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불타는 여인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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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기' 편.




음. 누굴 고를까.

지금 내 앞에는 3장의 사진이 있어. 무슨 사진이냐고? 뭐긴 뭐야? 남자 사진이지.

또 무슨 남잘 꼬시려고 사진 들여다보냐고? 아냐. 뭔가들 크게 오해하고 있어.

내가 또 무슨 사고 치려고 그러는 줄 아시나 본데, 그게 아니라 내가 하도 말썽만 피우고 다니니까 우리 부모님들이 날 시집이나 보내면 나아질까?

그래서, 나보고 선을 보래. 그래서 지금 내 신랑 후보들의 사진을 보는 중이야.



첫 번째 남자는 현재 S대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있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아버지와 함께 사업하고 있는 젊은 기업가.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남자는 현재 KIST에서 근무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똑똑한 과학자이셔.

아. 누굴 고를까.



이 남자들을 보고 생각해 보니까 내가 사고만 치고 다닌 이유는 여태껏 내가 만난 얘들은 전부 어쩌다 돈 벌게 된 졸부 집 아들이어서 이렇게

사고만 치고 다니는 거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


그래 맞아. 난 무죄야.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아. 유유상종.



유부남이 다른 유부녀와 상대하면 종말이 온다. 뜻이 맞던가.?

하여간에 끼리끼리 놀아야 한다는 얘기 아냐?



나도 이젠 수준 있게 요기 사진 속에 있는 사람 중의 한 명을 골라 품위 있게 생활하기로 맘을 먹었어.

근데 누구하고 사귀지?

일단 전부 한 명씩 다 만나봐야겠지?



그래서 첫 번째로 그 젊은 의사를 만나기로 했어.


며칠 후.. 여긴 호텔 커피숍. 난 지금 커피숍 입구에 서 있어.

왜 안 들어가냐고?

가만있어 봐.

밖에서 보니까 저번에 나랑 같이 놀았던 녀석이 조기서 웬 아가씨랑 있는 걸 봤거든.

저 녀석도 지금 선보는 거 같은데 골탕 좀 먹여줄까.



난 즉시 행동으로 옮겼지.

난 다짜고짜 그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달려갔어.



"아니, 철수 씨.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동창 모임에 나간다고 그러더니 아니 이게 웬 개수작이에요?

애는 지금 먹을 게 없어서 울고 있는데 호텔에서 지금 다른 여자하고 이빨까고 있는 거예요?

아이고!!! 내가 미쳐. 같이 살기 시작할 때는 나 고생 하나도 안 시킨다고 그러더니 이게 웬 개떡 같은 경우란 말이야!!! 흑흑흑..."



쨘!!! 이 정도면 이 여자 누군지 모르지만 충격줌 받았겠지.

우히히. 재밌다. 역시 남자 골탕 먹이는 건 재밌단 말이야.



근데 이상하다. 왜 별 반응이 없지?



정말로 이상했어. 이쯤 되면 여자 쪽에서



"아니 철수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나밖에 없다고 그랬잖아요?"



뭐 이런식으로 나와야 되는거 아냐? 

근데 두명다 물끄러미 날 쳐다보기만 하구 별 말이 없는거야.

글쎄..결국 먼저 말문을 연건 여자쪽에서 였어..


"오빠. 이 여자 누구야?"

"누구구 누팔이구 간에, 야! 만옥이 너 왜 그래? 오래간만에 친 동생이랑 같이 시내 나와서 밥 먹는데 왜? 불만이야?"



`어머나. 이거 완전히 헛다리 집었네!`



근데 이 철수란 놈이 또 계속 난 몰아붙이는 거야!



"뭐? 애가 울어? 내 애가? 또, 같이 살아? 내가?"

"오오홍~~ 제가 이거 사람을 잘못 본 거 같네요. 이거. 호호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죄송해서 어쩌나. 그럼 안녕히..저는 이만.."



난 비싼 밥 먹고 완전히 헛지랄했어.

에이..간만에 골탕 좀 먹이나 했더니 이거 완전 피 봤네.



어머! 근데 내 남자 쪽 당하느라고 잊어먹었던 내 맞선 파트너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간은 다행히 30분밖에 안(?) 지났어.



