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로맨스야설) 그해 겨울 - 상편

작성자 정보

  • 밍키넷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쏴아악~~" 

"쏴아악~~"


밤에 느끼는 스키장의 정취와 낮에 보이는 스키장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난 사람이 북적대는 낮에는 눈길에 오르지 않는다.

그저 볼이 빨개진 채 신나게 뛰어노는 꼬마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하얀 눈 위의 사람들을 사진기에 담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느긋하게 돌아다니는데.


"어머?..혹시. 철수 씨 아니세요?"

"어?...소은 씨?..."


난 반가움과 뜻밖의 만남에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철수 씨....여긴 어쩐 일이세요? "

"하하....전 스키 타러 왔죠....소은 씨는요?"

"저도요...."


그녀 또한 나처럼 뜻밖의 만남에 반가움이 얼굴에 비쳤다.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녀가 물었다.


"혼자 오신 거예요? ...."

"네. 혼자 왔어요..."

"연희 없으니까 쓸쓸하시죠?"

"뭐. 그렇죠....소은 씨는요?"

"전.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왔어요."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오셨다면서...스키는 안타시고 혼자 다니세요?"

"스키를....못타요......"


그녀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말을 내뱉었다.


"에이~못 타는 게 어딨어요? 스키 금방 배워요."

"아우..아니예요....한번 타보려고 했는데...잘 안되더라고요. 자꾸 넘어지기만 하고....운동신경이 둔해서....."

"아니,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스키를 안타요?"

"그냥. 다른 사람 타는 거 구경만 해도 재밌어요."

"가요...제가..잘 가르쳐 드릴게요~"


난 웃으며 머뭇거리는 그녀를 이끌고 초보자들이 연습하는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많이 넘어져서인지 그녀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이내 못 이기는 듯이 내 손에 이끌려 왔다.


"자자...발을 이렇게...이렇게...하고..."


그녀는 또 넘어지는 것이 두려운지 내 손을 꽉 잡고 지지를 하며 내가 가르쳐 주는 대로 조심조심 한발 한발 그렇게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어머..어머....미끄러지겠어요."

"괜찮아요...천천히...중심을 잘 잡고...."

"안되겠어요....저 넘어지겠어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예요. 잘하시네요. 그렇게...네네....하하."


그렇게 천천히 미끄러지듯 스키를 타던 그녀가 얼마 가지 못해 자그마한 비명을 지르면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소은 씨...괜찮아요?"


놀란 나는 걱정이 돼서 쏜살같이 스키를 타고 소은의 곁으로 내려갔다.

넘어져 울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웬걸.... 그녀는 웃고 있었다.

눈 속에 그대로 나동그라진 채 뭐가 재밌는지 아이처럼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소은 씨..괜찮아요?"

"호호...너무....너무 재밌어요....호호호"


하얀 설경 위에 주저앉아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그녀에게 한줄기 햇빛이 비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나는 소은에게 스키를 가르쳐 주었고...그녀도 즐거운지 내내 만면에 웃음을 띠며 나에게 스키를 배웠다.

한참을 그렇게 스키를 타다 보니 어느새 해가 마지막 노을을 남기듯 거뭇거뭇 얕게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안 힘드세요? 어느새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네요."

"어머...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너무 즐거워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철수 씨 괜히 저 때문에 고생만 하시는 거 아니에요?"

"아뇨, 저도 혼자 쓸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소은 씨 덕분에 즐겁네요."

"배고프시죠? 혼자 오셨으면 저녁은 어떻게 해요? 저랑 같이 드실래요?"

"저야 좋지만...소은 씨 회사 동료분들이랑 같이 드셔야 하지 않아요?"

"괜찮아요...말하고 따로 먹어도 돼요. 로비에서 잠시만 기다려요"


그렇게 그녀는 잠시 기다리란 말을 남기고 숙소로 들어갔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까?

샤워를 마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그녀가 내게로 다가왔다.

미처 말리지 못한 촉촉이 젖은 긴 머리칼이 로비에서 기다리는 나를 걱정해 서두른 것이 보였다.


"소은 씨. 스키 타고 나서 먹는 라면 맛..모르시죠? 기가 막힙니다. 라면...괜찮겠어요?"

