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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야설) 가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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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향기.....

피곤할 때의 목욕처럼 사람을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어 버리는 지독한 향기.....


베란다의 창을 통해 본 가을하늘이 새파랗고 눈부시다.

가끔 떠다니는 깃털 같은 얇은 구름이 엷게 모여 흩어지고 흩어지면서 떨어진 작은 조각들이 물에 풀어놓은 물감처럼 흐르고 퍼져가서 종례에는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것들은 시리도록 푸른색으로 변해 하늘을 채색한다.


소파에 누워 시린 가을하늘과 퍼져서 사라져 푸르러져 버리는 구름을 구경하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도시에 전근을 와서 회사에서 얻어준 조그만 아파트.

조그만 아파트에 맞지 않는 큰 티브이와 그 앞에 놓여 한 사람의 몸을 누이기에 딱 좋은 소파.

그 옆에 청동으로 만든 시디 장식장과 전화 받침대 그 옆에 이름도 잘 모르는 회사의 여직원이 사다 준 꽃병과 꽃.

거기서 세 걸음만 가면. 작은 욕조가 달린 화장실과 맞은편에 부엌이라는 종례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쓰지 않는가스렌지가 덩그렇게 놓여있는 장소 .

벽을 경계로 붙어있는 작은 방엔 컴퓨터와 옷장을 두어 작업실 겸 옷을 갈아입는 방.

한사람이 사용하기엔 그다지 좁지 않고 넓지도 않은 방이다


집에선 좀 더 큰 아파트를 구하라고 했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빈 공간은 외로움의 무게만 더해줄 뿐 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이런 생활은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어여쁜 아내가 있었고 함께 한다는 사실은 축복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불안했던 여자.....


아내가 임신을 했을 때 너무 기뻤다.

선녀 옷을 훔쳐 온 나뭇꾼처럼


이제 그 여자는 책상 위의 작은 사진액자에서만 웃고 있을 뿐이었다

아내가 죽던 날. 시리도록 파란 하늘 위를 수놓은 붉은 꽃망울들이 피어나고. 덩그런 눈으로 죽기 전 동물의 눈망울처럼 나를 보던 애처로운 눈.

아내의 눈망울은 나의 눈에 투영되어 작은 실개천이 흐르듯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기억이란 불확실하고 불성실한 놈의 가슴에 그대로 화석처럼 남아버렸다.

 

아내를 보낸 후 몇 달을 미친놈처럼 보내며 아내의 남겨진 유품을 보고 오열했었다.

그녀의 향기가 남아있는 화장품과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는 옷가지들.

그리고 자잘한 잔머리를 위로 올릴 때 쓰던 작은 빗과 앙증맞아 예뻤던 매니큐어 통과 립스틱.....

그 모든 것들은 그녀를 생각나게 했고 가슴이 아려왔었다.


그리고 사진첩에서 활짝 웃고만 있던 그녀. 모든 걸 걷어가 버린 후에 남겨진 생의 한 토막들......

그렇게 술과 오열로 몇 달을 보내다 병원에 실려 갔었고 퇴원했을 때 집에선 아내의 모든 유품이 사라져 버렸다.

가족들의 배려겠지만 이제 그녀가 영영 내 곁을 떠나버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을 뿐이었다.

 

그런 기간에 회사는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대기업에서 같은 팀의 회사 선배와 좋은 아이템를 가지고 나와 몇 명이 함께 만들었던 회사라지만 그러긴 쉽지 않을 텐데......


옷을 갈아입었다.

집에서 항상 입었던 헐렁한 추리닝과 아내가 사줬던 오래된 스포츠 회사에서 만들었던 러닝을 벗어버렸다.

아내를 데려간 저 시린 가을 하늘은 나마저도 집에서 쫓아 버렸다 .


아파트에서 나와 도보로 10분 거리에 호수공원이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놓은 호숫가엔 가을을 즐기는 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들과 자전거를 타는 연인과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가을하늘 아래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품어내는 행복의 기운들이 칼 같은 바람이 되어 몸을 후비고 지나간다.

괜히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날의 아지랑이만큼 변덕스러운 마음.....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런 행복함이 묻어나는 곳에 있으면 안 된다.

깨끗한 방을 온통 더러워진 흙 묻은 발론 돌아다니면 안 되니까........


잰걸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숫가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호숫가에 뭐가 있는지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자세히 보니 아이의 시선은 불안정했다.

