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쓰리섬야설)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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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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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를 보고 개천 댁이라고 부른다.

이름도 있었건만 복개천 끝자락에 자리를 틀고 앉아 20여 년이 넘게 대폿집을 하고 있는 이유로 동네의 사람들은 그렇게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맨 처음 무악재 고개를 넘어 불광동으로 들어서기 전, 이곳은 올망졸망한 가정집들이 즐비한 한적함이 있었다.

이런 곳에 그 당시 대폿집을 떡 하니 열었으니 사람들의 원성은 물론이고,

허구한 날 동회니, 구청에서는 다른 곳에서 장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으름장 아닌 으름장을 놓았지만, 아직도 나는 굳건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내가 장사를 시작하던 때만 해도 동네의 남자들은 시간만 있으면 대폿집을 기웃거리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혼자 사는 나를 어떻게 해볼 심산으로 음식을 나르는 내 궁뎅이를 쓰다듬기 일쑤고,

한밤중에 닫힌 가게 문을 살살 두드리면서 한 코만 내어달라고 사정하는 얌생이 들도 많았다.


그러나, 오는 좆대가리들을 무조건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기는 했다.

가게에 딸린 달랑 방 한 칸이고 보니, 술을 팔면서 보지를 내어주기는 더더욱 이나 어려웠고,

그저, 대포나 들이키면서 그놈의 젖퉁이 실하네, 고놈의 장딴지 튼실하기도 하지 하면서

지분거리는 꼬락서니를 그냥 놔두는 것으로 내 나름대로는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우리 가게의 먹거리로 유명한 것은 파전이었다.

싱싱한 쪽파와 해물을 넣어 지글지글 지져 내오는 파전에 막걸리를 한 사발 탁 걸치면 그 맛이 일품이었다.


‘화이고, 파전 속의 오징어처럼 아주머니 물건도 졸깃졸깃하겠어?’


암튼 사내자식들 이란 게 먹을 걸 처먹으면서도 대갈통 속으로는 그 생각뿐인 것이 한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손님이 빠지고 물먹은 솜처럼 파곤 죽이 되어 버린 몸을 이끌고, 방안으로 들어서면 남자 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몸이 곤하면 곤할수록 온몸을 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그 욕정은 밤사이 두 눈이 벌게질 정도의 불면을 가져다주었고,

새벽녘이면 두 가랑이 사이가 온통 힘을 주고 밤을 지새운 까닭에 가래톳이 서곤 했다.

결혼했었지만 그놈의 뻔뻔한 오입쟁이 남편에게 잘못 걸려 쪽박까지 찬 신세였지만

그나마 옆 동네의 복덕방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할 수가 있었다.


첫 결혼의 실패 후, 오갈 데 없는 나를 거두어 주신 그 할아버지는 나와 살림을 차린 후, 얼마 안 되어 심장마비로 세상을 하직했다.

사람들은 젊은 년이 밤새 늙은이 좆탱이를 주무르고, 돌려대다가 복상사했다고 씨부렁거려들 댔지만

할아버지의 죽음은 전처 자식의 자동차 사고 사망 소식 때문이었다.


나와 살림을 차린 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변사에 대비해서 고맙게도 할아버지는 나에게 한 재산 뭉텅 떼어서 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들이대셨다.

나는 한사코 아니라고 했지만, 할아버지는 자기랑 살아주는 것만 해도 그게 어디냐면서 고개를 저으셨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이불 홑청을 빨아 널다가 전화를 받았다. 병원이었다.

할아버지는 말씀 한마디 못 하고 돌아가셨는데,

나는 전화를 끊고 정신 나간 년처럼 그 많던 빨래를 다 하고서야 자리에 주저앉아 한 움큼이나 되는 눈물을 줄곧 쏟아냈다.

어째서 울음이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도저히 병원에까지 가서 할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할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결혼을 불행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손에 쥔 통장의 돈으로 접어 들어온 곳이 이 대폿집이었다.


이제 결혼에 대한 기대도, 남정네에 대한 욕구도 스스로 삭혀야 한다고 다짐했었고,

그나마 이곳에서 붙어살려면 문제 일으키지 말고 얌전하게 사는 길밖에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서른도 안 된 싱싱한 처녀 같은 여자가 혼자 살면서 술장사하고 앉았으니,

군침을 흘리는 남자가 생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무리가 있긴 했다.


어떻게든 보지 한번 꿰차려고, 저녁밥을 먹었음에도 소화제를 처먹어 가면서까지 우리 가게와 와서

다시 또 한 상 그득하게 보아 달라고 하면서 시내루를 먹이는 남자들 때문에 나는 자주 가게 밖으로 머리끄덩이를 붙들려 잡혀 나가기 일쑤였다.

