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근친야설) 형의 아내 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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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의 전화 통화는 민석으로 하여금 더욱 더한 형수에의 그리움에 몸부림치게 했다.

귓전에 감겨오던 달착지근한 목소리, 이따금 들려오던 알 수 없는 깊은 호흡!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욕정에 자신의 양물을 움켜쥐고 거칠게 흔들어 잔뜩 고여있던 욕망덩어리를 쥐어 짜내 보아도 형수에 대한 그리움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

아마도 집안에 누가 있는 듯한 느낌에 함부로 전화도 할 수 없음이 답답했지만,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아침나절의 느닷없는 전화! 이미 가슴속에 남아있는 모든 공간을 차지해버린 시동생의 영상!

사촌 여동생 윤지로 인해 억지로 닫아야 했던 혜린의 마음 문은 단 한 번의 전화 통화에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비록 동생 채린에 의해 달아오른 순간 식어버린 육체였지만, 시동생과의 금지된 사랑이 다시금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되살린 시간이었다.


한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시동생 민석의 영상! 어떤 때는 오라비 같은 따스한 미소로, 어떤 때는 남동생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어떤 때는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또 어떤 때는 자기 몸 위에서 늘 짓곤 하던 환희에 찬 모습으로.

마치 평생을 지고 살아야 하는 숙명처럼 시동생의 모습은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모습으로 혜린의 머릿속 깊숙이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해마다 여름이면 할아버지의 생신으로 온 집안이 북적이곤 했었다.

여덟 남매의 아버지인 할아버지. 가까운 일가친척만 해도 열 손가락을 몇 번이나 꼽아야 할 정도로 많았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에 대한 마지막 효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음인지 무던히도 많은 손님이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믿음직한 맏손주를 급작스럽게 잃어 몸과 마음 모두가 급격히 쇠잔해진 할아버지께서 몸소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말 것을 당부했는지라, 올해의 생신은 예년과는 현격히 다른 조촐한 잔치가 될 터였다.


여름날의 해는 금방이라도 숨이 꼴까닥 넘어갈 듯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뻘건 빛무리로 서산 하늘을 물들이곤 했고, 오늘도 여전히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 벌렁 드러누운 민석이 아무런 감흥도 없이 석양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꽃 내음인 줄 알았다. 갑작스럽게 확 풍겨오는 익숙한 향기.

저도 모르게 감겨 있던 눈꺼풀이 번쩍 뜨여진 순간 보여지는 여인네의 다소곳한 모습.

배꼽 어림을 직시하던 시선을 들어 얼굴을 확인하던 민석의 눈이 순간적으로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운지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을 외로 돌리고 서 있는 모습.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선연한 모습으로 밤잠을 설치게 하던 그 모습.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는 자신을 원망하며 벌떡 몸을 일으킨 민석이 요란스럽게 집안을 향해 달려갈 때까지 형수는 그런 민석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누가 왔다고?"


부엌에서 기름 냄새 풍기며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던 어머니가 앞마당으로 황급히 달려 나와 물기에 젖은 손을 앞치마에 대충 문지르며 대문을 향해 다가갔고, 굳게 닫혀 있던 할아버지 방의 미닫이문이 거칠게 젖혀졌다.


"어머니, 저 왔어요."


긴 머리 출렁이며 며느리다운 얌전히 살포시 고개를 숙이는 형수에게 바짝 다가선 어머니가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아갔다.


"할아버지 생신을 잊지 않고 이렇게 왔구나. 고맙다."


큰며느리의 해사한 얼굴에서 큰아들의 모습을 발견했음인지 어머니의 말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방안에서 물끄러미 며느리와 손주며느리의 하는 양을 지켜보시던 할아버지의 큰기침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화들짝 놀란 어머니가 며느리의 등을 토닥거렸다.

저녁 식사 시간 내내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흡족해하심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얌전한 몸가짐으로 식사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곤 하던 민석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키자 오랜 시간 동안 방안을 지배하고 있던 침묵이 깨진 탓인지 모두의 시선이 민석에게로 집중됐지만, 민석은 여러 쌍의 눈길 중에서도 유독 아름답게 반짝이는 눈길 하나에만 시선을 주었다.