물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늘을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뭔가를...

매직아이를 보는 눈처럼 한곳에 정확히 시선을 두는 것이 아니었다.

움직이지 않는 고개와 모호한 눈의 시선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궁금했다 저 아이가 보는 것이.

아무 말도 없이 아이의 옆으로 다가갔다.

4~5살 정도의 머리를 곱게 딴 여자아이였다.

인기척을 들었는지 아이가 고개를 돌린다.


“어~~ 아빠~~~~”


아이가 날 보고 아빠라 한다. 그리곤 서슴없이 안아달라는 듯 손을 벌리고 달려든다.

아이의 활짝 핀 손 사이의 겨드랑이에 손을 들고 정말 내 딸을 안는 것처럼 번쩍 아이를 안았다.

아이의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가을하늘에 맑은 실로폰 소리처럼 울렸다.

 

아이는 품에 안긴 체 비행기, 비행기 해댄다.

아이를 들고 비행기를 태우듯 공중에 들었다 놓았다.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몇 번이나 해줬건만 이 아이는 어지럽지도 않은지 계속해 달랜다.

한참을 하는데 멀리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는 여인이 보였다.


“은주야~~~ 은주야~~~”


사람들의 틈에서 여자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까르르하고 웃고 있는 아이를 보며 이름을 불러봤다. 

 

“은주니?” 

 

그 말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를 잠시 한쪽 팔로 안고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

여기저기를 보던 여자는 나의 손짓을 봤고 나에게 안겨있는 자기 딸을 확인하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 품에 있던 아이를 받아서 들었다.


여인은 감사하는 말과 함께 고개를 몇 번이나 숙였다.

그 과장된 행동에 나도 어쩔 수 없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의례적인 칭찬을 했었다.


“아이가 참 예쁘네.....”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여인은 아이의 엉덩이를 때리며 엄마가 멀리 가지 말라고 했지?

그런 말로 아이를 찾은 안도감과 속상함을 풀고 있었다.

그리고 거칠게 손을 잡고 가려는데 아이가 버티며 가지 않는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아빠야~~아빠” 한다 

 

여인은 무척 속상해한다. 여인의 눈망울이 붉게 물들이며 눈물이 고인다 .


“은주야.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 아빤 멀리 다른 나라에 계신다니까”


목소리의 떨림을 아이에게 감추려 여인은 화난 듯한 목소리로 대꾸를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나를 가리키며 아빠, 아빠 한다.

.참 난감했다.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고 이 자리에 머물러 있기도 머쓱한.......

.그런 어색함을 여자가 풀어줬다.

여자의 얼굴은 미안함과 당혹함이 가득했다.


“저....저기....”

“네?”

“괜찮다면 식사나 함께 할 수 있나요? 아이를 찾아준 것도 고맙고....”


여자의 말은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설득력도 없었다. 아이는 여자와 내가 같이 찾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난 그냥 아이를 발견한 것뿐이었으니까.

 

마지막 말을 흐리며 여자는 먼 데를 보았다.

먼 곳을 볼 때 드러난 가지런하고 단정한 그녀의 목덜미가 가을 햇살에 눈부시다.

아내의 목덜미처럼.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세 명 이서 피자집에 갔었다.

피자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아이가 피자를 무척이나 좋아하나 보다.

가는 길에 아이는 내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

반대편엔 엄마의 손을 잡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사이좋은 가족처럼 보였으리라.

걸어가면서 어색한 침묵만 없었으면 영락없는 사이좋은 가족이었다.

가는 길에 여자애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아는 아이인지 모르는 아이인지 모르지만)

 

“우리 아빠야~~우리 아빠!!!” 

 

하며 힘주어 말했고. 그런 말을 할 때 마다 송곳에 찔린 듯 여자는 걸음을 멈추며 한숨을 쉬었다.

피자집에 도착해서 아이는 피자를 먹기보단 나와의 사소한 장난을 더 좋아했다.

시켰던 피자는 식어가고 있었지만 아이는 별로 손을 대지 않았다.

아이의 행동을 보고 있던 여자는 첨엔 말렸지만, 아이의 집요함과 나의 넉넉함에 포기하고 둘의 행동을 보고만 있었다 .


피자집을 나오고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


“저는 이만...”


가벼운 말에 여자는 목례로 답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

내가 갈려는 기미를 보이자 아이의 얼굴이 찌푸려지더니 울먹인다.