"네...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 기가 막힌다는 맛 어디 한번 볼까요? 호호"


그녀는 웃으며 나를 따라 내 방으로 왔다. 뜨거운 면을 후후 불어가며 너무나도 맛있게 라면을 먹는 소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우린 이런저런 이야기 해가며 하하호호 웃으며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후식으로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며 그녀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뜨거운 커피를 한자씩 받아 들고 하얀 눈이 펼쳐져 있는 설경을 구경하며 산책하듯 그녀와 걸었다.

저녁때라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고, 몇몇 젊은 청춘들이 그들의 왕성한 체력을 자랑하듯 여전히 스키를 타고 있었다.


"연희가 자랑하던 게 기억나네요."

"무슨 자랑요?"

"철수 씨....라면 잘 끓인다고요...."

"에이...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저기. .연희. 방학 때 한국 안 들어왔죠?"

"공부 때문에 힘들데요...다음 방학 때나 한번 나온다고...."

"에이...너무했다....."


그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거 아세요? 그날 소개팅, 원래는 연희가 아니라 제가 나가기로 돼 있었던 거?"


그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조금의 당황스러움과 알 듯 모를 듯 아쉬움이 느껴졌다.


"정말요? 전 처음 듣는 소린데?"

"철수 씨 동아리 선배랑 좀 아는 사인데 괜찮은 사람 있다고 저한테 철수 씨랑 소개팅해 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뭐 나쁘진 않았고..호호"

"그런데요? 왜 안 나오시고?"

"연희가 제가 철수 씨랑 소개팅하기로 한걸. 그 선배한테 듣고 저한테 찾아왔어요. 지켜보고 있었던 남자다. 그리고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그래서 양보하신 거예요?"

"호호. 양보하기엔 철수 씨가 너무 괜찮은 사람 아니에요? 호호. 그런 건 아니구요.

전 그냥 호감이었는데, 연희는 저보다 좀 더 철수 씨 마음에 두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

"아~ 어쩐지 연희랑 소개팅 첫 만남치고는 나에 대해 좀 잘 알고 있더라니. 이거 왠지 인기남이 된 거 같네요. 하하"


나의 농담에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그 모습에 왠지 쓸쓸함이 느껴졌다.

잠시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농담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제가 반가운 마음에 너무 오래 붙들고 있었네요. 회사 분들 걱정하실 텐데.."

"아뇨. 괜찮아요. 어차피 전 술도 못 마시고. 지금쯤 아마 한창 술 파티가 벌어지고 있을 텐데, 오히려 제가 철수 씨 오래 붙들고 있는 거 같네요."

"아뇨..아뇨.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뜻밖의 만남에 기분이 너무 좋고, 또 소은 씨랑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게 너무 재밌네요. "

"그럼. 우리 밤새도록 이야기나 할까요?"

"저야, 좋죠. 근데 날씨는 춥고. 커피숍은 지금 문을 닫았고, 어디 이야기하고 놀 조용한 곳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

"철수 씨 방 있잖아요. 설마 별일이야 있으려고요? 호호호"


그녀가 내 방으로 가자는 말에 난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지만, 이내 애써 무시했다.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애인이 있고..또 소은 씨는 내 연인의 제일 친한 친구인데. 허. 너무 오래 굶었나? 훗`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난 소은 씨를 데리고 내 방으로 갔다.

은은한 조명, 그리고 약간은 상기된 듯한 그녀의 표정.

또한 그런 소은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엔 작은 파동이 느껴졌다.


이런저런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있는 연희 이야기부터 학교 이야기. 그리고 그녀의 최근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와인 한 병이 동이 났다.


"소은 씨. 와인 한 잔 더 하실래요?"

"아뇨. .괜찮아요.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좀 과음한 거 같아요. 이만 들어가야겠어요."


약간 취기가 오른 그녀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비틀거리는 그녀를 부축했다.

이쁘다. 내가 사랑하는 연희는 이쁘고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며 거침없는 성격의 여자라면, 소은은 이쁘고 상냥하고 소박한 여자 같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춰 본다.

소은은 취기 때문인지 분위기 때문인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이내 나의 입술은 소은의 굳게 닫힌 입을 벌리고 그 속의 부드러운 혀를 탐닉하기 시작했다.

