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몸 서리 -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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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염


사내가 바닥에 요를 깔고 이불을 펴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이령이 화로 건너편에 깔린 이부자리로 가려는 사내의 옷깃을 잡았다.

오늘은 이령도 잔뜩 벼르고 있는 중이었다.


“밤에, 추워요.”


진짜 춥다는 뜻이 아니다.


“이불 안이 추워요.”


이 정도면 좀 알아들어 주면 좋으련만.


그러자 사내가 화로를 힐끗 들여다봤다.

화로의 불은 활활 타는 중이었다. 참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내다.

아니면 못 알아듣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곁에서 자면 안 되나요?”


이왕 용기를 낸 것, 이런 말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내에게 제 마음을 이미 전부 고백했다.


제가 뭘 원하는지 사내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내도 저를 밀어내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안다.

자신의 마음과 사내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면 이제 와서 주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사내는 제 옷깃을 잡고 있는 이령의 손을 떼어 놓더니 기어이 화로 건너편으로 가서 이불을 덮고 누웠다.

사내가 눕기 전에 등잔의 불을 불어서 껐기 때문에 방 안은 이내 어두워지더니 화로의 불빛만 남았다.


“.”


자신을 등지고 벽을 향해 누운 사내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이령이 벌떡 일어났다.


사내가 고집을 부리면 저도 고집을 부릴 작정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의 고집이 센지 겨뤄 봐야 한다.


사내가 누운 곳으로 간 이령이 무작정 사내가 덮고 있는 이불을 들치고 그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사내의 등에 얼굴을 바짝 대고 눕자 사내의 숨소리가 조용해졌다.


사내가 숨을 쉬지 않았다.

이령은 그가 애써 숨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런 사내의 등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이령이 작게 숨을 쉬었다.


다른 것을 바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한 이불을 덮고 자고 싶다.

언제까지 이 작고 좁은 방에서 서로 멀찍하게 떨어져서 잠을 잔단 말인가.


한 이불을 덮고 바로 곁에서 숨소리를 들으며 자고 싶은 것이 무리한 욕심일까.


사내는 잠시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내의 심장이 멎은 것이 아닌가 하고 아주 짧게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심장이 멎은 것은 아닌지 사내가 천천히 돌아누웠다. 사내가 돌아눕자 이번에는 이령의 심장이 멎을 뻔했다.


돌아누운 사내의 얼굴이 이령의 얼굴에 가까워졌다.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사내의 얼굴 윤곽이 고스란히 보였다.

얼굴과 얼굴이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령이 얼른 얼굴을 숙였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나머지 이령이 얼른 돌아누웠다.

제가 사내의 등에 얼굴을 바짝 붙였으면서 정작 사내가 돌아눕자 이번에는 이령이 등을 보이며 돌아누웠다.


돌아누운 이령이 가슴에 손을 올렸다. 손바닥으로 가슴을 꾹 누르자 심장이 고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숨이 막혀.’


돌아누워 있는데도 사내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니, 시선이 느껴졌다.

그때 사내의 손이 이령의 어깨에 얹어졌다.


‘난 몰라.’


이령이 애써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사내가 내쉬는 숨이 이령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숨이 더웠다.

투박한 손가락 끝이 이령의 어깨를 만지작거렸다.


‘입술이 닿았어.’


제 머리에 지금 막 닿은 것이 사내의 입술이라는 것을 이령이 바로 알아차렸다.


어깨를 누르고 있는 사내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이령의 팔을 더듬어 내려왔다.

손목까지 내려간다 싶더니 그 손이 이령의 손가락에 깍지를 꼈다.


제 손가락에 사내의 손가락이 깍지를 껴 오자 이령이 눈을 감았다.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럴 때 뭐라고 말이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이 사내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있을까.

그때 이령의 허리 아래쪽으로 사내의 손이 파고들었다. 가는 허리가 사내의 큰 손바닥에 폭 감싸였다.


그 손이 제 아랫배를 어루만지자 이령은 숨이 점점 가쁘게 차올랐다.

귓불을 사내의 덥수룩한 수염이 문질러 왔다.


이령의 머릿속에 뿌연 열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사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으로 모자라 지금 사내의 손이 제 아랫배를 쓰다듬고 사내의 숨결이 귓불을 촉촉이 적시고 있는데 어떻게 정신을 제대로 가눌 수 있을까.


‘어쩌지. 어찌해야 할까.’


어쩌면 이 밤에 사내와 초야를 치를지도 모른다.


