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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 야설) 시아버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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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란 골목을 쏜살같이 달려오던 하얀색의 소형 자동차가 내 허리를 스친다고 생각한 순간 떠오른 생각은 어이없게도 딸아이도 전방에 근무 중인 남편도, 그렇다고 병석에 누워 계신 친정아버지도 아닌 내 사고를 알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실 시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차에 치인 고통보다도 상황이 주는 놀라움에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곳은 잠시 생각했던 대로 포르말린 냄새 자욱한 병원의 응급실이었고, 링거병만이 외롭게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병원 천장의 형광등 불빛을 바라보다가 겨우 생각해 낸 것도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에 갔을 딸아이가 아니라,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기도록 돌아오지 않는 며느리를 걱정하고 계실 시아버지였다.


느린 시선을 돌려 베게 옆에 놓인 핸드백의 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십수 번의 신호음에도 받지 않음에 문득 이상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긴가민가하면서 시아버지의 휴대폰 번호를 누르니 나였음을 알았는지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두어 옥타브쯤 올라간 듯 잔뜩 높아져 있다.


"아버님. 지금 어디세요? 집에 전화하니까 안 받던데..."


이 상황에서도 나에 대한 시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하고픈 욕심이 생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어디긴. 시장이지..."

"시장이요? 거긴 왜."

"온다는 시간보다 서너 시간이나 늦어져서 무슨 일이라도 있나 하고 나와봤다. 너. 거기 어디냐?"


가슴이 저미는 듯한 감동이 밀려온다. 세상에 어떤 시아버지가 있어 이토록 며느리를 진심으로 아끼랴.


"여기. 병원이에요."

"병원? 병원이라니? 거긴 왜?"


예상했던 대로 시아버지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높아졌다.


"사고 났어요. 시장 갔다 오다가."


잔뜩 놀라신 듯 아무 말도 못 하고 계신 시아버지를 안심시켜드려야 했다.


"그냥 조금 다친 거 같아요. 상처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 오른손의 팔꿈치에 감겨 있는 붕대를 살펴보며 말했다.


"내가 바로 가마. 거기 어디 병원이냐?"


올해 쉰두 살로 재작년에 계급 정년에 걸려 군에서 예편한 내 시아버지 김동진과 함께 살아온 2년여의 세월이 아마도 내가 기억하기에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던 듯하다.

설상가상으로 군에서 예편하자마자 그토록 금실이 좋았던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셨을 때 우연의 일치인지 이곳 인근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최전방 부대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모시게 된 2년여간의 세월.


때론 든든한 오빠처럼, 때론 자상한 남편처럼, 때론 근엄한 친정아버지처럼 내게 살갑게 대해 주시는 시아버지.

아버지의 제복 입은 모습에 반해 군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이 내 남편과 시동생이었고, 나 또한 사관생도 시절의 남편이 입은 근사한 제복에 홀딱 반해 네 살의 나이 차이를 속이다시피 남편에게 접근해서 우연히 가진 아이를 낳을 용기를 냈던 터이고 보면 실로 운명이란 것도 어찌 보면 아이러니의 연속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본인의 입에는 가져갈 생각도 하지 않고 내 입에만 열심히 팝콘을 퍼 나르던 시아버지의 손가락을 무엄하게 꼭 깨물었을 때 귀엽다는 듯 내 볼을 살짝 꼬집어주시곤 푸근하게 미소해주시던 며칠 전 영화관에서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웃음이 머금어 짐을 느끼며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내 이마를 쓰다듬어 줌을 느끼며 나른한 즐거움을 만끽하다가 눈을 슬며시 뜬 순간 잔뜩 근심어린 표정의 시아버지 얼굴이 내 동공을 가득 메워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멋진 얼굴이 눈가와 이마에 잡힌 몇 가닥의 잔주름만 뺀다면, 이제 갓 스물아홉의 남편보다 오히려 더 젊은 듯한 얼굴이 나를 위해 근심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음에 미안함 대신 아릿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런. 나 때문에 깨었나 보구나."


언제나처럼 매력적인 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귀를 두드렸다.


