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불륜야설) 유부녀와 유부남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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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목욕 타올로 알몸을 가린 채 남자옆에 눕자 팔베개를 만들어 준다.  

그 어떠한 말도 필요 없다. 남자의 손길이 내 젖무덤을 쓰다듬었고 나는 그것에 응답하 듯이, 그의 가슴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내 유두에 비하면 턱없이 쬐그만, 마치 건포도 알맹이같은 젖꼭지를 장난스럽게 입술끝으로 살살 비벼보기도하고, 

그 주위에 난 까만 털오락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겨 보기도 했다.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움직이는 내 입술, 남자의 배에 얼굴을 묻고 베개삼아 누워보았다.

처음 느꼈던 두려운 마음, 그리고 불안하고 초조했던 그 기분은 다 잊혀진 듯 아늑하다. 아니 아늑함을 넘어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내가 지금껏 살아 온 모든 시간 속에 이처럼 평화로웠던 시간이 있었던가? 어릴 적에 엄마 품에서 잠들었을 때? 

기억이 없다. 잠시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내 머리카락을 손가락을 빗으로 하여 빗기고 있는 그의 손길.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남자의 상징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귀엽고 예쁜 고추다. 내 입에 넣고 싶을 만치. 

너무 용감해진 나머지 나 자신도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가정을 가진 주부가 어떻게 낯선 남자를 만나 살을 섞고, 그것도 모자라 부부 사이에도 거북해하는 성기를 입에 담고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당신을 내 입에 넣고 싶어요"


서슴없이 그렇게 말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 놀랄 사이도 없이 내 손은 이미 움직인다.

내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수그린 남자의 심벌은 부드러운 스펀지같다.

감기에 몸살까지 앓고있는 아이처럼 맥없이 늘어져있는 그것을 쥐어잡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작은 구멍 주위에 미처 다 풀지못한 듯한 콧물이 살짝 맺혀 내 혀끝에 와 닿는다. 그러나 나쁜 냄새도 나지 않았고 결코 역겨운 기분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은 언제나 술에 취하면 강제로 내 입에 그것을 쑤셔 박았었다. 역해서 토할 정도로.)


맛보기를 하는 것처럼 맨질거리는 남자의 그 부분을 입술로 몇 번 부벼대던 나는, 어느새 입안 가득 머금고 혀를 살살 굴려대고 있었다.

정말 신기하다.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남자의 심벌이 서서히 기운을 차리며 살아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어머! 살아서. 내 입안에서.움직이네.'


다시 한 번 놀란 나는 이제 제법 훌륭하게 단단해진 남자를 입안에서 뱉어내며, 모기소리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거기, 몸위에 앉고 싶은데."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분명했다. 내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앉아 내 입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것같았다.


*     *     *     *     *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버린 우리 두 사람은 모텔을 나오면서부터 내내 말이없다.

영락없이 죄지은 사람들의 몰골이다.


"여기서 내릴래요 "


그녀의 집이 어딘지 모르지만 사거리를 우회전하자 차에서 내린다고 한다. 훨씬 굵어진 빗줄기가 아직도 내리고 있어 집앞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다.


"아니. 이 빗속을 걸어서 가려고요?"

"...!!"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린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다가 한 번 힐끔 돌아본다. 

우산을 받치고 빗속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다.

그러나 마냥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황급히 그 자리를 떠야했기 때문에 이내 차를 출발시켰지만 뭔가 커다란 선물을 받은 것같은 뿌듯함이 

씁쓸했던 내 가슴 한 구석에서 차오르고 있었다.


아내는 한 번도 자기 스스로 내 성기를 입으로 애무해 준 적이 없다.

섹스를 할 때마다 매번 '해 줄래?'라고 굽신거리 듯 부탁을 해야 했고, 그 때마다 내 기분은 마치 구걸하는 느낌이어서 섭섭했는데.

그녀 그녀는 귀여운 아이 머리를 쓰다듬 듯이 내 성기 끄트머리를 할작거리고, 서슴없이 입안에 머금고 쭐쭐 빨아주었다.

운전하는 와중에도 슬그머니 한 손을 내려 바지위를 어루만져 보았다.


" 저녁 식사는요?"


그녀를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까페에 들렀었다. 그 곳에서 마티니를 한 잔 마신 탓에 아직 저녁밥 생각은 없다.

아니, 솔직한 이유는그게 아니다.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있지만 초점없는 멍한 눈만 멀뚱하게 뜨고 있을뿐, 내 머릿속에서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비록 섹스때문에 아내에게 야속함은 느껴왔지만 괜스레 미안해지고 어눌한 마음 한 구석에는 그녀 그녀와의 만남에 대한 환희가 남아있다.

그리고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이 담배를 물게했다.


