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유부녀야설) 빈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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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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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형식적인 환영식은 희정의 뒷정리와 현민의 등에 업혀 침대로 옮겨져 대자로 누워 깊은 수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미연의 거친 숨소리로 끝났다.

침대에 미연을 옮겨 놓은 뒤 현민은 다시금 거실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고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얼음물을 연실 들이킨다.

현민은 돌아서며 무의식중에 조용히 닫혀있는 희정의 방문을 쳐다보며 천천히 거실의 불을 끈다.

환하게 밝혔던 그들의 집에 유일한 빛은 그렇게 냉정히 자기의 책임을 다하고 하루를 끝내듯 꺼졌다.

침대에 돌아온 현민은 대자로 뻗어버린 미연을 쳐다보며, 천천히 그녀를 가리고 있던 몇 가지의 옷가지를 만지며,


"일어나서 옷 벗고 자야지~"

"아잉~~ 몰라~~"


그 말과 동시에 미연의 입에선 거친 호흡을 배출해낸다.

현민은 천천히 그런 미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몇 번의 흔들림으로 미연을 깨우려 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불가능한 것임을 직시한 현민은 익숙한 손동작으로 천천히 미연의 양말이며, 티셔츠며, 반바지를 하나씩 벗겨준다.


스텐드의 희미한 불빛에 비친 미연의 나신은 불빛 색깔에 힘입어 분홍빛을 발하고 있었다.

긴 머리와 가냘픈 목덜미와 풍만은 가슴 윤곽과 늘씬하게 빠진 미연의 나신은 마치 금방 잡아 올린 한 마리의 잉어를 연상하듯 맘껏 여체의 여유로움을 품어내고 있었다.

현민은 그런 미연의 옆에 눕는다. 그리고, 그 역시 미연이 느끼는 그런 피곤함과 약간의 취기를 느끼면서 잠을 청한다.


문득, 현민은 좀전의 있었던 희정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희정의 혀였다.

현민의 기억의 영상에는 희정과의 몇 번의 만남 기억과 함께 항상 그녀에게서 느꼈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현민 혼자만의 희정에 대한 미묘한 기억이 서서히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훌쩍 시간을 뒤로 돌려 미연과의 만남이 시작될 즈음, 그러니까 7년 전의 희정과 현미의 어색했던 과거를 회상한다.


하얀 모자를 귀엽게 눌러쓰고, 마치 자기의 일인 양 미연과의 사소한 싸움 끝에는 늘 희정이 나타나곤 했었고,

희정의 중재로 미연과 현민은 몇 번의 이별을 아슬아슬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현민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육감적인 감각은 다른 사람에게도 결코 쉽게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인간의 장기중 가장 미묘한 희정의 혀를 보고 현민은 희정에 대한 미묘했던 감정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때, 늘어져 있던 미연의 팔이 옆에 누워 있던 현민의 가슴으로 떨어졌고,

이내 미연의 손은 자동으로 아래로 내려가 습관적으로 현민의 남성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무의식중의 작은 확인을 한 미연은 코를 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현민의 남성을 재차 꼼지락거리며 만지기를 반복한다. 


늘 미연의 손이 자신의 기둥을 잡을 땐, 놈은 거센 반응을 일으킨다. 그리고 놈은 팽창을 시작한다.

한계를 알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려고 터질 듯이 팽창해버림과 동시에 놈의 밑에선 또 다른 수축 작용이 일어난다.

수축으로 인한 팽창은 현민의 취기와 함께 모든 신경을 놈에게 집결시켰고, 기세등등하게 하늘로 머리를 치켜들었다.


놈은 언제나 자기의 우월성을 과감히 표출했다. 길이도 굴기도 놈은 일반 대다수의 다른 동족들보다 훨씬 우월했다.

놈의 머리는 지레 겁먹을 만큼 커다란 모자를 쓰고 있었고,

놈의 키는 시골 장승처럼 거칠고, 장대한 키를 자랑하며 놈을 지탱해주는 놈의 알은 똘똘 뭉쳐 놈의 흉측함과 빳빳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때론 놈은 주인의 명령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독단적 행동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주인의 명령에 놈은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있었다.

