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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토 야설) 최 부장 와입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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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듯 덤벼드는 송 대리는 연실 김 차장을 쏘아붙였고, 차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묵묵히 소주잔만 기울였다.

아까부터 타들어 가는 불판 위의 삼겹살엔 누구 하나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구미 발령이라니요. 최 부장 그놈이 뒤통수를 쳐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송 대리. 그만 좀 진정하라고. 지금 우리보다 더 속이 타는 건 차장님이시잖아."


정 과장이 울분에 겨워하는 송 대리를 저지하고 있지만, 쉽사리 진정될 거 같진 않는다.


"안주라도 좀 드리시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좀 띄울 요량으로 건네 나의 말은 공허하게 묻히고 만다.

여기 앉아 있는 4명. 김 차장, 정 과장, 송 대리, 서 대리(나). 우린 같은 배를 탄 공동 운명체였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차장님"

"이번 기회에 본부장을 찾아라도 가서 구미공장 발령의 부당함을 말씀드리자고요. 어차피 이판사판인데."


김 차장의 구미공장 발령. 이건 순전히 최 부장의 농간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막말로 말해 우리 라인의 와해를 의미하는 것인데.

어느 조직에나 그렇듯, 서로 편 나누기 싸움에서 우리 편이 서서히 침몰해 가는 상황이었다.


**유통 마케팅부. 내가 몸담은 회사의 부서이다.

우리 부서는 본부장을 중심으로 최 부장, 김 차장, 과장 3명, 대리 7명, 기타 등등.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 부장을 중심으로 한 라인과 김 차장을 중심으로 한 라인.

마케팅부 특성상 업무 실적으로 고가가 평가되어야 마땅한 일이겠지만 실제로 라인 운명에 따라 개개인의 고가가 평가되고, 승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라인의 운명과 개개인의 운명과 직결된다고 보면 틀림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김 차장의 구미발령은 너무나도 암담한 현실이였다.


"본부장 찾아가서 뭐라 할 건데? 최 부장 그 자식 농간이니깐 철회해달랄 건가? 그럼 본부장이 얼씨구나 좋다. 너 말이 맞는다. 그럴 거 같아?"

"휴."


일순간 4명의 입에선 긴 한숨만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이대로 당할 겁니까? 차장님 떠나시면 저흰, 저희 모가진 바람 앞에 등불이라고요."


또다시 울부짖는 송 대리.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야."


김 차장이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입술을 굳게 물어 보인다.


"뭡니까? 차장님. 그게 뭐냐고요?"

"하지만 여러분들의 희생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방법이라서."


차장은 뒷말을 흐리고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뭔들 못하겠습니까? 기름 붓고 불구덩이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차장님"

"좋아. 자네들이 정 그렇다면야."


차장은 고개를 숙이며 우리 3명의 고개 또한 모여들게 한다. 그리고 조용한 소리로 뭔가를 얘기하기 시작한다.


"좀 치사한 방법이긴 한데."


치사한 방법이란 차장의 말을 시작으로 열심히 우리에게 뭔가를 이야길 해 나가는 차장. 이윽고.


"어때? 해봄 직하지 않을까?"


차장의 이야기는 끝이 나고 우리 4명은 서로를 번갈아 쳐다볼 뿐 누구 하나 선뜩 말을 하고 나서는 이가 없다.


"우선 우리넷 중에 젤로 젊고 체구도 좋은 서 대리 자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만약 자네가 실패하거나 이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우리 3명은 노코멘트 할 거고."


"어때? 서 대리. 할 수 있겠어?"


모두가 나에게로 시선이 와 박힌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상황. 모 아니면 도인 것이다.


"좋습니다. 까짓것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죠."

"좋아. 자네가 성공하면 뒤처린 우리가 할 거고. 나머지 마무리 또한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깐. 자 기운들 내고. 우리에게도 마지막 희망이 있다는 신념으로 다시 한번 힘내자고."


공중으로 4명의 소주잔이 강렬히 부딪친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기 전 결의를 다지는 듯


."경기 51너 0000 흰색 쏘나타라."


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며 차량을 찾고 있다.

한참을 두리번거리고서야 흰색 쏘나타 0000번을 찾았고, 그 차량 바로 뒤에 나의 차를 주차한다.

그리고 음악을 틀어 놓은 채 편안히 등받이에 몸을 기댄 후 조용히 팔짱을 낀다.

이젠 차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다림의 연속.

