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로맨스 야설) 친구 와이프 - 1부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e1a0dcd4fd66d2c37ac89562e73ac0c2_1694820665_9469.jpg
 기억에서 지워질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을 이제 되새김질해 봅니다.

그녀는 분당의 한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한다. 나와 알고 지낸 지는, 그러니까 그녀가 스물 서넛 때부터니까. 벌서 10년이 지났다.

지금은 친구의 부인이고, 한 아이의 엄마이다.

친구 녀석은 알 수 없는 짓거리에 지금 수배 중이라, 도피 생활 비슷하게 하고 있었다.

집에는 가끔 가는 모양인데 벌어다 주는 게 없으니 그녀 혼자 생활을 꾸려나가야만 했다.


친구 녀석은 한마디로 주색잡기에 달인이라고 할까. 항상 주위에 여자들도 많고, 주말이면 경마장에 출근부를 찍는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거지 같은 생활 하느라 바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집이 조금 넉넉했던 편이었기에 아직은 내게 바라지 않고도 생활하고 계신다.

물론 난 지금 가진 재산 하나 없는 빈털터리 거지다.

최소한. 아니 이제는 더 이상 손 벌리지 않고 혼자 일어서보겠다고 열심히 머리는 굴려보는데,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마흔이 가까워질수록 이제 용기도 희망도 점점 사그라진다.


각설하고 그녀와의 추억을 천천히 꺼내 보자! 처해있는 상황보다, 명랑한 그녀..

그녀를 우연히 만난 건 버스 안에서였고, 대번에 그녀를 알아봤지만, 왜 그리 얼굴이 붉어지고 사춘기 소년처럼 가슴이 뛰던지.

어색하게 머뭇거리다 그녀에게 인사를 나눈다.


"오랜만이다."

"어. 오랜만이네."


그녀도 제대로 쳐다보질 못한다. 왜 그랬을까? 어색한 침묵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그녀는 보이지도 않는 창밖을 보면서 작은 아랫입술을 자꾸만 물어뜯는다.


"퇴근하는 거야?"

"응...오빤? "


그제야 얼굴을 돌려 잠시나 내 얼굴을 흩어보지만, 그것도 찰나일 뿐! 다시 창문만 훑는다.


"어...나 집에 가는 길이지..."


멋대가리 없게 건성으로 대답해 버렸다. 제길..


"오빠도 버스 타고 다니는구나. 요즘 뭐해? 사업하는 건 잘되지?"

"나야..뭐 그렇지... 다 거덜 냈다. ㅎㅎ"

"또?"


그녀가 동그랗게 입술을 모아서 묻는다.


"하긴 4번째네. ^^ ㅎㅎ "


웃음으로 되받아 치긴 했지만.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가 저녁 7시쯤이었다.


"밥 먹었어? 저녁."

"아니..집에 가서 아기랑 먹어야지"


그제야 그녀에겐 5살 난 애가 있고, 친구인 남편도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내심 그녀가 내 애인 이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나보다. 그녀가 내릴 때쯤 힘들게 말을 꺼냈다.


"다음에 아기랑 나와~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

"뭘. 사업도 망해서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이."


한쪽 눈만 찡그리면서 웃으면 내게 말한다. 너무 귀여웠다. 친구 부인인 유부녀 그녀가 그렇게 이쁘게 보일 줄은 그때 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 오빠. 다음에 나 저녁 사줘"


깊은 눈으로 나를 빨아들이곤, 그렇게 등을 보이면 집으로 향해갔다.

그날 집으로 들어온 나는 밤새워 뒤척이며 그녀를 생각했고, 그녀가 내 와이프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결국 그날 그녀를 꿈속에서 안아야만 했다.


며칠이 지난 후 내 딴에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가슴이..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얼마나 떨리던지.

물론 핑곗거리가 있어야 했기에 친구 녀석을 핑계 삼아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린다... 서너 번 울린 연결음 순간에도 끊을까? 뭐라고 말하지? 끊을까? 싫다고 말하면 어쩌지?

오늘 만나자고 해야 하는데 다음에 시간 내서 만나자고 할까? 아..그냥 끊자 ㅠㅠ...시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여보세요~"

"은정아. 나야."

"오빠. 웬일이야?"

"어.. 저..."

"오빠야.. 나 퇴근 준비 때문에 바쁘다. 내가 일 다 끝내고 퇴근할 때 전화할게."

"어.. 그래."


머뭇머뭇하다가 어, 저, 나야, 이 말만 했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허무했다. ㅎㅎ

얼굴은 붉어지고 가슴은 두방망이질 쳐댄다. 성남으로 달려갔다.

