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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S야설) 다혜누나(그 여름의 여행) -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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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8년도 가을에 군 입대를 했다. 부대가 좀 엄한 곳이었던지라, 99년 하고도 늦봄이 되어서야 겨우 첫 휴가를 나올 수가 있었다.

부대를 나서자마자, 나는 곧장 사촌인 다혜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설레는 마음을 진정코자 애쓰며 돌린 번호에서는, "없는 국번입니다. "소리만 포장된 상냥함으로 거듭해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나한테는 초등학교 때부터의 친구인 주현이 녀석 번호를 누르게 되었다.

전화 속 녀석의 목소리는 쾌활하게 나를 반겼지만, 나는 왠지 서먹서먹한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녀석도 속마음은 나와 같기에 이렇든 격앙된 목소리로 부러 반가운 티를 내는 것인지도 몰랐다.


"진작 전화했으면 야, 내가 부대 쪽까지 마중 나갔을 텐데~!"


나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녀석도 호들갑스레 떠들 밑천이 대충 떨어진 것 같았다.

나는 이쯤에서 대충 끊을까 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너, 다혜 누나한테는 연락해 봤냐?"


뜻밖에, 녀석이 먼저 누나의 이름을 들먹이는 것이었다.


"어...... 아니, 아직..."

"잘됐다. 실은 누나 전화번호가 바뀌어대거든. 혹시 너한테서 연락이 오면 꼭 전해달라 그러더라."


녀석의 말투가, 아까와 딴판으로 조심스러웠다. 나 역시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려 왔다.

우리는 제각기, 작년 내가 입대하기 직전에 떠났던, 그 여름의 여행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쩌면 내 평생, 결코 잊히지 않을,


내가 다소 급작스레 군에 입대하게 된 건, 새로 시작한 대학 생활에 내가 도통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년간의 힘든 재수 생활 끝에 겨우 모 사립대에 입학했건만, 학교생활은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신입생들은 무슨 출석번호 비슷한 학번에 따라 몇 개 반으로 무작위로 나뉘었고, 곧장 전공을 선택하기 위한 학점 경쟁에 들어갔다.

새로 알게 된 아이들은 모두 서로 서먹해 하면서, 술자리에서나 술기운을 빌려 서로의 과장된 우정을 흉내 낼 뿐이었다.


모든 것이 1년간의 괴로운 재수 생활로 지칠 대로 지친 나로서는 견디기 힘들었다.

나는 결국 휴학원을 냈다. 고3 때부터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 내가 재수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 제공자였는데,

그 무렵 자기네 학교 선배와 눈이 맞아 버렸다. 참으로 암담한 시절이었다.

아무런 희망도,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때 유일하게 내 곁에 있어 주고, 나를 다독거려 준 것이 바로 사촌 누나 다혜였다.

그녀는 때로는 위로해 주고, 때로는 꾸짖어도 주면서 벼랑 끝에 내몰린 듯했던 나를 지탱해 주었었다.


나보다 네 살이 많은 그녀는 당시, 돌연 일본으로 가 거기서 학업을 마치고는, 돌아와서 디자인 계통으로 취직했지만,

마침 닥쳐온 불황으로 실직하고 집에서 놀던 참이었다.

그 과정에서 다소 야릇한 일도 본의 아니게(?) 생겨 버렸지만,

힘들던 때 누나는 내 엄마 노릇을 해 주었는데, 내 진짜 엄마는 사내자식 꼬락서니가 한심하다며 덜컥 입대 신청을 해 버렸다.

다혜 누나는 그런 식으로 도망치듯 입대하는 게 아니라서 극구 말렸지만,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영장이 나와 버렸고, 나는 그걸 거부할 명분도 없었다.

그래서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나는 입대에 앞서 나 자신을 좀 정리하고 싶었고, 다혜 누나는 전부터 꼭 한번 울릉도에 가 보고 싶어서 자기 친구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있던 참이었다.

해서 내 불알친구인 주현이까지 해서, 2박 3일 잡고 휭하니 다녀오자는 데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우리 둘이 가는 건. 좀 그렇지?"


누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고, 나 또한 똑같이 어색한 웃음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더랬다.


"미안, 미안해. 나 많이 늦었지?"

