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유부녀 야설) 외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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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 년이 흘렀다. 그녀와 만났던 때가... 


하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던 난 한동안 엄청난 스트레스와 흘러넘쳐 주체하지 못하는 시간과 씨름을 하고 있던 차였다.

컴을 켜고 멍하니 앉아있다 세이에 연결을 하고 방을 만들어 당시 잘(?) 나가던 가요 몇 곡을 걸었다.

잠시 커피를 한 잔 마시던 중에 쪽지가 날아왔고, 그녀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삼십여 분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그녀가 방 인원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방 왜 만들었어요?"


느닷없는 그녀의 질문...


"에...?"


멍청하기 그지없는 내 대답...


"애인 만드는 중?"

"아니 그냥 심심해서..."


결혼 여부를 묻는 그녀의 말에 선선히 결혼했음을 대답했다.

그럼 외도는 하느냐 물었다.


"아니..."


멋쩍게 대답해 놓고선 참 민망했다. 이 여자 별걸 다 묻는다 생각했다.

이것저것 그녀의 질문이 쏟아진다.

간단히 이어지는 내 대답들과 가끔 진땀을 흘리며 타자를 날리고 있는 내가 참 웃기는 모습이다.

내가 물었다.


"댁은 결혼 했소?"

"..."

"?"

"했어요."


망설이듯 답하는 그녀...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단다. 이런...황당할 때가...

왜냐는 내 질문에


"그냥..."


짧게 답한다.

그때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오고 난 대화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 업무 전화라.^^;"


소비자의 상담 건이라 급하게 창을 바꿔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니 꽤 시간이 흐른 듯 통화를 끝내고 다시 창을 바꾸니 그녀가 없다.


그날은 그렇게 대화를 끝냈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주일쯤 후 난 다시 세이에 들어가 방을 만들었고 두어 시간 내 좋아하는 노래만 듣고 있었다.

드문드문 문의 전화를 받고, 커피도 두어 잔 마시고...


무료하던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 한 사람이 찾아 들었다.

서툰 타자 실력 탓에 안녕하. 란 말을 다 찍기도 전에


"또 애인 만드나 봐 ^^ "


한마디 농담이 날아온다.^^;


"누구신가?"

"벌써 날 잊었네... ㅠㅠ.ㅠ"


자기를 소개한다. 며칠 전 짤막한 대화를 나눴던 여인네라며.


"아... 죄송 ^^;"


그녀는 처음 채팅을 나눴던 그날 나를 친구 등록했다 말한다.


"그랬군요."

"근데 친구등록이란 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던(?) 난 멍청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내가 이런 거 자주 해봤어야 알지.


"어머나~ 방송할 줄 알면서 친구등록도 몰라요?"

"방송은 메인에 뜨기에 그냥 설명대로 따라 한 거라... ㅜ. 두"

"채팅 별로 하지 않았구나?"

"ㅡㅡ;"

"근데, 정말 애인 만들려고 방 만든 거 아닌가?"

"손가락이 독수리라 그럴 엄두도 못 냅니다. 하하"


오가는 몇 번의 농담이 있고 나서 느닷없이 전화번호를 묻는다. 왠지 그냥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하단다.

어떻게 생겼냐는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에 순간 "포장"을 좀 할까 하다 생각해보니 우습다.

적당히 생긴 모습을 설명해주고 나서 물었다.

왜 자꾸 애인 타령인지.


혹, 애인이 필요해서인지. 당연히 농으로 물었었다.


"..........."


한참을 말이 없다.

다른 일 하나 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우울한 기분전환도 할 겸 음악을 바꾸고 다시 채팅 창으로 돌아오니 그녀가 올린 한마디가 있다.


"응..."

" ... "


농담인 듯 슬쩍 물어보았다.


"많이 심심하신 모양이네."

"아니, 진짜 애인이 필요해요."

"남편 알면 큰일 날 텐데."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

"?"

"매일 싸우기만 해서."

"살다 보면 부부간에 싸움도 나고 할 수 있죠."

"맞아요. 근데 우리는 싸움이 너무 길어서 이젠 말도 안 하고 지내요."

"ㅎ..ㅎ..^^; 그렇다고 막 아무나 애인 삼고 그러면 큰일 날 텐데."

"알아요. 그래도 너무 외로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뭐,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상관할 일은 아닌 듯싶지만 그래도 남편과 화해를 먼저 해 보심이."

"나 그냥 갈게요."

"?"

"당신, 너무 도덕군자인 척~ 싫어."

"^^;"

"남자들. 여자만 보면 군침 삼키면서 겉으론 아닌 척. 싫어."

"ㅎ..ㅎ.. ^^; 어떻게 사람이 다 기분 내키는 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요."

"흥. 이중인격체들."

"에구~ 뭐 별달리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 쩝"

"님은 앤 없이 아내로 만족하며 사나 보죠?"


약간은 비꼬는 듯한 그녀의 말에 딱히 대답하기 그렇다.

나도 남잔데. 뭐, 나라고 항상 이성적인 건 아닌데. 어이구 할 말 없다.


"반성 할게요.;"

"뭘?"

"이중인격이라며? 도덕군자인 척한다며?"

"님은 애인 필요 없어요?


그녀가 묻는다. 뭐라고 대답할까나.


"나 그거 생각날 땐 힘들어요."

"?"

"섹...스..."

"그렇겠네. 남편하고 말도 하지 않고 지낸다니."

"남편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것 같아."

"?"

"가끔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하고. 남자들은 그럴 기회가 많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

"신혼 땐 몰랐는데 나도 나이 먹고 나니깐 남자의 살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이해해요. 섹스는 남자만 즐기는 건 아닐 테니 뭐,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니."

"맞아, 근데 여자들은 남편 말곤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깐."

"그렇다고 이렇게 채팅하면서 아무 남자나 만나자는 건...좀 위험한 생각 같은데..."

"것도 알고... 근데 너무 외로우니까."

"부디 탐색전 잘해서 뒤탈 없는 늑대 찾으세요.^^;"

"휴~"

"?"

"좀 두렵긴 해요."

"나도 남자로서 얘긴데, 남자들 조심해야 해요. 잘 못 하면 큰일 나요.^^;"

"알아요"

"..."

"님은 괜찮은 남자 같은데..."

"어이구. 천만의 말씀... 저도 똑같은 늑대무리 중 하나올시다."

"그럼 그냥 친구가 돼줘요."

"저 별 볼 일 없는 놈입니다. 재미도 업고, 가진 것도 없고, 인간성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해요^^"

"그 정도야 뭐, 가능하긴 한데..."

"그 이상은 안 된다?"

"하하하...그게 아니고 시간이 넉넉해야 이야기 친구라도 할 수 있죠."

"바쁜가 봐요?"

"아뇨, 요즘 너무 한가해요. 반백수 신세가 되어서... ㅡㅡ;

"반백수?"

"네. 요즘 일이 잘 안돼 거의 백수처럼 지내고 있죠."

"경기 풀리면 좋아지겠죠. 힘내세요."

"네. 당연히 힘내야죠. 님도 기운 내세요. 노력하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겁니다."

"남자 찾는 노력?"

"아하하하~ ^^;"

" ^^ "



마지못해 하는 백수 생활이지만. ㅋ

그래도 낮에 한가롭다는 게 이런 거라는 것을 실컷 음미하며 지내는데, 그것도 썩 나쁘진 않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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