물증은 없었지만, 남편들이 줄줄이 대폿집에 매달리는 현상은 오로지 내가 보지를 내두르며 장사를 하기 때문이라는 그네들만의 억지 때문이었다.

온 얼굴이 손톱에 긁히고, 머리카락은 산발해서,

옷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방안에 들어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피워 물려고 하면 목구멍이 메어 와서 도저히 연기를 삼킬 수가 없었다.


‘씨발년이 어디 동네에다 대고 보지를 내 둘러? 저것 밖에 먹고 살 짓이 없나?’


그래, 이 개 같은 년들아, 네 것들은 따스한 집구석에서 배 뚜드리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에, 밥 처먹고 가랑이만 벌려주면 되지만,

나는 이 짓 말고는 먹고 살길이 없다, 이 썅년들아.


그렇지만 나는 맞대놓고 그 소리를 한 번도 해보질 못했다.

그저 죽었음네 하면서 그네들의 분풀이를 모두 받아 마시는 수밖에는 그곳에서 버티고 살 방법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어느 겨울날 이었다.

함박눈이 급작스럽게 쏟아지던 12월의 어느 마지막 날, 갑작스럽게 내린 폭설로 무악재는 벌써 교통이 제한되고 있었다.

새해를 맞이할 거라는 기대감으로 사람들은 너나없이 집안에 들어앉아서 연말연시를 맞아

TV에서 해대는 스타들의 장기자랑이나 쇼 프로에 한적한 밤을 보내고 있는 즈음이었다.

몇 시간만 있으면 별로 달라질 것도 없었건만 새해가 왔다고 저마다 들썩거릴 그즈음의 시간.

그런 날이 나에게 있어서는 외롭기 그지없는 그런 밤일 수밖에 없었다.

저마다 집들을 찾아 나섰고, 일찌감치 가게는 쫑을 쳤을뿐더러, 눈까지 진저리나도록 쏟아지니 사람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으니까.


‘똑똑’

‘누구세요? 문 닫았는데요?’

‘술 한잔합시다. 어디 연 곳도 없는데.’

‘닫았다니깐요?’


나는 닫았다고 하면서도 가게의 쪽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쌓여 있는 눈을 보아하니 내일 아침에 연탄재를 뿌려도 아주 오지게 뿌려야 할 것만 같았다.

컴컴한 길가에 가로등만이 시푸르둥한데, 건장한 남자 둘이서 온몸에 눈을 수북이 맞은 채로 벌벌 떨며 서 있었다.


‘아주머니, 갈 길이 바쁜데, 어디 술 한잔 걸칠 곳도 없고, 이렇게 사정 한번 합시다.’

‘이 동네 분들이 아닌가 보네요?’

‘네, 저 아래쪽에 국립보건원 있는 동네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지 뭡니까? 길이 막혀서 차가 가야 말이죠?’

‘눈이 갑자기 쏟아져서 그럴 거예요. 암튼 들어오셔, 별로 장을 보아 둔 것도 마땅지않지만 술은 넉넉하니. 근데, 돈들은 있소?’


그 두 사람은 웃으면서 지갑을 꺼내 보였다. 한 사람은 지갑을 찾는 것 같은 모습이 어디에다 두고 나온 모양이었지만,

한 사람은 두둑한 지갑을 들어 보여서, 나는 웬 떡 인가하는 생각에, 서둘러 가게 안으로 두 사람을 들이고, 쪽문을 닫아걸었다.


나는 가게 안에 들어와 눈을 털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이 벌겋게 얼어있는 것을 보고 하는 소리였다.


‘옛날 생각하면서 이 눈에 눈싸움 좀 했죠.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그런 장난도 뒤통수가 가려워 어디서 하기도 그렇습디다.’

‘어디서 드실래요?’

‘저 아주머니만 괜찮으시다면, 방에서 마실 수 없을까요? 워낙 몸도 많이 얼었고, 바지가 눈에 젖어 축축해서.’

‘글쎄요. 그 방은 제가 자는 방이라. 에이 모르겠네. 새해 맞기 전에 좋은 일한 셈 치지 뭐.’


나는 겁도 없이 두 남자를 방안으로 들였다.

척 보기에 양순하게 생긴 두 남자는 무척 닮아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동네 양아치나 불량배 같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젖은 양말로 방안에 지천으로 물 뚝뚝 흘리게는 못하겠소. 들어가기 전에 양말은 벗어 놓고,

바지도 벗으슈, 내가 방안에서 갈아입을 허름한 옷을 찾아볼 테니.’