"안녕하세요? 저는 정호 친구 주현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주현이 녀석, 다혜 누나는 보자마자 도통 눈을 떼지 못했다. 하기야, 정말로 수많은 남자가 그래 왔었다.


"민정이 누나는?"

"응. 실은 걔 기다리느라고 많이 늦었던 거거든. 걔가 오늘 갑자기 집안에 일이 있다 그러네? 오늘은 도저히 같이 못 가겠다 그러더라고."


어라, 이건 낭패였다. 모처럼 짝 맞춰 날 잡은 여행이었는데. 남자 둘, 여자 하나로 떠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애매했다.


"어떡하지? 그냥 우리끼리 갈까? 아니면 나중에 다시 날 잡을까?"


내 굳은 표정을 살피며 누나가 덧붙였다. 뭐 나나 주현이야 상관없겠지만, 다혜 누나로서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어. 그냥 우리끼리 가죠! 얘 (나 말이다) 군대에 갈 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 또 시간 잡겠어요? 그냥 지금 출발하죠."


주현이 녀석이 얼른 말해버렸고, 다혜 누나도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현이 녀석이 누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노골적으로 눈웃음 보이고 하는 건 좀 보기에 그랬다.

누나가 그것 때문에 불편해하지나 않을지 많이 걱정되었다.

녀석은 화장실 가는 길에 내 어깨를 치면서 음흉하게 이빨을 보이기도 했다.


"야... 디따 이쁜데~? 네 살 많다 그러더니 너보다도 더 어려 보인다~ 진짜 동안에다, 무지 귀엽다."


버스로 양양까지 가서, 다시 거기서 배를 타고 세 시간을 가야 울릉도였다.

민정이 누나가 펑크를 낸 문제로 지체한 것 때문에라도 서둘러야 했다.

양양도 이것저것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지만, 구경할 새도 없이 곧장 배를 타야 했다.

뭐, 돌아오는 길에 천천히 구경하기로 했으니까.


컨디션이 안 좋았던지 나는 뱃멀미를 좀 했다. 날씨가 안 좋아선지 배가 좀 흔들렸던 것이다.

주현이 녀석이 등을 두들겨 주었고, 누나가 보드라운 손길로 이마에 땀을 훔쳐주었다.

가는 동안 우리는 꽤 친해졌다.


울릉도의 숙소에 도착했을 땐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다. 나는 멀미도 하고 해서 꽤 피곤했지만 주현이 녀석은 쌩쌩해 보였다.

방을 잡는 문제로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방 하나를 같이 쓰기도 했다.

좀 불편하기는 하겠지만, 욕실 겸 화장실이 딸려 있고 해서 별문제는 없으리라 여겼다.


"동생들인데 뭘~"


누나는 별걱정을 다한다는 듯 웃으며 아무렇잖게 넘겨버렸다.


오는 길에 장을 좀 봐두었어야 했는데, 밤길에 숙소 찾고 어쩌고 하느라고 정신이 없어 미처 그러지를 못했더랬다.

그래서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고, 외진 곳이라서 좀 멀리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누난 여기 있어. 주현이랑 둘이서 다녀올게."

"어. 그래. 그럼 키 가지고 가."


다혜 누나를 방에 남겨두고 둘이서 민박을 나섰다.

일부러 외진 곳을 잡았던지라 바깥은 거의 허허벌판이었다. 그런데,


"야. 정호야. 굳이 멀리 안 나가도 되겠는데?"


민박집을 나서다 말고 주현이 녀석이 이러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민박 내에 조그만 슈퍼가 하나 딸려 있었던 거다. 작고,

물건들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있고 그랬지만 술이니 안줏거리, 반찬거리, 부탄가스를 사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소규모나마 특산품들까지 팔고 있었다.)

바로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예정보다 훨씬 빨리 (실은 거의 노타임으로) 방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키로 문을 따고 들어가 보니, 방에 누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해서, 응, 어디 간 거지? 하고 두리번거리려니깐, 갑자기 주현이 녀석이 내 어깨를 꽉 틀어쥐는 것이었다.


"응? 왜 그래?"

"쉿!! 잠깐만!"


주현이가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욕실 쪽을 가리켰다.