잠시간의 부딪힘, 억겁의 세월인 양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세월의 진한 아쉬움이 배어났다.

설렘을 애써 외면하며 책을 펴 보았지만, 텅 빈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글자도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석상처럼 책상 앞에 앉아 무의미한 시선을 펼쳐진 책 위에 던지고 있던 민석의 방문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스르르 열리며 어머니가 들어섰다.


"사랑채에 잠자리 봐 놨다. 오늘은 거기서 자거라."


아무래도 민석의 방에 형수를 재울 요량인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을 잃고 홀로 된 며느리를 오랫동안 비워두어 싸늘한 냉기가 흐르는 낯선 방에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터였다.


"도련님. 미안해요. 저 때문에."


비록 하룻밤이지만, 방을 빼앗은 것에 대한 사과였으리라.


"괜찮아요. 편히 쉬세요. 근데 방이 좀 지저분해서."


뒷머리를 긁적이는 민석에게 만난 후 처음으로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형수였다.


민석이 오늘처럼 쑥스러운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혜린에게 건네주었던 핑크빛 잠옷으로 갈아입은 혜린이 그리 넉넉지 않은 용돈을 모아 정성스럽게 선물을 골랐을 시동생의 모습을 다시금 떠올리며 곱게 미소를 지었다.


왠지 모르게 푸근한 방안을 둘러보던 혜린이 조금 전까지도 민석이 앉아 있었을 책상 앞에 자리하며 책상 위에 펼쳐진 책 위로 시선을 던졌다.


서양사. 언젠가 혜린에게 권하던 바로 그 책인 것도 같았다.

별다른 생각 없이 몇 장의 책장을 넘기던 혜린이 책꽂이에 나란히 꽂혀 있는 책들을 훑어보다가 두꺼운 노트 한 권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뽑아 들었다.


시동생의 낯익은 글씨가 노트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일자별로 정리되어있는 것을 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일기 형식의 글인 것 같았다.

노트를 펼쳐 들었을 때의 죄의식은, 우연히 펼쳐 든 노트의 맨 첫머리에 쓰인 혜린이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이미 야릇한 호기심으로 변해있었다.

저도 모르게 방문을 힐끗 바라본 혜린이 빨려들듯 시동생의 일기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책장을 넘기는 혜린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고, 투명하리만치 새하얀 뺨이 저녁노을처럼 발갛게 물들어갔다.


일기장 여기저기에 흔적 되어 남아있는 혜린에 대한 민석의 사랑.


형수에서 여자로,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한 것에 대한 고뇌, 사랑을 이루고 난 후의 갈등, 형의 죽음,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형수에의 진한 애정. 그리움!


단 하루도 혜린에 대한 단상이 끊어짐 없이 계속되었고, 그 속에는 혜린의 갈등과 고뇌 이상의 그것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민석이 늘 말하곤 하던 형수에 대한 사랑을 사춘기적 갓 시집온 젊은 형수를 향한 동경쯤으로 치부하던 혜린의 생각이 크게 잘못돼 있었음이 분명했다.


나는 진심으로 민석을 사랑하고 있었을까? 단 한 번의 섹스로 다소 신경질적이고, 나약한 남편에게서 얻지 못한 육체적 쾌감을 알게 해준, 여자로서의 본능을 일깨워준 시동생에 대한 그리움의 정체는 민석의 자신에 대한 감정처럼 진실한 것이었을까?


일기장을 원래 꽂혀 있던 자리에 꽂아놓고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지만, 도저히 잠을 이룰 자신이 없었다.

한동안 말똥말똥 천장을 쳐다보던 혜린이 몸을 일으켰다.

검정 가방 안에서 반바지와 티셔츠를 꺼낸 혜린이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옷을 갈아입었다.


열두 시를 훨씬 넘은 시간이니 만치 다소 짧아 보이는 반바지였지만 상관없을 듯싶었다.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은 혜린이 섬돌 위에 놓여있는 슬리퍼를 신고 대문을 나섰다.