허겁지겁 화장실에 가서 화장 고치고 옷 좀 다듬고 난 후 나의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는 자리로 갔어.

이 남자는 바람맞은 줄 알고 불쌍하게도 그냥 나가려고 하던 참이었어.

그러나,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좀 놀란 모양이야.



"어머. 제가 좀 늦었죠?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아뇨. 괜찮습니다.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어머나. 귀여워라. 적어도 40분은 기다렸을 텐데. 잘 해봐야겠는걸 ~~`



여기서 내가 잘한다는 뜻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별 뜻 없는 거니까.



그래서 우린 차를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어.

미래의 의사답게 이 남자는 주로 의학 얘기를 많이 하더군.

내가 커피에다 설탕을 좀 많이 넣자,



"만옥 씨, 설탕은 몸에 안 좋습니다. 치아를 나쁘게 하고 몸에 들어가서도 포도당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체내의 아드레날린

수치를 높여 주죠. 따라서 설탕은 커피 한잔에 3.34g이 가장 적당한 수치입니다."



`음. 의사 티를 내나, 이거. 내가 무식하다고 이게 날 깔보는 거 같은데.`



"호호~~ 맞아요. 유치원 다닐 때 배운 기억이 나는군요. 역시 의학계에서 종사하시는 분이라 뭔가 다르군요."

"그런데 만옥 씨는 혹시 흡연하십니까?"



`난 순간 망설여졌지. 이거 피운다 그러면 기나긴 잔소리를 할 것이고, 안 피운다고 그러면 거짓말이 되고. 에라 모르겠다.`



"아니. 담배라뇨. 아니 처녀가 무슨 담배여요?

절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담배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며 담배 한 개비 피우면 생명은 4분 30초가 단축되죠.

또, 담배 한 갑의 가격은 88 한 갑이 600원. 미국 필립모리스사의 말보로가 800원, 요즘 잘 나간다는 벤 테이지가 1,000원이죠.



담배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중국집에서 쨩께 한 그릇 딱 때리고 나오면서 한 대 피울 때의 맛이 최고죠.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방법도 여러 가지죠..



가장 기초적인 원 만들기, 꽈배기, 트로트, 팔자 만들기, 코 후비며 피우기, 한번 빨고 가래침 뱉기, 한 모금에 후까시 한번, 담배 못 피우는 사람 옆에서 줄담배 피기, 나이트에서 담배 물고 춤추기, 변기 위에서 후장 때리며 담배 피기(죽인다.), 괜히 할 말 없을 때도 담배는 사용되죠.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남자가 옆에서 꼬실 때 후까시용으로 담배가 그만이죠.

이 밖에도 담배가 애용되는 곳은 무궁무진하지만 전 아무래도 침대에서 남자와 한번 관계를 맺은 다음에 같이 피우는 담배 맛이 제일 괜찮더라고요.

어젯밤에도 그걸 확실하게 느꼈는걸요!!!.



어머? 근데 어디 가세요? 제 얘기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 남자는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채팅 실에서 운영자 만난 때처럼 꽁지 빠지게 사라졌어.

내가 무슨 실수 했나? 날 이렇게 놔두고 어딜 가는 거야. 젠장.

어떡하지. 에이, 담배나 피자. 에이, 뭐 어때. 가려면 가라. 너 말고도 아직 둘이나 남았다.



난 이렇게 생각하며 애꿎은 담배를 질끈 씹었어.





# 시집 가기..편




그 남자와 헤어진 후 난 엄마한테 적당히 이유를 둘러대고 다른 두 명의 남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졸랐지.

엄마, 왈!



"아니, 그 남자 어디가 어때서 그냥 왔냐?"

"아이~~ 엄만 그런 남자를 소개해주고 그래요? 그 남자 직접 만나보니 영 아니더라고요. 난 그런 남잔 딱 질색이더라."



엄마는 요년이 왜 이려나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날 결혼시키기 위해서 두 번째 남자를 소개해주기로 했어.

전편에서도 설명했듯이 두 번째 남자는 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와 같이 사업을 한다는 청년 실업가야.