나는 가끔 주방 안을 대청소 할 때 입는, 몸빼를 내어다가 남자들에게 내어 주었다.

식당에 피워둔 석유난로 주위에 널어놓은 바지와 양말이 마를 때까지만 걸치고 있으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옷을 갈아입고는 난로 가의 철망에 양말과 바지를 널어놓았다.

난로의 불기를 조금 높이자, 금세 옷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면서 말라가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술 드시다가 잊어먹지 마소. 바지 태워 먹어도 내 책임은 아니니.’

‘예, 알겠습니다.’

‘어서 들어가 몸 좀 녹이소, 내 얼른 상 봐서 들어가지 뭐.’


나는 아까 낮에 쑤어놓은 파전 반죽을 꺼내 재빠른 솜씨로 부쳐대기 시작했다.

얼음이 섞인 채로 군내가 살살 도는 김치를 석석 썰어서 올려놓고, 낮에 팔다 남은 순대도 마저 상에 올렸다. 나는 상을 차리는 도중에 방안으로 소리를 쳤다.


‘술은 뭐로 드시게?’

‘그냥 소주로 주세요. 막걸리도 괜찮고.’


나는 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나 혼자 자기에도 비좁은 방 안에 장정 두 명이 버티고 앉아있으니 숨마저도 훅하니 갑갑해 온다.


‘저희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

‘고생이랄 것까지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아주머니는 꽤 젊으신 것 같은데, 어떻게 혼자.’

‘나이가 젊었어도 두 번이나 남편 갈아치운 독한 년이라오. 말하면 입 아프지.

그래도 이제까지 허투루 냄비 돌린 적이야 없는 걸로 위안 삼으며 살아가지만 서도.’


‘저희는 뭐 하는 사람처럼 보이세요?’

‘글쎄, 얼굴을 보아하니 밖에서 막일하는 사람 같지는 않고, 한데 손마디를 보니 책상에 앉아서 펜대 굴리는 사람들 같지는 않고, 혹시 장사하는 분들 아니쇼?’

‘어쩜 그렇게 잘 아세요?’

‘이런 장사 하다 보면 반은 관상쟁이가 되거든요.’


대폿집을 열고, 동네 주민들과의 마찰을 겪으면서도 한 3년을 보낸 그즈음이었다.

그런대로 오해도 풀리고, 혼자 사는 것이 께름직해도 보지를 내두르는 년은 아니라는 인식이 동네에 퍼질 때였다.


‘잠깐, 형, 밖에서 무슨 소리 안 났어?’


두 사람 중에 한 남자가 방문을 열고 가게 안을 유심히 살피다가 방문을 다시 닫았다.


‘두 분이 형제요?’

‘안 닮았나요? 저는 한눈에 알아보시는 줄 알았는데.’

‘보기에 나이도 그렇고, 지금 이런 날에는 가정으로 돌아가서 토끼 같은 자식들이랑, 여우 같은 마누라 품에 안겨서 제야의 종소리나 들어야 할 때 아닌가요?’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소주를 잔에 따랐고.


‘아주머니도 한 잔 받으시죠. 이런 날 손님도 없을 테니, 잘 됐지 뭡니까?’


하긴 딴은 그랬다. 

그렇게나마 고즈넉하게 깊어 가는 눈 오는 12월의 마지막 밤을 이렇게 손님을 앞에 놓고 술을 들이켜는 것도 과히 나쁘진 않아 보였으니까. 

이런 장사를 하다 보면 얕잡아 보이는 것이 싫어서 상대방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야자를 트는 것이 상례였지만

이런 점잖은 손님을 앞에 두고 보니 조금 께름칙하기는 했다.


‘형 많이 취하면 안 돼.’


동생이라는 사람은 왠지 조심성이 많아 보였다. 아까부터 긴장을 늦추질 않고 있는 모습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도.


‘괜찮아. 오랜만에 둘이서 마음 놓고 술이나 한잔하지 뭐.’


형이란 사람은 조금 여유로워 보였다.


‘두 분은 무슨 장사를 하시나?’

‘청계천에서 선친이 물려주신 공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형제분이?’

‘네, 동업이긴 해도 같이 벌어서 같이 먹고 사는 셈이죠.’

‘쉽진 않을 텐데.’

‘다들 그러더군요. 어떻게 형제간에 우애도 좋게, 다투지도 않고 그렇게 장사를 해나가느냐고 말이죠. 