어쩜 그 명령으로 인해 놈은 주인의 여자인 미연의 곳곳에 자리 잡은 모든 구멍에 들어갈 수 있었던 영광과 

놈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각을 그곳에서 체험하고 자신의 중대한 임무를 과감하게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런 놈이 주인의 명령과는 상반되게 서서히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놈의 독단적인 움직임을 감지한 현민의 동조는 누워있는 미연의 허벅지로 내려간 손이 대신하고 있었다.

보드라운 그녀의 허벅지는 마치 하얀 밀가루 반죽을 만지는 듯 매끄러웠고, 자유스럽게 미연의 허벅지와 그녀의 숲을 매만지며, 놈을 동조했다.

손은 이젠 미연의 하반신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앙증스러운 그녀의 배꼽과 조금 밑에 자리 잡고 있는 그녀의 숲속 깊은 늪의 표면을 정찰해가고 있었다.


현민의 정찰은 그녀의 숲에 도착한다. 그리고, 울창한 그녀의 숲속을 매만지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없었다. 이미 그녀는 현민이 들어갈 수 없는 그녀만의 깊은 수면의 세계로 떠났다.

그 삭막함에 현민의 하루도 끝이 났다.


아침마다 현민에게 시비를 거는 핸드폰의 울림에 대한 그의 방어는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속에서 현민은 자신과 미연의 공간 속에 불청객이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미연의 재촉 없이 스스로 눈을 떴다.

일요일의 아침과 또 다른 여인이 같이한다는 작은 행복과 기대가 그를 맞이한다.


거기엔 분주히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과 거실에 켜놓은 일요일 아침, 방청객의 고함이 시끄럽게 나는 TV를 시청하는 희정의 모습이 보인다.


"굿모닝~ 현민씨"


희정의 반가운 아침 인사에 현민은 머뭇거리며, 가벼운 인사와 함께 대답한다.

이어지는 아내의 목소리는 방글거림과 애교가 배어있었다.

아내의 재촉으로 그들은 식탁에 마주 앉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어제 자기 과음한 거 알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겠더라~"


현민의 핀잔에 미연은 앙증맞게 대답한다.


"제발 누가 좀 업어갔음 좋겠네요~~~"

"당신이 내 옷 벗겨놨지? 어머! 나 좀 봐. 희정이 앞에서 못 할 말 했네!"


마치, 도둑질하다 들킨 아이처럼 깜짝 놀란 표정으로 희정을 바라본다.


"뭐야? 지금 내 앞에서 둘만의 황홀한 밤을 자랑하는 거니?"


희정의 눈 흘김으로 아내와 희정은 마냥 즐겁게 웃는다. 머쓱해진 현민은 허허하며 그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고, 그들의 웃음은 계속 이어진다.


희정의 짧은 커트 머리로 인해 하얀 목덜미가 환하고 시원스럽게 보였다.

그 시원함은 그녀의 귀와 어깨를 더욱더 빛을 내주었고, 현민은 아내의 긴 머리와 대조적인 또 다른 매력에 빠져있었다.


아내의 긴 머린는 그녀의 무용을 전공할 때부터 고수해온 그녀만의 이미지의 모든 것이었다.

현민은 아내의 나체위로 흘러내리는 아내의 긴 머리카락이 아내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민은 또 다른 짧은 커트 머리가 가진 매력에 매료되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 스타일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시킬 수 있다는 것을 현민은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아침 식사와 휴일의 오후는 희정의 짐 정리와 미연의 수다와 현민의 달콤한 낮잠으로 이어졌다.

저녁이 되면서, 그들은 다시금 식탁에 마주 앉게 된다.

아내의 얼큰한 김치찌개가 오랜 외국 생활에 익숙한 희정의 식욕을 자극했고, 식사는 세 사람의 대화와 함께 계속 이어졌다.

현민은 식사 도중 이따금 희정과의 눈을 마주쳤고, 희정은 그것을 엷은 미소로 대답했다.


미연은 희정과 현민은 세상 사는 이야기, 외국 생활, 남편 이야기 등등으로 수다로 번지게 되었다.

희정의 남편은 외국 해운회사의 매니저로 있으며, 그녀 부모의 중매로 만나 결혼해서 둘 사이엔 현민과 미연처럼 아직 아이들은 없었다.