"어머. 언제 오셨어요?"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는 시늉을 하자 다급하게 나를 제지하시는 아버님이다.

엑스레이를 찍는 중에도 시티 촬영을 하는 중에도 시아버지는 내 곁을 굳게 지키시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손을 꼭 잡아주었고, 나는 그런 아버님의 든든함에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고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여자 환자가 있는 방으로 주십시요. 이왕이면 젊은 분으로. 우리 며느리 말벗이라도 하게."


1인용 병실을 주문하시던 아버님이 고개를 가로젓는 간호사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그 방밖에 여유가 없었는지 아니면 아버님의 간곡한 부탁이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침이면 싱그러운 햇살이 그득 들어올 듯한 2인용의 병실에서 내 또래거나 아니라 해도 겨우 두세 살 많아 보이는 듯한 젊고 단아한 미를 뽐내는 여자와 벗하여 입원하게 되었다.


좌측 골반의 골절과 좌측 엉덩이, 역시 좌측인 어깨 부위에 나 있는 타박상이 검사의 결과였고, 다친 부위의 특성상 고정할 방법을 찾을 수 없으므로 무조건 움직이지 말고 안정시켜야 골절 부위가 빨리 접합된다는 의사의 설명에 여간 난감하지 않았다.


딸아이야 다행스럽게도 방학을 맞았으니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손아랫동서에게 맡겨도 된다고 하지만, 식사는 어찌할 것이며, 이따금 갈아입어야 하는 속옷은 어찌할 것인가. 아니 그 정도야 어찌어찌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리현상에 의한 대소변은 또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시아버지와 같이 다니던 헬스클럽에서 끈 민소매로 된 레오타드를 입고 아무렇지도 않게 스트레칭하곤 했던 나였지만, 작년 여름 오랜만에 가본 바닷가에서 노란색의 비키니를 입고 엉덩이를 샐룩이며 시아버지를 약 올렸던 무엄한 며느리였지만, 온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거울에 비춰보기에도 민망스럽기만 한 하얀색의 타이즈를 입고 아무 거리낌 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곤 했던 나였지만, 생각만 해도 머리끝이 쭈뼛 설 정도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아는, 둘째한테 전화했으니 오늘 저녁에 데리러 올 거다..."

"네. 잘됐네요. 그나저나 아버님 어떻게 해요. 식사도 못 챙겨 드리고. 죄송해요."

"신혜정,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느닷없는 소리에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시아버지의 주먹이 내 이마를 콩 때려온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너보다 밥 당번을 세배는 많이 했을 거다. 하하하."


그제야 무슨 소린지 눈치를 챈 내가 혓바닥을 삐쭉 내밀어 보였지만, 창가의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가 들었을까 두려워 얼굴이 뜨거워진다.

아닌 게 아니라 느지막하게 눈을 떠보면 일찌감치 딸아이를 깨워 밥 먹여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시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머쓱한 표정으로 잘 차려진 식탁에 앉기라도 할라치면 곱게 덮어놓은 보자기를 벗기고는 금방 데워 놓은 뜨거운 국을 한 대접 퍼 주시곤, 내가 민망해할까 봐서인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시던 아버님이었다.


"아이. 누가 들으면, 진짠 줄 알겠어요."


무안을 감추려 눈을 흘겨보았지만 벽 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딴청을 하신다.


"보호자분. 환자복 좀 입혀드리세요."


냉랭한 말과 함께 아버님께 건네진 환자복 한 벌. 잠시 당황하신 듯 내 얼굴과 환자복을 번갈아 보시던 아버님이 입맛을 쩝 다시곤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자. 환자복 입어야지."


입혀주실 요량인지 환자복을 내려놓고는 이불을 슬그머니 벗겨내신다.


"어머. 아버님. 어떻게. 싫어요. 그냥 저 혼자 입을래요."


물밀듯 밀려오는 당황스러움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바라본 아버님이 마음이 상하신 듯 얼굴이 잔뜩 굳어져 있다.


"그럼. 이따가 둘째 오면 갈아입으려무나."


고개를 돌리신 아버님의 모습에서 처연함이 느껴짐은 딸처럼 아껴주었던 며느리의 냉정함에 대한 서운함일 듯.