같이 벌어 먹고사는데 굳이 싸울 이유도 없었고요. 

그런데, 이런 거 물어봐도 되려나 모르겠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왜요? 알려주면 같이 살아주려고?’

‘하하, 그런 게 아니고, 워낙 젊고 예쁜 분이 이런 장사 하실 것 같질 않아서 물어본 거죠. 뭐 마음에 두지는 마세요.’

‘이런 장사는 뭐 타고 날 때부터 이마에 써 붙이고 나온답니까? 그저 세상 굴러먹다 보니, 하게 된 거죠. 나이야 별로 먹질 않았어요.

아까부터 께름직하기는 했는데, 정확하게 스물아홉이에요. 몇 시간만 있으면 글쎄 서른이네, 벌써, 내 참.’


‘그럼 동생뻘이네. 우리 말 놓지?’

‘그러든지.’


세 사람은 스스럼없이 동네 친구처럼 말을 놓아가며 술잔을 돌리기 시작하고, 밤은 쏟아지는 눈과 함께 더욱 깊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오빠들은 어쩐 일로 이렇게 늦은 밤에 길을 나섰소?’

‘그게 얘기하면 길다. 어서 술이나 돌려 봐. 그거 파전 한번 먹음직하네. 저녁을 걸렀더니 이제야 시장기가 도네. 영근아,

너도 좀 먹어라, 아침부터 아무것도 입에 안 대더니.’


술만 거푸 차례로 들이키는 영근이라는 동생도 그제야 추위가 조금 풀렸는지 젓가락을 들고 파전을 집는 시늉을 한다.

술을 단번에 들이켠 형이라는 작자가 입을 열었다.


‘그게 얘기하면 길지. 아니 짧을 수도 있..’

‘형!’

‘괜찮아, 임마. 우리 인제 어디로 가겠느냐? 어디 갈 데도 없어. 오늘 밤, 이렇게 맘 편히 술을 대하고 마주 앉아 있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걸?’


두 사람의 비장한 눈빛이 오고 가는 것을 나는 솔직히 보질 못했다.


‘나이가 우리 집사람이랑 똑같네.’

‘결혼은 하셨소?’

‘했지. 그것도 한날한시에. 쌍둥이 자매랑.’

‘말로만 들었지, 이렇게 가까이서 쌍둥이 자매랑 결혼한 사람들은 첨 보네. 얼굴이 똑같아서 혹시 바꿔 잔 일은 없소?’

‘껄껄. 그런 일은 없지. 아무리 얼굴이 똑같아도 병신이 아닌 다음에야 제 마누라 얼굴도 못 알아볼 위인은 없어.

똑같아 보여도 미세한 차이가 있더라니깐. 영근아, 그렇지?’


‘그렇죠, 뭐.’


쓸쓸히 대답하는 동생. 두 사람 사이에는 무언가 분명히 있었다.


‘혹시 두 사람 무슨 일 저지르고 뺑소니치는 중 아니요?’


두 사람은 술을 들이켜다 말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사이 그 두 사람의 눈 안에 비치는 오락가락하는 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소름이 좍 돋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소?’


형이란 사람이 물었다.


‘뻔하지 뭐. 어디서 흠씬 사람이나 술에 취해서 두들겨 패다가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친 거 아닌가 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시각에 닫힌 술집을 기웃거리면서 시간을 보낼 위인들이 세상천지 또 있으려고? 다 당신 같은 작자들이지.’


‘형,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앉아!’


나를 향해 달려들려는 동생을 단번에 말소리 하나로 제어하는 형의 위엄. 나는 말도 못 하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겁먹지 마소. 우리가 너무 황당한 꼴을 당하고 와서 경황이 없기는 해도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는 않지. 안 그러냐? 영근아!

이렇게 추운 겨울날 우리를 위해 술상까지 봐주신 분인데.’


두 사람은 또다시 묵묵히 술잔을 든다. 내가 혹시라도 허튼짓이라도 할까 봐 두 사람은 오줌까지도 화장실도 가질 않고 비워진 술병에다 싸댔다.


‘나 하나도 겁 안나 다구. 어차피 이래 사나 저래 사나 좆같은 건 마찬가진데, 죽은들 뭐 별일 있으려고?’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면서 지분거렸다. 방안에는 삶에 지친 세 사람의 영혼이 아무런 기약도 없이 술잔에, 담배에 절어 가고들 있었다.


‘무슨 일들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야반도주들을 하시나?’

‘너 같은 동생뻘의 여자를 아내로 맞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지. 이쁘기는 오죽이나 이뻤다고?