나의 숨소리가 거칠어 갈수록 그녀의 숨소리 또한 거칠어지며 그녀의 축 늘어졌던 두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못한다.


난 힘있게 그녀를 돌려 안으며 침대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그제야 흠칫 놀라 두 손으로 나의 가슴을 힘있게 밀어낸다.

하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난 그런 그녀의 행동을 무시하며 또다시 그녀의 입술을 탐닉한다.


나를 밀쳐내던 소은의 두 손에 힘이 빠진다.

슬며시 손을 움직여 그녀의 스웨터를 걷어 올렸다.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이 느껴지고 손이 스웨터를 어느 정도 걷어 올리자 봉긋한 그녀의 두 가슴을 감싼 검은색 속옷이 나를 막아선다.

멈칫한 내 손을 느낀 그녀가 스웨터를 벗기기 좋게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소은의 스웨터를 벗겨 버리고 내 손은 그녀의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냈다.


새하얀 피부...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그녀의 봉긋한 수줍은 듯한 두 가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운 듯 그녀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려 했지만, 나의 뜨거운 입술이 더 빨랐다.

순식간에 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슴 한쪽을...그리고 남은 가슴은 내 뜨거운 입김이 유린한다.


"아...."


야트막하게 내뿜는 그녀의 신음 소리에 난 급해졌다.

가슴을 감싸 쥐며 유린하던 내 손은 황급히 그녀의 검은색 청바지로 향해 어느새 단추를 풀고 있었다.

지퍼를 내리는 내 행동에 소은의 팔이 움찔했지만, 그뿐. 

잠시 움찔한 그녀는 내가 옷을 벗기기 좋게 엉덩이를 들어주었다.


검은색 청바지와 그녀의 검은색 팬티를 한 번에 내려버렸다.

적당히 솟아오른 그녀의 둔덕과...소중한 곳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검은 숲이 내 심장을 터질 듯 뛰게 했다.

탄탄하고 미끈한 그녀의 허벅지로 입술을 가져갔다.

소은의 두 손은 차마 보지 못하겠던지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

향긋한 비누 향이 느껴지고 허벅지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던 내 혀는 서서히 그녀의 야트막한 둔덕 위로 이동했다.


"하...아...."


소은의 신음이 처음과 달라져 있다. 그 달라진 신음소리가 부드럽게 움직이던 나의 행동에 채찍질을 한다.

격렬하고 거침없이 그녀의 검은 숲을 헤집는 내 혀가 점점 솟아오르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쉴 새 없이 자극했다.


"아..흑....철..철수 씨...그만....." 


시종일관 겨우겨우 참아내며 야트막한 신음을 내던 그녀의 목소리가 커졌다.

신음소리는 더욱더 커지고 그녀의 두 손은 나의 머리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럴수록 내 행동은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더욱더 격렬해져만 갔다.


바지 속에서 터질 듯 솟아오른 내 아랫도리는 성질 급하게 그녀의 몸과 함께하길 갈망하고 있다.

서둘러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그녀의 몸 위로 움직임과 동시에 내 물건을 그녀의 젖어 버린 동굴 입구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나의 눈은 질끈 감고 있는 소은의 눈을 바라보며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갈수록 난 황홀한 쾌감에 온몸에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은 고통인지 기쁨인지 모를 인상으로 변하며 나지막한 탄성을 내지른다.


 "아...하...악....." 


깊게 들어간 내 물건은 그녀의 깊숙한 곳에 멈춰있다.

연희와 여러 차례 관계를 맺었지만 소은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여자는 안으면 다 똑같다는 농 짙은 친구들의 헛소리가 머릿속에 스쳤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말이다.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그저 가만히 넣고 있을 뿐인데도 그녀의 동굴 속은 나의 물건을 사정없이 자극하고 있었다.


온몸에 쾌감이 번져가고 있다.

그녀의 몸 역시 나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진 않은 듯하다.

그저 넣고만 있는데도 그녀의 동굴 속은 수축과 이완은 거듭하고 있다.

참을 수 없었다. 일찍이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서서히 앞뒤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아...아 하흑....."