그녀가 전화하면. 자연스레 가까운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그녀가 퇴근하려면 2시간이나 남았지만 30분 거리의 성남을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오늘 만나지 못해도 좋다. 아니, 오늘이 아니라 다시 만나지도, 전화하지도 못해도 좋다. 지금 이 떨림, 이 기분, 이대로 만족한다고 생각하면서.


7시 5분 전.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야. 아까 미안~ 나 좀 바빴어. 근데 어쩐 일인데?"

"어. 다른 게 아니고 요즘 창수 연락이 안 돼서."


(내 친구며, 그녀의 남편 이름이 서창수다)


"집에 들어와? 요즘?"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진 걸 알 수 있었다.


"아니..... 요즘 안 들어와. 연락이 없다.. 에라~"

"그래...음..뭐 중요한 일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 


말이 없다.


"저기. 은정아..나 성남인데, 너 어디야?"

"나? 이제 회사에서 막 나가는 길이지."

"그럼. 저녁 먹을까? 오늘따라 은정이가 심하게 보고 싶네? ㅎㅎㅎ"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농을 던져본다.


"오늘?"


보이지 않고, 들리진 않았지만, 그녀가 환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건 틀림없었다.


"그래~~ 나 마침 성남이거든. 저녁 먹고,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들어가지 뭐!"

"음...나 친구들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지?"

"약속 시간이 언젠데? 밥을 온종일 먹을 것도 아니고..."

"....그래. 오랜만에 오빠랑 데이트하지 뭐. 친구랑 술 약속이라 시간은 많이 남았거든...."


데이트란 말에 소리를 지를뻔했다.

그녀가 먹자는 삼겹살집으로 들어섰고. 아직 초저녁이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녀가 내게 묻는다.


"오빠야. 오빠는 재혼 안 해? 이제. 오빠도 가정을 꾸려야지. 내가 소개해줄까?"

"아냐. 어느 귀한 집 딸 고생시키려고 지금 데려오냐?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그때 하련다."

"하기야. 혼자 있는 오빠가 부럽다. 오빠도 알지만 내가 이게 사는 거야? 진짜. 애 때문에 산다. 애 때문에 살아. 어이구.."

"힘들지? 힘내. 뭐 좋을 때 오겠지."


독백하듯 혼자 중얼거렸는데 대답 대신 그녀가 아줌마를 부른다.


"아줌마 소주 하나만 주세요!~"

"오빤 술 아직도 못하지?"

"어. 뭐. 집안 내력이지. ㅎㅎ 죽어도 안 늘어."


순간 그녀와 좀 더 오래 있으려면 내가 술에 취하는 방법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유치한 방법은 썩 내키질 않았다.

단지 그녀의 다음 약속이 빠그라지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엔 없었다.

한 잔만 받으라는 소리에 그 쓰디쓴 소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순간 그녀가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 소릴 들을 수가 있었다.


"지숙아..나 오늘 못 나갈 거 같다. 딴 애들 한 데도 전해주라."

"어.. 그냥 현승 아빠 일로 누구 만나야 해서 말야.. 그래... 미안해..이따가 일찍 끝나면 전화할게. 잘 놀고 있어.."


전화를 끊고 어색함을 감추려는 듯 내게 말한다.


"에구~ 늙은 아저씨. 오늘은 내가 애인 해줘야지. 나 아니면 누가 해주나!~~"


쓴 소주가 꿀떡꿀떡 시원스럽게 잘도 넘어갔다. 주량을 3배나 초과한 3잔을 마시고서도 취기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은 더욱더 또렷해져만 갔다.

약속을 왜 취소했는지는 알지도 알 필요도 없었다.


"오빠. 괜찮아? 석 잔이나 마시고?"


그런 것까지 기억해주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혼란스러웠다. 이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성남 번화가로 들어섰을 때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자연스레 수많은 연인들 속으로 자연스레 묻혀가고 있었다. 볼그스레한 그녀 볼이 이뻤다.


"은정아. 우리 노래방 한 번 갈까? 술도 깰 겸?"

"술 깰 술이나 마셨어야지~~. 에그. 무슨 남자가 이리 술이 약하노~"


좋다는 얘기 대신. 그렇게 재잘거린다.

노래방 들어설 때쯤 그녀가 괜스레 튕기는듯한 소릴 한 번 해댄다.


"현승이가 기다릴 건데. 엄마가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헤~"


이런 노래, 저런 노래를 노래방서 파는 맥주와 1시간을 흘려보냈을 즈음 더 이상 친구의 부인 이라는 생각도, 현승이의 엄마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애써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냥.. 이 순간 내 사랑스러운 여자란 생각만 들 뿐이었다.

마지막 노래에선 기분 좋게 취해있는 그녀를 안아볼 기회가 드디어 생겼다.


이소라의 "제발"을 예약한 그녀는 전주가 나오는 사이 다른 마이크를 내게 건네준다.