CD 한 장이 리플레이 되도록 나타나지 않는 차주인.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때쯤 쏘나타의 전조등이 깜빡거리며 요란한 소릴 토해놓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사십 대 초반의 여인. 까만 긴 치마에 검정 솔이 둘려 있었다. 언뜻 보아도 곱게 늙은 귀부인의 형상 그대로였다.


"부릉부릉"


흰색 쏘나타는 서서히 지하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서 나가고 있었고, 멀찌감치 뒤쫓는 나의 차량.

큰 도로를 나서 한참을 달리던 그녀의 차량이 골목으로 빠져들고 한적한 유료주차장으로 들어선다.

그녀가 나서서 처음으로 들른 곳은 미용실.


또다시 시작되는 기다림. 두 번짼 수영장, 마지막으로 쇼핑.

저녁 6시경 다시 차를 몰아 아파트로 향하는 그녀의 차량.

난 핸드폰을 꺼내 든다.


"차장님. 특별한 건 없어요. 좀처럼 꼬투리 될만한 게 없네요. 며칠 더 두고 봐야겠죠?"

"아니야 서 대리."


수화기로 들려오는 차장의 음색에는 다급함이 베여 있었다.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내 발령 날짜가 잡혔어. 다음 달 1일이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전까지 마무리 지어야 된다고."

"그럼 어떻게?"

"바로 2단계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 -지금으로선 그 길이 최선이라고"

"네. 알겠습니다."

"서 대리 내가 자네에게 몹쓸 짓을 시키는 거 같아 미안하지만 말이야. 어쩌겠나? 같이 살아남으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난 그렇게 핸드폰의 폴더를 닫는다.


"휴."


이제 우리 라인의 모든 운명은 나의 두 손에 달린 것이다.

난 앞 차량을 빠르게 추월해 그녀의 뒤에 바짝 들이댄다. 그리곤 서서히 속도를 낮춰 그녀의 차량을 뒤쫓기 시작한다.

100m 전방의 신호대기. 그녀의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낮추고 있었고, 난 조금씩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떼기를 반복한다.

지금 시속 50k. 그녀의 차량이 멈춰서고 난 그때를 기다려 강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기 시작한다.

순간적인 굉음을 울리며 빠르게 질주하는 나의 차량은 곧이어 그녀의 후미를 들이박고야 만다.


"꽝."


에어백이 터져 나왔고, 충격 여파로 잠시 정신이 몽롱하다. 대충 에어백을 수습하곤 문을 열고 나와 그녀의 차량으로 뛰어간다.

충격으로 인해 그녀의 차량은 대기 선을 한참이나 지나서 이동되어 있었다.


"사모님. 사모님 괜찮으세요?"


그녀는 고개를 축 뒤로 젖힌 체 그녀의 앞가슴으로 에어백이 터져 있는 상태였다.

아마 에어백에 일차적인 충돌이 있었을 것이고, 그 반동으로 뒤로 고개가 젖혀졌을 것이다.

서둘러 앞가슴에 걸쳐있는 에어백을 수습하곤 그녀를 들어 차 밖으로 끄집어낸다.


"우욱"


그제야 목덜미를 감싸 쥐며 정신을 차려가는 그녀.


"사모님. 괜찮으세요?"


그년 눈을 떠 살며시 나를 쳐다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뒤에서 박았습니다. 일단은 병원으로 가시죠."

"잠깐만 저 좀 일으켜 주실래요?"


그녀는 조용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녀의 고운 손이 너무나도 감미롭고, 또한 상큼하다.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그녀를 일으킨다.


"우선 제 차에 오르시죠. 병원부터 가셔야."

"아니에요. 그 정돈 아닌 거 같아요. 그것보다 우선 차를 옆으로 빼죠."

"정말 병원에 안 가보셔도 되겠습니까?"

"네. 괜찮으니까 차 좀."


난 가볍게 목례를 취하곤 그녀의 차량과 나의 차량을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여기 제 명함... 정말로 죄송합니다. 어제 야근을 하고 잠깐 졸았던 것 같네요.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어디 잘 아시는 카센터라도?"


난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명함을 건넨다.


"**증권 펀드매니져?"(물론 위조된 명함임)"


근데 왜 사무실 전화번호가 안 찍혀 있어요?"


그녀는 건넨 명함을 받아 들며 의아한 듯 조용히 고개를 저어댄다.


"네. 프리랜섭니다."