‘오늘은 몸을 씻지도 않았는데. 이를 어쩌지.’


이럴 줄 알았다면 찬물에라도 씻을 것을 그랬다.


사내가 매일 솥에 물을 데워 주어서 그 물로 이령은 매일 몸을 닦을 수 있었다.

그러나 딱 오늘 건너뛰었다.


그것이 여간 후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제 아랫배를 만지는 손은 천을 감은 다친 손이다.

이령이 좋아하는 손이고, 안쓰러운 손이다.

그 손이 지금 이령의 아랫배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툭.


사내의 손가락 끝이 이령의 허리 매듭을 풀었다.

매듭이 풀리자 저고리의 앞섶이 벌어졌다.


“으응.”


이령이 저도 모르게 낮게 신음했다.


저고리가 벌어지며 그 속으로 파고든 사내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그 큰 손바닥으로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사내의 손바닥은 뜨겁고 단단했고, 그녀의 젖가슴은 연하고 부드러웠다.


붕대를 감은 손이 이령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손가락 전체로 젖가슴을 감싸 쥐고 주무르다가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눌렀다.


이령은 사내의 경험이 없다.

겁탈당했다고는 하지만 혼절해 버렸던 탓에 그때 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지금에 와서는 다행이었다.

아무런 기억이 없으니 지금 사내의 손이 자신을 만져도 그때가 기억나서 무섭거나 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 응.”


사내의 손이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을 때 그의 입술이 이령의 귓불을 물었다.

더운 숨이 귓속으로 파고들며 뜨거운 입술이 귓불을 잘근거리자 이령의 귀와 뺨이 확 달아올랐다.


이 사내는 진짜 하려는 것이다.

바라던 것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닥치자 이령은 손과 입술이 덜덜 떨렸다.


이제 이 선을 넘어 버리면 돌이킬 수가 없다.

형식적인 부부가 아니라 진짜 지아비와 아내가 되는 것이다.


싫다면 지금 밀어내야 한다.

자신이 밀어낸다면 이 사내는 멈출 것이다.

싫다고 한 마디만 하면 이 사내가 지금 하려는 일을 멈출 거라는 걸 이령은 안다.

알지만, 멈추고 싶지 않다.


그때까지 이령의 손과 깍지를 끼고 있던 사내의 손이 깍지를 풀고 치맛단을 걷어 올렸다.

이불 안에서 사내의 손이 이령의 허벅지를 더듬었다.

그 손이 이령의 속곳 안으로 천천히 파고들었다.


“아, 읏.”


투박한 손이 제 속곳 안으로 파고들자 이령의 허리가 움찔 떨렸다.


은밀한 둔덕을 사내의 손이 천천히 쓸었다.

제 다리 사이의 음모가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것이 이령의 귀에도 들렸다.

그리고 그때 사내의 손가락 끝이 단단하게 다물어져 있는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으응.”


이령이 입술을 꾹 다물었다.

허리가 떨리고 숨이 차올랐지만 입술을 벌리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정말 이상한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으응, 응.”


하지만 입술을 꽉 다물고 있어도 그 다문 입술 틈새로 열기가 섞인 신음이 새어 나왔다.

사내가 젖가슴을 주무르며 다른 손으로 이령의 은밀한 곳을 비집고 들어가 안쪽을 문질러 댔다.


“아, 하아, 읏. 응.”


사내의 손바닥 열기가 제 몸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령이 입술을 조금 벌리고 숨을 헐떡였다.


“으응. 응.”


사내는 계속 손을 움직였다.

귓속으로 사내의 혀가 파고들어 질척이는 소리가 귀 안쪽을 가득 채웠다.


“으응. 응.”


이불이 아래로 내려갔다.


치맛단이 걷혀 올라간 탓에 드러난 허벅지에 차가운 공기가 닿았지만 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뺨이 뜨겁고 머릿속이 뜨거웠다.

사내의 손이 닿은 모든 곳이 뜨겁게 느껴져서 도무지 춥다는 것을 느낄 새가 없었다.


질척.


젖은 소리가 속곳 안에서 울렸다.

그것이 제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온 소리라는 걸 알고 이령은 당황했다.


속곳이 흥건하게 젖기 시작했다.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탓에 제 음부를 문지르는 사내의 손바닥이 더 뜨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뜨거워. 몸이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


고뿔이 든 것도 아니고, 열병이 난 것도 아닌데 몸이 뜨겁다.