남편의 잦은 업무는 출장으로 이어졌고, 그로 인해 희정은 남편이 없는 무료한 생활을 외국 땅에서 감수해야만 했다.

희정의 동생 결혼식으로 희정의 남편은 독일에서 희정은 미국에서 각자 출발해서 한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갑자기 남편 회사의 배가 침몰하는 해운 사고로 희정의 남편은 독일에서 급히 대책 마련을 위해 싱가포르로 급파되자,

그로 인해 그들의 계획은 차질을 빚어지게 되었다.


희정의 부모는 그녀의 큰오빠가 모시고 있어 희정은 그곳에서 생활이 좀 불편할 것 같아 친구인 미연에게 양해를 구했고 미연은 흔쾌히 승낙되었다.

식사 중에 발을 이따금 떠는 현민의 버릇은 누군가의 제지로 멈췄다.

현민은 당연히 그 제지의 주인공이 미연임을 인식했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또다시 습관처럼 몇 번의 발 떨림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다시금 제지가 들어왔을 때, 현민은 미연을 우연히 쳐다보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제지는 항상 미연의 눈 흘김과 경고가 동반되었는데, 미연의 커다란 눈은 아무런 암시나 경고가 없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현민은 자신이 미연의 그러한 경고를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금 의도적으로 몇 번 발 떨림을 다시 시도했다.

이윽고, 떠는 그의 발등에 또다시 제지의 압력이 느껴진다.


그때 현민은 미연을 본다. 분명한 것은 미연은 이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듯했다.

미연은 희정과의 대화에 충실했고, 웃음과 수다에 열중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현민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럼 아내 미연이 아니면 누굴까?

현민은 유일한 나머지 한 사람을 쳐다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희정은 마치 두 개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미연과의 대화에서 그녀는 늘 긍정의 미소로 응하고 있었지만,

현민이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미소는 미연을 향한 것이 아닌, 현민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알 수 없는 미소였다.


미묘한 시간은 계속 이어졌다.

현민이 다시 다리를 떨면 조금의 시간을 두고 희정의 제지가 미연이 알지 못하게 은밀히 현민에게로 전달되었고,

현민은 몇 번의 확인을 거쳐 희정이 자기를 제지하는 장본임을 거듭 확인한다.

현민은 혼란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어쩜 가장 어려운 사이인 희정이 자기의 발등에 은밀히 그녀의 발을 올려놓았다는 그 자체만으로 놀랄 일이었다.

갖은 생각으로 현민은 현재 상황을 분석해본다. 하지만, 그 분석은 실패로 돌아가고, 현민은 머릿속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희정의 미소는 사라지고, 희정은 미연과의 대화에 열중해있는 듯했다.


현민이 정한 것은 분명 역습이었다. 그것은 자칫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었고, 아내에 대한 커다란 도전일 수도 있었다.

현민은 자신이 정했던 행동을 서서히 실행에 옮겼다.

그는 자기 발을 희정의 발등 위에 올려놓으려고 맘먹고 자기 발가락으로 희정의 발의 위치를 가능한 한 은밀히 파악하고 있다.


서서히 그의 발가락은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 그 사이 현민의 입속은 두려움과 조바심으로 바짝바짝 타들어 가고 있었다.

현민은 지속해서 희정의 동태를 미연 몰래 파악한다.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때, 조금씩 전진하던 현민의 중지 발가락은 무언인가에 부딪쳐 정지하고 말았다.

분명, 지금 자신 앞에 앉아있는 아내의 친구인 희정의 발가락일 것이 분명했다.

놀랄 일은 또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의식중에 느껴지는 느낌에 대해 방어적인 본능을 당연히 나타내야 하는데, 현민의 발가락을 정지시킨 희정의 발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혼란한 식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현민은 갈등하고 있었다.

어찌해야 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위험한 도전을 다시금 시도했다.

그것은 정지해있는 자기 발가락을 다시 전진시키는 일이었다.


계속되는 전진으로 현민의 발은 서서히 희정의 발등까지 올라갔고, 현민은 희정의 붉어진 얼굴을 봤다.

