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야설

(네토야설) 이삿날 골뱅이 된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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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밍키넷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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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미세먼지가 온 하늘을 뒤덮은 어느 평일

서울 시내 집값은 내려간다지만 이미 작년부터 치솟은 전셋값은 우리 부부의 보금자리를 사대문에서 조금 더 멀리 밀어내었다.


가재도구는 이미 다 옮겼지만 한바탕 이사 후에 내려앉은 먼지며 잡동사니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겨울의 짧은 해가 지고 밖이 어둑해져 있었다.


“어휴, 이삿짐센터가 다 해주는 줄 알았는데 일이 끊이지 않네. 벌써 배고프다 자기야”


한참 부엌 싱크대를 광이 나게 닦고서 다리가 아픈지 쭈그리고 앉은 아내의 이름은 백보영으로 올해 37살이다.

나름 의류 판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지만 장기불황의 한파를 빗겨나지 못하고 한달 한달을 언젠가 올 호황을 꿈꾸며 연명하고 있다.

아직은 아이를 가지지 못하고 단출한 두 식구로 10평 투룸이지만 투덕거리며 살기에는 크게 부족하진 않다.


“그러게, 세입자 인생이 고달픈 줄 오래간만에 또 떠올리네. ㅠㅠ 우리 오늘 먼지도 많이 마셨는데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오. 우리 서방님 웬일로 맘에 쏙 드는 말씀을 다 하실까? 너무 배고프다 얼른 준비하고 나가자 자기야”


준비랄 것도 없이 추리닝에 외투 하나 걸치고 우리는 역 주변에 있는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부동산에서 처음 소개해줄 때는 5분 역세권이라더니 차로 5분, 걸어서는 10분이 걸리는 애매한 위치였다.

그만큼 전세금 또한 저렴하였기에 속에서 이는 짜증을 다독이며 걸었다.


“자기야 춥지? 생각보다 식당까지 머네.”

“어휴 뭐 어쩌겠어, 어서 돈 많이 벌어서 지하철 옆 아파트로 이사해야지”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가게는 한산했고 한쪽 구석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온 노인 내외가 손자에게 고기를 구워 주고 있었고

다른 구석에는 근처에 공사장이 있는지 작업 점퍼를 걸친 50~60대로 보이는 인부 두 명이 소주를 걸치며 하루의 노고를 풀고 있어 보였다.


“이모, 여기 삼겹살 삼 인분이랑 참이슬 한 병 그리고 카스 하나 주세요!”

“어. 여보 말아서 마시게? 그러다 또 쓰러지면 나 못 업고가. ㅠㅠ”

“에이. 괜찮아, 나 오늘 너무 목이 말라서 딱 한 잔 말아서 마시면 정말 시원할 거 같아”


나의 아내 지영이는 술이 엄청나게 약하지만, 또 술을 그렇게 좋아한다.

의류 쪽 거래처들과 한잔하고 쓰러지기 전에 나에게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찾아가 업고 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종일 먼지 속에서 고생했기에 나도 폭탄주 한잔 생각에 입 안에 침이 고였다.


“치이익”


불판에 고기를 얹고 우리는 맥주잔 가득히 소맥을 말아 우리의 새 출발을 축하했다.


“고생했어! 자기야 짠”

“카 정말 시원하다, 한 잔만 더 마시자!”

“어이구. 이 사람 봐 왜 이리 신났어?, 그래 오늘은 편하게 먹자 내가 책임질게.ㅎㅎ”

“응. 그래 울 서방님이랑 먹는데 뭐가 걱정이야 히히”


아내는 빈속에 폭탄주를 들이켰더니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라 있어 왠지 귀여워 보였다.

162센티미터 키에 52킬로 몸무게로 적당한 몸매에

가슴은 그리 크지 않지만, 골반이 넓어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 스타일의 바지를 입은 아내의 몸은 귀여운 얼굴과 상반되게 그 색기를 내뿜는 중이었다.

술이 오른 나의 눈에 더없이 섹시해 보였다.


“여보. 오늘 너무 이쁜데? 술이 벌써 취했나?”

“어머. 이 사람 봐, 자기 와이프 이쁜 걸 여태 몰랐어? 어이구.

내가 이래 봬도 거래처 사장님들 중에는 아직 시집 안 간 처녀인 줄 알고 소개해준다는 사람도 있어”


“그래? 한번 만나보지. 결혼한 거 속이고 선보면 스릴있게 재미있지 않았을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사람이. 그렇게 하면 재밌겠지만.ㅎㅎ 상대방한테 못 할 짓이잖아, 내가 좀 매력적이어야지!”

“아이고. 그래 우리 자기 엉덩이 뒤태는 정말 매력적이긴 하지”

“어머. 이 사람 봐. 사람들 들어!!”


아내는 화들짝 놀래며 안 그래도 발개진 얼굴을 붉혔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엉덩이 이야기를 한 걸 들었는지 뒤에 앉은 중년의 노가다꾼들이 아내 엉덩이를 힐끔거리는 것이 보였다.

순간 욱하고 화가 올랐지만 드센 막노동 일에 거칠어진 피부와 굵은 손가락을 보니 내가 저 사람들과 싸우면 힘에서 밀릴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애써 못 본 척 하며 순간의 민망함을 지우고자 잔을 들었다.


“에이. 자기야. 둘이서 먹는데 혼자 마시면 어떡해”

“여보. 그렇게 마셔서 괜찮겠어?”

“응. 오늘 술이 술술 잘 들어 가네, 기분 좋아. 히히”


그러고는 일어나서 나의 귓가에 속삭이며


“자기가 나 엉덩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기분 좋아”라며 요염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가 일어서자 아내의 레깅스로 감싸인 엉덩이가 그대로 노가다꾼들 눈앞에 노출이 되었고,

순간 나는 뒤에 앉은 막 노동꾼 두 명의 시선이 아내의 엉덩이에 꽂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러고서는 연장자로 보이는 오른쪽 사람이 나를 슬쩍 보더니 희미하게 비웃는 듯 입꼬리를 실룩이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심장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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