제 몸이 이렇게 뜨거워진 것을 사내도 알까.


“아, 응. 으응.”


속곳 안에서 사내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젖은 소리와 함께 속곳이 젖어 들었다.

이령은 허리가 덜덜 떨렸다.


“아응. 응.”


‘이, 이상해. 몸이 이상해.’


이령이 숨을 헐떡였다.

몸 안에 뜨거운 열 덩어리가 뭉친 것 같았다.

아랫배 안에 뜨거운 것이 있어서 그것이 자꾸만 열을 내는 것 같다는 착각이 일어났다.


“하읏.”


사내의 입술이 목덜미를 물어뜯자 이령이 소리를 높였다.


아픈 것이 아니다.아픈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너무 좋아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때였다.


“아!”


이령의 몸이 옆으로 휙 돌려 눕혀졌다.


그녀를 이불 위에 똑바로 눕힌 사내가 그녀의 위로 올라와 아직까지 그녀의 몸에 걸쳐 있는 저고리를 완전히 벗겨냈다.

저고리가 벗겨지며 화로의 어스름한 불빛에 흰 젖가슴이 전부 드러났다.


그제야 부끄러움이 밀려와 이령이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사내가 가슴을 가린 손을 기어이 떼어 냈다.

그녀의 손을 걷어낸 사내가 그녀의 젖가슴에 얼굴을 내렸다.

숨결이 젖가슴에 번졌다.


“앗.”


젖은 혀가 유두를 스치자 이령이 화들짝 놀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젖은 혀가 닿은 것뿐인데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웠다.

뜨거운 혀끝이 이령의 유두를 휘감고 빨아올렸다.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으응. 응. 하읏.”


젖가슴이 타액으로 질척하게 뒤덮여 갔다.


사내의 손이 이령의 허리를 떠받치며 다른 손으로 한쪽 젖가슴을 감싸 쥐었다.

그 입술이 제 가슴을 삼키고 그 젖은 혀가 유두를 간질이는 동안 그의 아래에서 이령은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렸다.


이령의 젖가슴을 뜨겁게 탐하던 사내의 입술이 아래로 내려갔다.

입술이 그녀의 젖무덤을 내려와 아랫배를 더듬어 더 아래쪽으로 미끄러지더니 그 젖은 혀가 그녀의 배꼽 주위를 맴돌았다.


“하읏.”


배꼽 아래로 내려간 혀가 젖어 있는 수풀을 헤치고 그 아래쪽을 핥기 시작하자 이령의 허리가 움찔움찔 흔들렸다.


“아읏! 아!”


사내의 혀끝이 제 은밀한 곳에서 움직일 때마다 이령이 허리를 흔들었다.

도무지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투박한 손가락의 끝이 그녀의 젖은 틈새를 벌리고, 더운 혀끝이 그 틈새의 구멍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아아!”



반사적으로 오므려지려는 다리를 사내가 손으로 막았다.

저릿저릿한 쾌감에 이령이 고개를 젖히고 숨을 헐떡였다.

젖은 혀가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쓰윽 핥아 올라가며 구멍 안쪽을 꾹 찌르자 이령의 허리도 움찔 떠올랐다.

허벅지가 벌어진 채로 이령이 허리를 떨며 애처롭게 숨을 헐떡였다.

속곳과 치마가 언제 벗겨졌는지는 이령도 알지 못했다.


“하윽! 아! 아아!”


격렬한 쾌감이 이령의 전신을 뒤덮었다.


다리가 더 넓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므려지지 않았다.

뜨거운 혀가 점막을 헤집고 그 틈새에서 흘러나오는 젖은 것을 남김없이 빨아올렸다.

붉은 속살을 가르고 파고든 젖은 혀가 제 안에서 넘실거릴 때마다 이령의 몸이 흔들렸다.


이령의 다리 사이에 파묻혀 있던 얼굴을 사내가 들어 올린 것은 그때였다.

얼굴을 들어 올린 사내가 이령의 위로 올라왔다.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이령의 입술을 사내의 입술이 눌러 왔다.


“읍.”


입술이 맞닿는 순간 숨 가쁘게 숨결이 얽히고 혀가 뒤엉켰다.


사내와 정신없이 혀를 얽는 사이에 이령의 젖은 하체를 단단한 것이 눌러 왔다.

그것이 사내의 분신이라는 것을 이령도 깨달았다.

사내의 양물은 진즉부터 이렇게 단단하게 성이 나 있었다.

