하여 뭐라 하는 사람도 신경을 쓰는 사람도 없었다.

다들 뭔지 모를 열기에 휩싸여 도취한 눈빛만을 발산하고 있을 뿐이었다.


"아~~ 그랬지."


친구 아내는 묘한 표정으로 자기 남편을 보며 그렇게 말했고, 그 사이 아내는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아내들의 시선에 대하여 친구녀석도 그랬지만 나도 외면해버렸다.

만약 그때 나와 친구 녀석 중의 한 명이라도 아내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무의미한 가정법이지만, 지금도 가끔은 그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어쨌건 벌칙 수정 없이 게임은 계속 진행이 되었다.

묘한 열기속에서, 나와 친구 아내는 풋내기들의 뽀뽀처럼 서로의 어깨를 잡고서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상태로 30초를 유지하는 것은 취중이라도 꽤 쑥스러웠다.


"됐지?"


입을 맞춘 지 10초 정도 되었을 때 나는 친구 아내에게서 입을 떼고서 친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나로선 일종 타협안의 제시였는데, 친구 녀석은 짐짓 호방한 척 대꾸했다.


"이제 10초야. 벌칙을 그렇게 성의 없이 하면 곤란해."


대체 녀석의 그런 똥배짱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너무 황홀해서 그런지 한 1분은 걸린 것 같았는데 겨우 그렇게밖에 안 흘렀어?"

"그럼 2분쯤 더 해."

"그래야지. 자 그럼 계속할까요?"


친구의 말에 오기가 붙은 난 친구 아내에게 다시 입을 맞출 것을 요구했는데, 그녀는 내 말에 자동으로 눈을 감으며 자세를 잡았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친구 녀석과 내 아내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솔직히 그땐 고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고소한 기분은 얼마 안 있어 두 배의 큰 착잡함으로 되돌아왔다.

즉 녀석에게도 내 아내와 키스할 기회가 주어졌다.


"드디어 우리도 하는구먼."


술래는 종종댔지만 늘 중요한 3번과 4번은 빼고 벌칙이 걸렸던 녀석은

사다리 타기에서 4번 벌칙이 걸리자 아주 봉 잡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며 내 아내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이거 냄새나면 곤란한데. 양치라도 하고 와야 하는 거 아냐? 소희엄마. 냄새가 나도 좀 참아요.

소희엄마. 그렇게 떨 거 없어요. 긴장을 풀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벌칙일 뿐이니까. 벌칙~~"


녀석은 그 상황을 최대한으로 즐겼고, 녀석이 즐거운 만큼 나와 친구 아내는 반대로 괴로웠다.

하지만, 얼굴에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마치, 그 상황을 같이 즐기고 있는 사람처럼 만면에 미소까지 띠고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묘하게 흥분이 되기도 했었다.


즉, 열도 받으면서 흥분도 되는 아주 복잡미묘한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녀석은 한참을 꾸물거리고 난 다음에야 키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녀석은 나처럼 단순히 입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아내의 입술을 혀로 희롱하거나 아님. 입술로 살짝 빨거나 무는 그런 키스였다.


"......!!"


예상치 못한 장면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한 키스가 중학교 수준의 키스라면, 녀석의 키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등학교 수준의 키스였다.

게다가 이따금 아내도 입술을 사용하여, 녀석이 주는 자극에 반응을 보였다.

그때의 30초, 정말 길었다.

친구 아내에게 입을 맞출 때 느꼈던 시간의 길이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속에서 천불이 났다.

내가 한 짓은 생각도 안 났다.

아니, 난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끝까지 얼굴에는 미소를 띤 채 아무 일도 아닌 양 태연한 척 굴었다.

그건, 친구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