희정의 움직임은 변화가 없었다. 그때, 미연의 식사를 끝으로 현민의 발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넉넉한 그들의 저녁은 미연과 희정의 이야기꽃으로 말미암아 현민은 마치 외톨이가 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와 희정의 대화 속에 자신은 절대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을 현민 자신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료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날 때쯤, 가요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미연과 희정 사이에서 노래방의 이야기가 오갔고,

그녀들의 시선은 멀지 않은 곳에서 신문을 뒤적이던 현민을 향했다.

현민은 그녀들의 요구에 응했다.

그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동네 노래방으로 향했다.

그녀들은 어깨동무를 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고, 현민은 탬버린을 들고 거기에 장단을 맞춰줬다.

2시간의 시간 동안 현민은 고작 2곡의 노래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켰고, 나머진 그녀들의 광기 어린 무대로 변해갔다.

그리고 시끌시끌함과 들떠있는 마음으로 그들은 귀가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때쯤 현민은 희정에게 잘 주무시라는 형식적인 인사와 함께 희정이 미소로 대답하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감으로 그들의 휴일은 끝났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에도 현민은 어제와 같이 또다시 모험을 감행했다.

그것은 엊저녁 식사 시간 중의 희정과의 미묘한 접촉을 다시금 확인하는 것이었고, 놀랍게도 희정의 움직임은 역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현민은 놈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꼈다.

그것은 현민의 명령이 아닌 놈의 독단적인 행동임에 현민 자신도 당황했다.


현민은 과감한 모험을 시도한다. 희정의 발등에 놓인 자기 발을 조금씩 타고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발은 아내의 미연 몰래 희정의 발목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고, 현민은 희정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현민의 조바심은 태연히 식사하는 희정의 모습으로 다소 안정을 찾았다.

간혹, 희정은 자기 발목에 현민의 발이 올라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고 태연히 미연과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놈의 움직임이 현저히 느껴졌다. 역시 놈은 낌새를 금방 알아차리는 버릇이 있었다.

놈은 어느새 팽창의 준비를 혼자서 묵묵히 준비하는듯했고, 그것을 현민은 무시해버렸다.


지금 이 순간 현민에게는 놈보다는 희정의 무릎까지 올라간 자기 발과 희정의 표정 변화에 최대에 관심이 쏠려있었다.

희정의 알 수 없는 묵인은 그녀의 무릎 위쪽 허벅지를 종착역으로 현민의 발은 정지해있었다.

현민은 고민한다. 다시 돌아올 것인지. 아님. 이 상태를 유지함과 동시에 이 조용하면서도 짜릿한 쾌감을 느끼며 희정의 동태를 파악할 것인지를.


현민의 발은 그 상태를 유지했다. 후퇴도 전진도 없는 그 상태에서 마치 희정의 허벅지의 부드러운 느낌에 만족하듯 가만히 모든 것을 만끽하고 있었다.

미연과의 대화에 열중하는 희정은 두 가지의 모습으로 친구와 그녀의 남편을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쉬운 아침 식사가 끝났고, 현민과 미연은 서둘러 직장으로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서고 있었다.


"혼자서 심심하지 않겠어?"

"나도 여기, 저기 좀 다녀와야 해, 친정 가서 사람들 만나고 나면 저녁쯤에 돌아올 거야. 걱정 마"

"열쇠는 현관 옆 화분 밑에 넣고 가면 돼. 그리고 무슨 일 있음. 내 핸드폰 번호야 연락해."


희정을 뒤로 남겨두고 현민과 미연은 각자의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한 현민은 종잡을 수 없는 갖가지 의문으로 오전을 보냈다.

그 의문은 알 수 없는 희정의 태도였다. 그리고 동시에 현민은 희정과 자신만의 은밀한 행위에 대한 묘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것은 현민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과 기대감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던 하루는 그날따라 더디게 현민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현민은 저녁 식사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며 업무 속으로 빠져들었다.

현민이 집으로 돌아왔을 땐, 집엔 아무도 없었다. 미연은 남아있는 잡무로 조금 늦는다고 했고,

희정은 오랜만의 귀국으로 친정 가족들의 만남으로 8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이미 돌아온 미연의 따뜻한 마중이 이어진다.