동네 사람들이나 주변 상가의 사람들이 혀를 차면서 이제 제대로 걸어 다니려나 모르겠다면서 매달 보약 꽤 먹어야 할 거라면서 부러워했으니까.’


‘형! 그만해! 그런 얘긴 뭣 하러?’

‘괜찮아, 우리 심정을 가식 없이 이해해 줄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있을 것 같냐? 아내에다가 아내의 정부를 모두 때려죽인 형제의 용감한 행동?

웃긴 얘기지. 우린 그냥 살인자야. 동정도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는.’


‘무슨 얘긴지.’

‘귀가 있으면 들었을 거 아냐? 우리 조금 전 사람 죽이고 왔다니깐. 이 두 손으로, 아니 동생 손까지 넷 손으로.’


내 앞에 내민 손은 아직 언 기운이 가시질 않은 것처럼 벌겠는데, 그것은 다 지워지지 않은 핏자국이 분명했다.

그들은 손에 묻은 핏자국을 씻으려고 쌓인 눈에 손을 닦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 스스로 그 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 지경까지.’

‘매일 가게에 둘이 붙어 있고, 아래 윗집에 살던 우리 형제는 그렇게 의가 좋을 수 없었지.

선친이 물려주신 공구상도 나날이 잘 되어가고, 그에 더하여 결혼도 성공적으로 해서인지, 남 부러운 것이 없었는데.’


형이란 사람이 울고 있었다. 그 뒤를 이어서 동생이 말을 이었다. 세 사람은 이미 소주를 다섯 병이나 넘게 비우고 있었다. 이미 혀가 조금은 돌아간 상태였다.


‘결혼이 문제였죠. 중매로 만난 그 쌍둥이 자매는 청계천 기름밥을 먹는 우리 형제에게 오기에는 과분하게 보였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형제는 두 사람에게 너무나 잘했지요.

자그마한 공구상이었지만 선친 때부터의 인맥과 터를 닦음으로 인해서 벌이가 대단했던 고로

그 두 사람에게는 호화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던 것을 결혼하기 전까지도 몰랐었다고 하대요.

우리 두 형제는 뼈가 빠지도록 청계천 그 탁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생고생하는 도중에도 그 두 사람은 이리저리 흥청망청 돈 쓰러 다니기 바빴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떠했겠어요? 미모 뛰어나겠다. 비싼 차 몰고 다녀, 돈도 흥청망청, 남자들이 안 붙으면 그게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문제는?’

‘쌍둥이라는 것에 있었죠.’


‘그년들이 좋아하는 나쁜 새끼들의 형상도 비슷한 따라지를 찾아다닌 게 문제였죠.

그년들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서로가 한 남자를 못내 사무치게 따라다닌 겁니다.

제비족 같은 새끼인데, 뻔히 언니, 동생 사이인 줄 알면서 그 새끼는 겁대가리도 없이 두 년을 동시에 만나버린 거예요.

우리가 일을 나가고 나면, 하루는 우리 집에서, 하루는 형네 집에 모여 셋 연놈이 보지가 찢어지도록, 좆대가리가 쓰라릴 때까지 

씹질에, 좆질에 정신을 놓고 있었던 걸, 우리만 바보같이 몰랐던 거죠.’


‘어떻게 그런 일이.’


울고 있던 형이 고개를 들고 소주를 나발을 불더니만 바닥에 턱 하니 내려놓으며 말을 받았다.


‘그뿐인가? 동생이 지방에 납품하러 간다며, 출장을 가면 내 여편네는 동생이 혼자 자기 무서울 거라면서 자기가 가서 자 준다고 하면

나는 의심도 안 하고 보내줬더니만 그예 그놈이랑 셋이서 얼씨구나 좋다고 하면서 뻔히 옆집에서 내가 자는데도

밤이 새도록 섹스에 온 정력을 탕진했으니. 씨부럴년. 죽어 싸지.’


‘그건 자매지간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악귀였다니깐, 형!’


그 두 사람은 아직도 분이 풀리질 않는지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둘의 얘기에 의하면 자매의 불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집에 일하러 오는 파출부 아주머니의 귀띔으로 가까스로 눈치챌 수 있었다는데,


‘우리가 조금씩 고삐를 조여 대기 시작하니깐, 이것들이 발광하기 시작하는데, 눈 뜨고는 못 봐주겠더라고요.

급기야, 흥신소 사람을 써서 알아보니 글쎄 이 셋 연놈이 작당하고 우리를 죽일 결심까지 했다고 하더라는 말에 눈이 삥 돌아버린 거죠.’