나만의 욕심일까. 어느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내도, 그녀 그녀도, 우리 가정의 평화도, 다만 현재의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라도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었다.


*     *     *     *     * 


주방에서 저녁준비겸 김치를 썰고 있을 때, 현관문에서 초인종이 울렸지만 내다 보질 않았다.

아이들이 남편을 마중한다.


"밖에 아직도 비와요?"


슬쩍 고개를 돌려 얼굴만 한 번 비추면서 등뒤로 안테나를 세웠다. 

남편의 일거 수 일투 족을 감지하는 순간 순간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와 거실을 통과하고 있다.

내게 다가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내 내 머리채를 잡고 '이년! 너, 어디서 뭐 하다 왔어?' 라고 할 것만 같다.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른다. 오싹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남편의 발걸음은 안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자의 차가 길가에 멈추고 헤어질 때가 되었을 때 내리기가 정말 싫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져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으면 하는 심정 아니, 나의 그런 마음은 모텔방에 남자와 함께 있을 때부터였다.

시계 보기가 두려웠지만 시선은 자꾸 시간을 읽고 있어야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서 그냥 있거나 돌아갈 곳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했지만 집으로 돌아와야 했었다.


"어? 엄마, 어디 갔다 와?"


문을 열어주는 작은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없었다.

아이가 뭔가 알면서 확인하려는 것 같아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응.친구네!  엄마가 조금 늦었지?"


얼굴색도 변하지않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지만 가슴은 두근거리고 떨렸다.

그치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좌불안석인 상황에서도 문득 문득 그 남자가 내 눈앞에 어른거렸으니. 도무지 내 좁은 소견으로는 알 수 없는 조화였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평소처럼 아이들과 대화를 하면서도 내내 같은 마음이었다.

설거지를 해 놓고 조심스럽게 안방에 들어가 남편 눈치를 살펴보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서앞을 선뜻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괜스레 말 한마디 없는 남편이 오늘따라 두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내 가슴속 한 구석에는 뭔가를 가졌다는 뿌듯함이 차있어서, 그나마 지금의 어색한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것같았다.

마주 대하고 있는 현실이 불편하면 할수록 그 남자를 보고싶다는 생각뿐이다.


*     *     *     *     * 


이틀 후, 출근을 하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엊그제 내려준 그 길가에서 차를 대 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골목길과 가까운 길가, 그녀가 먼저 나와 기다린다면 이상할테니까 좀 일찍 약속장소로 나갔다


일탈의 짜릿한 스릴만큼이나 초조한 기다림 끝에 그녀 모습이 보인다. 

마치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서둘러 차에 올라타는 여자의 그 행동에서 나는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깐, 백밀러로 몇 번이고 뒤쪽을 살펴보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한 동안 아무런 말없이 차안에는 침묵만 이어진다. 그녀도 나만큼이나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얼굴에 철판을 깔고 심장에 털이 나지않은 이상 그런 심정은 당연할 것이다.


"후~ 어디 가시고 싶은데 있어요?"


긴 침묵이 어이진 것 같은데 겨우 3~4분 정도.침묵을 깨트리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그냥 둘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이라면."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엊그제 모텔에서 나온 이후, 내게는 알게 모르게 변화가 일어났다.

아내가 아닌 여자, 그것도 엄연히 임자가 있는 남의 부인, 더군다나 그녀는 내가 평소에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여자. 

그런 여자를 만난 것은 물론, 한방에 살까지 섞고 황홀한 오랄 서비스까지 받았으니, 

그 충격적인 내 일생일대의 사건은 겉보기에는 예전과 전혀 다름없는 생활전반과, 그리고 모든 일에 저절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꼭 고교 시절, 남들은 없는 여자 친구가 생겨 연애질 하는 것처럼 왠지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실없는 웃음까지 실실 웃게 만들었으니,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었다.


교외의 한적한 장소를 찾아가는 그 길이 마치 내 마음처럼 이리저리 꾸불꾸불 지나간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동승한 두 남녀를 유형별로 관찰해보면 묵묵히 앞만 바라보고 가는 커플은 실제 부부. 

그러나 쉬지않고 대화를 하면서 스킨쉽을 해대는 커플은 틀림없이 불륜이란다.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실제 내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


껌 종이를 까고는 입에 넣어주면서 은근슬쩍 내 입술을 스치는 손길, 

무슨 남자의 손이 이렇게 곱냐며 핸들을 잡은 내 손등을 쓰다듬기도 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내 넓적다리를 툭 치는가 하면, 

뒤돌아 볼 이유도 없는데 뒷좌석쪽을 돌아다보는 동작을 취하는 그녀. 

순간, 내 눈은 자연스럽게 스타킹에 감싸진 그녀의 무릎위로 쏠려진다.