방에 딸린 욕실 문의 반투명 유리창에, 뽀얀 사람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주현이의 얼굴에 일순 긴장이 어리며, 무언가 마력에 홀린 것처럼 살금살금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도 왠지 모르게, 그 뒤를 따라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욕실 문의 반투명 유리창 한구석에 살짝 이가 빠져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틈새가 있다는 걸, 우리가 미리 인식하고 있었던 건지

그때에야 깨달았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틈 사이로 보이는 욕실 안에서는, 다혜 누나가 속옷 차림으로 욕조에 목욕물을 받고 있었다.

물이 욕조에 거의 차오르고 있는 걸로 보아, 우리가 나간 지 얼마 안 돼서 준비를 시작했던가 보다.

하기야 날이 워낙 후덥지근했다.


준비가 다 된 듯, 다혜 누나는 손을 등 뒤로 하여 호크를 끄르기 시작했다.

나는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치면서, 아무래도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틈새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를 주현이 녀석이 번개같이 차지했다.

주현이 녀석이 틈새 쪽으로 얼굴을 들이댄 채 숨죽이고 있는 동안, 나는 다소 멍해져서 벽에 기대선 채,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오고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현이를 말려야 하나? 어떡해야 하나?


반투명 유리를 통해 누나의 뽀얀 실루엣이 비쳐 보였다.

그 실루엣은, 허리를 굽혀 아랫도리에 걸친 무언가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아까 본 다혜 누나의 아랫도리에는 팬티 한 장이 걸쳐져 있었을 뿐이었다.

주현이 녀석이 마른침을 꼴깍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제 녀석은, 저 틈새 사이로, 누나의 몸 모두를 환히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었다.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누나의 알몸을!


나는 질투심과 죄책감, 흥분이 어느 쪽이 먼저랄 수없이 마구 밀려 들어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때, 주현이 녀석이 뭔가에 화들짝 놀란 듯 틈새에서 눈을 떼고, 살금살금 종종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손짓으로 빨리 나가자는 신호를 했다.

우리는 함께 종종걸음으로, 발소리를 내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최고 속도로 방에서 뛰쳐나왔다.


"거기 누구 있어요? 정호니?"


욕실 속에서 내는 듯한 누나의 나직한 목소리가 내 뒤통수를 잡아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놀라 가슴이 벌렁벌렁하는 가운데, 얼마 전에 있었던 누나와의 그 일이 뇌리를 스쳤다.


나와 주현이는, 어매 뜨거라 하고 여관방에서 도망 나온 후 차마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십여 분을 바깥에서 헤매야 했다.

주현이 녀석의 말에 따르면, 위아래 홀딱 벗은 누나 몸을 정신없이 감상하고 있는데,

무언가 이마빡이 절여 오면서, 누나의 시선이 왠지 이쪽을 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없이 녀석의 들뜬 얼굴을 외면하며, 나온 김에 가게에서 울릉도 특산물인 호박엿 봉지를 사서 챙겼다.

녀석은 그런 내 모습을 잠깐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기도 역시 특산물인 오징어 말린 것 한 봉지를 사서 넣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막 온 것처럼 장 봐온 것들을 들고 (이번엔 아주 점잖게 노크를 하고) 들어갔을 때, 누나는 이미 옷을 다 챙겨 입고 머리를 말리며 앉아 있었다.


갓 씻은 뽀송뽀송한 손발, 발그레 홍조가 어린 얼굴이 너무나 예뻤다.

우리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그렇게 보이려 무진 애를 쓰면서) 누나 배고프지? 운운하며 상을 차렸다.

오면서 저녁은 사 먹었지만 그새 꽤 출출해졌던 것이다. 사 온 맥주도 벌려 놓았다.

그렇게 술상 비슷한 걸 벌려 놓으면서, 나는 조용히 아까 사 둔 호박엿 봉지를 내밀었다.


"이게 뭐니?"

"어 .그냥...... 선... 물. 맛있어 보이길래..."


차마 나도 모르게 뭔가 잘못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서 사 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다혜 누나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분위기가 썰렁해지려 하는데, 주현이가 사 온 걸 꺼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누나, 이것도 받아주세요! 이건 제가 준비한 거냐 선, 물이에요~!"


녀석이 내 어눌한 말투를 고대로 흉내 내자 누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덕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맥주가 찰랑거리는 종이컵 셋이 부딪쳤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편한 사람들과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 있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름을 되뇌는 것만으로 사람 가슴을 스산하게 만드는 군대란 곳에 끌려가는 일 없이,

그런데 그때, 누나가 문득 생각난 게 있다는 듯, 맥주를 단숨에 비우고는 여전히 발그레한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다.