"늦었네~~"

"그래, 미안해~ 워낙 이야기가 길어야지~~ 남의집살이에 더 늦으면 쫓겨날 거 같아서 서둘러 오는 거야~"

"알긴 아는구나! 호호호~~ 얼른 와 저녁 먹자~"

"나 먹었는데~~~ 어쩌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현민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좀 더 해~~ 우리끼리만 하니깐 이상하잖아. 남들이 보면 밥도 안 먹이는 줄 알겠다."


미연의 재촉에 희정은 마지못해 식탁에 자리를 잡곤, 마치 미연과 협상하듯이 아주 조금만 달라고 당부한다.

현민은 그런 희정과 눈길이 마주쳤다. 희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역시 그 식사 중에 현민의 모험은 계속됐고, 회장 역시 아무런 내색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현민은 한층 더 용기를 내어 희정의 허벅지에 닿아있는 자기 발의 존재를 애써 희정에게 알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고,

발가락끝으로 희정의 허벅지를 약하게 눌러본다. 반응이 없는 희정의 묵인은 현민에겐 작은 자유가 생기게 되었다.

현민의 발은 이제 자유자재로 희정의 발등에서 발목 무릎과 한계점인 무릎 위의 허벅지까지 돌아다닐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어떤 대화였는지는 몰라도 희정이 미연과의 대화 도중 혀를 내밀고 웃으며 일순간 현민에게 눈길을 돌릴 찰나 현민과 눈을 마주치자 그윽한 웃음을 짓는다.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식사는 끝났다.

9시 뉴스 속에 아나운서는 세상의 모든 일을 고자질이라도 하는 양 마냥 입에 거품을 묻고, 심각한 어조로 보는 이들을 선동해 나가고 있었다.

세 사람 시선의 공통분모는 잘 차려입은 양복 아나운서의 입으로 집중되었고, 거기에 간혹, 미연의 의견과 희정의 확인이 함께했다.

두 명의 여자를 앞에 하고 현민은 지금껏 벌어진 도무지 단정 지울 수 없는 자신의 은밀한 모험과 혼자만이 알아낸 희정의 빈틈을 확인했다는 또 다른 희열감에 흥분해있었다.

그것은 그 누구와도 함께 공유할 수 없는 현민과 희정만의 비밀이었다.

그 모든 상황은 현민으로 하여금 갈증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현민은 그것을 해소하려는 방안을 모색하던 중, 그저 부드럽고 짜릿한 그 무엇인가를 애타게 생각해 냈다.

현민이 입을 벌리고 뉴스를 보고 있는 아내 미연에게 말한다.


"참~ 저번에 문대리가 선물한 와인 있지?"

"왜요? 자기? 한잔 생각하는구나?"

"응~ 속이 텁텁하네! 어때 우리 가볍게들 한 잔씩 할까? 희정씨 어때요?"

"자기야~ 근대 난 와인에 더 약한 거 같아~"

"글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테지~ 그거 냉장고에 있지?"

"와인 좋죠~ 가볍고 잠도 잘 오고요. 사실 집에서 늘 한두 잔씩은 했어요."


희정의 대답은 현민의 제의에 대한 찬성으로 이어졌고, 현민은 천천히 일어서 냉장고의 문을 연다.


"어떤 거였지?"

"거기~ 맨 밑의 1994라고 적혀있는 거예요."


미연의 설명은 현민의 우왕좌왕을 초래했고, 그의 답답함에 앉아있던 미연이 냉장고 쪽으로 합세하게 된다.

미연의 능숙함에 쫓겨나다시피 한 현민은 허허하며 실웃음과 함께 다시 자리로 돌아온다.

이윽고, 하얀 세 개의 투명한 와인잔과 알 수 없는 영문의 딱지가 붙어 있는 와인이 쟁반 위에서 위태로운 춤을 추며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손목의 정교한 돌림으로 막혀있던 와인의 입구는" 뽕"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백색의 액체는 현민에 의해 공정하게 투명의 글라스 속에 소용돌이치며 자리 잡는다.


"분위기 좀 내봐요~ 와인이 있음 어울리는 음악도 있어야지~"


미연의 말로 현민은 거실의 오디오 위에 몇 장의 CD를 뒤적이게 되었고, 그의 선택은 가벼우면서 꺼끌꺼끌한 Sting의 목소리로 정해졌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허스키한 뮤지션의 목소리는 세 사람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네요? 누구예요?"