타액과 애액으로 흠뻑 젖어 있는 곳에 닿은 것이 꿈틀거리며 그녀의 입구를 문질렀다.


이령의 입술을 틀어막은 채로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질구에 단단한 것이 파고들었다.


끝이 둥근 것이 제 점막을 가르고 머리를 들이밀자 이령이 기겁을 했다.

그것은 천천히 그녀의 점막을 벌리며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것이 파고들 때마다 점점 더 벌어지는 제 하체로 인해서 이령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아, 아파!’


아래가 벌어지자 이령이 와락 겁을 먹었다.


대체 어디까지 벌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무서웠다.

이 사내가 제게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이런 것이 처음이라 더 그랬다.

몸 전체가 갈라지는 것만 같았다.


‘그때도 아픈 것은 없었는데.’


그때, 괴한에게 겁탈당했을 때, 그때는 비록 정신을 잃었지만 깨어나고 나서 몸이 아픈 곳은 없었다.

얻어맞은 복부에 조금 충격이 남았을 뿐 하체가 아픈 것은 조금도 없었다.

벌어지거나 찢어지거나 한 것에 대한 여파도 그때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 생경한 아픔이 이령을 당황하게 했다.

이런 식으로 몸이 벌어지는데 멀쩡할 리가 없다.

이러다가 몸이 정말 부서질지도 모른다.


“아!”


사내가 허리를 더 깊게 밀었다.

그 순간 사내의 양물이 그녀의 안으로 더 깊숙하게 파고들어 왔다.


“아아앗!”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이령의 허리를 끌어안은 사내가 조금은 거칠게 허리를 쳐올렸다.

그 순간 격렬한 통감이 이령의 전신을 꿰뚫으며 사내의 양물이 전부 그녀의 안으로 들어섰다.


뿌리 끝까지 남김없이 찔러 들어온 사내의 양물이 이령의 아랫배를 가득 채웠다.

안쪽이 그득 들어찬 버거운 감각보다 사내의 굵은 양물이 제 아래를 벌린 충격이 더 컸다.


지금 자신의 아래가 어떻게 벌어져 있는지 이령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단단하고 뜨거운 살덩어리가 그녀의 안으로 격렬하게 밀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더니 다시 사납게 밀고 들어왔다.


“아아아아!”


이령이 뜨거운 교성을 지르며 사내의 목에 매달렸다.

그러자 그녀의 손길에 화답하듯 사내의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을 눌러 덮었다.

혀가 엉키며 그와 동시에 사내의 양물이 그녀의 안쪽 깊은 곳에 박혔다.


몸 안에서 불이 붙은 것만 같았다.

화로에 붙은 것과 같은 불이 몸 안에도 옮겨붙은 것 같았다.


그 휘몰아치는 열기에 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뜨거운 숨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그것이 교성이 되어 맞물린 입술 틈새로 새어 나왔다.


뜨거운 감각에 꿈틀거리는 이령의 몸을 억센 힘으로 끌어안고 사내가 그녀의 몸을 짓눌렀다.

사내의 열기, 사내의 숨소리, 사내의 모든 것이 이령을 뒤덮었다.

그 열기 속에서 이령의 머릿속이 점점 흐릿해졌다.


사내에게 녹아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자신은 사라지고, 사내의 품에 녹아든 자신만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며 이령이 사내에게 매달려 흐느꼈다.

그녀가 흐느낄 때, 몸 안으로 파고든 사내의 양물이 그녀의 안에 뜨거운 것을 왈칵 쏟아냈다.


* * *


“토, 토끼에게 푸, 풀을 줘야 하는데.”


이령이 무슨 말을 하든 사내는 그녀를 풀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령이 잘못했다.

지금까지 사내를 꾹꾹 눌러 오던 멍에를 잘라 버린 것은 이령이다.

적어도 사내에게는 그랬다.


더 참을 수 있었다. 죽을 만큼 인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선을 넘은 것은 그녀였다.

그녀가 제가 덮고 있는 이불 안으로 파고들어 제 등에 얼굴을 파묻는 순간 사내는 지금까지 지켜 온 인내라는 줄을 끊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줄은 이미 팽팽하게 당겨진 상태였고, 그것을 그녀가 살짝 건드리는 순간 다시 이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끊어졌다.

그리고 한 번 줄이 끊어진 이상 사내도 스스로를 걷잡을 수가 없어졌다.


벌써 날이 밝았다.