굳게 닫혀 있어야 할 대문이 활짝 열려 있음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우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묘한 화음을 이루어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듯했다.

한여름 밤이었지만, 선뜻한 기운에 오싹 몸을 떤 혜린이 널찍한 마당의 끄트머리에 있는 낮은 산등성이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면, 십 수년 전 처음으로 민석을 만난 것도 저기 보이는 산등성이 위에서였다.

까만 피부에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던 미소년의 모습을 떠올린 혜린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이렇게 홀로 걷는 것도 그 나름의 멋스러움이 있는 것 같았다.

밤하늘에 총총히 떠 있는 별들의 숲, 밤하늘의 중간 어림에 둥그렇게 매달려있는 달, 그 옆으로 번지는 달무리.

아무 생각 없이 느릿하게 걷던 혜린이 등성이의 풀밭에 앉아있는 사람의 형상에 소스라치게 놀라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크지는 않았지만 짧은 혜린의 비명에 깜짝 놀란 듯 벌떡 몸을 일으키는 남자.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은 혜린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앞에 있는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형수님!"


일순간 긴장감으로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휘청거리는 혜린의 모습을 발견한 민석이 황급히 달려와 혜린의 몸을 부축했다.


"괜찮아요?"


넓고 단단한 민석의 가슴에 잠시 몸을 기댔던 혜린이 정신이 든 듯 민석의 몸을 슬며시 밀어냈다.


"네. 괜찮아요. 미안해요. 좀 놀라서."


"후후. 그래요? 그런데 왜 안 주무시고."


"잠이 안 와서요. 그러는 도련님은?"


살며시 올려다보는 눈이 서럽도록 아름다웠다.


"저도요."


짧게 대답한 민석이 풀밭에 앉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를 빼 물었다.

알싸한 담배 연기를 폐 속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깊은 호흡과 함께 내뱉었다.


"어머, 도련님. 담배 배웠어요?"


깜짝 놀란 듯 혜린이 민석의 옆에 자리하며 물어왔다


"네"


"언제부터?"


혜린의 표정이 무엇인가를 짐작한 듯 어두워졌다


혜린의 질문에도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우고 난 민석이 손끝으로 어느새 짧아진 담배꽁초를 튕겨 내었다.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민석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혜린이 느릿하게 손을 들어 민석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형수의 뜻밖의 행동에 놀란 듯 민석의 시선이 혜린에게로 모였다


"나, 고민 있는데 들어줄래요?"


문득 남자임을 느끼게 해 주는 처연한 표정이었다.


"무슨?"


"나한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 사랑에 빠졌대요. 그것도 열 살이나 어린 남자한테, 듣고 있어요?"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하던 민석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형수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유부년데, 한 달쯤 전에 남편이 죽었대요. 교통사고로."


그제야 감이 잡히는 듯 민석의 표정이 잔뜩 굳어져 혜린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석 달쯤 전에 그 남자하고 관계를 맺었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낀 여자로서의 기쁨. 그 후로 아니, 그 일이 있기 훨씬 전부터 그 친구는 그 연하의 남자를 이미 가슴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나 봐요."


" ....."


"아침이면 그 남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저녁이 되면 그 남자를 볼 수 없음이 슬펐대요. 이미 한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가. 후후. 웃기죠?"


민석의 반응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혜린이 자기 혼자 처연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그 남자를 그리워하며 지내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정말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친구는 그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대요. 그 남자만 보면 안기고 싶고, 투정 부리고 싶은데도 이미 한 남자로부터 더럽혀진 육체였기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굳게 마음먹고 그 남자에게 일부러 매몰차게 대하기도 했대요. 그러다가 남편이 죽고."


혜린의 목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을 못 이긴 탓일까.


"가만히 들어봐요. 얘기 아직 안 끝났어요."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민석이 혜린의 제지에 급히 입을 다물었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 더 큰 슬픔이 생겼대요. 그 친구한테는. 뭔지 궁금하죠?"