"아~ 네~ 예전에 폴리스란 그룹에 있던 친구예요."


공정하게 채워진 각자의 잔은 약속이라도 한 듯 미연의 건배 제의에 서로의 몸을 부딪쳤고, 경쾌하면서도 깨끗한 밝은 소리와 함께 서로의 입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희정은 만족한 표정으로 현민은 묵묵한 표정으로 미연은 미간을 약간 찡그림으로 작자의 표현을 했다.


첫 번째의 동일 된 몸짓과는 상반되게 시간이 지나면서 잔은 각자의 의향대로 번갈아 주인들을 찾아갔다.


"도대체~ 나한텐 정말 맞지 않아~ 양주보다 어떨 땐 더 쓴 거 같고, 또 어떨 땐 부드럽게 넘어가고, 도무지 요놈은 알 수 없어"


한 모금 베어 물고 나서 미연의 푸념이 이어졌다.


"남들은 향기도 음미한다는데. 난 그놈이 그놈 같아서 말이야. 난 고작 94년에 과일 작황이 풍년이었고, 그해 유럽 쪽보다는 캘리포니아산이 좋다는 거. 

그리고 코냑 잔과 와인 잔이 틀린다는 것밖엔 몰라~"


"난 역시 양주 체질인가 봐~~ 호호호호"


이미 발그레해진 얼굴의 미연은 자기변명을 하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희정은 익숙한 표정으로 겸손하게 미연을 두둔한다.


"나도 잘 몰라~ 그냥 늘 부드러워서 좋아~ 몸도 풀리고 잠도 잘 오고 해서 말이야.~"


세 사람의 협동으로 와인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미연의 냉장고에 있던 또 한병의 와인과 또 다른 포도주가 포로가 되어 그들에게 끌려 나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서서히 그들에 의해 빈털터리로 변해갔다.


그들의 공간은 감미로운 음악과 적당한 취기와 따스한 온기가 함께하고 있었고, 그것으로 말미암은 첫 번째 피해자는 단연 미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의 미연은 술을 별로 즐기는 않는 편이었다.

친구들의 모임이나 회사의 회식 자리나 그 모든 형식적인 모임에 동반되는 술좌석은 미연에게는 커다란 부담이었고,

갖가지 교묘한 방법으로 미연만의 대처 방법으로 미연은 숙취에 대한 거부감과 다른 사람들 앞에서의 흐트러짐을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의 공간과 친구로 인해 들떠있는 그녀의 마음이 자신이 정한 주량을 훨씬 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해서는 안 될 오기가 작동되었고, 그녀의 거실에 장식용으로 늠름하게 세워져 있던 양주 한 병을 제물로 삼는 사고로 이어졌다.


미연의 사고는 그녀의 온몸과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는 깊은 취기의 세계로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미연의 이탈로 멋쩍어진 것은 현미이었다.


그 말엔 자기 아내에 대한 양해가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곤 빈 잔의 수평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미연의 손동작과 이미 머리를 식탁에 처박고, 깊은 수면으로 돌입하려는 미연의 흐트러진 모습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안 되겠어요~ 침대에다 옮겨 놔야겠어요!"


현민은 미연을 안고 그들의 침대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그가 표방하는 그들만의 공간의 규칙인 미연의 옷을 벗겨냈다.

양말과 그녀가 입고 있는 긴치마와 티셔츠. 허물을 벗는 뱀의 껍질처럼 미연의 옷가지는 현민에 의해 그렇게 벗겨졌다.

그리고, 벗겨진 미연의 늘씬한 하체로 인하여 또 다른 미묘한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바로 빨간색의 커플 팬티였다. 언젠가, 미연의 장난기로 구입한 앞뒤가 망사로 속이 환히 비치며, "Kiss me"이라는 애교 섞인 문구가 적혀져 있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려야 할 부분이 허전히 뚫려있는 팬티를 지금 술에 나가떨어진 아내가 입고 있음이 현미에게는 마치 우연히 발견한 보물인 양 가슴설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민은 그 순간 희정을 생각했다. 아니 아내의 실수를 만회해야 된다는 것과 적당히 끝맺음이 세 사람의 만남이 원활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형식적인 정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미연을 방에 옮겨놓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다시 거실로 나온 현민은 아직도 잔을 들고 있는 희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으로 아내의 약한 주량의 변명과 희정에게서의 약간의 양해를 원했다.