"펀드매니저도 프리랜서가 있나요?"

"회사 규정상 그것까진 알려드릴 수 없고요. 일단 차를..."

"아. 괜찮아요. 어차피 이번 달에 바꿀 거니깐. 신형으로."

"그럼 그때까지 제가 랜트 비용이라도 내겠습니다."

"아니에요. 낼 당장 신형으로 뽑으면 되니깐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것보다 김 과장님 하시는 일이 더 궁금하네요? 주식에 관심이 많거든요."


역시 김 차장의 식견은 정확히 들어맞고 이었다.


"그럼 사모님 차량으로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차는 금방 돌아와서 끌고 가면 되니깐요."

"네. 그러시죠."


그녀와 난 쏘나타에 올랐고, 서서히 그녀의 차량을 몰아가기 시작한다.

그녀는 차에 오르기 무섭게 나의 외관을 찬찬히 뜯어보며 살피는 중이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니에요. 저기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시면 돼요."

"주식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하셨죠?"

"네. 지금 몇만 주 보유하고 있어요. **건설, **은행, **화학 "


그런 우량주들이라면 손해는 안 보셨을 테고, 하지만 크게 재미는 못 보셨죠?


"네. 그렇죠. 뭐"

"전 일반 영업장 내에 있는 그런 펀드매니저들이랑은 분야가 다릅니다. 제가 상대하는 거래처는 일반 개미들이 아니라 대형 투자가들이나 기업체에요.

그 사람들은 빠른 수익보단 크게 한방 터트리는. 소위 대박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생겨난 거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일반 영업장 내에서 근무하는 펀드매니저들 대부분은 확률과 투자분석을 기초로 해서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죠.

하지만 저 같은 프리랜서들은 확률보단 일종의 감이랄까요?"


"감이라고요?"

"네.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으실 텐데, 한가지 예를 들자면요. 몇 해 전인가 **화학 주식이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졌다 해서 급속도로 하한가를 맞을 때가 있었습니다"

"네. 알아요. 그때 저도 손해 좀 봤었는데."

"사실 그 회사 주식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건 사실인데요. 그렇다고 하한가를 계속 얻어맞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거든요.

왜냐하면 그때가 봄철이고 우리나라 비료생산의 30% 이상을 그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거든요,

모내기 및 파종 시기를 고려해 본다면 그 회사의 주식은 급상승할 것이고. 

그 시기에 형편없이 추락한 그 회사 주식을 살 수만 있다면 엄청난 차액이 발생하는 거죠."

그 회사의 주식을 사들인 게 아마 **건설일 겁니다. 그게 제 첫 번째 작품이죠. 조금 이해가 가십니까?"


"아. 네."

"저의 관심 대상은 특허청이나 토개공, 국세청 등등이고요 그 속엔 저에게 은밀히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몇 됩니다. 일종의 공생관계라고 할 수 있죠.

아. 맞다. 또 한 가지. 사모님처럼 섹시하고 아름다우신 여인들 또한 저의 주요 관심 대상입니다."


그년 어느새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살며시 돌린다.


"참. 김 과장님도. 쭈그렁 할머니가 뭐가 좋다고?"

"아닙니다. 전 약아빠진 요즘 젊은 얘들 보단 사모님처럼 농익고 경험 풍부한 분들이 더 좋습니다. 정말이라고요. 하하하"


난 농담 반 진담 반을 섞으며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어느새 차량은 서서히 아파트 단지를 접어 들고 있었다.


"여기에 주차하세요. 그리고 김 과장님. 낼 시간 되세요? 투자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

"피해자가 시간 내라는데, 없는 시간이라도 쪼개야죠. 하하. 농담입니다. 저는 프리랜섭니다. 달래 프리랜서겟읍니까?

언제든지 전화해 주십시오. 곧바로 달려 나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낼 뵙겠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구선 키를 받아서 들고 종종걸음을 쳐 아파트로 들어선다.

난 멀찍이 서서 멀어지는 그녀의 엉덩이에 시선을 고정한다.

다리가 움직일 적마다 들썩이는 그녀의 엉덩이, 그리 탱탱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은 하다.


"여보세요? 김 차장님. 저예요. 1단계 완벽히 성공했습니다. 낼 전화해 주기로 했어요."

"그래 수고했어. 서 대리. 내일이 더 중요한 거 알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난 조용히 핸드폰 폴더를 닫는다. 후후후. 1단계는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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