동생이라는 사람이 그 말과 동시에 밥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한동안 뜸하다 싶어서 나와 동생은 송년회를 핑계 삼아 오늘 밤늦게 들어간다고 집에 얘기해 놓고서 밖에서 기다리다가 몰래 집안에 들어갔던 거요.’

‘그런데요?’


‘아니나 다를까, 한동안 옴짝달싹 못 하게 다그쳤으니 셋 연놈이 살을 섞을 수가 없었지 않았겠소?

그러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우리 집에 모여, 그것도 저녁도 되기 전, 6시부터 모여서 씹질을 하대. 내 정말 기가 차서.

난 그냥 방안을 치고 들어가서 현장을 까발린 뒤에 끝장을 보려고 했었고.

내가 앞장서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소리를 치는데, 뒤따라 들어 온 동생이 공구상에서 가져온 소방용 큰 도끼를 마구 휘두른 거야.

온 사방으로 피가 튀고, 셋 연놈은 대가리가 빠개진 채로 씹질을 하다 말고 벌거벗은 채로 골로 갔고,

나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상태였으니.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도끼를 빼앗은 뒤에 피를 닦고 내 손자국을 묻힌 뒤에 집에서 나온 거요.

그리고 이곳에 바로 걸어 온 거지. 나는 어떻게 되더라도 동생은 살아남아야 하질 않겠어?’


‘형!’


두 형제는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냥 잘 살게 놔두었으면 법 없이도 살 것처럼 생긴 두 사람을 그 지경으로 몰아간 쌍둥이 자매의 그 행태가 이가 갈리도록 얄미웠다.

방안은 담배 연기로 희뿌연 형광등이 더 어둡게 보이고 있었다. 열어놓은 창밖으로 내리는 함박눈의 눈발이 하나, 둘,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 앞으로 어떡할 거요?’


‘..’


‘자수해야 할 거 아니겠소?’

‘어차피 자수해 봐야 살려줄 것 같지도 않고. 암튼, 오늘 술 정말 고맙게 먹었소. 우리 정신이 남아 있을 때 술값이라도 치릅시다. 자 여기 있소.’


그 형이란 사람은 지갑을 나에게 통째로 던졌다. 받아 든 지갑에는 듬직한 지폐의 무게가 흠씬 느껴지고 있었다.

언제나 나를 거쳐 간 남자들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이렇게 뭉텅이 돈을 남겼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여기서 나가기 전에 나도 보답 좀 하자구요.’

‘무슨.’


형제는 멀거니 나를 쳐다 보며 의문스레 바라본다.


‘이제 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다시는 여자 구경 못 해보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


두 형제는 말이 없었다.


‘댁들 아내처럼 이쁘지는 않아도, 나란 여자, 어디 쉽사리 돌려대는 냄비는 아니라오.

세상에는 댁들 아내처럼 보지에 스스로 불붙여가며 사는 년만 있는 게 아니라,

혼자 살아도 이렇게 보듬고 사는 냄비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보내야 내 맘이 편할 것 같아서.’


나는 술상을 방에서 내어 갔다. 이미 난로 곁에 걸어놓은 양말과 바지는 바싹 말라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걷어서 곱게 접어 방으로 갖고 들어왔고, 방안에 들어서서 나는 입고 있던 옷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잘 봐두소. 이제 언제 다시 여자 구경하겠나 싶네.’


나는 별로 잘나진 못했지만, 옷을 주섬주섬 벗어가면서 두 남자의 진한 눈초리를 양 사방으로 느끼고 있었다.

옷이 모두 몸에서 떨어져 나가자, 두 남자는 그제야 술김에라도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이 내 몸 곁으로 다가선다.

서 있는 내 두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고, 속으로는 이놈들이 나를 덮치고 죽이고 갈지도 모르는데 라는 일말의 의심도 들었지만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미련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들의 손이 내 다리를 타고 올라오면서 나는 헉하는 숨이 빠져나오면서 두 다리의 힘을 잃고 휘청거렸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남자의 손길인지.


두 사람은 쫓기는 와중에 있으면서도 조급해하질 않았다.

어차피 세상 밖이 열려 있다고 해 봐야 그들이 날고 길 수 있는 구석은 새해가 밝았다손 치더라도 없었으니까.

나는 바닥에 누워버렸다. 더 이상 지탱하고 있을 수 없을 만치 두 사람의 손길은 집요하게 나의 아랫도리를 향해 뻗쳐 왔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옷을 벗는다.