이어, 두 사람 모두 적당한 양해와 묵인으로 미연을 배제한 채 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현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묵묵함이 곧 희정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가끔은 가벼운 유머와 희정의 외국 생활로 모르고 있던 국내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가볍고 잔잔한 대화를 이어갔다.


희정이 술잔에 입을 댈 때쯤, 그들의 환한 거실에 갑자기 어둠이 엄습해왔다.

일순간 현민의 입에선" 어~"라는 한마디와" 어머나~"라며 내뱉은 두 사람의 말이 겹쳤다.

모든 공간에 존재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어둠만이 존재했다.

그 어둠은 근근이 이어졌던 그들의 대화와, 곁들인 양념과도 같았던 미묘한 목소리와, 최소한의 경계선과 다름없었던 유일한 불빛마저 삼켜버렸다.


그리고, 어색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 순간, 현민은 시력을 포기한 체, 청각으로 공간의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의 귀 기울임 속에는 온 사방에 그의 청각을 이용한 감지 활동이 시작되었다.

약간의 떨림과 미세한 소리에도 현민의 귀에는 파악되고 있었고,

잠시 자신의 침대에서 뒤적이는 미연의 움직임과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앞에 앉아있는 희정의 작은 움직임과

그녀의 치마 사이에서 부딪치는 섬유질의 소리는 그녀가 분명히 본능적으로 자신이 입고 있는 치마의 밑단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희정 그녀는 다음 동작으로 손이, 입고 있던 티셔츠로 옮겨졌고, 양쪽 어깨에 걸쳐진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다는 확신을 감지했다.


"어~~ 정전이나 봐요~ 가만히 있어 보세요~ 제가 확인해볼게요 ~"


현민이 일어서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차분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현민씨~ 술 드시고 전기 만지면 위험해요~ 그냥 있으세요~ 금세 다시 불이 들어오겠죠~"


희정의 목소리엔 두려움과 걱정이 실려있는 듯했다.

또 그 말은 현민의 엉거주춤한 몸짓을 원상태로 돌려놓게 되었다. 또한, 현민이 느끼는 가장 두려운 전기라는 단어 속에 함께 포함되어있었다.

그리고 어색한 기다림이 시작 될 때쯤. 놈이 움직였다. 그것은 현민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놈의 은밀한 반응에 현민은 당황했다.

아마도 놈과 어둠은 늘 함께하는 동반자인 마냥 현민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놈이 자신의 존재를 현민에게 알리는 작은 몸부림과도 같았고,

현민은 놈의 자기표현으로 인해 놈의 존재를 파악하고 놈에게 강력한 제지의 명령을 내린다.


조금의 시간의 흐른 뒤에 현민은 놈과 놈의 동조 세력이 있다는 걸 감지했다.

그것은 바로 현민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는 또 다른 현민 자신이었다.

놈은 언제나 자신의 동조 세력과 함께 현민을 찾아왔다.

현민은 늘 놈의 동조 세력에 의해 세뇌당하고 결국에는 놈에게 제압당하게 된다는 걸 현민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애매 무모한 상황이었다. 현민은 세뇌당하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 거부 뒤에는 아내 미연이 있었고, 그리고, 아내의 친구, 그리고 그녀의 남편과 앞으로 이어질 아내와 친구와의 관계 등을 내세워 놈의 동조 세력에 의한 세뇌를 거부했다.

거부로 일관된 현민의 생각은 치밀한 놈의 동조 세력의 합리적인 논리로 그리 길지 않았다.


놈들이 내세운 명분은 바로 희정의 묵인으로 인한 알 수 없는 접촉이었다.

그 묵인과 접촉으로 현민은 놈들에게 세뇌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놈과 그 동조 세력과 현민은 이미 연합군이 되어버렸다.

어둠 저 앞에 앉아있는 희정을 현민은 애써 그려본다.

분명, 여자의 본능적인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음은 아까 그가 들었던 몇 번의 옷매무새를 고치는 소리로 파악했다.