끝내 내가 등을 보이자 서러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당황스러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가 땅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자 아이가 울먹임을 멈추려고 노력하다 딸꾹질을 한다.

옆에 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

 

“아이가. 아빠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봐요?”

“그러겠죠. 그럴 거예요....”


여자의 힘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아이는 내 목을 꼭 껴안고 놓지를 않았다

마치 손을 놓으면 사라져 버릴 것처럼.


“아이 아빠는 멀리 있나요?”


내 말에 여자는 대답하기가 곤란한 듯 머뭇거리다 다른 대답을 한다.


“저. 괜찮다면 집에서 커피 한잔하실래요? 아이가 이렇게 따르는 사람은 처음 봐요”


여자의 호의가 부담스러웠다.


“아뇨. 괜찮습니다”


난 말을 마치고 아이를 여자한테 넘기려 했지만 아이는 도리질을 치며 목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따듯하고 조그마한 아이의 심장 소리가 전해진다.

아마 내 아이도 살았으면 이 아이만큼 됐겠지. 순간적인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이를 때 놓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단 나의 표정에 여자의 얼굴에 잠깐 엷은 미소가 퍼진다.

 

여자와 함께 간 그녀의 집은 피자집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

15분 정도를 걸어 그녀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이미 품에서 새큰거리고 잠들어 있었다.

아이를 조그만 침대에 눕히고 나왔을 때 그녀가 나온 나를 본다.


“저는 그럼 이만....”

“물을 올려놨어요.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돌아가 봐야 반겨줄 사람도 없으니.......



검은색의 커피색만큼 커피 맛이 강렬하고 부드럽다.


“블루마운틴?”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


“죽은 남편이 좋아했던 거죠”


여자의 씁쓸하고 엷은 미소가 번진다.

 

“첨에 그쪽을 보았을 때 멀리서 보았을 때 가슴이 쿵 하니 내려앉았어요”

“왜요?”

“남편과 많이 닮았어요”

“제가 워낙 흔하고 평범하게 생겨서....”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생긴 게 닮은 게 아니에요. 그 쪽에게서 나오는 분위기가 남편과 닮았어요”

“분위기?”

“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 같은 거요. 그래서 은주가 그랬나 봐요”


아이의 집요한 행동이 이해됐었다.


“같이 놀러 갔었어요. 춘천에...참 따가운 햇볕의 여름이었죠”


여자는 죽은 남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은 섬에서 자라 수영을 잘했어요. 아이와 내 앞에서 잠수를 했었죠.

그럼 아이는 아빠가 없어졌다고 울먹이다 다시 수면으로 나오는 아빠를 보며 까르르 웃었죠”


여자의 눈망울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그 사람 곧잘 그런 장난을 잘했어요. 처음 우리가 놀러 간 바닷가에서도 날 그렇게 놀렸죠”


난 그녀의 추억에 동참에 눈에 그려지는 그 행복했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 장난에 익숙해져 있던 나였고. 그 사람이 그런 장난을 칠 때 저도 동참했어요.

은주에게. 어머~~아빠가 없어져 버렸네. 어떡하니? 하고 물었고, 아이는 울먹이다 아빠가 다시 나타나면 환하게 웃었어요. “


“그랬군요”


“근데 물속으로 들어간 그 사람이 나오지 않았어요. 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떠났죠”


그녀는 말을 마친 후 술을 마시듯 식은 커피를 들이켰다.


“미안해요. 기분 좋은 가을날 이런 소리를 해서......”

“아뇨. 그 기분 이해합니다”


대답에 그녀가 의례적인 미소를 짓는다.

당신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와 함께.

 

“상처한 지 3년 정도 돼요”


그녀가 눈을 크게 뜬다.


“임신을 해서 입덧이 심했어요. 그래서 처가에 데려가 주려고 했죠”


이번엔 여자가 행복했던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온다.


“아내는 몹시 불편해했어요. 차를 타는 순간에도. 그래도 내색하지 않았죠”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가을날답지 않게 더웠어요. 아내는 차 안에서 에어컨을 틀려는 절 말렸죠”


“그다지 덥지 않았나 보죠”

“아뇨. 아이한테 좋지 않을까 봐 그랬어요.. 아내는 대신 차의 창문을 끝까지 내렸죠. 