손아랫동서가 칭얼거리는 딸아이를 데리고 밤길을 재촉한 것은 벌써 밤 열두 시가 다 되어서였고, 잔뜩 놀란 탓인지 엄습하는 피곤을 주체하지 못하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빠듯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난 것은 새벽임을 알리는 듯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지는 시간이었다.

내 침대에 바짝 붙여진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시아버지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도저히 깨울 용기가 생기지 않아 그저 멍하니 누워 있었다.

하지만, 내 인내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욱신거리는 엉덩이의 골절 부위가 주는 고통보다 더 심한 고통이 나를 압박해왔고 견디다 못한 내가 다급하고 간절하게 시아버지를 깨웠을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싶은지 벌떡 몸을 일으키시는 아버님이 새삼 안쓰러웠다.


"저...아버님..." 


잔뜩 찡그린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시던 시아버지가 이윽고 눈치를 채신 듯 고개를 끄덕거리시더니 병실 문 밖에 있던 오줌통을 들고 들어오심에 온몸의 피가 얼굴로 몰리는 듯 뜨거워졌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오줌보는 내 인내의 한계를 벗어났기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아버님이 벗겨주시는 대로 엉덩이를 치켜올렸지만, 아버님도 나도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불을 덮은 채 맨살의 엉덩이 밑에 납작한 오줌통을 대 보았지만, 생경한 시도에 도무지 열릴 기색을 보이지 않는 요도였고, 육체적인 힘든 거 보다 민망함 때문에 맺혔을 아버님의 땀방울이 내 콧잔등에 떨어질 즈음까지도 시원스러운 방뇨의 기쁨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 따님을 안아서 화장실에 가세요. 저도 해봐서 아는데 잘 안되거든요."


건너편의 여자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는지 이쪽을 향해 조언해 왔고, 시아버지도 그편이 나으리라 판단했는지 바지를 올려주시고는 오금에 팔을 끼워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골절 부위에 무리를 주지 않으려 함인지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시는 시아버지의 두툼한 목덜미를 꼭 껴안고 있자니 이 급박한 순간에도 어릴 적 나를 안아주었던 친정아버지의 품속처럼 아늑한 느낌이 든다.


변기 앞에 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으신 아버님이 내 머리끝은 바라보며 환자복의 바지를 벗겨주시고 내가 슬그머니 변기 위에 엉덩이를 걸치자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신 채 민망하신 듯 헛기침을 한번 하신다.


"쪼르륵..." 


시원스럽게 쏟아내는 방뇨의 기쁨보다도 유난히도 크게 들리는 물줄기 소리가 주는 무안함에 얼굴이 절로 뜨거워졌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앞을 바라보고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실소를 토할 뻔했다.


잠자리를 위해서인지 편한 운동복 차림이신 아버님의 중심에 우뚝 솟은 텐트. 서른셋의 젊고 아름다운 며느리가 온몸으로 연주해내는 야릇한 소음에 참기 힘들어진 탓일까? 어쩌면 딸아이의 팔뚝보다도 굵직하고 길 듯한 육봉이 그대로 위용을 뽐내며 이루어낸 양각이 당혹스럽다기보다는 오히려 재미있어지는 것은 아마도 여러 번 이와 유사한 경험이 선물한 태연함 때문일 것이다.


집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야릇한 동작으로 운동할 때도, 청소마저도 시아버지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집 안 구석구석을 걸레질하며 엉덩이를 씰룩거릴 때도, 내 모습을 훔쳐보던 시아버지의 중심은 얼핏 보기에도 뻔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불룩해져 있었고, 남자라고 이름 지어진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나이기에 민망함이나 당황스러움보다는 어쩌면 내 몸에 그리 반응해 주시는 모습에 기쁨을 느꼈다는 것이 오히려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태연함을 가장하고 두루마리 휴지를 몇 장 떼어내어 사타구니에 꼭 댔다 떼고는 물을 내릴 때야 아버님의 시선이 내 얼굴로 옮겨졌다.


"죄송해요. 아버님."