하지만, 현민은 그녀의 옷에 대한 의미를 삭제시키고, 그간의 그녀를 통해 바라봤던 그녀의 나체를 생각했다.

아마도. 짧은 커트 머릿밑으로 늘어진 하얀 목덜미와 가냘픈 어깨. 

그리고 와인잔을 꼭 쥐고 어색한 분위기가 빨리 반전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크고 하얀 그녀의 눈망울을 두리번거리고,

그 두 팔 사이에 자리 잡은, 무의식중에 본 그녀의 유방 크기를 모자이크의 조각을 맞추듯 완성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받쳐주고 있는 잘룩한 허리와 약간 비틀어진 배꼽. 이어, 다시 이어진 거대한 그녀의 엉덩이와 겹쳐 적당히 오므려진 기다란 다리.


아울러, 좀 전에 보고 온 아내의 커플 팬티 속 은밀한 부분의 수풀이 그의 상상 속에 함께 어울려져 그만의 그녀의 나체 수채화를 그려 나갔다.

그의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쯤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공격이 시작됐다. 

현민의 계획은 우연을 빙자하는 것이었다.

이미 그는 어둠 속의 모든 사물과 움직임을 거의 파악하고 있었다.

가구의 위치들이며, 건넛방에서 술에 취해 누워있는 아내 미연의 몸 상태까지도 그의 예리한 상황 파악에 수시로 접수되고 있었다.

어디쯤 식탁이 있고 어디에 빈 와인병과 아내가 사용한 빈잔들의 위치.

그리고 조용히 두 손으로 잔을 잡고 있는 아내의 친구 희정의 손과 그녀의 위치 역시 그는 정확히 파악했다. 그리고, 그는 자연스럽게 말한다.


"그렇겠네요~ 뭐 이따금 정전되는데 금방 들어오더라고요? 그나저나 놀랬죠? 희정씨?"

"아녀요~ 혼자 있는 것도 아닌데요. 뭘~~ 호호호"


그녀의 웃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킥킥킥 ~~~"

"왜요? 왜 그러세요?"


현민은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웃음이 궁금해졌다.


"왜 있잖아요. 예전에 이렇게 정전이 되면 애들이 키스타임이라고 소리 지르며 아우성들 치잖아요~!"

"아~~~ 허허허 그랬죠 ~~"


둘의 웃음으로 약간의 어색함이 사라졌다. 그리고, 현민의 치밀한 시도는 시작되었다.

현민은 정확히 지금 어둠 속에 자리 잡고 있을 희정의 발등에 자기 발을 올려 서서히 자기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자기 발이 그녀의 발등에 닿는 느낌과 동시에 희정이 잡고 있는 술잔을 더듬거리는 어색한 연기로 희정의 술잔을 무심코 잡게 되는 연극을 연출하며

희정씨 아직 술이 남아있어요?"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마음을 가다듬지만, 의지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알 수 없는 떨림이 함께했다.


"아~ 글쎄요~~ 어두워서요."


어색한 그녀의 변명은 술잔을 찾으려 좁은 식탁 위를 탐색했고, 그 탐색은 술병이 아닌 현민의 손을 잡게 되었다.

일순간, 현민과 희정의 몸짓은 거기서 정지해버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그 정지되었던 행동을 먼저 푼 것은 현미이었다.


"이런~ 정말 안 보이네요~` 희정씨 가만히 있어 보세요 ~제가 찾을게요 ~"


명분은 술병을 찾는 것으로 식탁에서 일어서는 계기가 되었고, 식탁을 더듬거리는 현민의 몸은 희정이 앉아있는 의자 쪽으로 서서히 이동해 갔다.

현민의 반복되는 손짓은 황량한 바닷가에 그물 짓을 하듯 식탁 주변에서 맴돌고 있었고, 거기엔 현민의 고의적인 위치선정이 함께했다.

현민은 분명 희정이 앉아있는 의자와 그녀의 어깨를 목표로 더듬거리며 희정 옆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계획한 대로 그의 두 손은 희정의 커트 머릿밑. 가냘픈 어깨에 정확히 도달했고, 주변은 어둠보다 더 깊은 둘만의 침묵이 또다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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