같이 부르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전주 나오는 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게 참 민망, 뻘쭘, 당황스럽다. ㅋㅋ.

첫 소절을 부르는 그녀. 어정쩡한 왼팔을 들어 나 있는 쪽을 향했고, 그녀가 팔을 올릴 수 있도록 나는 한 걸음 그녀 앞으로 내디뎠다.

욕정 같아서는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처해있는 서로의 현실이 그러하지 못해서인지 마이크를 든 손을 바꾸며 오른손으로 살며시 그녀 허리에 얹는다.


순간 난 몹시 떨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녀도 알고 있겠지. 내가 무지 떨리는 마음으로 손을 허리에 얹었다는 것을....

그녀가 숨이 차서 그런지 후렴구에 가선 노래를 멈추고 숨을 고르고 있다.

윗니로 아랫입술을 뜯으며, 가사가 나오는 모니터만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모습을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부끄럽단 웃음으로 나를 쳐다본다. 따귀를 맞아도. 욕을 한 바가지 먹어도, 가만히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녀를 끌어안았다. 조심스럽게, 부서질세라,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안았다. 내려져 있던 마이크를 든 그녀의 팔도 내게 올려진다.

입술까지 갖고 싶었지만, 그거까진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느껴졌다. 음악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아닌 사건에 웃음으로 넘기려는 듯..


"에구. 울 오빠 큰일이네. 유부녀가 뭐가 좋다고.."


하면서 배시시 웃고 있다. 음악이 끝나자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리에 먼저 들어간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웃음으로 대신 보내 줬고, 그녀 또한 웃음으로 괜찮다고 말해왔다.


"아. 스트레스 확 풀렸다."

"오빠도 재밌었지? 친구들이 알면 죽이려고 할 건데.. 히히. 나가다 걸림 어쩌지? 큭"


룸 문을 열고 나가면서 그녀는 그렇게 재잘거렸다.


"은정아." 


조금 전까지도 없었던 용기가 어떻게 생겼는진 몰라도.... 그녀를 불러 돌려세웠다.

확 달려들지 않았다. 양아치같이 보이는 게 싫었다.

천천히 다가섰다.

멀뚱멀뚱 큰 눈을 깜빡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자라처럼 고개만 내밀어 그녀 얼굴에 가까이했다.

은정이는 아래턱을 조금 당겨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듯했고, 난 고작 반 뼘 앞에서 그녀의 준비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녀가 눈을 감았다. 깊이깊이 이 순간을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었다.

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 입술로 향했다.

그녀의 입술도, 내 입술도 조금씩 떨고 있었다.

입술의 거친 표피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그녀 숨소리까지 들렸다.

닫혀있는 그녀의 입술 사이로 살며시 내 혀를 대어보았다.

힘주어 닫고 있던 그녀의 입술이 조심스레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손으로 살며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제야 들어선 내 혀는 그녀의 혀를 휘감아 음미해 본다.

감은 눈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내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말 미칠듯한 행복감이었다.

그녀가 살며시 나를 밀친다. 뜨거워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오빠... 아 어떡해.. 아. 나몰라..."

"뭐 어떡하게. 할 수 없지. 나...너 좋아해... 은정아.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마... 오늘. 나...내 감정대로 하고 싶어질 뿐이야."


뭐라고 말하기 전에 다시 한번 그녀 입술을 덮었다. 조금 전보단 조금 더 격렬하게.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게 느껴졌을 때.. 허리를 끌어안은 한쪽 손을 풀어 그녀의 가슴 위로 살며시 올렸다.

흠칫 놀라 나를 떠내려 했지만. 허리를 감아쥔 손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해주듯 더 세게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키스하고 있는 입 사이로 윽!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브래지어 위로 만지는 그녀의 가슴이었지만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내 완강한 생각을 읽어서였는지 더 이상 밀쳐내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올려져 있던 그녀의 두 팔은 어느덧 내 목을 감싸고 있었다...

발기된 내 성기는 폭발할 것처럼 꺼덕거리고 있었다.

내 묵직함을 보여주려는 듯. 탐스럽고 앙증맞은 그녀의 엉덩이를 내 쪽으로 살짝 끌어당겼다.

내 성기로 전해지는 그녀의 하체가 느껴진다. 황홀하다. 사정할 때의 쾌감도 이보다 더 좋지는 못할 거 같다.


"오빠! 우리 이러면 안 되잖아"


조금 단호한 듯 보이게 그녀가 말했지만 내겐 들리지 않았다.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의 힘도 느껴졌다.

가을 저녁이라 조금 쌀쌀했지만, 후끈거렸던 가슴을 진정시키기엔 딱 알맞은 바람이 불고 있었다.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