그러나 날이 밝는 것과는 상관없이 사내는 이령을 밖으로 내보내 줄 생각이 조금도 없다.

오늘은 약을 달이는 것도 건너뛰었다.

평소라면 지금쯤 아궁이에 불을 넣고 아침밥을 짓고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아침밥을 조금 늦게 먹을 생각이다.


물론 사내가 밤새도록 이령의 몸을 탐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령이 잠들 시간은 줬다.

그리고 새벽이 조금 지나 아침이 되어 이령이 깨어날 때부터 사내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이령은 눈을 붙였지만, 사내는 밤새 잠든 그녀를 들여다보느라 한숨도 자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아도 도무지 피곤하지가 않다.


이런 것은 이 사내도 처음이다.

몸 안 어디에서 이런 기운이 솟는 것인지, 잠을 설쳐도 피곤하지 않고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도 조금도 곤하지 않다.


배도 고프지 않고 목도 마르지 않다.

오히려 이령이 고플 지경이었다.


굶주린 짐승처럼 이령을 자꾸만 먹고 싶어진다.

너무 많이 참아서 미친 것일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지금 사내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토끼에게 풀을.”


토끼 따위 풀을 먹든 먹지 않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리고 토끼는 한 끼 정도 풀을 건너뛴다고 죽지 않는다. 한 끼, 두 끼, 세 끼도 토끼는 버틸 수 있다.

동물은 버틸 수 있다. 그걸 모르는 건 이령밖에 없다.


“화, 화로에 장작을 더 넣어야.”


이제 이령의 핑계는 토끼에게서 장작으로 옮겨 갔다. 하지만 그것이 사내에게 통할 리가 없다.

사내가 이령이 더는 말하지 못하게 그녀의 입을 제 입술로 틀어막았다.


이령이 기대어 앉은 방문 너머에서 아침의 볕이 스며들어 왔다.

화로의 불빛과는 전혀 다른 밝은 햇살 아래에서 보는 이령의 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살결이 투명하게 희었고, 부드러운 젖가슴은 봉긋하고 탐스러웠다.

그 투명한 젖가슴에 지난밤에 제가 새긴 붉은 흔적이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봉긋한 젖가슴의 정점에 발그레하게 물들어서 퉁퉁 부은 유두가 솟은 채로 흔들렸다.


이령의 허리는 잘록하고 엉덩이는 둥글었다.

벌어진 무릎 사이로 옅은 음모가 엿보였고, 그 아래로 연한 색의 계곡이 소담하게 젖어 있었다.


이령의 음모에 달라붙어 있는 허연 것들은 사내 자신의 씨앗의 흔적이다.

유두의 붉은색만큼이나 이령의 뺨도 발그레하게 물들어 이령은 얼굴도 들지 못하는 채였다.


“아, 아침밥은. 아침 약은.”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이령이 얼른 그 말을 꺼냈지만, 사내가 또다시 입을 막았다.

이령의 숨결이 제 입 안에서 잔뜩 흩어지는 것을 느끼며 사내가 그녀의 몸을 손으로 더듬었다.


입술은 달콤하고 숨결은 더 달콤했다.

도성에 다녀올 때마다 그녀를 위해 가져오는 엿보다 그녀의 혀와 숨결이 더 달았다.

이령의 옆구리를 손으로 훑던 사내가 그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쥐고 벌렸다.


“아!”


당황해서 소리를 지르는 이령의 다리 사이에 엎드린 사내가 그녀의 비밀스러운 곳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음부는 잘게 떨고 있었다.

어젯밤 제가 그토록 빨아 댔던 음부가 잘게 떨리는 것을 보며 사내가 그것을 입술에 머금었다.


“아, 하읏!”


사내가 음부를 통째로 입술로 덮자 방문에 기대앉은 이령의 허리가 움찔움찔 흔들렸다.


“하읏. 아, 아!”


뜨거운 혀끝으로 그녀의 다물어진 점막을 열어젖히고 그 안에 부풀어 있는 돌기를 간질였다.


사내의 코끝에 음부의 진한 냄새가 물들었다.

벌어진 그녀의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을 핥으며 사내가 그 갈라진 틈새에 코를 박았다.


잇자국이 날 정도로 세게 물고 싶었다.

아무리 물고 빨아도 배가 찰 것 같지 않다.

도무지 만족이라고는 모르는 거머리가 배 속에 가득 찬 것처럼 지금 사내가 그랬다.