"너희. 인제 보니 이 엿이다 오징어다. 아까 엿보고는 찔려서 사 온 거구나?"


주현이 녀석이 마시던 맥주를 푸! 하고 쏟아버렸다. 나 역시, 너무 놀라 일순 현기증이 돌았다.

반면에, 그런 우리를 보는 누나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천연덕스러웠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분명히 방문을 걸어놓고 욕실에 들어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나와 보니까 문이 열려 있잖아.

그걸 보고 당장 요 녀석들이구나.! 생각이 들었지. 요놈의 자식들~! (우리 각자한테 알밤을 먹이며)

너희 때문에 물 받아놓은 거 탕에도 못 들어가고 얼른 씻고만 나왔잖아!"


"미, 미안해. 누나...."

"당연히 미안해야지, 요 녀석아! 어딜 감히 몰래 엿보려고 들어? 쪼끄만 것들이 말이야.~"


누나는 종종 자기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두루 섭렵했다고 말하곤 한다.

하기야 초등학교 때부터 집안에 크나큰 우환을 겪고, 중학교 때는 전교조 문제로 선생님들을 구하자며 앞장섰으며,

고등학교 때는 벌써 대학 다니는 선배들한테 "이념으로 현실을 재단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일갈하던 누나였다.

그러니 고등학교 졸업 후 단신 일본에 가서 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 정도에야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는가.


누나의 매력은, 그런데도 아직도 고교생처럼 앳된 얼굴과 아이 같은 표정을 간직한 그 순수성에 있다. 고 나는 아직껏 생각한다.

그런 순수함이 있었기에 모든 힘든 일들에 굴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고,

내가 아무 소리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자, 누나는 풋, 웃음을 터뜨렸다.


"으이그...... 그렇게 울상지을 것까진 없어 얘. 뭐 죽을죄를 졌니? 자, 한잔 받아!

쭉 마셔, 벌주니까. 뭐... 혈기 왕성한 나이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렇지만, 담부턴 그렇게 몰래 엿보고 그러지 마. 나뿐 아니라 누구한테든 그러는 게 아니야.

주현이 너도 그렇고. 정 보고 싶거나 궁금하면 누나한테 가르쳐 달라 그러던가,"


"정말요, 누나?"


주현이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큰 소리로 말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나도 웃었다.

 

그날 밤 우리는 맥주 여러 병을 비워가면서, 꽤 많은 이야기들을 했다.

상당히 야하고 노골적인 이야기들까지도 입에 올렸던 것 같다.

주현이 녀석은 누난 애인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어떻게든 다혜 누나 신상에 관한 이야기로 몰고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누나는 그저 아기처럼 밝게 웃으며, 우리 나이에서 성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것은 남녀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를 알 수 있는 가장 깊은 방법이라고,

그래서 상대방을 상처입히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뭐 그런 부류의 이야기들을 해 주었다.


술이 상당히 돌아서는 옷 벗기 고스톱도 쳤다.

소설 같은 데 흔히 나오는 것 같은, 한 커플 한 커플 벗겨질 때마다 서로 간에 알 수 없는 전류 같은 게 흐르고, 무지막지하게 흥분이 되어서,

결국은 모두가 엉켜 뒹굴게 되고야 마는 그런 음험한 분위기는 없었다.

맨몸이 조금씩 드러날 때마다,


"주현이는 운동 좀 했구나? 정호는 몸매가 꼭 소녀 같네~?"

"누나 속옷이 아기 속옷 같아요~" (누가 한소린지 뻔하지 않은가. -_-)


이런 소리를 떠드는 우리의 분위기는, 그저 해맑아질 뿐이었다.

물론, 새로이 누나의 속살이 비칠 때마다 우리의 젊은 남근은 불뚝불뚝 고개를 치켜올렸다.

그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우리는 감히 다른 생각을 품지 못했다.

이미 누나의 알몸을 훤히 들여다본 적이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사촌누이나 친구의 사촌누이라는 의식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런 것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저 고추가 툭하면 불끈불끈 딱딱해질 뿐인 풋내기였던 우리는,

누나한테서 무언가 범접 못할 어떤 것을 느끼고 있었다.