그 모든 행위나 동작들은 이제 마악 연애질을 시작한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걸 때 하는 행동이다.

여자 치마에 뭐가 붙었다고, 스커트 천이 부드럽다느니 하면서 주접주접 터치를 하는 그 작업. 

근데 역할이 뒤바뀌어 내가 작업을 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모텔방에서 정신없이 느꼈던 그 감촉, 물에 불은 미역 줄기보다 더 미끈했던 그녀 그녀의 하얀 허벅지, 

마음속으로는 간지나고 열불이 치밀어 당장 차를 아무데나 세우고 안고 싶어질 만큼 열기가 슬슬 피어오른다. 

어느 순간에는 은근히 힘이 들어간 내 아랫도리에까지 그녀의 손이 닿았다.


'엣다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나도 손을 뻗어 치마속을 만져보고, 둔덕도 건드려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까지 그러다간 운전에 집중하지 못해 사고나기 십상이다.

그리고 아직은 그녀와의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는 두고싶었다. 

소심한 내 성격탓 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만나는 것이 꼭 육체적인 관계만을 워해서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차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대화의 주도는 그녀의 몫이었다. "나 정말로 말이 많죠?" 하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평소에는 말 수가 적어.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어려워하는데.이상해요. 당신앞에서는. 왜 이렇게 하고싶은 말이 많은지."


아내를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생각도 깊고 참으로 중후한, 그리고 매사를 침착하게, 정말 조신하게 살림만 해온 조용한 여자다. 

그런데 오늘 그녀는 잠시도 쉬지않고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다.

내가 묻지도 않은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나와의 잘못걸린 전화얘기, 

심지어는 아이들에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그날 저녁 상황까지.말했고, 그 와중에 나는 중간 중간 한 두마디 묻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날 이후 서너 번을 더 만났지만, 식사를 하러 가거나, 분위기 좋은 까페에서 차를 마시는 그런 행위는 하지않았다. 

그 이유는 앞서도 말했 듯이 나의 소심한 성격탓도 있고, 변명같이 들리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 이목에서 자유롭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야. 그곳에서 두 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어느 새 그녀와의 통화는 말 한두 마디로 의사전달이 가능해져있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담배 한 대를 채 다 피우기도 전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녀. 

그녀가 차에 올라타면 나는 여느 때와 똑같이 전후좌우를 살핀 후 출발한다. 

큰 길로 들어설 때까지 잠자코 침묵을 지키고있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어요?"

"예? 뭘요?"


뜬금없는 물음에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의미가 뭔지 되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을 해 주셔야."

"잘못하다뇨. 아주씨! 그런 거 없어요"

"그럼, 왜 요구하지 않아요? 그때 무슨 실수한 것 있어요? 아님, 재미가 없어."


그제서야 나는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의미를 알아챌 수있었다.

섹스. 섹스를 두고 하는 물음이었으니.


"아니.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솔직히 나도 간절히 원하고, 아주씨를 안고싶습니다.

하지만, 믿으실지 모르지만 그 일 때문에 당신을 만나는 건 아니라고.

섹스는 우리들 만남의 부수적인 문제일뿐. 나는 그렇게 생각."


나는 정색을 하고 솔직한 내 심정을 이야기했다.

욕정을 채우기위해 여자의 몸만 탐하고, 

섹스에만 탐닉하는 그런 치졸한 남자로 인식되는게 싫었기 때문에 그녀가 내 말을 어떻게 받아 들이든 개의치 않고 내 의사를 개진한 것이다. 


근데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울먹하더니 눈가를 손으로 훔치는게 아닌가. 운전중이었지만  당황한 나는 오른 팔로 그녀의 어깨를 두르고 다독거렸다.


"아니, 갑자기 왜? 내게 뭐 섭섭한 마음이라도 있어요?"

"아. 아니에요. 당신 그 마음이 고마워서요. 남자들, 여자와 한번 잠자리를 같이하면 계속하려고 그러잖아요."

"글쎄요. 뭐,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죠. 일례로 지금 내가 그렇잖아요"

"네. 그래서 고맙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가 참 운이 좋은 여자라고 생각해요"


나는 팔에 힘을 주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럼. 당신과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말해도 되요?

그 대신 원하지 않을 때는  오늘은 하고, 거부해 주시구요. 괜챦아요?"

"으음. 네, 서로 숨김없이 자신의 의사를 말하는게 좋겠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에요?  또 저번처럼 차만 타고 빙빙 도는거 싫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속내를 나와 함께 섹스하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드렸다. 그리고 이내 핸들을 꺽으면서 '어디로 갈까?' 머릿속으로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낯선 풍경의 그림들만 떠올라 망설여진다.


"혹시나 나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만난다면."


내 가슴에 와 닿는 그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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