조급함 속에서도 그들의 얼굴에 잠시나마 여자를 품는다는 안온한 미소가 흐르는 것에 나는 위안으로 삼는다.

이렇게라도 그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세상 여자들에 대한 미움이 조금이라도 사그라들 수만 있다면.


두 형제는 나의 몸을 반반씩 책임진 것처럼 양쪽에서 나의 온 전신을 혀로 핥아서 올라왔다.

가뜩이나 간지럼을 잘 타는 나였지만

그렇다고 발끝에서부터 차근차근 핥으면서 빨아 올라오는 그들을 향해 간지럽다고 소리칠만한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내 몸은 두 형제의 애무에 따라 반쪽씩 따로따로 반응하는 것만 같았다.

형의 혀는 딴딴하면서도 그 진행이 거침이 없어 쾌감이 쾌속으로 가로지르는 반면에,

동생의 혀는 무르면서도 그 동작이 부드러워서 쾌감 또한 깊이가 있었다.


두 사람의 머리가 내 젖에 가까이 왔을 때, 나는 내 두 다리가 제멋대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는 것이 내려다보였다.

아마도 그들의 애무에 온 사지가 어쩔 줄 모르고 반응하는 것만 같았고. 나는 내 젖꼭지에 매달려 혀를 돌려대고 있는 두 형제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땀으로 끈끈한 두 사람의 머릿결,


인제야 군데군데 덕지덕지 붙은 핏자국을 팔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오늘 하루는 무척 길었으리라.

나는 그들이 나의 젖을 보듬으며, 살갑게 빨아대는 모습을 고개를 들어 보려 했지만

가슴을 타고 옆구리를 뒤흔드는 쾌감으로 인해 고갯짓만 열심히 해댈 뿐, 시선을 마주치기조차 못하고 있었다.


동생이 방 뒤쪽에 놓아두었던 내 베개를 갖고 오더니 나에게 배어주고는 형과 함께 무릎을 꿇은 채로, 잔뜩 발기된 두 좆을 양쪽에서 내 입에 들이댄다.

나는 한입에 베어 물기도 힘든 그 큰 좆을 양쪽으로 번갈아 가며 핥아대고,


두 형제는 상체를 기울여 내가 좆을 빨아주는 동안 쉬지 않고 내 젖과 보지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나를 애무해 갔다.

형제의 좆에서는 남자들만이 가진 특유의 냄새가 나고 있었다. 땀 냄새까지 곁들여져서 자칫 구역질이 날 법도 했지만,

내 보지도 그에 못지않게 씻지 않았음으로써 쉰내가 등청할 것을 생각한다면 피차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무거운 어깨와 찢어진 상처를 감싸듯이 그런 냄새들이야 내 혀로 깨끗이 씻어주면 그만인 것을.

아마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내 보지를 빨고 있을 것이다.

서로가 상처받은 영혼들, 이렇게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에 나 또한 감사하고 있었으니까.


동생이 나의 가슴 위에 올라타고 내 입 안에 정식으로 좆을 들이밀 때, 형이 먼저 내 가랑이를 벌리면서 아래쪽에서 좆을 들이밀었다.


‘끙!’


그의 한숨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나는 자그마한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지만, 동생의 좆이 입 안에 막혀 있었기에 들리질 않았다.

다리를 좌우로 벌리고, 허리를 들이밀면서 형은 너무 좋다는 말을 되뇌고 있었다.

오랫동안 남자를 받아들이질 않았던 나의 보지는 아마도 처녀의 그것처럼 쪼이는 것이 대단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창피하게도 어찌나 질척거리는 소리는 그리도 크게 나던지. 형이 동생의 어깨를 툭 하고 쳤다.


내 가슴 위에 올라타고 있던 동생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형이 나의 몸을 뒤집는다.

나는 개처럼 엎드린 자세가 되어 조금 전까지 내 보지 안을 들락거리던 형의 좆대가리를 입안에 물고야 만다.

시큼한 내 씹물 맛. 내가 엉덩이를 뒤로 하고 있다가 나는 눈앞이 까매지는 통증과 함께 악 하는 비명마저 질러댔다.

보기보다 컸던 모양이었다. 온 사타구니가 뻐개지는 것 같은 통증도 잠시,

동생은 격렬한 몸짓으로 내 보지에 사정을 두지 않고 좆을 담그기 시작하고.


‘척척척척..’


두 사람은 마치 나에게 보지가 두 개라도 되는 양, 앞뒤에서 마구 좆을 쑤셔 박았다.


‘형님, 흑흑. 형님. 이제 마지막인데. 같이 하죠, 네?’