" .... "


굳이 대답을 기다리지는 않았는지 형수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건 남편의 죽음으로 앞으로 영원히 그 남자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대요. 왜냐하면 그 남자가 남편의 동생이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혜린이 꿀꺽 삼킨 것은 분명히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민석의 손길을 기다릴 새도 없이 품 안 깊숙이 얼굴을 묻은 혜린이 마침내 참던 눈물을 쏟아냈다.


자기 어깨를 바스러뜨릴 듯 강하게 감싸 안아오는 민석.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나 느꼈던 평온함으로 자신을 감싸주는 민석의 품속.

마음 놓고 울던 혜린은 자기 턱을 부드럽게 감아쥐고 슬며시 끌어올리는 민석의 손길에 아무런 저항 없이 고개를 들었다.

따스한 눈길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에 조용히 눈을 감아 버렸다.


이윽고 와 닿는 두툼한 질감의 입술, 간지럽히듯 부드럽게 혜린의 여린 입술을 문지르던 민석의 그것이 살짝 벌어진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와 혜린의 아랫입술을 슬며시 내리눌러 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런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어느 한 부분이 찡 울려오는 듯한 황홀함을 가져다주는 남자였다.

시동생 민석은, 한동안 혜린의 입술 위에서 노닐며 애태우던 민석이 혜린의 귓전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울보야. 당신은."


부드럽게 속삭여 오는 저음의 목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 없었다.


언제일까, 도대체 언제 자기 몸이 시동생의 무릎에 앉혔을까.

민석의 무릎 위에 비스듬하게 가로누운 혜린이 잠시 생각을 더듬어보았지만, 그것이 언제인지, 또 자신이 그리한 것인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떠올릴 여유조차 없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반바지를 헤집고 밀어닥치는 손길은 혜린으로 하여금 더 이상의 상념을 허락지 않았다.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 때로는 우악스럽게, 때로는 깃털 처럼 부드럽게 기름진 혜린의 허벅지 속살을 유린하고 있었다.


어느새 굳게 감아 안은 목덜미, 규칙적으로 얼굴에 와 닿는 부드러운 숨결. 슬며시 고개를 들어 민석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마법에서 풀려나기라도 하듯 슬며시 벌어지는 민석의 입술 사이로 부끄러운 첫날 밤 새색시처럼 혜린의 혀가 주저하듯 밀려들어 갔다.


혜린의 부끄러움을 짐작한 것일까? 이내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들이는 민석의 혀.

오랜만의 어우러짐을 축하라도 하듯 두 사람의 혀가 교묘하게 뒤엉겼다.


까슬까슬한 털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기도 전 음습한 기운이 민석의 손길을 반겼다.

이윽고 손끝에 느껴지는 천 조각 하나.

그마저도 물기에 흠뻑 젖어 쥐어짜면 금방이라도 점액질의 물기를 쏟아낼 것 같았다.

그동안의 외로움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천 조각과 맞닿은 부분을 꾹 누르자 무릎 위에 놓였던 형수의 엉덩이가 펄떡 퉁겨 올랐다.


"하악!"


숨넘어가는 신음소리가 형수의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참을 수 없는 욕망에 한 차례 부르르 몸을 떤 민석이 천 조각을 슬며시 젖히며 손끝을 밀어 넣었다.


미끈거린 감촉, 한껏 젖어 물기로 번들거리는 형수의 속살이 민석의 손길을 부드럽게 휘감아왔다.


"아, 싫어. 하지 마."


형수의 손이 민석의 손목을 움켜쥐고 강하게 뿌리쳐왔다.


"만져보고 싶어."


뜨거운 호흡을 형수의 귓전에 불어넣자 형수의 몸이 일순 굳어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강하게 저항해왔다.


"싫어. 씻지도 않았는데. 더러워."


"바보. 난 당신의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한단 말이야."


칭얼거리듯 하던 혜린의 앙탈이 거짓말처럼 멎어버렸다.

단 한마디의 말이었지만, 혜린에게 꼼짝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마력적인 말이기도 했다.