그녀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두 손은 나의 등을 격렬히 끌어안으며 입으로 이전과 달라도 너무 다른 교성이 새어 나온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짧은, 너무나 짧은 몇 번의 피스톤 운동에 사정감이 느껴졌다.

서둘러 그녀의 질 속에서 나의 물건을 빼내었다.

그러자 그녀가 다급히 다시 나를 않으며 빠져나가는 내 물건을 다시 제 몸속으로 품는다.


"허...허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녀의 몸속에 그만 사정을 하고 말았다.

황당했다. 일찍이 이런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나를 너무나 당황스러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순간 부끄러움과 당혹감에 얼굴이 붉어졌다.


"미..미안해요...소은 씨...."

"아니예요....잠시만...잠시만 이렇게 있어 줘요."


너무 이른 사정에 부끄러워 서둘러 몸을 빼려 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가만히 배려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과 함께 나를 안고 있었다.


"...이렇게 철수 씨 품고 있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좋아요."


그녀의 말은 배려가 아닌 진심인 거 같다.

그 말에 난 당혹감이 점차 사라지고 사랑스러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사정 후 점점 줄어들던 내 물건은 스윽 하면서 어느새 그녀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은은한 붉은 조명이 조금 전의 뜨거웠던 상황을 대변하듯 너울거리고 있었다.

여전히 눈을 감고 내 품에 안겨있던 소은의 두 눈에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친구의 연인을 허락한 자신을 책망하는듯했다.

죄책감으로 따지면 오히려 내가 더 나쁜 놈이다.

연희의 가장 절친한 벗이며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녀를 가지지도 못할 내가 유린한 내가 더...


"연희 때문에...그런거예요?"


조심스러운 질문이다. 만약 그녀가 자신을 책망하는 거라면 난 죽을 것 같은 괴로움에 평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아뇨...연희 때문이라기보다, 저 때문이예요....어쩜, 이런 순간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거 같아요... 제 속마음을 저도 잘 모르겠네요..."


가만히 눈을 뜬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죄인인 것처럼 고개를 밑으로 내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순간, 나 역시 같은 감정이었다.

연인의 친구로 오래 봐오긴 했지만 알 수 없는 딱히 단정하기 어려운 감정도 있었다.


연희를 바라보던 내 마음과 소은을 바라보던 내 마음은 다르다.

연희를 연인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소은은 오래 사귄 친구 같은 편안함과 존경심 같은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일을 겪고 보니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김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요...앞으로 입장 곤란해질 일 없게 할게요. 혹시 얼굴 보게 되면 난처해지실 테니...."


말끝을 흐린 그녀가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나 돌아앉았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자기 속옷을 찾아 입으려 일어섰다.

순간 나의 손은 그녀를 낚아챘다."


소은 씨...저, 술김에 그런 거 아니에요. 딱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정말 술김은 아니에요"


나의 말에 그녀의 눈은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그뿐.


"아뇨. 솔직히 연희 얼굴 볼 낯이 없어요. 철수 씨 볼 낮도 없구요. 그냥 오늘 일 잊어주세요."

"소은 씨...저, 소은 씨 못 보면 안 될 거 같아요. 사랑해달라는 말 아니니까, 그냥 연희 친구로라도 얼굴 보여줘요."


진심이었다. 연희와 연을 끊고 나와 만날 여자는 아니다. 그렇게라도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말없이 돌아서서 속옷을 챙기는 그녀에게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잠시 동안 안겨있던 그녀는 돌아서 내 눈을 바라보며 내 입술에 짧은 키스를 했다.

그리고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옷을 입었다.

그리고 현관문 앞에서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본다.


"....저도 술김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철수 씨에 대해 잊지 못할 기억 남겨주신 거 감사해요... 그거면 전 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요."

"잠깐만요. 소은 씨..제 말대로 해줘요. 어차피 연희 돌아오면 억지로라도 볼 수밖에 없어요. 그냥 연희 친구로라도 얼굴 보여줘요...제발"


간절히 애원하는 내 말을 들은 소은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 돌아선다.

그해 겨울, 그렇게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일어난 그 하루. 그 하루가 내 마음에 큰 파동을 남기고 있었다.


전체 1,858/ 1 페이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