‘그거 좋지, 옛날처럼?’


두 형제는 오입도 같이 다녔던 모양이었다.

동생이 뒤에서 내 보지에 박고 있던 좆을 빼지도 않은 채, 내 등 뒤에 들러붙어 레슬링 하듯이 내 몸을 안아서 덥석 뒤집었다.

나는 어느새 동생의 그 길고 굵은 좆이 박힌 채로, 동생의 몸 위에 누워있는 형상이 되었고,

형은 밑으로 내려가더니 동생의 좆이 박힌 내 보지를 한번 쓰다듬더니만 가랑이를 서서히 벌렸다.


‘끙!’


다시 한번 외친 신음은 내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

동생의 좆이 보지를 찢어질 듯이 밑으로부터 벌려 놓았음에도 형은 아랑곳하질 않고 그 사이로 자신의 좆대를 끼워 넣듯이

내 보지에 동시에 두 좆을 한꺼번에 넣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픔이라기보다는 경악, 그 자체였다. 두 좆이 동시에 씰룩대며 보지 안에서 꿈틀대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기에.


‘윽윽윽. 당신. 정말 .정말. 고마워..윽윽..’


형은 위에서 내 가랑이가 터질 듯이 허리를 내려찍다가 사정의 말미를 장식했다.

나는 동생의 몸 위에서 동생에게 두 젖이 붙들린 채로 밑에서부터 마구 치밀어 오르면서 좆을 올려 쳐대는 동생의 그 희한한 좆질에 자지러지고 있었다.

형이 싸놓은 좆물이 뭉글대며 삐져나오는 와중에도 동생은 허리를 들썩이며, 내 보지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윽윽. 윽윽. 당신 형제들 정말 대단해. 윽윽. 당신들을 놔두고 바람피운 그년들이 윽윽. 미친 년이지.’


동생마저도 나의 보지에 끝도 없이 좆물을 쏘아댔다.

나의 보지에서는 꿀물을 엎어놓은 것처럼 한도 없이 두 사람이 싸 놓은 좆물이 무진장으로 흘러내렸다.

세 사람은 말이 없이 그렇게 방안에 널브러져서 한참을 누워 있었다.


내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좆물을 깨끗이 닦아주고 두 형제는 나에게 옷을 입혀 주었다.

나는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그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방안을 나서는 것을 보며, 정신을 놓았다. 아마도 잔뜩 오른 술기운 때문이었는가 보다.

나는 아침이 되어서야, 열어놓은 창문으로 스며드는 한기로 눈을 뜰 수 있었다. 내가 누운 옆에는 형이란 사람이 놓고 간 두툼한 지갑이 놓여 있었으며,

그 안에는 가게에서 같이 동생과 찍은 듯한 사진이 있었다.

그리고, 지갑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돈뭉치. 그러나, 아무리 주민등록증이 있다손 쳐도 쓸 수는 없었다. 그것은 원래부터 내 돈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가게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에 탁자 위에 놓인 쪽지를 발견했다.


‘동생! 어젯밤에는 고마웠어. 아마도 저승 가는 길에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라고 자네를 만나게 해주었는가 보네.

지갑 안에 있는 돈은 내가 주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누가 뭐라 하면 이 편지를 보여주면 될 거야.

아마도 우리 형제의 얼어 죽은 시체를 찾으려면 눈이 녹는 봄쯤이 아닐까 싶어.

통장에 있는 돈도 다 찾아 써도 돼. 비밀번호는 1234야.

우리 형제의 시체가 나오기 전에 어서 빨리 돈이나 찾아서 다른 곳으로 이사라도 가.

그리고, 이제까지 보듬어 왔던 그 냄비. 영원히 잘 간직하고. 나중에 저세상에서나 보자고..’


그 편지는 두 사람의 유서였다. 그러나, 나는 그 유서와 지갑을 미련 없이 경찰서에 갖다주었다. 그 사진만을 빼고서.

왜냐하면 그 사진은 내 옆에서 자고 있는 쌍둥이의 아빠들 사진 이었으니까.


나는 두 형제의 주변 친척들 도움으로 유서에 적힌 대로 두 형제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내 곁에는 두 형제의 유일한 혈육인 쌍둥이 민혁이와 민수를 낳아서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가게에 도우미를 두고, 전혀 나가지 않게끔 되었지만, 가끔 외로울 때는 그 골방에 누워서

그 밤, 죽음을 앞두고 나를 달뜨게 했던, 쌍둥이에게는 아빠가 되는 두 형제의 모습을 그려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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