그렇게 도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릴 때 아내는 피곤했는지 잠들었었죠”


나도 식은 커피를 술을 마시듯 마셔버렸다.


“아내가 잠들고 전 브람스를 틀었어요. 아내가 태교 음악으로 듣던 음악이었죠.

아내는 잠결에도 음악을 들었는지 행복하게 미소 짓더군요. “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달리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트럭이 갑자기 차를 덮쳐왔어요”

“전 급하게 핸들을 돌렸고 차는 언덕 아래로 굴렀죠. 답답하다며 안전띠를 하지 않았던 아내는 마치 인형이 튕기듯 잠을 자다 튕겨 나갔어요.

튕기면서 어디에 긁혔는지 아내의 목이 긁혀 피가 하늘 위로 튀었죠”


아내의 마지막 눈망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와 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빈 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한참 후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도 모르게 우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남편이 죽은 후에 처음이에요. 이렇게 술을 마신거....”


그녀의 말엔 진한 고독이 묻어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죽은 두 사람의 이야기만 빼고 잡다한 이야기를 했었다 .

아까 해버린 이야기 외의 이야기는 서로의 가슴에 묻어두어야만 하니까.....

입 밖으로 내버리면 행복했던 기억들이 사라질까 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한참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그녀와 난 어느 순간에 말을 멈췄다 .

탁자에서 일어나 그녀를 일으켰다. 

그녀는 가녀린 새처럼 어깨를 떨며 일어났다. 

일어난 그녀의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허리를 안고 그 눈부신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목덜미의 혈관에서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달뜬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지고 그녀는 팔로 목을 감았다.

손을 완전히 교차시켜 블루스를 추듯 부드럽고 우아하게.

아내가 기분이 좋을 때면 이렇게 안아줬는데.

그녀는 아내를 전혀 닮지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행동들이 아내를 닮았다.


목덜미를 향하는 입술이 조금씩 올라가 그녀의 입술을 찾았다.

오랜 갈증 끝에 찾아오는 물처럼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받아들이고 빨았다.

아랫입술을 약하게 무는 그녀의 행동.

뒤로 간 팔은 그녀의 등허리를 따라 엉덩이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그녀의 몸이 연어처럼 퍼덕였다.

그 생생한 감촉이 손을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잠시 떨어져 서로의 눈망울을 보았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의 공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신혼 첫날밤 그랬듯이 침대에 곱게 눕히고 하나씩 하나씩 옷을 벗겨나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여자의 떨림이 느껴졌다.

옷을 다 벗겼을 때 눈부신 나체가 떨고 있었다.

천천히 여자의 위로 올라갔다 키스를 하자 여자의 몸이 떨림이 조금 가셨다.

그 부드러운 머리칼을 뒤로 넘기고 여자의 입술에서 가슴으로 그리고 음부로 끝없이 입술을 이동시켰다.

여자의 몸속에 숨어있는 아내를 찾으려는 듯.


여자의 몸이 퍼덕거리며 날 맞이했다.

발가락까지 내려간 다음 침대의 끝자리에서 난 옷을 벗었다.

그리고 다시 그녀에게 올라갔을 때 맨살끼리 부딪치며 느껴지는 감촉이 다시 살아났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미끄러질 듯한 느낌.

 

여자의 입에 키스하고 목덜미로 내려갔을 때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


“고마워요. 당신....다시 돌아와 줘서”


잘 못 들었을 만큼 작고 고운 목소리였다.


‘나도 고마워. 당신......’


여자의 음부에 이르렀을 때 여자의 거기는 젖어있었다.

여자의 몸에서 나온 그 물을 사막의 여행자처럼 목으로 넘겼고 여자의 다리가 구부려지는 게 느껴졌다.


커진 성기를 그녀의 성기에 맞추고 밀어 넣었다.

여자의 팔이 아까처럼 감겨온다.

따듯하고 안온한 느낌이 성기 끝에서 물들이듯 몸으로 퍼졌다.

 

얼마나 격렬했는지 모르겠다.

사정을 네 번이나 한 다음 그녀의 몸에서 내려왔다.

깊은숨을 몰아쉬며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담배에 불을 붙였을 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 가슴 한쪽에 얼굴을 묻고 다른 한쪽의 가슴을 매만지던 그녀가 말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가슴에서만 쉴 수 있나 봐요”


담배 연기처럼 그녀의 말이 흩어지고 또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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