시간은 흘러, 그 남자를 만나게 될 날이 왔어.



난 흥분되는 마음을 가지고 그 남자와 만날 약속 장소로 나갔어.

그 남자는 혼자서 외롭게 앉아 있더군.

난 며칠 전 엄마가 이 남자한테 잘 보이라고 사주신 새 옷을 입구 우아하게 그 남자 앞에 다가섰어.



"허동욱 씨 맞나요?"



이 남자는 그렇다고 말했어! 그리곤 나에게 물어보더군.



"장만옥 씨 맞는가요?"



난 역시 그렇다고 말했지.



"소문대로 미인이시군요, 제가 만옥 씨가 미인이라는 소문을 듣고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오잉? 무시기? 첨 보는데도 선물을? 이 남자 어떻게 된 거 아냐? 돈 많으면 다야? 이거 사람은 어떻게 보는 거야? 이 인간 장만옥이 선물 못 받아서 닭살 돋은 줄 아나. 나 남자 좋아하지만 너 같은 놈은 딱 질색이다. 어휴. 이걸 그냥.`



한참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 남자는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는 거야.

그리고 그 상자를 여는데 그 속에는 찬란하게도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 있었어.

세상에나, 세상에나. 꼭 쥐똥만 하게 생긴 게 값은 엄청나겠지.



"어머나, 너무 예뻐요! 이렇게 귀한 선물을 주시다니. 정말 고마워요. 호호~~ 동욱 씨가 맘에 드는군요!!"



뭐? 날 보고 왜 이랬다저랬다 하냐고?

흥!! 나보고 이쁘다 그러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콱 안기는데 어떻게 안 넘어가냐?

당신이 만일 여자라면 이런 경우에 안 넘어갈 자신 있어? 나도 여자라고 !!!



만일 여자친구랑 지금 잘 안되고 있으면 선물 하나 들고 찾아가 보라고. 십중팔구는 잘 될 거야.

안되면 나한테 오라고. 내가 재밌게 놀아줄게.



하여간 현재 상태. 난 이 남자가 맘에 들었어.



"만옥 씨는 바라보면 볼수록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군요. 만옥 씨처럼 분위기 있는 여잘 만나기 위해 봄부터 화투장은 그렇게 울었나!

봅니다."



`어머나. 이 남자 분위기 잡네.`

"만옥 씨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옵니다."


"제가 그렇게 터프하게 생겼나요?"

"아. 아닙니다. 저의 말뜻은 아무리 나쁜 일이 있어도 만옥 씨만 보면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거 같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나쁜 일엔 어떤 게 있죠?"

"예를 들자면 바람피우다 여편네한테 걸렸을 때, 밤새도록 고스톱 해서 돈 잃었을 때, 막판 뒤집기로 왕창 땄는데 그때 경찰이 덮쳐서 몽땅 날렸을 때, 술집에서 바가지 써서 술값으로 한 달 월급 다 날렸을 때, 술 먹고 전봇대에서 오줌 누다 경찰한 테 걸려서 아빠 불러와라 그럴 때, 돈 내기 당구에서 알다마는 젤 먼저 풀었는데 쿠션을 못 쳐서 꼴찌 할 때, 경마장에서 돈 건 말이 일등으로 가다가 골인 지점 앞에서 가다 말고 똥 눌 때, 빠찡고에서 계속 잃다가 큰 거 한번 터졌는데 정전으로 전부 날아갈 때, 나이트에서 겨우겨우 여자 꼬셔서 차 태우고 가는데 차에 펑크 나서 여자 택시 태워 보낼 때 등등."



{에구 힘들다. 꾸며내기 힘들어라 작가 되기 힘들어 죽겠네}입니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영화 찍고 있는 거 아냐? 무슨 남자가 이다지도 걸친 데가 많냐?

이건 도박이란 도박은 다 하구, 여자에다, 노는 방면으론 완전 카사노바잖아! 이거 오늘 맞수 만났네.`



"호호. 동욱 씨는 여가를 즐기는 능력이 뛰어나신 거 같아요."