푹 숙이는 내 볼을 꼭 감싸 쥔 아버님.


"난, 네가 내 딸이려니 생각해 왔다. 이렇게 아픈 너를 보살펴 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하고. 내 신경일랑 쓰지 말고, 민망하더라도 참도록 해라. 어려워하지 말고. 저쪽 새댁 말대로 친정아버지라고 생각하면 편할 테니. 그렇게 생각해 주면 더 좋고."


밖에 들릴세라 속삭이듯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마음 씀씀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수긍의 뜻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거려주자 기분이 한결 나아지신 듯 싱긋 웃으신 아버님이 내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고, 그러는 바람에 내 젖가슴이 시아버지의 손바닥을 짓누름이 확연히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는 터라 모른 척 손을 뻗어 바지를 추스르고 다시금 굳건한 시아버지의 품에 꼭 안겨 침대로 돌아왔다.


"어때요? 훨씬 편하죠?" 


어느새 몸을 일으킨 옆 침대의 여자가 나를 향해 밝게 웃었다.


"네. 그러네요. 고마워요. 호호."


생리적인 해방감이 웃음을 웃을 수 있는 여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래도 그쪽은 다행이에요. 친정아버지한테 간호받을 수도 있고."

"그래요. 호호."


뜨악해하는 시아버지에게 찡긋 눈을 감아 보인 내가 여자를 향해 어제저녁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근데. 그쪽은 아무도 안 계시는가 봐요."

"후후. 이틀에 한 번씩 와요. 이제 거의 다 나아서. 사실 보험회사하고 합의가 안 돼서 못 나가고 있거든요. 통원 치료해도 되는데."

"그럼. 누가."

"시아주버님이요. 후후. 남편은 외국에 나가 있거든요. 항해사라서. 친정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 어쩔 수 없이 혼자되신 아주버님이 절 돌봐주시죠. 아 참. 인사나 해요. 난 지영이에요. 정지영. 나이는 서른여섯. 그쪽은?"


"어머. 저보다 세 살이 많네요. 전. 혜정이예요. 신혜정. 전. 남편이 군인이라서 할 수 없이 여기."


하마터면 시아버지라고 소개할 뻔한 바람에 얼른 말을 멈추고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난. 얘, 아비 되는 사람입니다. 허허. 우리 딸 잘 부탁합니다."


능청스러움은 연륜에 비례하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둘러대는 시아버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굵고 짙은 눈썹 아래 부리부리하게 떠져 있던 아버님의 눈이 질끈 감김에 입을 꼭 틀어막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어머. 무슨 말씀을. 따님이 정말 예뻐요. 호호.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스물 몇 살 정도로밖에 안 봤는데. 아버님도 젊어 보이시고. 호호. 혜정 씨. 여기 있을 동안만이라도 우리 친하게 지내요. 전에 있던 환자는 할아버지라서 얼마나 심심했는지. 시도 때도 없이 가스를 뿜어내고. 후후."


"호호. 그래요. 언니."


싹싹하게 언니라는 호칭을 붙여주자 여자가 즐거운 듯 환하게 웃어주었다.


"자. 우리 혜정이 밥 먹자."

"응. 아빠."


실소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내던 아버님이 내 반응에 깜짝 놀라시는 모습이 참을 수 없어 웃음을 터뜨려야만 했다.

여자가 옆에 있기도 하려니와 나 또한 무슨 까닭인지 저도 모르게 떨어지는 아양을 떨어대며 다정스러운 부녀 사이를 연출해 내었다.

그런 내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는 듯 이따금 얼굴을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님의 손바닥이 너무도 정겹게 느껴짐은 웬일일까.


"아빠가 아니라, 마치 남편 같아요. 연세가."


내 식사 시중을 들어준 시아버지가 병원의 구내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간 사이 건너편 여자가 한 말이다.


"쉰둘이에요...."

"어머. 그렇구나.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호호. 혜정 씨 아버님인 걸 몰랐다면 30댄 줄 착각했을 거예요."