"아, 몰라. 부끄러워."


목을 감싸 안은 팔에 바짝 힘을 주며 양 허벅지를 강하게 조였다가 푸는 것으로 민석의 침입을 허락한 혜린이 민석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기라도 하듯 허벅지를 활짝 개방시켰다.

손바닥을 넓게 펼친 채 그토록 그리웠던 형수의 속살 위를 살며시 덮어보았다.

손이 델 듯한 열기가 퍼져 나오는 유난히도 부드러운 속살이 손바닥에 감기듯 만져졌다

가운뎃손가락을 살짝 오므려보자 꽃잎이 슬며시 갈라지며 늘어서듯 늘어서 민석의 손길을 반갑게 맞이했다.


입구가 여기쯤이었으리라.

민석으로 하여금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진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던 곳. 손가락 끝을 슬쩍 밀어 넣자 형수의 달뜬 호흡이 민석의 뺨을 간지러웠다.


파고드는 손가락. 사정없이 조여드는 질구.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찔움찔 손가락을 조여오는 감촉이 선연하게 느껴졌다.


"하고 싶어."


나직하게 속삭이자 형수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싫어. 여기서 어떻게."


퍼뜩 놀라 민석의 무릎 위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굳게 안아오는 민석의 팔에 갇혀 꼼짝할 수 없었다.


"괜찮아. 아무도 안 와. 여긴 우리 둘뿐이야."


"그래도 불안해."


물밀듯 밀려오는 혜린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반바지 단추를 푸는 만 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몸을 맡긴 채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요란하게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뿐이었다.

어느새 다 풀었는지 민석이 혜린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한동안 망설이던 혜린이 엉덩이를 살며시 들어주자 팬티까지 한꺼번에 끌어내려 버리는 만 석이었다.


"아, 어떡해."


슬며시 자기 몸을 밀어내는 민석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급한 동작으로 자기 바지를 끌어내린 민석이 풀밭에 주저앉더니 혜린을 향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리 와봐."


손끝으로 자기 무릎을 가리키는 민석의 손길을 따라 시선을 주자 그 끄트머리에 우뚝 치솟아 밤하늘을 노려보고 있는 튼실한 육봉이 자연스럽게 눈에 뜨였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으로 몸부림치게 했던 시동생의 물건, 여전한 위용으로 또 한 번 혜린에게 기쁨을 선사하기 위해 고개를 꺼덕거리며 서 있었다.

짜릿한 쾌감이 갑작스럽게 피어오름을 느끼며 무릎걸음으로 민석이 두드리는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체위, 에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혜린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 어떻게 하려고. 나 이런 거 처음이란 말이야."


본능적으로 시동생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칭얼거리자 나이답지 않게 너털웃음을 터뜨린 민석이 혜리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슬며시 들어 올렸다.

재빠르게 그의 의도를 짐작한 혜린이 슬며시 몸을 일으키자 들려 올라간 혜린의 엉덩이를 슬며시 당겨 안는 민석이었다.


여기쯤일까? 살며시 엉덩이를 가라앉히던 혜린이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뭉뚝한 살 몽둥이가 자기질 구 바로 밑에 똬리를 틀고 있다.가 이내 와 닿더니, 닿았음을 채 느끼기도 전에 거칠게 파고들었다.


"하악!"


불칼처럼 아련한 통증을 안겨주며 사정없이 짓쳐 드는 시동생의 육봉! 목덜미를 껴안은 혜린의 팔에 엄청난 힘이 가해졌다


"아,"


민석의 입술에서도 만족감 가득 어린 묵직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들어갔어?"


"응, 그런 거 같아."


"좋아?"


"아, 몰라. 키스해 줘."


민석의 탄탄한 가슴에 자기 가슴을 밀착시키며 고개를 치켜들자 시동생의 두툼한 입술이 혜린의 입술 전체를 뒤덮어버렸다.


다시금 시작되는 혀의 유희!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침조차 그렇게 달콤할 수 없었다.


"아, 혜린아."


"으응?"


"움직여 봐."