"하하, 뭐 노는 데는 안 빠지는 성격이라서요. 만옥 씨는 여가를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저야 뭐. 교양을 쌓기 위해서 아이큐 점프 보고 있고, 건강을 위해서 매일 낮에는 사우나, 밤에는 나이트에서 흔들어 주고 있고. 미용을

위해서 한 남자를 여러 번 만나는 피곤한 일은 절대로 삼가고 있죠.

또 가을은 식욕의 계절인 만큼 개고기로 겨울을 대비하죠. 눈의 피로를 막기 위해 독서 같은 건 아예 안 하죠. 끈기를 기르기 위해서 한번 찍은

남자는 절대 놓치지 않죠. 또 기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차차 알려드리기로 하죠."



한 마디로 우리 둘은 변강쇠와 옹녀요, 방망이와 공, 브래지어와 팬티(?)였어.

이렇게 즐겁게 얘기를 나누다 우린 다른 은밀한 곳으로 장소를 옮기기로 했지.



아. 신난다. 오늘 재밌게 놀겠구나.



근데 그 순간 내가 너무 좋아하다 보니 내 핸드백을 떨어트렸어.

그러랬더니, 이 남자가 매너 있게도 내 핸드백을 대신 주워 주려고 허리를 구부리는 거야.


`오. 매너두 괜찮은데? 오늘 밤 기대해도 되겠는걸?`



그때 그 순간이었어!!

그 남자 뒷머리카락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어.

난 좋은 일 한답시고 그걸 가볍게 잡아당겼지.

근데 글쎄.



난 집에 가서 신경질이란 신경질은 다 내고 괜히 애꿎은 엄마만 못살게 굴었어.

왜 그러냐고? 글쎄 그 남자 대머리였어.

머리카락 하나 잡아당기니 글쎄 가발이 쓱 올라오잖아 글쎄. 에구 놀라워라.

확실히 공짜 좋아하고 도박 좋아하는 사람은 대머리 된다는 말이 맞나 봐.



난 고민에 빠졌어.

이제 나에게 남은 사진은 단 한 장이야.

난 왜 이리 남자 복이 없을까. 그냥 이대로 살다 죽어?

아냐. 나도 보란 듯이 멋진 남자 만나서 애 낳고 잘살고 싶어. 

그래. 아무래도 난 학자와 결혼할 운명이었나 봐.



KIST에서 지금 있다는 그 남잘 만나봐야겠다.

좋아. 이번엔 철저한 내숭 작전이다.

이 남자를 일단 잡아 결혼으로 골인한 다음에 모든 걸 생각하자.

좋아. 연구실에서 연구만 한 사람이 뭐 알겠어? 내가 살랑대면 이 남잔 완전 나한테 녹을걸?



나에게 남은 마지막 남자! 이 남자는 과연 어떤 남자일까.

가을은 다가오는데 빨리 이 남자 잡아서 시집을 가야 할 텐데...

누군가 나한테 와서 손 붙잡고 결혼 하자고 하면, 웬만하면 그냥 결혼할 거 같은 느낌이 드네.



마지막 남자의 사진을 들고 난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했어.



`음. 얼굴은 괜찮군. 눈썹도 가지런하고, 코도 괜찮고, 분위기도 괜찮고. 그래. 이 정도면 나도 맘 잡고 정착할 수 있어.`



시간은 흘러.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나의 이 마지막 남자를 녹일 준비는 완벽해.



머리도 아까 미장원에서 내 단골 미용사한테 잘 만들었고 화장이야 내 전공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 3일 전부터 식단 관리를 한 관계로 내 몸매는

현재 스코어 36-24-36이야..

그리고 마지막 단장으로 요즘 유행하는 저 뭐더라. 갈빈 골라표 향수도 발랐어(캘빈 클라인을 말하려고 한 것임.)




모든 게 완벽해.

게다가 나의 애마 포니 1이 오늘따라 기적적으로 30분 만에 시동이 걸려주는 거야. 야 이거 오늘 뭔가 되는 날인데?



두근거린 마음을 가지고 약속 장소에 나는 나갔어.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침착하게 사진과 같은 얼굴을 가진 사람을 찾았지.



`잉? 그런데 다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사진의 얼굴이 없었어.. 이럴 수가. 나 바람맞은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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