먹고 또 먹고, 빨아 대고 또 빨아도 이 허기진 것이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건 사내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쳐들고 있는 성난 양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읏.”


이령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그녀를 넘어뜨린 사내가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저를 올려다보는 이령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것을 보며 사내가 숨을 삼켰다.


이령의 시선이 천천히 제 얼굴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복부로, 또다시 하체로 옮겨졌다.

그녀의 시선이 제 양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내가 제 손으로 양물을 쥐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보란 듯 그것을 훑었다.


투박한 손에 쥐어진 채로 사내의 음경이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어두운 곳에서는 이런 형태를 가진 것인 줄 그녀는 몰랐을 것이다.

동그랗게 뜬 눈이 지금 그녀가 얼마나 놀라고 있는지 잘 가르쳐 줬다.

소리 내어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이령.’


그녀의 이름을 제 목소리로 부르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분명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그리고 말을 할 수 있으면서 왜 벙어리 노릇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묻겠지.

그렇게 하나하나 대답해 주다 보면 감추고 있던 진실에까지 이를지도 모른다.


비밀은 어디까지나 숨겨야 하기 때문에 비밀이다.

죽을 때까지 진실을 말할 수는 없다.


이령의 허벅지를 붙잡은 사내가 그녀의 허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제 타액으로 흠뻑 젖은 그녀의 질구에 꿈틀거리는 음경을 가져다 댔다.


“하아, 하아.”


이령이 가쁘게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오르는 것을 보며 사내가 그녀의 젖은 주름 안으로 제 음경을 밀어 넣었다.


“아!”


긴 속눈썹을 떨며 이령이 소리를 질렀다.

뜨겁게 수축하는 그녀의 질 안으로 거침없이 음경을 밀어 넣으며 사내가 허리를 굽혔다.


이령의 수축하는 주름이 사내의 음경에 달라붙어 왔다.

좁고 뜨겁고 축축했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이령의 허리를 꽉 잡은 채로 사내가 허리를 움직였다.


한번 삽입하면 멈출 수가 없다. 이령의 깊은 곳까지 제 음경을 찔러 넣으며 사내가 허리를 쳐올렸다.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이령의 허리가 들썩이며 허공에서 다리가 흔들렸다.


“하읏! 아! 아아!”


사내의 음경이 격렬하게 꿰뚫을 때마다 이령의 교성이 점점 더 높아졌다.


제 아래에서 몸부림치는 이령을 끌어안은 채로 사내가 거칠게 꿈틀거렸다.

뜨겁고 붉게 달아오른 이령의 몸이 사내의 손바닥 안에서 녹아내렸다.

사내의 가슴에 맺힌 땀방울이 이령의 살결에 묻어났다.


“아아! 아아아!”


뜨겁게 소리를 질러 대는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그녀의 내벽이 사내의 음경을 조여 왔다.


그 뜨겁게 젖은 주름을 가르며 사내가 음경을 거침없이 박았다.

제 음경이 그녀의 여린 아랫배에 구멍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것도 잠시 사내가 두 팔 안에 그녀를 가두고 바위 같은 육체를 움직였다.


두 팔 안에 가두고 평생 이렇게 함께하고 싶다.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

누구도 자신에게서 이 여자를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하고 싶다.


“하읏! 아! 아아아아!”


귀를 찌르는 이령의 교성을 들으며 사내가 그녀의 안에 뜨거운 씨앗을 쏟아냈다.

대체 얼마나 채우고 또 채워야, 얼마나 쏟아내야 이 여자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을지 사내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온전히 이 여자의 지아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 물어보고 싶었다.


‘이령.’


부르고 싶은 이름을 애써 삼키며 사내가 제 아래에서 가쁘게 숨을 헐떡이는 여자의 얼굴을 눈 안에 넣고 또 넣었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여자다. 잠시만 맡아 두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이 여자의 짝은 따로 있다. 그런데 자신이 가로채고 말았다.

이것이 도둑질이라는 것을 사내는 안다.

태자의 것을 훔치는 짓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물론 핑곗거리는 있다.

태자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사내의 핑계다.


태자의 상태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관들이 그저 흘리는 말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에 곧장 마음이 움직여 태자의 여자가 될 이령을 자신이 품어 버린 것은 명백한 도둑질이다.


자신은 태자에게서 이령을 서리했다.

이령은 자신의 마음을 서리했고, 자신은 이령의 몸을 태자에게서 서리했다.


못된 짓이다.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을 짓이다.

이날을, 이 선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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