"아, 어떻게. 나 못하겠어. 자기가 해줘."


무릎을 바닥을 디딘 채 움직이려 해 봤으나 쉽지 않음에 포기한 혜린이 민석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듯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민석은 터질 듯한 형수의 엉덩이를 양 손바닥으로 움켜쥐고 느릿하게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되었을까? 스스로 깨우친 듯 발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혜린이 자기 엉덩이를 아래위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민석의 육봉이 그녀의 질 속으로 들어올 때마다 이상야릇한 소성이 울려 퍼졌고, 그에 화음이라도 맞추듯 형수의 입에서 간드러진 감창소리가 울려 나오기 시작했다.


"하아. 아, 자기야 나 미치겠어."


"좋아?"


"으응. 너무 좋아, 아, 사랑해. 날 버리지 말아줘."


형수의 몸이 급격하게 빨라지기 시작했고, 그즈음 참을 수 없는 관능에 몸부림쳐왔던 민석도 밀려오는 사정감을 애써 억누르고 있던 터라 강하게 엉덩이를 퉁겨 올리며 형수의 몸짓에 화답했다.


"아, 혜린아. 나 할 거 같아. 못 참겠어,"


가녀린 형수의 몸뚱어리를 강하게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내려 앉히자 형수의 몸이 퍼뜩 굳어지며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멈췄다.

질구를 가득 메운 시동생의 육봉이 대여섯 차례 꺼덕거리며 그때마다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옴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미안해. 너무 오랜만이라. 너무 빨리 쌌지?"


"후후. 그런 말 하지 마. 난 당신의 이런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단 말이야."


봉긋 솟아오른 형수의 부드러운 앞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민석이 고개를 들어 혜린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눈길. 따스한 미소. 자상한 엄마의 그것처럼 민석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혜린이었다.


"하하. 그거 아까 내가 한 말이잖아. 이 깍쟁이!"


형수의 볼기짝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형수의 과장된 엄살이 터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칫! 나빠! 여자 엉덩이나 때리고. 내가 이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종알거릴 땐 영락없는 철부지 소녀였다.


풀밭 위에 민석의 팔을 베고 벌렁 드러누워 바라보는 밤하늘은 유난히도 아름다웠다.


"나. 아버님께 말씀드렸어!"


의아한 듯 민석이 고개를 돌려 혜린을 바라보았다.


"자기하고 같이 산다고, 학교 졸업할 때만이라도 같이 있게 해 달라고. 우리 엄마한테도 얘기했어. 절대로 재혼 같은 건 안 한다고. 그냥 자기 장가갈 때까지만이라도 의지하며 살겠다고."


"혜린아."


"피! 그렇게 감동할 거 없어. 내가 얼마나 피곤한 여잔지 자기는 몰라서 그래. 이제 하루하루가 지옥일걸. 후후"


금방까지 보이던 밤하늘이 사라지고 대신 꿈속에서도 혜린의 머릿속을 지배하던 얼굴 하나가 동그랗게 떠 있었다.


"후후. 난 지옥이 좋아. 당신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피! 거짓말! 남자 말은 하나도 믿을 게 못 된대."


빙긋이 웃는 혜린의 얼굴도 모처럼의 행복감에 취한 표정이었다.


"대신 조심해야 해."


"왜?"


"우리 집에 채린이 와 있거든. 결혼할 때까지 우리 집에 있겠대. 언니 적적할까 봐 그런다는데 말릴 수 없잖아."


마치 남편에게 동의를 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그건 어떻게 해?"


"그거라니?"


혜린이 눈을 치켜떴다.


"혜린이 좋아하는 거."


"그게 뭔데?"


"후후. 귀 대봐."


"아, 뭔데 그렇게 뜸 들여?"


못내 궁금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혜린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섹스!"


그 순간 옆구리 살점이 뜯어져 나갈 듯한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러버린 민석.


"내 그럴 줄 알았어. 이 짐승."


화난 듯한 혜린의 목소리는 입술을 짓눌러오는 민석의 입술에 의해 입 밖으로 흘러나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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