그랬다. 내 시아버지 김동진은 180이 넘는 훤칠한 키에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오던 운동 덕분에 지독한 외탁의 영향인지 선이 가는 두 아들보다 오히려 더 건강한 데다가 남자다움이 물씬 풍기는 용모를 가지고 있어 혜정 집안과의 첫 상견례 때 이제 겨우 마흔을 갓 넘긴 혜정의 막내 이모가 첫눈에 반했을 뿐만 아니라 혜정의 엄마도 공공연하게 사위보다 사돈어른이 훨씬 좋아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


저녁이 될 때까지의 시간 동안 네 차례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고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시도했을 때 느껴졌던 수치에 가까운 민망함도 많이 가셔져 시아버지 앞에서 쉬야를 하면서 먼 산 바라보듯 딴청을 피우시는 아버님의 얼굴을 훔쳐보곤 배시시 미소할 용기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내가 소변을 볼 때마다 여지없이 굳건하게 융기를 자랑하는 중심을 훔치면서 미묘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저기. 아버님."


건너편 침대의 여자가 깁스한 다리를 끌다시피 화장실로 간 사이에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죄송한데. 속옷 좀."

"그, 그래. 내 가져오마."


예기치 못한 말이었던 듯 말까지 더듬는 시아버지였다.


"피.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그. 그렇구나. 허허."

"제방 침대 옆에 있는 서랍장, 맨 위 서랍에 있어요. 죄송해요. 심부름 시키는 것 같아서."


하긴 내 설명이 없더라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실 터였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보여지는 시아버지의 당황 이후에는 영락없이 속옷 서랍의 흐트러짐이 있었고, 세탁기에 던지듯 넣어 둔 내 속옷에 묻어 있는 시아버지의 체취를 근 일 년여 동안 느껴오지 않았는가.


건너편 여자의 보호자가 왔다. 40대 중반쯤으로 그다지 호감이 가는 인상이 아닌 그런 남자다. 허여멀건 얼굴색이 왠지 모르게 바람둥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비록 이불에 감싸여져 있다곤 하지만 내 몸을 쭉 훑어보는 시선이 오싹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음탕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인사를 건네옴에도 고개만 끄덕여주고는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해 버렸다.


자신을 무시함에도 불구하고 천성이 그러한지 이따금 내 얼굴을 훔쳐보곤 하는 모습이 내 눈꼬리에 잡혀 왔고, 그런 남자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는 여자의 앙탈과 그런 여자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두드려주는 남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내 시야에 들어옴에 기묘한 느낌을 가져야만 했다.


여자의 말에 의하면 시아주버니와 제수씨의 관계 아닌가. 내가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고, 그런 행동은 은밀한 사이에서나 가능한 것이었기에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이상한 호기심은 텔레비전을 보는 척하며 이따금 시선을 돌려 남녀의 행동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내가 마침 상영되는 연속극에 푹 빠져 있을 것이라 단정이라도 했는지 그네들의 행동은 점입가경이었다.


슬그머니 여자의 입술을 더듬던 남자의 손가락을 꼭 깨무는 여자, 아프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린 남자가 다시금 입술을 더듬자 달래주기라도 하듯 입술을 열어 손가락을 쪽 빨아들이고 오물오물 부드럽게 짓 깨무는 듯하다.


여자의 엉덩이 옆에 걸터앉은 남자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그머니 이불을 들추고 여자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역시 내 눈치를 살핀 여자가 남자를 하얗게 흘기고는 슬그머니 손을 뻗어 남자의 허벅지를 문질렀다.


남자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붉어졌고, 여자의 도발에 참을 수 없었음인지 허벅지에 머무르고 있는 여자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중심에 올려놓는다.

앙탈하듯 여자가 남자의 중심을 툭 치곤 배시시 웃으며 슬그머니 움켜쥐곤 부드럽게 주무른다.

성에 차지 않는 듯 남자가 자신의 중심을 주무르는 여자의 손등을 덮어 쥐고는 꾹 누르며 허리를 잔뜩 굽혀 여자에게 무엇인가 속삭였다.


숨 막히는 흥분이 밀려오며 나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이 가더니 왼쪽 엉덩이에 찌릿한 고통이 느껴져 얼굴을 잔뜩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네들은 보통의 시아주버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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