산전, 수전, 거기다 공중전까지~의 누나는, 그 쾌활함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아기 같은 미소만으로 우리를 완전히 승복시켜,

함부로 수컷의 치기를 부릴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그녀의 앞에서 우리는, 그저 순한 짐승일 뿐이었다.


마지막 판에서, 브래지어와 팬티 차림의 다혜 누나는, 팬티 한 장만을 남긴 우리를 상대로 결국 끝판을 이겼다. 주현이는 피박이었다.


"정말 팬티까지 벗어야 하나?"


자타가 공인하는 철면피 주현이도 여기에는 난감해하는 듯했다.

누나는 여전히 가벼운 미소를 띤 채 말없이 주현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주현이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결심한 듯 일어서서는, 그래도 쑥스러운지 돌아서서, 단숨에 팬티를 발목까지 끌어내려 버렸다. 바로 그때,


"야, 됐다 됐어~! 내가 니네들꺼 구경해서 뭐 하겠니? 그냥 처음 약속대로 주현이는 설거지하고, 정호는 낼 아침 밥해. 누나는 피곤해서 슬슬 자야겠다."


하면서 누나가 일어서서 옷을 걸치기 시작하니, 웃기게 된 건 발목까지 팬티를 내린 채 멍하니 서 있는 주현이 녀석이었다.

누나는 팬티 위로 운동복 바지를 끌어올리고 웃옷을 꺼내 입으려다가 문득, 주현이 쪽으로 성큼 다가갔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주현이는 화들짝 움츠릴 수밖에 없다.

누나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언가 살피는 시늉을 하더니,


"어머. 주현이 너, 포경이구나? 어떡하니, 군대 가서 고생하겠다 얘."


주현이 녀석 얼굴이 저렇게 새빨개지는 걸 보기는 처음이었다.

나는 오랜만에, 정말로 배꼽이 뒤틀리도록 웃어볼 수 있었다.

다혜 누나 역시, 말해놓고 나니 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그리고는,


"어...... 그렇게 부끄러워하다니. 에그, 내가 좀 미안하네?. 좋아, 그럼 이 누나가, 오늘은 특별히 아가들을 위해~"


다음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고, 주현이 녀석은 숫제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나가, 아마도 단숨에 팬티를 끌어 내린 주현이의 무안함을 덮어 줄 셈이었겠지만, 역시 단숨에 자기 브래지어 위로 봉긋한 젖가슴을 꺼내어 버린 것이다.


시간이 멈춰 버렸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누나도 이건 아무래도 부끄러운지 수줍게 보조개를 피웠다.

누나의 손이 우리의 한 손 씩을 잡아 가만히 자기 젖가슴 위에 덮어 눌렀다.

내 오른손이 누나의 오른쪽 유방에, 주현이의 왼손이 누나의 왼쪽 유방에,

이 세상에, 과연 이보다 더 보드랍고 따스한 것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숨을 죽인 채 그 따스하고 포근한 것을 그저 가만히 쥐고 서 있었다.

이 상태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어머, 이게 뭐야? 머리를 디밀고 있잖아?"


황홀경에 잠긴 듯하던 나는 그때 누나가 짐짓 놀란 듯 외치는 소리에 감았던 눈을 떴다.

주현이 녀석의 음경이 어느새 부풀어 올라, 시뻘건 귀두가 표피를 걷어내고 이미 그 늠름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하기야, 나 또한 어느새 아랫도리가 한껏 묵직해져 있었다.


"에그~~~! 이 햇병아리 같은 것들이!"


돌연 우악스러운 손길이 내 딱딱해진 것을 우악스레 쥐고 비틀었다.

나는 아픔과 쾌감이 섞인 묘한 기분에 억! 하며 누나의 가슴에서 손을 치우고 허리를 뒤로 뺐다. 주현이 녀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나가 단번에 양손으로 우리 둘의 음경을 틀어쥐고 비틀어 버린 것이다.


"기분 좋냐? 인제 대충 그만 치우고 잘 준비나 하셔! 내일은 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녀야 하니까."


누나가 쾌활하게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우리는 나란히 선 채, 볼썽사납게 고개를 치켜든 서로의 고추를 보고는 문득 허리를 꺾으며 웃어젖혔다.

누나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굴러다니는 듯했다.

어떻게 저런 누나를, 우리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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